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387)
387. 서비스 종료.
“······ 원탁의 기사단 ‘이자벨라’ 경께서 승리하셨습니다!”
카심은 인상을 찌푸렸다.
절대로 패배하지 않으리라 자신했건만.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고 확신했건만!
··· 벌써 연달아 세 번을 패했기 때문이다.
‘어찌하여?’
허나, 이해할 수가 없었다.
광휘의 기사단은 모두 카심 자신과 같았다.
그와 같은 무력을 지녔으니, 인간계에선 적이 없어야 정상이다.
그리고 실제로 저 ‘이자벨라’라는 여자는 자신의 실력에 미치지 못한다.
한데······ 졌다.
압도적인 실력차에도 불구하고, 패배했다.
더욱이 어이가 없는 건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힘도, 순발력도, 검술의 깊이 자체도 모두 비할데 없이 우월하건만.
“벌써 세 번이나 이겼어!”
“이자벨라? 처음들어보는데?”
“세렝게티 경도 못이긴 기사들을 연거푸······!”
“허, 원탁의 숨은 실력자인가보군.”
사람들은 경탄했다.
이곳 성도 아드리움에 모인 인원 모두가.
묵직한 이자벨라의 검이 계속해서 기적을 일으키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감탄한 이유는 그것만이 아니다.
“아름답다······.”
“눈을 떼질 못하겠군······.”
“마치 절벽위의 꽃을 보는 듯하구나.”
이자벨라가 변한건 심성만이 아니었다.
정말 모든 게 변했으니.
처음 뱀공주로서 사막도시에 있었던 때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었다.
사막도시 파이살메르를 통치하며 감히 범접하지 못할 기품이 생겼고, 수많은 시련과 깨달음을 통해 그녀의 육체는 탈피를 끝마친 상태였다.
뼈와 근육의 균형이 더할나위 없이 완벽한 대칭을 이루었다.
티한점 없는 투명한 피부와 자태는 어느 귀족도 따라오지 못할 수준이었으며, 친구 소노라를 구한 뒤로는 두 눈빛마저 여유를 머금은 것이다.
더 이상, 그녀를 힘들게 할 것은 없다.
마찬가지로 이겨내지 못할 것도 없었다.
-너는 스스로 별이 되었단다, 아이야.
그녀의 네임드 별, ‘요르문간드’는 말했다.
이자벨라는 스스로 별이 되었다고.
밝게 빛나며 세상을 아우르는 환한 별빛이 되었다고.
판게니아에서 그녀보다 더 빛나는 존재는 없을 터이다.
외면과 내면 모든 게 성숙해졌으며 비로소 완전해졌다.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
그래서일까.
이자벨라는 모두의 시선을 끄는 묘한 매력을 갖게되었다.
비단 인간만이 아니라, 요르문간드도 인정할만큼 강력한 분위기를 소유하게 된 것이다.
허나 그것은 쉬이 다가갈 수 있는 매력이 아니다.
범접할 수 없는, 그야말로 절벽 위의 꽃.
“······.”
심지어 그 아름다움은, 교만의 악마에게도 영향을 끼칠 정도였다.
아이언 왕국의 제왕, 프리드릭 왕.
그는 어느순간부터인가 얼빠진 것처럼 이자벨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그는 ‘교만’이니까.
자기자신을 최고로 여기는, 모두를 깔보는 존재.
자신을 너무나도 사랑하기에 다른 이를 눈에 담을 일은 없다.
‘내가······ 시선을 빼앗겼다니······.’
뒤늦게 정신을 차린 교만은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교만의 악마인 자신이, 인간 여자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이 좀처럼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홀린 듯이 말이다.
이는 억겁의 세월을 살아온 그에게 있어서도 무척이나 생소한 경험이었다.
광휘의 기사단을 상대로 연전연승을 이어나가고 있어서?
아니, 그런 게 아니다.
이유는 간단했다.
······ 아름다워서.
그가 갖지 못한 것을 소유하고 있으니까.
‘갖고······ 싶다.’
타락시키고 싶다.
망가트려 갖고 싶다.
이자벨라가 대결을 이어나갈수록, 그 욕망은 더욱 커져만 갔다.
“다음으로 광휘의 기사단 ‘알베트로’경께서 출전하십니다!”
진행자가 이름을 호명한 순간.
이후 ‘알베트로’ 경이 나선 찰나.
“아, 알베트로라면 부단장 아닌가?”
“그 악신의 왼팔을 베어냈다는······!”
사람들은 환호했다.
다른 이름은 몰라도 카심과 알베트로만큼은 역사서에 반드시 등장하는 이름이었던 탓이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두가 주목하기 시작했다.
“······ 아.”
그때였다.
광휘의 기사단 부단장 알베트로를 마주한 순간.
불현 듯.
이자벨라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상은 거기거 멈추지 않았다.
쩔렁!
손에 힘이 풀린 이자벨라가 검을 놓았다.
검이 바닥에 떨어지자 모두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기사가 상대를 눈앞에 두고 검을 떨어트리다니!
혹시 겁을 먹은 건가?
아니면 계속된 대결로 힘이 다한 건지.
“안 돼······.”
꽈아악!
이자벨라가 스스로 양팔을 쥐어잡았다.
천천히 자세를 낮추더니, 두려운 듯 바닥을 바라보며 더욱 심하게 몸을 떨었다.
믿을 수 없는······ 있어선 안되는 일이 일어났으니까.
지금의 이자벨라를 있게 한 사람.
언제나 이자벨라는 그의 존재를 느끼고 있었다.
운명. 혹은 인연의 실과 같은 게 이어져 있음을 자각했다.
하여, 더욱 모든 시련을 이겨내고 안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홀로 갇혀있던 어두운 세상에서 나와, 조금 더 표현하며 빛을 보게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건만.
그런데 지금.
··· 그 실이, 끊어졌다.
실이 끊어진 원인은 하나뿐이다.
“아, 안 돼······.”
이자벨라의 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럼에도 도저히 현실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지독한 현실······ 박현명의 죽음을.
다른 이들보다 몇 발자국 더 빨리, 그녀는 그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세상이 다시 어둠으로 물들었다.
*
황금의 정령이 가진 힘은 너무나도 강력했다.
모든 힘을 흡수한 게 아님에도, 마몬은 이미 예전의 마몬이 아니었다.
“바사라! 나는 네년이 제일 싫었다!”
힘에 도취한 삼군주 마몬이 칠군주 바사라를 압박해갔다.
허나, 바사라는 무적이다.
자신이 감정을 느끼는 상대에게만 타격을 입는다.
그럴진대.
‘조건이 강제로 풀리고 있다.’
저 ‘황금의 정령’이 지닌 힘은 너무나도 고차원적이기에.
그녀를 해석하고, 조건마저 강제로 해제하고 있었다.
저건 단순한 정령이 아니다.
‘황금의 정령은 주신급의 격을 지닌 괴물이다.’
주신(主神)이라 칭해지는 존재들.
신들 중에서도 주체가 되고 중심이 되는 신을 일컫는 뜻이다.
멸망조차도 쉽사리 주신을 죽이진 못했다고 전해진다.
예컨대 두 여신들을.
물론 마왕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여신 ‘피나’는 이미 격을 거의 잃어 웬만한 신보다도 못한 상태였다.
허나, 지금 눈앞에 있는 황금의 정령은 다르다.
온전한 주신급의 격을, 힘을 지니고 있다.
하여······ 흉내도 낼 수가 없다.
저 힘을 분석하는 게 쉽지 않았다.
바사라의 능력 이상의 괴물.
그게 바로 황금의 정령이었다.
허나, 그녀는 칠군주 바사라다.
··· 포기를 모르는 자.
“언제나 나를 내려다보듯 쳐다보았지. 고매한 용신이었으니 고작 정령이었던 내가 얼마나 하찮게 느껴졌을까?”
“··· 그조차도 기억해냈나보군.”
황금의 정령.
저것은 스스로 진리에 다가가게 만든다.
본래 삼군주 마몬은 평범한 정령이었다.
그것을, 마왕이 원시 정령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마몬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알아봤자 좋을 게 없을 테니.
“나는 진리에 다가섰다. 나야말로 진리이다.”
마몬의 두 눈이 황금빛으로 빛났다.
그의 주변으로 수많은 ‘황금의 정령’들이 떠다녔으며, 쉴 새 없이 빛을 뿜어내어 바사라를 압박했다.
그리고 빛이 닿을 때마다 바사라의 ‘조건’은 점차 해제되고 있었다.
“그극, 그그그그그극-!”
한데, 갑자기 마몬이 몸을 비틀어대기 시작했다.
허용량을 초과하는 힘을 흡수한 탓에, 폭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쿠르르릉!
콰콰콰콰콰쾅!
콰아아아아아앙!
빛이 발사되는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모든걸 부수고 소멸시키는 힘.
“나, 나나나나느느느느느느······!”
주신의 힘을 고작 원시정령 따위가 어찌 전부 품을 수 있겠나.
바사라는 마력을 전개했다.
‘이대로면······ 전부 사라질 거다.’
이곳 심연세계만이 아니다.
지구도, 사라질 것이다.
저 황금의 정령을 막을 수 있는 게 과연 있을지 의문이었으니.
그러니, 막아야한다.
적어도 여기서 끝내야했다.
콰릉!
그 순간이었다.
지하공동 아래로, 누군가가 벽을 부수며 나타났다.
말을 탄 채 나타난 존재.
그를 본 바사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 ‘가라앉은 황제’?”
가라앉은 황제가 왜 여기에 있다는 말인가.
황금 정령의 영역에는 결코 들어올 수 없었을진대.
-······.
가라앉은 황제는 말이 없다.
대신 지그시 마몬과 바사라를 쳐다보았다.
마치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이.
또한, 이곳에 나타난 건 그만이 아니었다.
-화, 황금의 정령이시여!
-분노를 가라앉히소서!
-저희들이 이곳에 있사오니······!
정령왕들.
불의 정령왕 아그니스.
땅의 정령왕 움.
바람의 정령왕 샨디.
그리고 물의 정령왕 이퀘렐이 지녔던 정수를, 바람의 정령왕 샨디가 품고 있었다.
문제는 그들 대부분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아그니스와 움은 한없이 작아져 사라지기 직전이었다.
뚝!
그러자, 언제 그랬냐는 듯.
폭주가 멈췄다.
“······ 처음부터 이럴 작정이었느냐, 가라앉은 황제여.”
그제야 바사라는 가라앉은 황제가 왜 대지의 산에서 무덤의 주인을 공격했는지 깨달았다.
그는 처음부터 이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산에서 정령왕을 꺼내어 황금의 정령을 안정화시킬 작정이었다.
그저 입구를 막고 있기에, 공격했을뿐.
아마 샨디의 봉인을 해제한 것도 가라앉은 황제이리라.
그때, 가라앉은 황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그럼?”
“이제 시작이다. 계약자인 ‘그’가 죽었으니.”
“그라면······?”
“불과 대지의 정령왕과 계약한 자.”
“······.”
박현명이, 죽었다고?
이 소란통에서 죽는 게 이상하진 않았다.
도리어 목숨이 몇 개라도 부족했을 터.
한데도 왜인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곧 두 정령왕은 소멸한다. 황금의 정령은 다시 폭주하겠지.”
폭주하면 막을 수 없다.
하지만 계약자가 죽은 이상 두 정령왕의 소멸은 확정이었다.
기껏해야 할 수 있는건 시간을 조금 끄는 정도.
허나 박현명이 죽었다는 말에 바사라는 잠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가슴한켠이 왜 아픈건지 이해도 되지 않았다.
바사라는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
“······ 내가 뭘 해야하느냐.”
“용신의 자격으로 물어봐라. 지금이라면, 답해줄테니.”
용신의 자격?
그 말을 듣고 바사라는 절로 고개를 저었다.
지금 그녀에겐 용신의 자격이 남아있지 않았다.
애초에 돌연변이였고, 용신의 자격 따위 있지도 않았지만.
용신들처럼 세계를 지키는 그러한 고아한 의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녀 스스로 자신을 용신이라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황금의 정령에게 무엇을 물을 수 있을까.
그럼에도, 바사라는 재차 가라앉은 황제를 향해 말했다.
“무엇을 말이냐?”
그러자, 가라앉은 황제가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은 읽을 수 없다.
이곳에 있는 심연의 주인들 중에서도 가장 오묘한 존재였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왜 움직이는지 무엇 하나 예상이 안간다.
하지만, 그는 생각보다 많은 걸 알고 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도 아는 듯했다.
이어, 가라앉은 황제가 바사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 ‘박현명’을 부활시킬 방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