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385)
385. 레벨업.
부르르르!
원시천마의 신형이 순간 흔들렸다.
‘사라······ 졌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으니.
성공하리라 확신한 일이 실패했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 자신의 영혼, 그 절반이.
‘문’으로 진입시킨 꼭두각시가.
‘마치 증발한 듯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했다.’
허나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원시천마는 혼의 형태를 나누거나 ‘둔갑’시킬 수 있는 귀재였고, 실제로 파랑새의 깃털을 적으로 변형시켜 ‘문’의 안에 밀어 넣기도 하였다.
마찬가지로 원시천마는 자신의 영혼 절반을 나누어 박현명의 ‘문’ 안에 입장시켰다.
나머지 절반은 이 몸을 움직이며 마신을 상대했다.
하나, 그런데도 실패하리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비록 절반이라지만 그는 원시천마다.
하늘에 오른 최초의 대마귀.
천상조차 두려워한 만마의 정점!
수없이 벽을 부수고 한계를 넘어선 자였으므로.
파랑새의 깃털이 12번째 벽에서 좌절했으니, 자신의 영혼 절반이면 모든 벽을 부수리라 확신한 것이었다.
‘틀림없이 12번째 벽은 부쉈다. 하지만 13번째에서 소멸을 맞이했다.’
꼭두각시가 죽으면 꼭두각시가 경험한 정보는 모두 본체로 이관되어야 정상이다.
또한, 꼭두각시라지만 본체와 마찬가지의 독립성이 있으며, 스스로 사고하고 결정할 줄 아는 또 다른 원시천마와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자신과 같은 사고로 움직였을 터.
그런데 13번째 벽을 맞이한 순간 소멸했다.
정보의 이관도, 아무런 기척도 느끼지 못한 채로.
······ 영영 사라져버린 것이다.
대체 어떻게?
‘문의 안에 무엇이 있기에?’
히든 특성은 열쇠다.
가능성이다.
그러나 열쇠는 결국 문을 여는 용도.
한데, 열쇠 따위에 패배했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13번째 히든 특성은 단순한 열쇠가 아니다.’
그러니, 그건 단순한 열쇠가 아닐 것이다.
그저 열쇠라면 자신의 영혼 절반을 감당할 수 없다.
단언컨대 불가능하다.
문제는 도저히 추론조차 안 된다는 것이다.
13번째 벽이 무엇인지.
어떤 존재가 있는건지.
······ 여전히 문은 활짝 열려있다.
남은 절반을, 모든 혼을 쏟아넣으면 확실히 알 수 있을 터.
하지만······ 원시천마는 차마 도전할 수가 없었다.
이미 절반을 잃었으니까.
자신이 모르는 저 미지(未知)의 존재가, 나머지 절반마저도 소멸시킬까봐.
‘내가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두려운 것이다.
하늘조차 우습게 여기던 그가.
모든 신들을 농락하며, 아무도 막지못했던 전지전능의 대마귀인 자신이.
고작 인간의 가능성 따위에 겁을 먹고 있다는 게.
빠드득!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원시천마는 이를 갈며 생각했다.
그래. 자신이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억겁의 세월을 갇혀있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천하의 그라도 자아가, 사고가 흐트러질 정도로 오랜 시간이었다.
비록 영혼의 절반을 잃었으나.
‘전부 먹어치워야겠구나.’
원시천마의 눈이 파천신마에게 닿았다.
영혼의 크기는 마귀를 먹으며 키울 수 있다.
저 마귀 정도면 어느정도의 재생이 가능하리라.
계속해서 키우고, 키우고, 또 키워서, 다시 도전하면 되는 것이다.
자신이 부수지 못할 벽은 없으므로.
게다가 비록 13번째 벽을 허무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12개의 벽을 부쉈다.
그것만으로도 어느정도 틀은 갖춰졌다.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틀이.
가짜는 따라할 수 없는, 오롯이 대마귀만이 발현 가능한 능력이.
-육문개방.
순간.
-아수라파천무(阿修羅破天舞).
하늘이, 무너져내렸다.
*
심연이 진동한다.
곧이어 모든 게 파괴되기 시작했다.
마치 세상의 끝을 보는 것만 같았다.
-아아.
천마도가 잘게 떨렸다.
육문(六門)의 개방을 바라보며 감탄을 자아냈다.
-저것이야말로, 내가 닮고 싶던 이상이니라.
초대천마는 진리의 문을 엿보았다.
그곳에서 갇혀있는 원시천마를 보고 전율했다.
그야말로 궁극의 존재였으므로.
하여, 닮고싶었다.
넘어서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에겐 허락되지 않은 격이다.
그래서 자신의 영혼을 천마도에 봉인시킨 것이다.
모든 게 의도대로였다.
팔가의 선인에게 오문개방의 절반을 전하고, 언젠가 오문의 개방을 완성한 자를 천마신공을 대성한 천마가 잡아먹으면, 비로소 완성되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멍청한 천마는 그의 원대한 계획을 망가트렸다.
억지로 마신화 한 탓에 절반짜리로 완성된 것이다.
-드디어 때가 왔다!
그러나 괜찮다.
지금, 그가 바라고 바라던 원형의 존재가 바로 앞에 있으니까.
그것도 무척이나 약화되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갑자기 격의 절반을 잃었다.
지금이라면······ 가능하다.
천마도의 악신, 초대천마가 마신의 육체에 동기화했다.
찰나지간 두 영혼이 합쳐지며 더욱 비대해졌다.
쩌적!
합일을 이루어 또 한 단계 벽을 넘어섰다.
피부가 깨지며 탈피를 시작한 것이다.
곧이어 파천마신의 전신이 붉게 물들었다.
카아아아아-!
더 이상 인간의 형태라고는 할 수 없는 괴물.
온 몸에 수많은 ‘입’이 있다.
이어 그가 원시천마를 바라보았다.
원시천마는 심연의 혼돈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육문을 개방하자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무수히 많은 공간을 왜곡시켰다.
그리곤 그의 주먹에 모든 기운을 축약했다.
한 번의 타격으로 하늘을 부수는 힘.
원시천마는 지금, 압도적인 무력으로 이 심연 전체를 박살낼 작정이다.
전부 끝내버릴 생각이었다.
저 힘은 이곳 심연에 있는 모든걸 죽이리라.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기회다.
놈을 먹어치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원시천마는 모르겠으나 초대천마는 오로지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
“음······? 지금 뭐 하는······?!”
그때였다.
갑자기 원시천마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무언가에 의해 방해받는 듯싶었다.
“어, 어떻게 나를 밀어낼 수 있는 거냐······!”
아무래도 몸의 주인과 원시천마의 영혼이 부딪히고 있는듯싶었다.
틈.
완벽한 틈이다!
다시 없을 이 기회를 파천마신은 놓치지 않았다.
찰나, 파천마신이 공간을 접어 달렸다.
빛과 같은 속도로 순식간에 원시천마에게 닿자, 육체의 모든 ‘입’이 열렸다.
모든걸 빨아들이는 흡성대법의 완전형.
진리의 문에서 원시천마를 봤을 때부터, 초대천마의 목적은 오직 하나였다.
바로 원시 천마를 먹어치우는 것!
오로지 그 하나만을 위해 모든걸 준비한 것이다.
이 형태는 원시천마만을 먹어치우고자 준비한 흡성마신의 모습이다.
비록 절반만 완성되었다고 하나.
‘너 역시 절반에 불과하구나!’
그건 원시천마도 마찬가지였다.
놈의 그 비대하던 영혼 절반이 뜬금없이 증발한 지금이라면, 가능하다.
놈을 흡수하는 게!
동시에, 그는 원시천마의 기운을 흡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
뭐지?
저 눈.
원시천마가 아니다.
무언가 익숙한, 다른 존재였다.
분명히 존재를 빨아들이고 있음에도 전혀 당황치 않는다.
되려.
“오랜만이로구나, 천마도의 악신이여.”
여유로이 말했다.
그제야, 마신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원시천마가 갑자기 절반의 격을 잃은 것에 대하여.
··· 그 원인이 무엇인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건.
이 모든 발단의 ‘원인’이자 ‘원흉’이었다.
“너······ 는······.”
천마도의 악신.
그리고 그와 합일한 천마 역시도.
순간, 깨달았다.
부르르르르!
두려움이 밀려온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공포다.
처음부터 느꼈던 원인모를 이 기시감.
이윽고 그가 믿을 수 없다는 눈초리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감춰져있던 장막이 걷히며 모든 기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신이 농락당하고, 도륙당한 기억이었다.
끔찍하리만큼 처절하고 허무하게 유린당한 일.
하지만, 가장 무서웠던 것은 그런 게 아니다.
심연의 존재라면 모두가 본능적으로 두려워하는.
그들 전부를 심연으로 가라앉힌 존재.
“멸··· 망······!”
멸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
원시천마는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
적어도 ‘균형’을 맞추는데 있어선 꽤 진심이었다.
그래야만 마신을 상대하고 잡아먹을 수 있을 테니까.
【레벨이 올랐습니다!】
12번째 벽을 부수자, 멈춰있던 레벨이 상승했다.
이로써 레벨 8.
레벨 9까지 단 한걸음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내 육체가 레벨 9에 도달하면 란돌프와 함께 레벨 10에 이를 수 있다.
그리고 레벨 10을 완성하는 순간 초월이 가능해진다.
하여, 나는 기대하고 있었다.
13번째 벽.
‘천상.’
그것마저 부순다면, 마침내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았으므로.
하지만 실패했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으나 실망이 컸다.
‘겁쟁이로군.’
원시천마는 처음부터 절반의 영혼만을 떼내어 입장시켰기 때문이다.
전부를 걸지 않았다.
항상 전부를 걸어왔던 나에게 있어선, 실망스러운 선택인 것이다.
이런 놈이 대마귀라니.
다만, 놈이 절반을 잃음으로서 얻은 게 없는 것은 아니다.
일전 ‘마혈왕’이 도전했을 때도 결국 죽으며 남긴 게 있지 않은가.
히든 특성이 ‘마혈왕의 신’으로 진화한 일.
【히든 특성 ‘하늘을 오시하는 자’가 생성되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새로운 히든 특성의 등장.
그래서일까.
원시천마의 영혼을 밀어내는 게, 생각보다 쉬웠다.
원시천마는 지금 이곳 심연영역을 전부 파괴하려고 하고 있었다.
생각대로 진행되게 놔둘 수는 없는 노릇.
무엇보다.
덜덜덜덜덜!
마신은 마침내 기억해낸 듯싶었다.
신의 섬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그때였다.
벌벌 떨던 마신에게 변화가 생겼다.
공포로 얼룩진 두 눈이 이내 전혀 다른 기색을 띄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분노였다.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불구대천의 원수를 만났을 때에나 보이는 눈빛.
“네놈만은 용서할 수 없다, 멸망······!”
변한 것은 눈빛만이 아니다.
머지않아, 아수라파천무의 힘을 흡수하던 마신이.
쉬이이익-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앙!
······ 자폭했다.
*
떠올린 기억이 너무 자극적이어서일까.
아니면 두려움이 절정에 다다라서일지.
··· 놈이 갑자기 자폭하리라곤 나도 예상하지 못했다.
삶에 대한 의욕이, 힘에 대한 욕구가 강력한 놈이었기에.
스스로 죽음을 택할지 예상하는 건 아무리 나라도 어려운 일이었다.
문제는 그게 전부가 아니다.
단순히 마신화 한 놈이 혼자 자폭한 것이라면 괜찮았을 터다.
진정한 문제는 아수라파천무의 기운마저도 함께 폭사했다는 것이다.
창졸지간에 일어난 일.
거대한 폭발과 함께 상상을 초월하는 기운이 나를 휩쓸었다.
이는 여태껏 경험해본 적 없는 파괴력이었다.
적어도 순간적인 화력만큼은 란돌프가 지닌 절망의 기색을 뛰어넘었다.
순식간에 세계를 폐허로 만드는, 막을 수 없는 절대절명의 힘.
그런 힘이 바로 앞에서 터졌다.
오직 나를 죽이기 위해 일점에 폭발시켰다.
당연히 변신할 틈도, 저항할 시간도 부족했다.
생명의 불꽃이 점차 꺼져감이 느껴졌다.
이윽고.
언젠가 보았던 글귀가 눈앞에 떠올랐다.
《‘박현명’이 사망했습니다.》
《Game Over》
그렇게, 다시 한 번 나는 죽었다.
이전과 다르게, 보다 확실하게.
오피러브
늑대훈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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