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447)
히든 특성 13개 들고 시작한다 447화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군
-꺼져!
‘겨울’은 격동했다.
겨울 역시도 어느 정도 자아를 지닌 검이었기에, 마검의 구애를 알아차리곤 질색하고 있는 것이다.
“오오······! 마검이 공명하다니! 이런 적은 여태껏 한 번도 없었는데······!”
다만, 겨울과 마검의 목소리가 들릴 리 없는 블랙은, 두 검의 떨림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받아들였다.
마검의 이러한 구애를 그는 본 적이 없는 듯했다.
-내 사랑! 내게 와라!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게 해주마!
-아악! 꺼지라고!
결국, 겨울은 비명을 내질렀다.
점점 움직이던 마검이 이내 겨울의 검신에 닿았기 때문이다.
“······ 맙소사.”
그 광경을 보고 블랙은 온몸을 떨어댔다.
신을 마주한 신자가 이러할까.
다만, 나도 눈을 뗄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두 검의 공명이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 전혀 예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슬쩍, ‘겨울’을 쥐고 뒤로 물렸다.
-뭐 하는 거냐! 우리의 사랑을 방해하지 마라!
······진짜 미친놈인가?
확실히 제정신은 아닌 것 같았다.
혐오하는 소리를 들었을 텐데도, 마검의 구애는 멈추지 않았다.
돌연 세로로 서더니, 겨울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끼아아아악! 오지 마! 오지 마!
“오오오! 기적이다······! 마검이 자유의지로 움직이고 있어! 꼭 걷는 것 같군!”
-천년만년 행복하게 해준대도!
“자아를 갖고 있는 줄은 알았지만, 스스로 움직일 수도 있다니!”
-너 따위 마검이랑 어울릴 생각 전혀 없으니까 꺼지라구!
“이 정도의 강렬한 공명이면 사랑인가? 사랑의 힘인가?”
시트콤이 따로 없었다.
나는 다시 마검을 쥐어, 녀석이 ‘겨울’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놔! 놓으란 말이다! 젠장!
“······ 다른 검들은 이런 적이 없나?”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블랙에게 묻자, 블랙이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소수지만, 공명하는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다.”
“공명한 뒤에는 어떻게 됐지?”
“으음. 모르겠다. 대부분 잠깐 그러고 말았으니까. 그런데······ 이런 수준의 공명은, 하물며 마검이 이러는 건 나도 처음 보는군.”
블랙의 눈동자가 초롱초롱 빛났다.
진리를 좇는 마법사와도 같은 눈빛이었다.
허나, 공명했다고 별다른 변화는 없었던 모양이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마검을 향해 말했다.
“네 이름은 무엇이냐?”
-내가 너 같은 놈한테 내 이름을 왜 알려줘야 하는데!
“그럼 이 검의 이름을 알려주마.”
-사탄이다!
“사탄. 이 검의 이름은 ‘겨울’이다. 그런데 둘이 뭘 하려는 거지?”
-사랑이다!
“그러니까 검끼리 어떻게 사랑을 나누냐고 묻는 거다.”
-멍청한 녀석! 넌 사랑이 무엇인 줄 모르나 보구나!
“다시 지하바닥에 봉인해버려야겠군.”
-결혼이다! 우린 영원히 함께하게 될 것이다!
-우웩.
-내 반려가 되어라, 겨울!
-지인짜아 싫어!
둘의 대화를 들으며 가만히 턱을 쓸었다.
검끼리 결혼도 한다니.
생각해보니, ‘수호 성검’도 반려를 찾고 있었다.
반려를 찾으면 뭐가 달라지는 걸까?
그때였다.
경악한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던 블랙이 입을 열었다.
“······ 지, 지금 마, 마검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건가?”
“아아, 나한테만 들리나 보군.”
“아니! 신께서도 마검의 이름을 알아내지 못하셨는데······!!!”
경악을 넘어 실신의 경지에 이르렀다.
온몸을 잘게 떨어대며 블랙은 이어서 말했다.
“기간트는 오직 계약자에게만 이름을 알려주거늘. 진짜로······ 마검과 계약한 거로군.”
“이름을 알아내는 게 계약방법이라고?”
“보통은······ 그렇게 진행이 되지. 허어, 이럴 수가······.”
꿀꺽!
블랙이 침을 삼켰다.
“호, 혹시 그럼, 이것도 물어봐 줄 수 있겠는가?”
“무엇을?”
“스스로 진화한 방법을······ ‘룬’은 본래 다른 존재에게 먹히지 않으면 아무런 자아도 없는 돌멩이에 불과하니까. 만약 그 방법을 알아낼 수만 있다면, 아주 많은 게 달라질 걸세.”
블랙의 말투가 달라졌다.
날이 선 기색은 아예 사라진 뒤였다.
자신이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 들었나, 사탄?”
-그건 알려줄 수 없다!
또 시작이다.
“알려주면 ‘겨울’과 5분간 맞대고 있게 해주지.”
-아, 안돼!
-······사랑이다!
두려움에 떨어대는 겨울을 뒤로한 채, 나는 사탄의 말에 주목했다.
그런데, 사랑이라니.
“아까 했던 말 아닌가?”
-서로 공명하는 ‘룬’이 있다! 그러한 ‘룬’들은 서로에게 끌리지만, 맺어지긴 어렵다! 그저 공명할뿐 서로의 정확한 공명지점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공명지점?”
-저 작은 기술자들이 적절한 순간에 망치를 두드려대는 것처럼, 우리 ‘룬’의 사랑에도 적절한 공명지점이, 순간이 있다. 우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서로 간절히 원할수록 그 지점을 찾아낼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제 됐지!
“그럼 넌 이미 깊게 한 번 사랑을 했다는 소리로군.”
-······ 나는 결백하다! 그녀석은 내 사랑이 아니었어!
“사랑해야 한다면서?”
-강제로 맺어졌다! ‘천상’의 그 빌어먹을 신에게!
이 세상은 천상의 실험실 같은 곳이었다.
지금은 비록 버려졌으나, 천상의 실험이 진행될 때 스스로 진화하게 됐다는 소리다.
-나는 그 뒤로 내가 진짜 사랑할 나의 반쪽을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만났다! 겨울!
-내 이름 부르지마!
“··· 약속은 약속이지.”
-꺄아아아아악!
나는 겨울과 사탄을 강제로 포갰다.
살짝 현자타임이 오는 기분이었다.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후, 천천히 블랙을 향해 말했다.
“룬끼리 서로 사랑을 해야한다는군.”
“······ 그게 무슨 소리오?”
“‘공명지점’을 찾아야 한다는데. 나도 정확히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다.”
“공명지점······.”
3분여 가량을 고민하던 블랙이 무언가 짐작이 간다는 듯 입을 열었다.
“공명이라는 건, 한 치의 어긋남 없는 정확한 순간에 이루어지오. 신께서 말씀하시길··· 그 정확한 공명의 순간들에 망치와 모루를 다룬다면, 능히 신의 격을 지닌 검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 하시었소.”
“그럼 녹여서 다시 만든다는 소린가?”
“아아. 내 생각이 맞는다면 마검··· 사탄은, 서로 파장이 맞는 룬을, 정확한 공명의 순간에 재조합하여 만들어낸 존재 같소.”
“하지만 생명체에만 룬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겨울은 검이지 생명체가 아니다만.”
“자아가 있다면, 이 세계에선 생명이오.”
과연.
블랙의 말이 상당부분 이해는 되었다.
허나 여전히 의문인 점은 있었다.
“그 ‘공명의 순간’을 잡아내는 게 어려운가?”
“한 번이면 모르나, 완성될 때까지 단 한 치의 실수도 있어선 안 되오. 신조차도 힘들다 하셨소.”
“그걸 천상의 신은 가능케 한 것이고?”
“······ 우리 드워프들의 신보다 더 손재주가 좋은 신이 천상에 있다면 모르겠지만······.”
거의 불가능하다는 소리다.
하지만, 천상에는 있다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할 수 있겠군.”
“······?”
“내게 모든 기술을 전수하도록. 이 둘의 ‘공명지점’은 내가 찾아볼 테니.”
“······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자신없나?”
“······!”
블랙의 인상이 자동으로 굳었다.
자신 없냐는 말이, 그의 본능을 건드린 것이다.
이내 입술을 깨문 블랙이 말했다.
“···조건이 있소.”
“조건이라면?”
“압셀을······ 훈련시켜주시오. 그럼 내 모든 것을, 아니, 이곳에 있는 모든 블랙 스미스의 기술과 필요한 모든 걸 전수하리다. 신께 배운 것들까지 하나도 빠짐 없이 낱낱이!”
*
블랙과의 회담을 마친 이후, 안내받은 방으로 돌아온 나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압셀의 훈련이라.’
신의 아이라고 불리며, 드워프들의 희망인 구세주.
하지만 압셀은 나를 보고 즉시 도망쳤다.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낀 탓이다.
그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내 안에 깃든 힘을 제스스로 알아보고 도망친 건데, 숨겨봤자 소용이 있을 리 만무했다.
무엇보다, 기척을 숨기고 도망치는 능력이 일품이었다.
마음먹는다면 잡기야 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압셀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랐다.
순간 사라진 속도와 느껴진 기색으로 보아 마음만 먹는다면 이곳 땅굴에 지대한 피해를 미칠 것이다.
‘몸과 달리 정신은 어려보이던데.’
처음 보았을 때의 인상은 어린 짐승과 같았다.
함께 수련하던 다른 드워프보다, 정신적으로 덜 성숙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당연히 블랙에게 해당 문제를 문의해보았지만.
-잘 잡아서 훈련시켜주시오. 압셀의 생명만 붙어있다면, 우리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겠소.
블랙은 아예 자신의 소관이 아니라는 듯 말했다.
생명만 붙어있으면 된다는 것.
살려만 두면, 훈련의 방식이 어떻게 되든 신경쓰지 않겠다는 뜻인데.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강제로 잡아서 훈련시키는 수밖에 없나?’
잡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도 침묵한다 하였으니.
어깨를 으쓱하며 눈을 감고 주변을 탐지했다.
수많은 드워프들의 기척 가운데 압셀을 찾아야만 했으므로.
‘··· 기감에 잡히지 않는다?’
한데, 시간이 지나도 압셀로 추정되는 기색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둘 중 하나다.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멀리 있거나, 기척을 숨기는데 도가 텄거나.
천리 밖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녔는데도 잡히지 않는다는 건 압셀의 능력이 그만큼 출중하다는 의미.
‘진심으로 찾아야겠군.’
물론, 방법은 있다.
나도 진심으로 찾으면 된다.
넓게 마력을 펼쳐서 촘촘하게 그물망처럼 조이면 찾아낼 수 있을 터.
스으으으으으!
마력을 푼다.
실타래와 같이 무한정 뻗어냈다.
“가, 갑자기 숨 막히지 않아?”
“난 몸에 힘이 잘 안 들어가는 거 같은데······!”
바깥에선 즉시 반응이 나타났다.
촘촘한 마력의 실에 본능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허나, 이렇게 펼쳐놓은 이상,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내 기감을 피해갈 순 없다.
‘땅굴 안에는 없군.’
땅굴 전체에 마력을 풀었으나 잡히는 건 없었다.
그렇다면, 밖에 있다는 소리.
땅굴 바깥으로 영역을 넓혔다.
그리고 머지않아, 찾아낼 수 있었다.
‘······ 디트리히랑 같이 있다? 둘이 저기서 뭐하는 거지?’
*
“하아압!”
디트리히가 수호성검을 휘둘렀다.
쿠웅!
순간, 상처를 입은 거대한 공룡의 성체가 바닥에 쓰러졌다.
“하아, 하아, 하아······!”
수호성검이 룬을 포식한 것을 보며, 디트리히는 격한 숨을 내쉬었다.
“넌······ 뭐냐. 왜 날 따라다니는 거지?”
이어 뒤를 바라보며 나름 위엄있게 말했다.
디트리히의 뒤에는, 압셀이 있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디트리히가 땅굴을 나올 때부터 졸졸 따라다녔다.
“무슨 말이라도 해봐라. 날 따라다니는 이유가 무엇이냐?”
“······.”
“허, 답답하기 그지없군.”
디트리히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때였다.
“······!!”
갑자기, 압셀이 감았던 눈을 뜨더니.
후다다닥!
저 멀리 사라져버렸다.
정말 순식간에 말이다.
“······음?”
디트리히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원위치로 돌리자.
“까, 깜짝이야!”
바로 옆에, 팬텀이 있었다.
너무 놀라서 심장이 하마터면 녹아버릴 뻔했다.
“무, 무슨 일이십니까?”
“······ 네가 좀 수고를 해줘야겠다.”
“······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하겠습니다만··· 무슨 수고를 말씀하시는 건지?”
“압셀과 함께 훈련을 받아라.”
“예?”
“너희 둘을 직접 훈련시켜주겠다는 뜻이다.”
“······!!!”
디트리히의 두 동공이 순간 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오며, 팬텀의 무(武)에 대해 숱하게 경험하지 않았던가.
천외천.
아니, 디트리히에게 있어서 팬텀은 천외천외천외천외······의 존재였다.
‘미쳤다. 팬텀님과의 훈련이라니!’
오피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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