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445)
히든 특성 13개 들고 시작한다 445화
마검(魔劍)
정처 없이 사흘가량을 걸었다.
쉬지 않고 계속해서 걸은 결과 장로와 천여 명의 드워프들은 새로운 ‘땅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장로님께서 먼 길을 오셨군!”
검은 수염이 인상적인 드워프가 장로를 껴안았다.
그의 뒤에는 완전하게 무장한 드워프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검은색 투구와 갑주를 착용한 채 일렬로 줄지어 있는 게 훈련이 잘된 정예들을 보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장로의 땅굴 속 드워프들과는 각부터가 확연히 다른 모습.
“블랙. 환영해줘서 고맙네.”
장로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
그러나 환영이라고 말했지만, 분위기는 꽤 삭막했다.
사흘가량을 쉬지 않고 걸어온 탓에 드워프들의 체력은 고갈될대로 고갈된 상황.
어서 들어오라고 해도 부족한 판국에, 완전 무장을 한 채 그들을 맞이하고 있었으니.
“아닙니다. 장로님께서 저희를 찾아주셨는데 환영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이어, 블랙이라 불린 드워프가 장로의 뒤에 있는 나와 디트리히를 바라봤다.
“이자들은 누구입니까?”
“아, 그분들은 ‘판게니아’에서 온 귀빈들이네.”
“······ 판게니아요?”
블랙이 눈을 작게 뜬 채 의심 섞인 눈빛을 지었다.
하기야, 멸망한 줄 알았던 판게니아에서 사람이 왔다고 하면 의심부터 하는 게 당연한 일.
허나 그러한 의심보다는 경계의 기색이 더 강했다.
“사실 소식은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상급 기사 알차카가 죽었다고요. 저 인간들이 죽인 겁니까?”
“그렇네.”
“지금은 밀려났지만 그래도 한때 왕의 수호 기사까지 했던 놈인데······.”
“우리의 은인이지. 저분께서 우리의 신을 구출해주실 것이네.”
“······장로님.”
신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블랙의 표정이 굳었다.
물론, 찰나에 불과했다.
“아무튼, 알겠습니다. 먼 길 오시느라 많이 피로할 텐데 우선 들어와서 좀 쉬시지요.”
*
“와······.”
땅굴로 들어가자 디트리히가 감탄을 터트렸다.
장로가 다스리던 땅굴과 비교하면 모든 게 달랐으니까.
훨씬 더 크고, 체계적이며.
화르르르르륵!
꺼지지 않는 ‘불’이 있었다.
깡- 깡- 까앙-!
쉴 새 없이 망치를 두드리는 드워프들.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도 절대로 쉬지 않는다.
“하압!”
“흡!”
“더 몰아쳐! 상대를 죽일 각오로 임해라!”
그 반대편엔 연무장이 있었다.
검을 휘두르며 대련을 이어가는 드워프들. 바닥을 나뒹굴고, 살이 찢어져도 대련을 멈추는 일이 없다.
장로를 따르던 드워프는 천여 명 정도지만, 이곳 땅굴에 있는 드워프는 족히 수만은 되어 보였다.
아마도 가장 큰 규모의 땅굴이리라.
“어떻습니까? 장로님.”
“······여전히 전쟁을 할 생각인가?”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미 패한 전쟁······.”
“패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이렇게나 남아 있지 않습니까? 신을 따르던 최고의 대장장이 ‘블랙 스미스’들도, 그들이 다룰 수 있는 ‘기간트’들도, 재능 있는 아이들까지.”
장로의 표정이 무거워졌다.
블랙은 강경파였다.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어린아이들까지 모조리 동원해서라도 그는 이길 작정이었다.
온건파인 장로와는 본래 섞일 수 없는 기질.
장로는 이미 전쟁은 패배로 귀결되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적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는 괴물들이다. 죽지도 않고, 늙지도 않는다. 전쟁을 통해 훨씬 더 강력해졌다.
반면 그들은 어떤가.
전장의 선두에서 드워프들을 지휘하던 장로도 벌써 이토록 늙어버렸다.
힘은 다했고, 기력도 쇠하여, 기간트를 제대로 다룰 능력조차 상실했다.
“저 아이들도······.”
장로는 말을 잇질 못했다.
연무장에서 무기를 휘두르는 아이들이 눈에 밟힌 탓이다.
“남아있는 ‘기간트’를 다룰 아이들을 선별하는 중입니다. 다행히, 축복받은 천재들이 많지요. 저희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재능을 지닌 아이들입니다.”
“······.”
“상급 기사, 그 이상까지 능히 도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저 녀석은 정말 ‘신의 보물’ 같은 녀석입니다.”
블랙이 손으로 연무장의 구석을 가리켰다.
대련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명상 중인 드워프가 있었다.
장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압셀이로구나. 그 아이가 벌써 저렇게 컸나?”
“예. 압셀은 신의 피를 이은 게 분명합니다. 가장 강력한 기간트와 이미 계약을 끝낸 상태이지요. 엄청나지 않습니까? 상급 기사 일곱, 왕의 수호 기사도 이미 사냥한 전적이 있습니다.”
“신께서 저 아이를 남기신 건 저 아이를 전쟁 병기로 사용하라는 뜻이 아니었네만······.”
장로의 목소리에 아쉬움이 남았다.
허나 블랙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래서 말씀입니다만, 한 번 겨뤄보지 않겠습니까?”
“······ 무엇을?”
“상급 기사 알차카를 죽인 인간. 판게니아에서 왔다는 귀빈 말입니다.”
“아니, 그다지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네.”
장로는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거절의 의사를 표시했다.
압셀이 왕의 수호 기사까지 죽였다는 말은 놀랍기 그지없지만, 장로는 상급 기사 알차카가 인간의 손에 어떻게 죽는지 봤다.
단 한 방.
그것도 무기를 쓴 것도 아니다.
딱밤으로, 죽였다.
“장로님. 압셀의 가능성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이 전쟁을 저희가 이길 수 있다고요. 장로님께서 저와 함께하신다면, 우리는 다시 뭉칠 수 있습니다.”
“그만하지.”
“신은 이미 죽었습니다. 우리는 복수를 해야 합니다. 외부인이 아닌, 우리의 손으로. 직접 말입니다.”
“그만······.”
“그럼 저 인간에게 모든 걸 맡기자고요?”
블랙은 인상을 찌푸렸다.
100년이 넘게 지속 된 전쟁이다.
드워프들의 피해는 상상도 못할 수준이었다.
그것을, 갑자기 판게니아에서 찾아왔다는 근본도 모를 인간에게 맡기자니.
“···팬텀. 죄송합니다. 못 들은 거로 해주십시오.”
장로가 등을 돌려 뒤따라오는 남자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보자, 블랙의 안색은 더 굳어버렸다.
“나이를 먹더니 정말 약해지셨군요, 장로님. 그 용감무쌍하던 전사는 어디 가고, 겁 많은 드워프만이 남았다니.”
블랙의 눈이 팬텀이라 불린 인간에게 향했다.
인간은 믿을 수 없다.
멸망이 출현하고 인간들은 자신들만의 욕심 때문에 모든 걸 망쳤다.
그들에게 드워프의 미래를 맡길 수 없었다.
“인간. 정말 알차카를 혼자 죽였다면, 대련해보지 않겠나?”
“흠.”
“압셀과의 대련에서 승리하면 그대가 우리의 구원자임을 인정하고, 모든 자원을 아낌없이 주지.”
“그 자원이 ‘기간트’라도?”
“아아, 물론이다. 이 땅굴의 가장 깊은 곳에는 백년전부터 사용되어온 기간트들이 잠들어있다. 주인을 잃고 기동하지 않는 것들도 꽤 있지만······ 이긴다면, 원하는 기간트를 고를 수 있게 해주마.”
“나쁘지 않군.”
“받아들인 건가?”
“그래.”
“좋다. 그럼 바로 시작하지.”
블랙은 내심 미소를 지었다.
장로의 땅굴이 폭파했다는 소식은 들었다.
그 구역을 다스리는 알차카가 패배했다는 이야기도, 장로가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허나 그뿐이다.
알차카가 비록 상급의 기사라고는 하지만, 뒷방으로 밀려난 퇴물에 불과했다.
신세대의 기사들.
드워프의 신이 납치된 이후, 급속도로 부상한 신세대에 밀려나 수호 기사의 지위까지 잃은 녀석.
압셀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했을 일이다.
“압셀! 대련이다!”
블랙이 외치자 눈을 감고 있던 압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팟!
눈 깜빡할 사이에 블랙의 옆에 도달한 압셀.
무딘 드워프의 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빠르기였다.
허나, 압셀은 여전히 눈을 감은 상태였다.
압셀은 왕의 수호 기사를 죽일 때도 눈을 감고 있었다.
눈을 뜨고 상대할 정도의 강자를 여태껏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드워프의 희망은 압셀이었다.
저 인간이 아니라.
“압셀. 저 인간과 대련할 것이다. 승리할 수 있겠지?”
압셀이 팬텀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
“······압셀? 왜 그러냐?”
“······아.”
압셀의 몸이 떨리기 시작한 건.
압셀이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어느덧, 압셀은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있었다.
그 눈가엔 두려움과 공포가 가득했다.
그리고.
휘익!
······도망치듯, 사라져버렸다.
“아, 압셀?”
“······본능적으로 안 것이야. 이길 수 없음을.”
장로가 덧붙여 말했다.
허나 블랙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럴 리가······!”
오로지 전투를 위해 키워진 드워프였다.
절대로 패배하지 않는, 무적의 재능을 지닌.
적을 상대로 물러서는 법 따윈 모를 텐데도.
도망쳤다.
있는 힘껏, 도망쳐버렸다.
싸우지도 않고서 말이다.
“약속을 지켜야겠군, 블랙.”
“아, 아직 압셀은 패배한 게······.”
“블랙. 자네도 압셀의 반응이 무엇이었는지, 알고 있지 않은가.”
“······.”
블랙은 입술을 깨물었다.
맞다.
자신이 키웠으니, 모를 리가 없었다.
겁을 먹은 것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항거할 수 없는 존재를 만나,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블랙이 팬텀을 바라봤다.
압셀이 이 인간의 무엇을 보고 겁을 먹었는지, 그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압셀이 패배했다는 사실은 명명백백하였다.
약속을 지켜야한다는 소리다.
“······ 따라와라. 약속대로 창고를 개방해줄 테니.”
*
싸우기도 전에 결판이 났으나, 나는 내심 놀라고 있었다.
‘내 안에 깃든 멸망을 보았다.’
내놓지 않았는데도 볼 수 있다니.
아마도 ‘신의 아이’라 불린 게 사실인 모양이었다.
신의 피를 이은, 신의 재능을 가진, 드워프들의 희망 말이다.
그러나 그 반응은 거의 짐승과도 같았다.
싸우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는 존재.
“여기다. 이곳에서 하나 골라보도록. 그래 봤자 계약하긴 힘들겠지만······.”
블랙을 따라 지하의 최하부까지 다다르자, 거대한 문 하나가 나타났다.
블랙이 다가가자 문은 자동으로 열렸고, 그 안에 있는 것들은 그야말로 ‘무가지보(無價之寶)’의 보물들이었다.
수많은 무기들이 이곳에 있다.
‘전부 진화하는 무기들이다.’
수호 성검처럼 룬을 먹고 스스로 진화하는 장비들.
거의 극에 이르도록 진화한 최종 병기.
그 숫자가 족히 50은 넘어 보였다.
그리고, 아마도 계약을 통해서만 다룰 수 있는 듯싶었다.
나는 창고의 안은 스윽 둘러보았다.
이어, 창고를 거닐며 무기들을 하나씩 쥐어보았다.
“음······?!”
부르르르!
내가 쥐자마자 모든 무기가 하나같이 몸을 떨어댔다.
그를 보는 블랙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내 마음에 드는 것은 아직 없었다.
나는 한참을 더 들어가 벽에 걸려있는 검은색의 검을 바라봤다.
마검(魔劍)이다.
한눈에 보아도 다른 무기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불길한 검이었다.
“그건······ 손대지 않는 게······.”
“이걸로 하지.”
“아, 안 돼! 멈춰!”
블랙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는 거침없이 마검을 손에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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