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384)
384. 봉인해제.
‘아아.’
천마는 자신했다.
이것이야말로 자신이 꿈꿔오던 경지라고.
생사경을 뛰어넘어 신화경마저 넘어서서 마침내 마신지경에 도달한 것이다.
이는 극마(極魔) 따위와는 비교가 안 되는 탈혼(奪魂)의 경지다.
형태를 벗고, 버림으로써 신이 됐다.
마신이.
‘죽음만이 완전한 것이다.’
이보다 더한 깨달음은 없다.
죽음이야말로 구원이다.
‘내가 세계를 구원하리라.’
마신은 세계를 구원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자신의 발아래 두기로 하였다.
정해진 모든 형태를 부수고, 새로이 만드는 게다.
의념은 마신을 또 다른 형태로 만들었다.
쩌적-
마신도는 가슴팍에 흡수되었고, 대신 양팔에 대검이 솟아올랐다.
파괴의 검이다.
닿는 모든 것을 죽여 없애는 검.
천마도와 마신의 격이 깃든, 규격을 따질 수 없는 절대지검!
쩌어억-!
검을 사용할 수 있게끔, 수많은 영혼으로 말미암아 그의 육체는 더욱 비대해졌다.
두 눈은 까맣게 죽어 사라졌으나 그 안에선 황금빛 물결이 넘실댔다.
“······ 황홀하군.”
그는 죽음의 신이 되었다.
생명이 아닌 영혼의 힘으로 그는 움직이고 있다.
자신이 거둬들인 모든 영혼이 소진될 때까지 그가 소멸할 일은 없었다.
그러니, 무적이다.
또한, 그는 세계를 파괴하고 하늘을 부술 자였다.
파천마신(破天魔神)의 탄생이었다.
어그적-
쩝! 쩝!
“······?”
그때였다.
불현 듯 뒤에서 들려온, 무언가를 먹는 소리.
끊임없이 진화하는 도중이라 몰랐다.
예상도 못햇다.
놈이 아직도 살아있으리라곤.
‘이상하군. 죽었어야할 터인데.’
인지조차 하지 못할 속도로 파고들어, 왼팔을 잘라냈다.
심연의 독기와 죽음의 힘이 놈을 순식간에 잠식했을 것이다.
필멸자는 피할 수 없는 절대적인 죽음이었을진대.
“······?”
놈을 바라보자 더 가관이었다.
원시천마는 자신의 잘린 왼팔을 뜯어먹고 있었다.
닥쳐오는 죽음에 정신이 나가기라도 한 것일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위다.
꿀꺽!
이내 전부 먹어치운 원시천마는 다시 재수없는 미소를 흘렸다.
“우선 하나.”
뭐가 하나라는 거지?
“앞으로 열 두 개 남았군.”
스으으으!
말이 끝남과 동시에 왼팔이 재생됐다.
어이가 없을만큼 경이로운 재생능력이다.
죽음을 피해간 것도 저 재생능력 덕분일지.
하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진화하기 전의 속도도 잡아내지 못했는데, 파천마신이 된 자신을 감당하는 건 가라앉은 황제도, 천축의 고래도 불가능하다.
파천마신이 입을 열었다.
“이제 죽어라.”
더는 저놈의 헛소리를 듣는 것도 지겹다.
파천마신이 발을 굴렀다.
훅-
찰나지간 지척에서 모습을 드러낸 파천마신은 원시천마의 목을 베었다.
목이 잘리면 재생하지 못할 테니.
채에엥-!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소리가 들렸다.
검과 검이 부딪히며 내는 소리.
자신의 속도를 잡아냈다는 뜻이다.
“‘손재주’는 손을 잘 뻗지.”
······?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늘어놓는다.
왼팔을 재생시켜 손재주의 능력을 상승시켰다는 말일까?
그래도 여전히 상관은 없었다.
다만, 저 ‘검’은 예상외다.
운명을 결정짓는 검이라고는 해도 마신의 검을 받아치다니.
“그 검, ‘규격외’인가?”
그렇다면 같은 ‘규격외’의 등급이라는 의미다.
세계의 규격을 벗어던진 등급.
존재할 수 없고, 존재해서도 안 되는 것을 ‘규격외’라고 부른다.
검과 검을 맞댄 채로 마신이 묻자 원시천마가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규격외’이니라.”
원했던 답은 아니다.
“웃기는 놈이로군.”
하지만, 실로 웃기는 놈이었다.
스스로를 ‘규격외’라 칭하는 존재는 처음이었기에.
콰르릉!
파천마신은 군림보를 사용했다.
천마군림보와는 비교도 안 되는 마신의 발걸음.
산이 무너지고, 심연의 바닥이 모조리 붕괴되기 시작한다.
그대로 검을 밀어붙여 놈을 먼지단위로 갈아버릴 작정이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자세를 잃는다면 그대로 사라지리라.
아니, 자세를 잃지 않아도 좋다.
“··· 엄청난 힘이로구나.”
어차피 힘과 힘의 대결에서 놈은 자신을 이길 수 없으니까.
어느덧 원시천마의 검은 스스로의 목을 베고 있었다.
목이 베어 피가 흐르는 중이다.
마신이 아직 모든 힘을 집중한 게 아님에도.
고작해야 10%의 힘을 사용하고 있는 것에 불과했다.
마신은 그저 기다려주고 있는 것이다.
살려달라고 빌라고 말이다.
도망칠 수도 없다.
“······ 이제 두 개.”
“아까부터 뭘 세는 거지?”
“‘올 마스터’는 달리기를 잘한다.”
또 영문 모를 소리다.
하지만 그 말이 끝나자마자.
훅!
사라지듯, 원시천마의 형체가 흐릿해졌다.
이어 그가 나타난 곳은 검을 부딪힌 곳에서 오십여 발걸음은 떨어진 장소였다.
······ 허나, 놓친 것은 아니다.
분명히 인지했다.
문제는 예상을 웃도는 갑작스러운 급발진이었다는 것이다.
놈과 부딪힌 순간 마신은 원시천마의 육체정보를 모두 손에 넣었다.
그리고 절대로 자신을 이길 수 없노라고, 자신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으리라고 확신했다.
자신과 비교하면 형편없을 정도였으니까.
한데, 순간적으로 육체의 정보값이 달라졌다.
그것도 엄청나게 큰폭으로.
이로써 두 번째.
“내 검을 막은 게 우연이 아니었군.”
처음은 우연일 수 있으나, 두 번 반복되면 필연이다.
‘······ 재밌구나.’
이 싸움이 조금 재밌어졌다.
너무나도 큰 차이에 실망할 정도였거늘.
벌레처럼 갖고 놀다가 눌러 죽일 생각밖에 없었건만.
“봉인을 풀고있느냐?”
놈은 무언가의 봉인을 풀고 있는 것이다.
놈이 중얼거리던 말들.
-이제 두 개.
그건 두 번째 봉인이 풀렸다는 뜻일 터.
앞으로 몇 개의 봉인이 남아있는 걸까?
봉인을 풀면 계속해서 강해지는 것일까?
후우웅-!
마신은 힘을 더 끌어올렸다.
녀석이 어디까지 자신을 상대할 수 있을지, 궁금했으므로.
*
원시천마는 인정했다.
‘이 녀석, 제법이군.’
마신화 된 천마의 힘은 진짜였다.
탈을 벗어던져 스스로 신이 됐다.
지금의 상태로는 절대로 마신을 상대할 수 없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지금’의 상태일 때의 말이다.
‘파랑새의 권능이 담긴 깃털로 모든 원형의 벽을 부순다.’
오로지 원시천마만이 가능한 일.
바로 박현명의 내부에 존재하는 ‘13개의 벽’을 부술 생각이다.
물론 ‘무신 빌헬름’은 열쇠가 아닌 바, 부술 필요가 없다.
그것을 제외한 13개를 말하는 게다.
원형의 히든 특성이라 일컬어지는 13개의 열쇠들을 부수고 다시 만들 작정이었다.
란돌프는 이미 한 차례 전부 부숴서 재생시켰다.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한계의 제한을 없앴다.
하지만 박현명은 아니다.
박현명의 육체는 아직 한계에 얽메어있다.
‘한 존재이나 두 육체를 지니고 있다. 심지어 열쇠마저도 용도가 다르다.’
원시천마는 궁금했다.
너무 궁금해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놀랍게도, 박현명과 란돌프의 ‘열쇠’는 따로 작동하고 있었다.
용도가 아예 다르다.
예컨대 란돌프의 열쇠는 ‘천상의 문’을 열 수 있는 것이었다.
란돌프가 ‘종말’이 되어 열쇠의 용도가 더 확실해졌다.
하지만.
‘박현명이 지닌 열쇠의 용도는 모르겠군.’
박현명이 지닌 13개의 원형의 히든특성.
그것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원시천마도 알 수 없었다.
분명히 란돌프의 열쇠와 같은 것인데, 다르다.
이 열쇠들은 무엇을 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그것을 같이 알아보려했다.
‘손재주, 올 마스터.’
파랑새의 깃털이 지닌 권능은 대단한 것이어서, 벌써 두 개의 벽을 부쉈다.
이제 남은 건 11개.
‘황금의 은총, 거인의 항마력.’
4개의 벽을 부쉈다.
남은 벽의 숫자는 9개.
‘돌연변이, 대현자, 허무.’
속도는 점점 빠라졌다.
파랑새의 권능이 깃들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오직 원시천마만이 그 힘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박현명의 한계를, 모든 주박을 깨트릴 생각이었다.
‘비스트 로드, 대식가, 영원군주의 심장, 웨폰 마스터.’
어느덧 두 개가 남았다.
원형을 간직한 히든 특성은.
‘황금률의 드루이드······.’
그리고 그중 하나인 ‘황금률의 드루이드’에 가로막혔다.
원형을 최종적으로 진화시킨 형태.
그 벽이 다른 히든 특성들과는 차원이 다르니, 부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는 게 당연지사.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파랑새의 권능은 저걸 넘지 못하고 있었다.
‘한계인가?’
11개에서 만족해야하나?
어느정도 거래에 대한 약속은 지켰다.
이것만으로도 제한의 상당부분은 사라졌을 터.
하지만······ 묘하게 승부심이 발동한다.
‘파랑새의 권능으로도 넘지 못하는 벽이라.’
그야, 권능이 담긴 깃털에 불과하다.
원시천마는 그것을 변형시켜 히든 특성들이 적대하도록 만들었을 따름이다.
당연히 한계가 있다.
그러나 파랑새를 알고 있기에, 이게 얼마나 굉장한 일이지도 인지하고 있었다.
원시천마는 턱을 쓸었다.
이어, 결정을 내렸다.
‘내가 해야겠군.’
자신이 직접 부숴보겠노라고.
그는 파랑새를 뛰어넘는 존재다.
파랑새가 하지 못하는 일을 그는 할 수 있었다.
원시천마는 자신의 영혼을 박현명의 ‘문’ 안으로 입장시켰다.
그리고 보았다.
화아아아아아아!
거대한 황금률로 물결치는 용을.
여기서 원시천마는 감탄하고 말았다.
히든특성을 저런 형태로 진화시킨 것이다.
“넌 근원의 세계수로군.”
근원의 세계수가 박현명 내부에 뿌리내린 것이다.
저건 저 자체로 ‘신’이다.
박현명의 영혼을 지키는 신.
‘내가 침범하지 못한 이유가 저것이었나.’
작게 웃고 말았다.
어쩐지 아무런 영향도 끼칠 수 없더라니.
설마 저런 게 박현명의 혼을 지키고 있으리라곤 누가 알았겠나.
하지만 이곳은 영(靈)의 세계.
문을 열어준 건 박현명이었고, 이미 여기까지 들어왔으니, 자신의 침범을 막기엔 너무 늦었다.
원시천마는 자신의 격(格)을 발산했다.
그러자 영혼의 크기가 순식간에 비대해졌다.
-그오오오오.
황금률의 용이 비명을 내질렀다.
허나, 쉽게 당해주지는 않았다.
원시천마가 지닌 영혼의 격을 버티고 있는 것이다.
‘천상의 떨거지들보다 낫군.’
황금률의 용.
녀석은 진정으로 숭고했다.
문 안으로 들어온 게 아니었다면, 절대로 침범하지 못했을만큼.
전성기의 그라도 마찬가지로 침범하지 못했으리라.
“문을 열어준 너의 주인을 탓하거라.”
하지만 이곳은 문의 안.
이미 들어온 이상, 승리는 자신의 것이다.
파랑새의 권능 따위와는 비교가 안 되는 게 그였다.
오죽하면 천상이 직접 그를 봉인하고 감시했겠는가.
영의 세계에서 셀 수 없이 오랜 시간을 싸웠다.
그렇게 얼마를 상대했을까.
쿠르르르릉!
마침내 벽이 무너졌다.
황금률의 용이 쓰러진 것이다.
‘마지막 열쇠.’
이제 남은건 13번째의 히든 특성.
그게 무엇인지는, 얼추 예상이 간다.
‘천상.’
천상의 이름을 그대로 하고 있는 히든 특성.
그게 어떠한 형태로 모습을 드러낼지는 감이 안 잡힌다.
원시천마는 앞으로 나아갔다.
이윽고, 벽이 나타났다.
‘시체?’
그런데 벽 앞에 시체처럼 쓰러진 존재가 있었다.
그것도 지고하기 그지없는 강자다.
우주적인 괴물임을 보자마자 알아차렸다.
‘마혈왕.’
······ 바로 마혈왕의 시체인 것이다.
이 녀석도 세계를 오시한 마귀 중 하나였다.
설마 마지막 벽에 도전했다가 죽은 걸까?
원시천마가 고개를 들었다.
곧.
스윽.
벽의 위로, 자신의 앞에 거대한 눈 하나와 입이 튀어나왔다.
눈은 원시천마를 바라봤으며.
입은.
히죽!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허나, 원시천마는 웃을 수가 없었다.
도리어 표정을 굳힌 채.
오피러브
늑대훈련소
TXT viewer control
히든 특성 13개 들고 시작한다-38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