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39)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38화
27층으로 향하는 던전.
우웅.
이미 라페아에 의해 공략이 완료된 길에서는 푸른빛줄기가 반짝거리며 건우 일행을 안내하고 있었다.
스타웨이(Star Way)
이것은 탑의 층을 지배하고 있는 플로어마스터에게 주어지는 특권으로 시련을 거치지 않고 손쉽게 탑의 층을 왕래할 수 있다.
물론 이 특권은 플로어마스터가 지배하고 있는 층 이상에서는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라페아는 플로어 마스터의 권위를 내려놓았지만.
십존의 권위로 아직까지 스타웨이의 특권을 사용할 수 있었다.
탑의 등반이 처음이었던 니파는 라페아를 어느새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 라페아는 즐거움을 느끼며 말했다.
“이 몸의 위대함을 이제 알아보는 건가.”
“대단하다는 건, 확실히 느껴져.”
“그렇게 느낀다면, 슬슬 떨어졌으면 싶은데.”
라페아는 은연중 건우와 가까이 있는 니파를 경계의 눈빛으로 살펴봤다.
니파는 쀼루퉁한 표정으로 반박했다.
“그거랑 이거랑은 엄연히 다른 문제야. 그렇게 말하는 건 비겁해.”
라페아는 의문 어린 표정으로 자신의 주변을 배회하는 엘퀴네스에게 물었다.
“비겁한가?”
-조금 치사하다고는 생각했어.
콕! 쏴아.
살짝 빈정이 상했는지 라페아는 손가락으로 엘퀴네스를 찔러 터뜨렸다.
여러 방울로 흩어진 엘퀴네스는 다시금 하나로 모였다.
-언제까지 이 녀석들의 신경전을 보고 있어야 되는 거냐? 한마디라도 해 봐.
“……여기서 한마디 했다가는 폭발할 것 같은데요.”
그 모습에 렌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형. 이런 때는 비겁한 사람이구나.”
“떳떳하면 오히려 쓰레기인 것 같은데?”
“…….”
건우의 반박에 렌은 할 말을 잃었다.
-오호.
그래도 예전과 달리 눈치가 생겼다는 것을 간파한 세이비어는 드물게 감탄하다 문득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닫고는 건우에게 질문을 건넸다.
-그나저나 차이트의 두 번째 흔적은 어디 있는 거냐? 아직 갈 길은 멀었냐?
“멀었어요. 솔직히 첫 번째보다 더 발을 내밀지도 못하겠어요.”
-어떤 곳인데?
“……그건 말이죠.”
우웅.
대답을 하려는 찰나.
스타웨이가 흔들리며 불길한 징조가 느껴졌다.
이변은 곧바로 찾아왔다.
쿠쾅! 쿠쾅! 쿠쾅!
마치 블록처럼 벽들이 제멋대로 결합하고 분리되기 시작한 것이다.
라페아는 즉각 정면에 소용돌이를 일으켜 멋대로 변하는 지형을 격파했다.
쇄애애애액! 콰아아앙!
강렬한 바람에 블록들은 가루로 파쇄 되며 길이 사라지는 것은 가까스로 막았지만.
“최건우!”
“……?!”
니파의 다급한 외침에 뒤를 돌아봤을 때는 이미 건우와의 사이에서는 거대한 장벽이 형성돼 있었다.
마치 퍼즐처럼 맞춰진 블록들 사이로 보이는 건, 건우의 평온한 표정뿐이었다.
“칫!”
라페아는 즉각 티에라를 불러 장벽을 허물려고 했지만.
[시련 시작 전에는 누구도 간섭을 할 수 없습니다.]느닷없이 튀어나오는 시스템창과 티에라의 힘이 무산됐다.
“스타웨이를 사용하고 있는데, 어째서?”
라페아가 의문 어린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건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먼저 가 있어. 찾아갈 테니까.”
“하, 하지만.”
니파는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고, 라페아는 결연에 찬 눈빛으로 건우에게 말했다.
“오래 기다리게 하면, 찾아갈 거야.”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콰앙!
답변을 끝으로 블록이 완전히 닫히며 일행은 건우와 단절됐다.
***
단단하게 결집된 거대한 장벽.
뚝뚝.
건우는 노크하듯 두 번 정도 두들기다 씨익 웃으며 입을 뗐다.
“관리자나 되는 양반이 룰개정권을 이용해서 시련을 마음대로 바꾸면 쓰나.”
뚜벅뚜벅.
건우의 말에 뒤에서 누군가 다가왔다.
그의 정체는 다름 아닌 고블린 리발.
시련을 관리하는 관리자 중 한 명이었다.
“드디어 당신과 거리를 좁혔군요. 그동안 당신으로 인해 여러모로 수모를 겪었습니다.”
건우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등을 돌리며 반문했다.
“흐음 예를 들면?”
“먼저 필리프 4세에 의해 통치됐던 1~10층은 필리프 4세의 사후. 플레이어가 대거 유입하며 활성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물꼬가 트니 피라미들이 넘쳐흐르는 거죠. 그 덕분에 인력을 통제하려던 뱀의 음모가 무산됐습니다. 두 번째는 라폰이 지배하고 있는 엘더리아에서 엘프들을 해방한 것으로 인해 세계수의 통제를 꾀하는 계획과 엘프들을 전쟁노예로 만드는 계획 역시 실패했죠. 당신은 여러모로 질서를 붕괴시키는 교란자입니다.”
“썩어빠진 고인물들을 치워 준 건데, 고맙다고 칭찬을 들어야 되는 거 아닌가? 너는 네 입으로 ‘나는 비리를 사랑하고 부정부패가 일상인 쓰레기입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빠드득.
건우의 반박에 리발은 이를 갈았다.
한없이 얄미운 놈.
이런 놈이 어떻게 탑의 질서를 흩뜨려놓았는지 아직까지 믿기지 않았다.
“아무래도 당신은 제가 우스운가 보군요. 이 잡듯이 뒤져 당신을 찾아낸 건, 접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한지 아시나요?”
“대강 알지.”
건우는 피식 웃으며 입을 뗐다.
“나는 똑똑하고 우월한 존재입니다. 당신 같은 하잘것없는 것들이 감히 괄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가 아닐까?”
“……?!”
건우의 말에 리발은 눈을 부릅떴다.
“아무래도 맞나보네. 근데 내가 너의 함정에 당한 건, 네가 관리자라는 우월한 지위에 있어서 그런 것뿐이야. 착각하면 곤란해.”
“…….”
건우의 지적에 리발은 반박하기 어려웠다.
건우를 함정에 몰고 간 건, 어디까지나 관리자로서 룰 개정권을 사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보통은 안전한 길이라고 자부하는 스타웨이가 무너지는 것은 라페아뿐만 아니라 건우조차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리발의 이번 계책은 정말 교활하면서도 효율적인 기습이었지만.
리발 역시 관리자에게 주어지는 룰 개정권 2회를 모두 소진한 터라 타격이 컸다.
심지어 그 1회는 건우에게 빼앗긴 걸로, 사실상 필리프 4세의 죽음에 리발 본인도 기여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 사실 때문에 리발은 아직까지 클랜에 교란자의 정체를 발설하지 않았다.
끝없이 경위를 추적하자면, 결국 자신의 실수가 덜미를 잡혀 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건우를 끝장내는 건, 그의 선에서 어떻게든 해결해야 했다.
말만 쉬울 뿐이지.
이것은 분명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상대는 탑의 수많은 강자를 꺾고 ‘번외’로 취급받는 교란자.
그리고 리발은 일개 고블린일 뿐이다.
제아무리 관리자로 신분이 급상승했다고 쳐도 그 한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리발에게는 아직 교활한 잔꾀가 남아 있다.
씨익.
리발은 잇몸을 드러내며 입을 뗐다.
“확실히 당신의 말대로입니다. 제가 당신을 함정에 몰고 간 건, 관리자로서 제 능력을 활용한 것뿐입니다. 하지만 당신 역시 한 가지 간과하고 있군요.”
“……”
건우는 대답 대신 지그시 리발을 노려보았다.
꿈틀.
왜냐하면, 어떤 재주를 부렸는지 슬그머니 발이 늪에 빠지듯 게이트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야 마음에 드는 표정을 짓는군.’
리발은 교활한 웃음을 내비치며 말했다.
“저는 당신을 어떤 존재에게 인도하고자 합니다. 그 존재는 라폰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대재앙의 근원. 탑에서 십존 조차 사냥에 실패한 마물. 제아무리 당신이라고 해도 어떻게 할 수는 없겠죠. 이럽션 웨일이 일으키는 파도에는 말이죠.”
‘이럽션 웨일?!’
낯익은 이름에 건우는 눈을 부릅떴다.
이름 자체만으로도 불길하고 스산한 느낌이 들었다.
피식.
하지만 상대 앞에서 초조한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었기에 애써 입꼬리를 올리며 리발을 쳐다봤다.
“고블린 치고 간이 상당히 부었나 봐. 나한테 죽을 수도 있는데.”
“이제는 당신이 죽을 차례죠?”
리발은 여유를 만끽한 표정으로 건우를 쳐다봤다.
“여기서 나오고 보자고. 누가 웃을지…….”
그 말을 끝으로 건우는 게이트에 잠겨 자취를 감췄다.
***
콰아아아앙!
지축을 흔드는 굉음과 함께 유발된 지진이 지상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좀 그쳐라. 이 자식아!”
안전지대라고 불리는 곳에서는 시커먼 재가 온몸에 뒤덮인 남자가 분화를 일으키는 화산을 향해 소리쳤지만.
-이 자식아!
-……자식아!
-……식아!
그것은 곧 의미 없는 메아리로 변질돼 화산 곳곳에 울려 퍼졌다.
꼬르륵.
하지만 이내 굶주린 배를 매만지며 한숨을 쉬었다.
“에휴, 오늘은 대체 뭘 먹어야 될지.”
그의 이름은 린크스.
한때, 가슴에 지대한 야망을 품고 탑에 등반을 했던 플레이어다.
하지만 그 역시 여타의 플레이어와 마찬가지로 시련을 이기지 못하고 불길한 땅에 머물러야 했다.
처음에 이 땅에 발을 내디딘 것은 그의 무모함과 아무것도 모르는 치기 어린 마음에서 시작됐다.
탑을 등반하는 플레이어는 언제나 기로에 막혀 있다.
YES or NO.
탑을 등반하기로 선택한다면, 여지없이 시련과 맞닥뜨리며 그것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성실하게 시련을 극복하면, 그에 준하는 보상을 받게 되지만.
그런 플레이어더라도 반드시 피해야 될 층이 몇 곳 존재했다.
그곳이 바로 이곳 31층.
이곳은 관리자가 관리에 실패해 물러난 재앙의 땅으로…….
탑에서 제일 강하다고 일컬어지는 십존.
그리고 신조차 발길을 쉽사리 내밀지 못하는 곳이다.
하지만 이 층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평생 바쳐 일궈온 포인트를 헌납하거나, 그 이상의 리스크를 짊어져야 한다.
플레이어가 진정으로 명성을 얻게 되는 것이 이곳 31층을 무사히 ‘통과하나? 안 하나?’로 정해지기까지 했다.
막대한 포인트를 바쳐 31층을 통과한 플레이어들은 하이 랭커들한테 실력자로 인정받아 명망 높은 클랜에서 스카웃 제의가 줄기차게 들어온다.
반대로 통과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저 탑의 주민으로 전락해 살아갈 수밖에 없다.
린크스는 이 둘 중에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았다.
약 7년 전.
30층까지 무탈하게 통과한 그는 승승장구한 기세를 타 31층에 발을 들이기로 했다.
그는 실로 오만했고 직진밖에 모르는 바보였다.
오죽하면, 남들이 다 하는 생각을 자신밖에 못한다고 생각할 정도니 말이다.
그 당시 31층을 오를 때, 그가 한 생각은 아래와 같다.
-관리자가 없다는 것은 시련을 통과하는데, 까다로운 조건이 없다는 거잖아.
-31층에 뭔가 대단한 게 숨어 있으니까 다들 호들갑 떠는 거지.
-이것만 극복하면, 난 정말 대단한 존재가 되지 않을까?
하지만 31층에 다다른 순간.
그의 눈은 절망으로 물들었다.
그와 같은 생각을 품고 같이 등반한 플레이어는 지상에 넘쳐흐르는 용암에 파묻혀 사라졌다.
그저 지면에 발을 내딛기만 해도 죽는다.
31층의 진실과 마주친 그는 이곳 안전지대에서 그대로 조난을 당했다.
돌아갈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관리자가 없는 만큼 퇴로는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탑의 엄격한 규율 아래.
플레이어가 발을 뻗고 잘 수 있는 안전지대가 존재할 뿐이었다.
그 안전지대에서 그는 무려 7년이나 되는 삶을 보내고 있었다.
휘익.
바위를 내딛고 있던 도마뱀을 발견한 린크스는 즉각 손을 뻗어 자신의 입에 넣었다.
우적우적 생으로 도마뱀을 집어삼키는 그 모습은 이미 문명생활과 동떨어져 있었다.
‘먹을 거, 먹을 거.’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먹고, 먹고, 또 먹을 것뿐이었다.
‘누구든 이곳에 발만 내딛기만 해라. 바로 약탈해 주마.’
[게이트가 생성됐습니다.]그리고 신이 그의 기도를 들어 준 것처럼 게이트가 생성되며 누군가 발을 내디뎠다.
검은 케이프를 팔락이며 등장한 준수한 외모를 지닌 청년.
“……여긴.”
그는 심각한 낯빛을 띠며 주변을 시찰하고 있었다.
뚝, 뚝.
입가에는 어느새 군침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히죽!
잇몸을 드러내며 웃던 그는 잽싸게 몸을 던지며 힘껏 소리쳤다.
“얌전히 먹을 걸 내놔!!”
“응?”
갑작스런 외침에 건우는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