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429)
429화 나만의 태고를 만드는 법.
판게니아 최고의 명장들이 모인 곳.
대장장이의 마을 ‘아지랑이’는 이른 아침부터 묵직한 망치 소리로 시끄러웠다.
깡!
까아앙!
“더 빨리! 기한에 못 맞추겠어!”
“‘아슬란 상회’의 건은? 다 됐나?”
“아직!”
“‘세르닐 왕국’에서 주문한 취임식에서 사용할 검은?”
“그건 장주(帳主)께서 직접 맡는다고······.”
“아, 젠장! 이게 얼마나 중요한 건데!”
대장장이들의 시선이 곧 대장간의 중심부로 모여들었다.
세계 최고의 명장들이 모여있으나,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자는 단연코 ‘장주’라 불리는 이곳 아지랑이 마을의 주인이었다.
수많은 보검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며, 살아있는 대장장이의 전설이라 불리는 남자.
하지만 최근 몇 주간 장주는 다른 일에 푹 빠진 상태였다.
“······.”
흰 수염이 가득한 장주의 눈은 한 남자에게로 쏠려있었다.
그 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는 듯 온 정신을 집중하는 상태였다.
‘악마의 재능이다. 이토록 청아한 망치 소리라니?’
쇠질은 시끄럽다.
고막이 아플 정도로 쳐대는 게 대장장이의 업이다.
하지만 이 남자의 쇠질은 달랐다.
‘고작 30일 만에······.’
까앙-
까앙-
한 치의 빗나감 없는 운율.
쇠, 그리고 불과 하나가 된 듯 미끄럽게 쳐대는 망치질 소리가 마치 천상의 선율을 듣는 듯했으니.
평생 쇠질을 해온 장주라서 그런 걸까?
눈을 감으면 마치 천사가 귓가를 간질이는 것만 같았다.
‘고작 30일 만에 모든 명장을 넘어섰다. 대장장이의 신이 보살피시는 게 분명해.’
믿겨지는가?
이 남자는 30일 만에 장주의 인정을 받았다.
‘찾아올 당시만 하더라도 어디 부잣집 도련님인가 싶었는데······.’
장주는 남자가 찾아올 당시를 회상했다.
-내게 쇠질을 가르쳐주시오.
남자는 30여 일 전, 불현 듯 자신을 찾아와 쇠질을 알려달라고 했다.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최고의 대장장이들에게 배움을 받고자 찾아오는 사람은 차고 넘쳤으니까.
심지어 몇몇 귀족들도 장주를 찾아와 제발 한 수 가르쳐달라고 읍소할 수준이었다.
남자의 행색이 딱 그랬다.
-몰락 귀족인가?
영락없는 몰락한 귀족의 태생 같은 모습.
가끔 있다.
승계가 밀리거나, 몰락하여 장주를 찾아오는 귀족들이.
-그냥 배움에 뜻이 있는 사람이오. 듣기론 이곳이 쇠질을 배우는데 최고라 하여 한 수 배우고 싶소.
말투도 영락없지 않나.
이런 자들 대부분이 근성이 없다.
원래부터 대장장이에 뜻이 있는 사람일지라도 3일 안에 떨어져 나가기 일쑤였다.
그런데 3일은커녕 하루도 채 못 버틸 듯했으니.
-일 없다.
장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내치려고 했다.
-이 정도면 되겠소?
······ 하지만 거절하기엔 너무 큰 돈이었다.
돈을 주고 배움을 사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었으나, 그 금액에도 한도가 있는 법.
그러나 남자가 내민 돈은 500만 골드였다.
500만 골드면 이 마을의 반년치 예산이다.
최강의 용병단 수백명을 1년간 고용하는 금액과 맞먹는다.
아무리 대장장이 업계가 호황을 맞이하고는 있다지만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액수였다.
한데, 이어진 남자의 말이 더 가관이었다.
-부족하면 말하시오.
······ 부족하면 말하라니.
어지간한 대도시의 부호도 선뜻 내밀기 힘든 액수.
이만한 돈을 거리낌없이 쓸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제국의 영주, 대륙 3대 상회의 아들 정도 되면 쓸 수 있을까?
-··· 중간에 포기하면 끝이다. 돌려주란 말은 하지 마라.
-알겠소. 열심히 굴려주시오.
-후회할 소리를 하는군. 그래, 바로 시작하지.
장주는 코웃음을 쳤다.
얼마나 잘나가는 집안의 도련님인지는 모르겠지만, 쇠질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만만하게 보다가 코가 깨진 이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장주는 직접 남자를 가르치며 더 무자비하게 굴렸다.
하루만에 끝을 볼 작정으로.
한데, 남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예 지치질 않는 듯했다.
도리어 잡일을 맡는 와중에도 장주의 망치질을 눈에 익히는 여유마저 보였다.
‘처음에는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싶었는데······.’
적어도 ‘배움’에 대한 갈망은 진짜인 것 같았다.
3일을 넘어, 7일 째가 되는 날 장주는 피식 웃으며 남자에게 망치를 쥐어주었고.
······ 그리고 보게 된 것이다.
‘칠일동안 내가 휘두르는 걸 본 것만으로도 웬만한 대장장이 뺨을 후려쳤지.’
악마적인 재능을.
아니, 신조차 울고갈 재능을 말이다.
“···주! 장주!”
“······ 귀 안 먹었다.”
장주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마찬가지로 표정을 굳힌 대장장이가 말했다.
“장주! 세르닐 왕국에서 취임식 때 사용할 검 말입니다!”
“······ 아. 그런 게 있었지.”
“그런 게 있었지 라니요?! 마감기한이 고작 일주일도 안 남았습니다!”
“흐음.”
장주는 어깨를 으쓱했다.
세르닐 왕국의 새로운 왕.
그가 취임식때 사용할 검의 주문을 그에게 해왔다.
세르닐 왕국은 ‘검’에 전통이 있는 나라. 왕국을 수호하는 ‘수호 성검’의 허락이 떨어져야만 진짜 왕으로 등극할 수 있다.
취임식 때 사용하는 검의 품질에 따라서 ‘수호 성검’은 이를 허락하거나, 허락하지 않기도 하는 것이다.
오래된 명검은 취급도 안 한다.
새로운 왕의 취임이니 진짜로 새롭게 검만을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세르닐 왕국은 취임식이 진행될 때마다 ‘아지랑이’ 마을에 의뢰를 맡기곤 하였다.
그 검은 모두 당시 아지랑이 마을의 주인인 ‘장주’가 만들었고 말이다.
300년간 이어진 업무.
“현. 네가 해볼 테냐?”
“자, 장주!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겁니까?”
“이미 실력은 충분해.”
“그, 그런 말이 아니라! 세르닐 왕국의 검은 300년 동안 ‘장주’가 직접 주조해왔습니다. 벌써 몇 대째 이어진 전통이라고요! 그걸 이제 고작 한달 배운 녀석한테 맡긴다니요?”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장주의 의견은 확고했다.
“‘수호 성검’이 이 녀석의 검을 어떻게 평가할지 나는 매우 궁금하다만.”
“그랬다가 세르닐 왕국에서 직접 항의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고요?”
“모르게 하면 되지. 여기 몰래 고발할 놈이 있나?”
“장주······!!”
“허, 참. 알겠다, 알겠어. 세르닐 왕국에 검 두 자루를 보내도록하지. 내 검과 이 녀석의 검. 그럼 되겠지?”
“······ 이 녀석이 그 정도라고요?”
한참 열을 올리던 대장장이의 눈빛이 착 가라앉았다.
지금 장주가 한 말은, 대장장이 사이에서도 금기되는 말이므로.
고작 한달 배운 녀석과 장주가 ‘대장장이의 자존심’을 겨룬다는 뜻이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10년을 휘둘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쇠질이건만.
하물며 이곳 대장간에서 일을 맡으려면 최소 10년 넘게 배워야만 했다.
“장주, 편애가 너무 심하신 거 아닙니까? 다른 대장장이들도 납득하지 못할 겁니다.”
그런데 장주의 일감을 고작 한 달 배운 녀석에게 맡긴다고?
그것도 대장장이의 자존심을 걸고?
승패는 정해져있다.
장주가 패배할 리 없으므로.
한 마디로, 이건 편애다.
한 달 배운 녀석을 띄워주고자 장주가 패를 깐 것이다.
“설마 차기 장주로 생각하시는······.”
말을 아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외의 경우는 없었다.
아지랑이 마을의 대장간에선 30년 넘게 일한 대장장이도 수두룩하다.
그들이 납득할 리 없다.
“그건 지켜봐야지. 능력있는 사람이 장주가 되어야하니.”
장주가 여지를 남겼다.
배움의 기간은 상관없다고.
오로지 실력만이 차기 장주의 자리를 가를 것이라고 말이다.
“현, 한 번 맡아볼 테냐?”
장주가 다시 물었다.
그러나 남자는 답하지 않았다.
깡-
까앙!
‘경이로울 정도의 집중력이군.’
······ 엄청난 집중력이다.
아예 외부의 세계와는 단절된 듯하지않나.
단절의 경지는 이곳의 명장들도 못하는 이가 수두룩했다.
장주가 미소를 지었다.
‘복덩이가 굴러왔어.’
*
망치를 쥐자 마음이 안정됐다.
잡생각이 사라지고 오로지 나와 모루, 그리고 망치만이 이 세상에 있는 것 같았다.
‘아바타들의 재능. 그 전부를 아수라계에 집어넣었다.’
천 명의 아바타들.
그들은 모두 나를 숭배하듯 따랐다.
덕분에 ‘아수라계’에 천 명의 재능이 등록됐다.
그중 SSS급의 재능은 세 개.
암살과 대장장이, 그리고 농사!
하지만 아무리 재능이 충만해도, 나의 의지가 비롯되지 않는다면 모두 부질없는 것.
‘절대자들은 모두 태고를 지니고 있었지.’
내가 바라는 건 ‘나만의 태고’를 만드는 것이었다.
태고등급의 장비가 멸망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직접 보았으므로.
최초의 불과 태고의 갑옷이 그 정도였을진대, ‘나를 표현하는 태고’라면 능히 천상에도 닿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용신회의 절대자들은 모두 태고의 장비를 하나씩 지니고 있었다.
아마도 태고용신의 추천이라는 게 ‘태고 등급’의 장비를 말하는 것이었을 터.
‘어디에도 없는, 오직 나만이 만들 수 있는 태고의 무기.’
내가 바라는 건 그뿐이었다.
최고의 명장들이 모인 ‘아지랑이 마을’을 찾아온 이유이기도 했다.
재능이 있어도 누가 가르치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차이를 가져오기 마련.
최고의 명장 아래서 한달간 배운 결과 어느정도 태는 갖췄지만······.
‘부족하다.’
태고에는 닿지 못한다.
나는 가만히 모루를 바라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단순히 실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명장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지만, 대장장이의 업에 재료와 도구의 질은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세르닐 왕국의 검이라.’
처음으로 맡게 된 일감.
세르닐 왕의 취임식에서 ‘수호 성검’에게 선보일 검을 만들라는 것.
동시에 장주와의 대결이었다.
장주 역시 직접 주조에 들어갔으니까.
두 자루의 검중 한 자루만이 ‘수호 성검’에게 선택받는다니.
‘······ 진심을 다해야겠군.’
정해진 규칙은 없다.
그저, 검을 만들면 된다.
그렇다면.
‘제대로 만들어보자.’
숨겨뒀던 비밀의 무기를 꺼낼 때가 된듯싶었다.
*
대장간의 명장들 모두가 숨을 죽인 채 두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현, 그리고 장주.
“장주의 실력은 여전히 일품이군.”
“음, 장주께서 저렇게 진심인 건 오랜만에 보는데?”
장주의 노련한 손놀림을 보며 대장장이들은 감탄을 흘렸다.
그가 진심으로 쇠질을 하고 있다는 걸 그들 모두가 깨달은 탓이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다고는 해도······.”
“절대 못이기지.”
“그냥 한 수 가르치시려는 것 아닌가?”
장주가 가르침을 선사하려고 나선 것이다.
승패는 결정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대장장이들은 혀를 차고 어깨를 으쓱이며 남자, 현을 바라봤다.
실력면으로는 절대로 장주를 이길 수 없다.
장주는 아지랑이 마을의 역사 속에서도 세 손에 꼽히는 명장 중의 명장.
신의 재능을 지녔다 해도 한 달만에 그를 넘어서는 건 불가하니까.
“포기한건가?”
“하긴. 자기가 뭘 만들어야할지도 모르겠지.”
반면 현은 가만히 있었다.
무언가 고민을 하는 듯.
어쩔 수 없다.
무에서 유를 만드는 일이다.
제대로 틀조차 잡지 못할 터.
“음······?”
“뭘 꺼내는데?”
“뭐야, 저건?”
“자, 잠깐······!”
그런데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한 현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걸 본 몇몇 대장장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초금속······! 초금속 오리하르콘!!!”
“··· 설마? 저게 오리하르콘이라고?”
“어릴 때 한 번 본 적 있어. 저 특유의 영롱한 빛깔! 오리하르콘이 분명해!”
주변에서 함성이 터져나왔다.
신의 광물, 초금속 오리하르콘.
······ 그건 대장장이들이 한 번이라도 다뤄보길 기원하는 꿈과 같은 금속이었으니까.
구하고 싶다고해서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한데, 저런 보물을 지니고 있었다니!
다만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실력으로 안 되니까 재료로 밀어붙여보겠다?”
“그래봤자 장주님한테는 안 되지.”
“수호 성검이 얼마나 까다로운데. 재료만 좋다고 다 명검인가?”
“초금속이 아깝군.”
비웃으며 조소를 흘리는 대장장이들.
평생 대장장이 직에 매진해도 초금속 한 번 다뤄보지 못하는 자들이 부지기수다.
그런데 이제 한 달 배운 녀석이 어떻게 초금속을 다루겠나.
‘보나마나 실패하겠지.’
‘차라리 날 주지······.’
‘애꿎은 초금속만 날아가겠어.’
*
검을 만든다.
집을 짓고, 세상을 만든다.
검 한자루에 하나의 세계가 있다.
튼튼한 집을 짓기 위해선 좋은 재료를 써야하는 법.
하지만 모든 집에는 용도가 있기 마련이다.
‘수호 성검은 왜 항상 새로운 검을 원하는거지?’
세르닐 왕국에서 새로운 왕이 취임할 때마다, 수호 성검은 마찬가지로 새로운 검을 가져오길 희망했다.
수호 성검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왕이 될 수 없다는 게 세르닐 왕국의 전통이다.
굉장히 까다로운 요구가 동반되기 때문이다.
나는 역대 취임식에서 사용된 검들의 내역을 주욱 살펴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 새로운 동반자가 필요한거구나. 수호 성검이라더니 호색한이었군.’
수호 성검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재밌지 않은가.
관점을 달리한 것만으로도 아예 다른 결과가 도출된다는 게.
웅장하고 겉멋들 필요는 없을 것이다.
여태껏 그런 동반자는 숱하게 만나봤을 것이니.
화려한 검은 셀 수 없을만큼 만나봤을 테니.
본질이 중요하다.
투박하더라도 항상 자신의 편에 있어줄 동반자.
세상에 없던 검을 만드는 것.
그것이, 나만의 태고로 가는 방법일 테니까.
까앙!
망치를 휘두른다.
수호 성검의 입장이 되어, 수호 성검이 바랄만한 상이 무엇인지 상상하면서.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기한에 맞춰 나는 겨우 검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검을 완성하자.
《다시없을 괴작!》
《‘반려검’이 완성되었습니다!》
《초금속 오리하르콘으로 만든 게 고작 반려검이라니! ‘대장장이의 신’이 보았다면 껄껄 웃으며 박수를 쳤을 것입니다.》
《이는 평범한 대장장이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검’의 세계.》
《자아를 가진 검이라면 반응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업적 ‘세상에 이런 괴작이?’를 달성했습니다.》
《‘반려검’의 등급이 책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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