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446)
히든 특성 13개 들고 시작한다 446화
찾았다 내 사랑
마검.
자신을 쥔 자의 생명력, 혹은 마력 따위를 흡수해 강해지는 검.
강력하지만 그만큼 불길하고, 사용자를 죽음으로 몰아가기에 마(魔)에 씌인 검, 마검이라 불렀다.
허나 그렇다고 생명력과 마력을 요구하는 검이 모두 마검인 것은 아니었다.
사람을 죽이는 검이 마검이라면, 세르닐 왕국의 수호 성검도 마검이어야만 했다.
요컨대.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에 따라 성검과 마검이 구분되기도 한다는 거지.’
수호 성검처럼 말이다.
만약 세르닐 왕국의 초대 왕이 수호 성검을 쥐지 않았다면, 그리하여 왕국 시민들에게 각인되지 않았다면 수호 성검이야말로 마검이라고 불렸을 것이다.
‘대부분 마검이라고 알려진 검들은, 보통 쉽사리 주인을 정하지 않는 것들뿐이다.’
철을 다루고 검을 만들자 보다 일목요연하게 느껴졌다.
일종의 깨달음이었다.
검이란, 결국 쥐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는 걸.
성검이든, 마검이든, 스스로의 의지로 무소의 뿔처럼 나아간다면 결국 그 구분이 희미해지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하지만, 나는 지하 창고에 놓인 검을 보자마자 ‘마검’이라고 생각했다.
블랙이 극구 말리며 비명을 내지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건 만들어진 검이 아니다.’
누군가의 손을 타서 만들어진 검이 아니었다.
놀랍지 않은가?
검과 같은 모든 장비는 누군가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만들기 마련.
하지만 그러한 의도도, 목적도 보이지 않았다.
도리어······.
‘룬이 검의 형태로 진화한 것이다.’
그래서 마검이다.
왜 룬이 하필 검의 형태로 진화했겠는가?
룬을 포함시켜 억지로 검으로 제조한 게 아닌, 태생부터 룬 스스로가 검의 형태로 진화한 마검이었다.
피를 갈구하기 위해.
생명을 해치기 위해.
오로지 그것만을 위해 진화한, 포식자다.
삐이이이이이!
내가 마검을 쥔 순간, 블랙이 품에서 다급히 버튼 하나를 눌렀다.
그러자.
쿵!
쿠우웅!
문이 닫혔다.
지하 창고를 비롯한, 이 위에 존재하는 모든 거대한 문들이.
“뭐 하는 거지?”
“우리의 신께서 말씀하셨다. 그 검을 쥘 수 있는 자를 가장 경계하라고! 그것은 파멸의 짐승이니······!”
파멸의 짐승이라.
하기야, 이러한 검을 쥘 수 있다면, 정상적인 존재는 아닐 테지.
실제로 ‘마검’을 쥔 순간부터.
-다 죽여라! 베어라! 썰어라! 목이 마르다! 피를! 살점을! 룬을!
발광도 이런 발광이 없다.
어지간한 이들이라면 쥔 즉시 살인귀로 변할 것이다.
아니, 워낙에 불길하여 쥐려는 생각조차 못 하겠지만.
납치당한 대장장이의 신이 신신당부한 검이라니 더 흥미가 갔다.
게다가.
이런 검이 왜 이곳, 땅굴의 지하창고에 있는 걸까?
“처음 드워프들을 봤을 때부터 의문이었다.”
툭. 툭.
마검으로 어깨를 두드렸다.
마검이 아무리 발광해봤자 나의 정신을 헤집어놓을 순 없었다.
그러기엔 이미 나라는 존재가, 그 자아가 너무나도 비대해졌기 때문이다.
외부의 침입 자체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 세계 기사들의 관점에서 침략자는 너희 드워프들 아닌가?”
“역시······ 검의 악령에 먹혀버렸구나!”
“단순하게 선과 악을 나눌 수는 없다는 말이다. 성검과 마검의 경계처럼. 그저 그것을 다루는 자에 따라 이름이 바뀌곤 하니.”
블랙의 손에는 어느덧 거대한 검은색 할버드가 쥐어져 있었다.
자신의 몸뚱어리보다 커다랗고 위협적인 도끼.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그들은 우리를 학살했다. 잡아먹었다. 그로도 모자라 우리의 신까지 납치했단 말이다!”
“알차카를 죽였을 때 느껴지는 감정이 있더군. 미지에 대한 두려움. 아마도, 너희를 향해 있는 감정이었겠지.”
처음에는 나설지, 말지 고민했다.
허나 학살당하는 것만은 막아야 했기에 나섰다.
“원래 그렇게 살아온 존재들이다. 죽이고, 먹고, 진화하면서. 그것을 잘못됐다고 말하는 게 이상하지 않나? 아니면, 도망친 곳에 낙원이 있을 줄 알았나?”
결과적으로, 이들 드워프는 멸망에게서 도망친 종족이었다.
판게니아가 파괴되고 있을 때 자신들의 흔적을 지워가면서까지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무엇보다.
판게니아와 연결된 ‘제단’조차, 태초의 숲에 숨겨놨다.
엘프들의 숲에.
아마도 세계수와 함께 엘프들이 자연히 제단을 지킬 것이라고 여겼겠지.
하여 계속해서 마음에 걸렸다.
마검이 창고에 박혀있는 걸 보니, 더 확실해졌다.
“게다가 이 녀석을 본떠서 다른 ‘진화하는 무기’를 만든 것이었군.”
“······.”
이 창고에 있는 모든 무기들.
그 전부가 이 마검을 원형으로 하여 만들어진 복제들이다.
그렇다면, 이 마검은 누구의 검일까?
“블랙. 이 검의 주인은 누구냐?”
“······말해줄 수 없다.”
“어디서 훔쳐왔나?”
“훔친 게 아닌······.”
“왜 훔쳐서 저들을 자극한 거지?”
“훔치지 않았다고······!”
스윽!
마검을 한차례 휘둘렀다.
동시에.
“······!!!”
스컥!
쿵!
두껍기 그지없는 문이, 단번에 잘려나갔다.
검을 다룬다기 보단, 하나의 생명체를 대하는 느낌이었다.
-탈출이다!
마검은 신이 났다.
이 어두컴컴한 곳에서 나가, 바깥 세상을 접할 수 있음에.
다시 피와 살점을 맛볼 수 있다는 생각에.
이토록 본능적인 녀석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종말의 영향에서 자유롭다.’
또 다른 멸망, 종말을 비롯한 무수한 ‘어둠’들로부터 이 마검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 녀석 또한 ‘근원의 어둠’과 같은 존재라는 뜻이다.
아득히 먼 세월 전부터 어둠으로 군림했던, 신 말이다.
그래.
이 녀석은 어떤 자들의 ‘신’이었다.
누구의 신이었을지는, 명명백백했고.
“이 검은 저들의 신이다. 너희가 자신들의 신을 납치했으니, 마찬가지로 너희들의 신을 납치한 것이겠지.”
이제야 좀 그림이 그려진다.
왜 이들이 끝나지 않는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블랙 대장님! 괜찮으십니까?”
“항복하라! 얌전히 투항한다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어깨를 으쓱했다.
기간트를 착용한 드워프들이 문의 바깥을 지키고 있었다.
“······ 정말 그 검의 악령에 지배되지 않은 건가?”
침착한 표정으로 블랙이 물었다.
피에 굶주린 악령과는 거리가 멀어보이기 때문이겠지.
“그 반대다. 내가 이 검을 지배했다.”
-뭐, 뭐야? 악! 멈춰!
스스스스.
종말이 살짝,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만으로도 흥분한 듯 몸을 미친 듯이 떨어대던 마검이 잠잠해졌다.
허나 조용해졌을뿐 여전히 반항적이다.
틈만 나면 언제든지 욕망을 드러낼 녀석이었다.
‘제단에서 느낀 기색 중 하나가 이 검이었나보군.’
뿐만이 아니다.
이 마검은, 최초의 검이었다.
룬의 형태로 스스로 검이 된 것.
그 모든 게 최초였기에 이 마검은 저들의 신이 됐다.
한 마디로.
‘태고.’
태고의 가능성을 지닌 존재 말이다.
*
일촉측발의 상황.
다행히 블랙의 만류로 전투는 벌어지지 않았다.
애초에, 약속을 한 것도 그였고, 경보를 울린 것도 그였으니까.
“······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자신의 실책을 깨달아서일까.
여전히 퉁명스럽긴 했지만.
“내가 직접 가르쳐주마. 최고의 ‘블랙 스미스’가 나이니.”
드워프들 중에서 가장 영예로운 칭호가 ‘블랙 스미스’였다.
현재 남아있는 드워프들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블랙 스마스’는 블랙이었고.
그날부터 블랙은 내게 자신의 기술을 전달했다.
검에 룬을 집어넣는 방법.
룬의 종류에 따라 알맞은 조합과, 룬을 보는 방법 등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 말해주는 거지만, 우리가 먼저 저들을 자극한 게 아니다. 처음에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서로 화합해보려고 했다.”
기술을 가르치며 틈틈이 블랙은 드워프들이 이럴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늘어놓기 시작했다.
“우리 드워프들은 본래 평화적인 종족이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왔던 방식대로 기사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주며 공생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왜 전쟁이 벌어진 거지?”
“우리를 먹어치워, 우리의 기술을 빼앗아가려고 했으니까. 처음에는 서로의 필요를 인정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그들은 드워프의 손재주를 탐냈다.”
“굳이 공생하지 않아도, 먹어치워 손재주가 좋아지면 된다?”
“그렇게 생각했나보더군.”
“드워프가 죽어도 룬이 나오나?”
“이 세계에 있는 모든 생명은 죽으면 룬이 나온다. 너라고 다르진 않을 것이다.”
나한테도 룬이 생겼다?
이 말은 꽤 흥미로웠다.
딱히, 내 안에 룬이 생겼다는 느낌은 못 받았기 때문이다.
‘생명 그 자체를 룬으로 남기는 세계.’
세계의 규칙 자체가 다른 게다.
어쨌든, 블랙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처음에는 몰래몰래 드워프를 납치해갔다. 그렇게 진화한 끝에 어느 정도 손재주가 생기자, 대놓고 우리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신께서 그 검을 가져온 건, 그 검을 다루는 존재를 드워프가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셔서다.”
거짓은 아니다.
블랙의 어조엔 확신이 가득했다.
나는 마검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 검을 다룰 수 있는 존재가 누구지?”
“세 명의 왕들.”
과연.
억지로 문을 닫아버릴 수 있는 최강자들.
그들도 이 마검을 다룰 수 있다면, 내 생각보다 강한 존재들일 수도 있었다.
나는 가만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이미 완성된 검에 룬을 박을 수도 있나?”
“처음 만들 때 룬을 섞지 않으면 불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
처음부터 룬의 형태를 검으로 정제해야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쉬웠다.
최후의 겨울도, 인내도.
룬을 박을 수만 있다면 능히 그 이상의 등급으로 거듭날 수 있을진대.
스릉.
나는 겨울과 인내를 꺼내어, 마검과 함께 바닥에 놓았다.
“······ 척 봐도 알겠다. 엄청난 수준의 검이로군. 내가 만들 수 없는······ 누가 만들었지?”
블랙은 감탄한 표정으로 두 검을 바라봤다.
만들었다기보단, 조합해서 창조된 검이었다.
지고의 유일 등급.
사실상, 태고와 무등급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등급이라고 봐야겠지만······ 내가 바라는 건 그 이상이다.
나는 블랙의 말을 뒤로 한 채, 가만히 세 자루의 검을 살폈다.
······ 겨울과 인내를 이 마검에게 먹이면 어떻게 될까.
태고 등급으로 완성될까?
-찾았다! 내사랑!
그때였다.
돌연히 마검이 재차 발광하기 시작했다.
정확히 ‘겨울’을 향해서.
왠지 익숙한 기분이었다.
어디선가 이와 같은 일이 있었던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반려검을 만들 때 그랬지.’
살다살다, 검의 입장에서 검을 만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난생 처음 겪는 사상초유의 일.
반려검을 찾았을 때의 수호 성검이 이러지 않았을까?
그러고 보니, 수호 성검은 왜 자신의 반쪽이 될 검을 찾고 있었던 걸까.
‘이놈의 영향인가보군.’
이곳에서 만들어진 진화하는 검은 모두 이 마검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당연히, 수호 성검의 그 호색한 같은 기질도, 이 마검에 의해 생겼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니, 수호 성검만이 아니라 모든 진화하는 검들이 그럴지도 모른다.
애초에 생명의 총아인 룬에서 진화한 검.
이 마검 자체가 하나의 생명이라 봐도 무방했다.
그리고 자아를 가진 생명체가 사랑을 나누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다만.
-내게 와라, 내사랑!
나는 어이가 없는 눈빛으로 마검을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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