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444)
444.화 한방 컷
꽤 신경 쓰였던 마력의 파장.
자신의 애완동물을 전멸시킨 녀석이 바로 저놈이다.
그걸로도 용서할 수 없을진대.
‘감히 나의 애검을 쥐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자신의 검을 아무렇지도 않게 쥐고 있는 놈.
모든 걸 포식하는 그의 애검이, 왜인지 반응하지 않고 있다.
“돌아와라. 바스티라.”
이름을 부른다.
“······.”
그러나 아무런 반응이 없다.
검, 바스티라는 놈의 손에 쥐어진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름을 부르면 바로 돌아와야 하는 데도.
“······바스티라.”
알차카가 얼굴을 구겼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이런 굴욕은 말이다.
쿠르릉!
알차카의 전신에 번개가 일었다.
거대한 천둥의 소용돌이가 그를 중심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드워프 놈들과 저 빌어먹을 놈 모두를 한꺼번에 날려버리리라.
알차카가 마력의 출력을 최대치로 올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콰릉! 콰르르릉!
하늘이 어둠에 잠긴다.
그곳에서 발생한 무수한 번개가 알차카를 향했다.
억겁의 세월 동안 진화한 끝에 ‘현상’마저 움직일 수 있게 된 게 그다.
상급 기사이며, 먼 옛날 ‘수호 기사’의 직위까지 올랐던 위대한 존재!
이 세계에서 감히 견줄 존재가 없는 피라미드 꼭대기에 선 ‘최상위 포식자’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으리라.
쿠오오오오오오오오-
한 점의 마력이 모여 거대한 면이 되고, 그 면들이 모여 세상이 된다.
마력도 같았다.
그의 전신에 모였던 점의 마력들이, 그의 손길에 따라 면이 되고, 곧 하나로 뭉쳐 거대한 태양이 됐다.
“도, 도망쳐라! 당장······!”
장로가 다급하게 외쳤다.
알차카의 마력에 휘말린 것만으로도 기간트의 장갑이 뜯겨나가고 있었다.
가공할 마력이다.
과거 수많은 드워프들을 공포에 빠트렸던 괴물이, 전력을 다한 공격.
저 번개의 태양에 닿거든 애써 쌓아둔 방벽들도 모조리 증발할 것이다.
그 사이에 있는 드워프들은 말할 것도 없다.
당연히 ‘판게니아’에서 온 두 귀인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터!
“전부, 사라져라.”
쉬이이이익!
알차카의 머리 위에 모여든 거대한 번개의 태양.
그것이 지면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움직이는 건 불가능하다.
마지 감전이라도 된 듯이 몸을 떨어대는 것 외에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늦었다······.’
장로는 탄식했다.
어떻게든 드워프의 생존을 위해 노력했지만 그것도 오늘부로 끝이었다.
최악의 수를 상정하지 못한 그의 잘못이다.
장로의 눈이, 한 남자에게 닿았다.
······ 이상하지 않은가.
이 상황에서도, 남자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고요한 눈빛으로 잠잠하게 다가오는 태양을 바라볼 뿐.
일체의 흔들림 없이 남자가 오른손을 뻗었다.
포기한 걸까?
장로는 도저히 남자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판게니아에서 왔다고는 하나, ‘상급 기사’는 백신전의 여느 신들 못지않은 무력을 지니고 있었다.
찬란한 문명을 보유했던 제국의 위대한 영웅들도 쉽사리 상급 기사를 상대할 순 없을 터였다.
그럴진대.
쿠르르르르르릉!
번개의 태양이 그대로 남자의 손바닥에 닿았다.
이어, 남자가 마치 쥐어뜯듯 태양을 움켜쥐었다.
장로는 자신이 보고 있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머, 멈췄어?’
분명히 태양을 잡았다.
신조차 소멸시킬 압도적인 공격을, 맨손으로.
그게 끝이었다.
쥐고 있던 손을 조금씩 접어 마침내 주먹을 쥐자.
스악!
······ 거짓말처럼, 태양이 사라졌다.
아무런 폭발도 일어나지 않았다.
원래 없었던 듯이 소멸해버렸다.
“뭣······!”
알차카도 당황하긴 매한가지였다.
모두 증발시킬 생각으로 전력을 다해 뻗어 낸 공격.
그것을 고작 손짓 한 번으로 사라지게 했다고?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놀라움도 잠시.
‘어, 언제?’
찰나,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낀 알차카가 고개를 돌렸다.
···언제 다가왔는지 모르겠지만 바로 옆에 ‘놈’이 있었다.
놈은 오른손의 엄지로 중지를 쥐었다.
마치 상대에게 딱밤을 날릴 때와 마찬가지인 자세.
알차카가 고개를 돌린 즉시, 알차카의 이마에 딱밤을 날렸다.
동시에.
꽈릉!
고막을 파고드는 그 소리가, 알차카가 들은 이번 생의 마지막 소리였다.
······알차카의 머리가, 그대로 터져버렸기 때문이다.
“······.”
“······.”
“······.”
모두가 할 말을 잃고 그 광경을 바라봤다.
어느덧 알차카가 죽은 자리에는 번개가 담긴 룬 하나가 존재하고 있었다.
죽은 것이다.
고작, 딱밤 한 대에.
상급 기사가 말이다.
“이게······.”
“내가 지금 헛것을 본 있는 건가······?”
믿기지가 않았다.
아니, 믿을 수가 없었다.
오랜 세월 동안 끈덕지게 드워프들을 괴롭힌 기사들.
그들의 신마저도 납치해, 드워프의 정기를 말라 비틀리게 한 괴물들이다.
알차카는 선봉장에서 수많은 드워프를 학살한 놈.
그것을 딱밤 한 대로 죽이는 게 말이 되는가?
“당신은······ 어떤 고명하신 신이신지요?”
장로가 떨리는 몸을 애써 이끌고 물었다.
저 정도의 무력이라면, 능히 주신(主神)이라 칭할만하다.
신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자들 말이다.
그러자, 남자가 답했다.
“‘팬텀’이다.”
*
드워프들이 고개를 조아렸다.
판게니아에서 그들의 구원자가 찾아왔다고 생각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팬텀님. 저희의 신을 구해주십시오!”
“구해주십시오!”
“이렇게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이마가 터지라고 바닥에 머리를 찌어댔다.
대략 천여 명의 드워프들이 전부.
나는 ‘번개의 룬’을 쥐고선 가만히 고민해보았다.
‘아우릴 선에서 정리할 수 있겠군.’
알차카 자체는 별 게 아니었다.
상급 기사라고 해서 어느 정도의 무력을 지녔나 지켜보았더니.
엘프 여왕의 자리에 오른 아우릴 정도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준이었다.
물론, 지금의 아우릴은 판게니아 전체를 놓고 봐도 한 손에 꼽히는 최강자다.
세계수의 축복을 부여받아 훨씬 강해졌으므로.
‘라이가와 같은 순수 실력자라면 더 쉬울 거다.’
마력이 강대하여 겉만 요란할 뿐, 스스로 경지에 오른 자가 다루기엔 쉬운 상대였다.
룬을 먹어 억겁의 세월 동안 진화를 했으나.
너무 쉽게 강해지는 탓에, 정작 내실은 부족한 듯싶었다.
물론, 현재의 라이가도 반신격에 이르는 강자다. 인간계에선 적수가 없고, 투신 카라스도 긴장해야 할 만큼 강하다.
어쨌거나······.
상급 기사를 한 번에 죽인 딱밤은 단순했다.
녀석이 지닌 마력을 진동시켜, 터트린 것에 불과하다.
이전이라면 불가능한 기예였을 테지만 또 다른 멸망인 ‘궤멸’을 먹어치우고 ‘거대한 마력’을 다루는 법에 관해 능해진 덕이다.
한 마디로.
‘이놈들의 천적이 나로군.’
마력의 양도, 순수한 기술적인 면에서도, 감히 천적이라 부를 수 있었다.
생각을 정리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구해주마.”
“아······!”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드워프들이 나를 구원자로 생각하는 듯싶었다.
하지만 이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대신 조건이 있다.”
“조건이 무엇입니까?”
장로가 물었다.
나는 번개의 룬을 그에게 내밀었다.
“너희의 기술을 내가 좀 배워야겠다.”
“룬을 다루는 법을 말입니까?”
“아니. 가진 기술 전부를 말하는 것이다.”
룬을 다루고, 진화하는 무기를 만들고, 더 나아가.
“······기간트 제조법까지를 말씀하시는 것인지요.”
“그래.”
“허나······ 기간트는 오직 ‘신’께서만 제작하실 수 있습니다. 기술을 알고 있다고는 하나, 감히 저희가 그것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기간트를 만드는 건 오직 ‘신’만 가능하다.
그 정도로 어려운 일이라는 뜻이다.
나도 개의치 않았다.
“기술만 알려준다 해도 상관없다. 그걸 만드는 건 오롯이 내 몫이니.”
이들의 기술은 내 호기심을 폭발시켰다.
단순한 대장장이의 기술을 넘어서 더 고도화한 문명이다.
진화하는 무기와 기간트를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나 또한 한층 더 강화되는 게 가능해질 것이다.
게다가 재료도 넘쳐났다.
사방에 있는 게 저 ‘기사’라는 것들이다.
한 번 겪어보니 알겠다.
기감에 잡히는 불특정 기사의 숫자가 상당하다는 걸.
고도로 진화한 룬이 기간트의 재료라는 것을.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장소를 옮겨야 합니다.”
간절한 건 드워프들이다.
무슨 조건을 제시한다고 해도 거절할 수 없다.
허나, 이만한 전투가 있었다.
다른 기사들에게 발각되는 것도 시간문제.
얌전히 기술을 배울만한 곳은 아니었다.
“갈 데가 있나?”
“예. 비록 뿔뿔이 흩어졌지만, 다른 동료들이 있는 곳을 알고 있습니다. 그중 제대로 ‘시설’을 갖춘 곳은 한 곳뿐입니다만······.”
동료. 같은 드워프를 말하는 것이다.
기술을 배우기에 적절한 장소가 있기는 있다는 의미였다.
곧, 장로가 파괴된 땅굴을 바라보곤 아쉬움이 담긴 음성으로 말했다.
“······이 땅굴은 폐쇄해야겠군요.”
꽤 오랜 시간 자리를 잡은 터전.
그곳을 스스로 폐쇄해야만 했기에.
*
꽈아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 폭발을 느낀 기사 다수가 폭발이 일어난 장소로 모여들었다.
“강력한 마력의 파장이 여기서 계속 느껴진다 했더니······.”
“드워프들이 알차카와 함께 폭사한 건가?”
“알차카가 고작 드워프들 따위에게 죽었다고?”
기사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상급 기사는 기간트도 씹어먹을 만큼 강하다.
하물며 알차카는 이 구역을 지배하는 절대자.
몇 대의 기간트를 파괴했기에, 다른 상급 기사들도 쉽사리 넘볼 수 없는 괴물이 알차카였다.
그러나 지금, 알차카는 죽었다.
알차카의 마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 절대자의 권위가 폭발과 함께 재가 되어 사라졌다.
“······ 이상한 냄새가 섞여 있다. 그리고 그 냄새의 주인에게 알차카가 패배했군.”
냄새를 맡던 한 상급 기사가 인상을 굳혔다.
묘한 냄새가 난다.
아마도 알차카를 죽인 자이리라.
“알차카가 패배했다고?”
“대체 누가?”
기사들의 정색에, 냄새를 맡던 상급 기사가 말했다.
“드워프가 아니야. 아예 다른 존재다. 그렇다고 해도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냄새이다만······.”
“새로운 ‘기사’가 탄생한 건가?”
“이제 막 탄생한 기사가 알차카를?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쯧, 냄새가 사라졌군.”
작게 혀를 찼다.
냄새가 곧 전부 증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맡은 묘한 냄새는 둘이었다.
“하여간 드워프들이 우리를 속이려고 땅굴을 폭발시킨 것이다. 땅굴을 전부 폭발시켜서라도, 우리의 시선을 피하고 싶은 이유가 있다는 건데.”
무엇일까.
대체 무슨 존재가 나타난 것인가.
상급 기사 알차카.
비록 강자들에 의해 밀려났으나, 한때 왕의 수호 기사까지 하던 놈이다.
그런 놈이 패배했다.
그것도 한순간만에, 죽어버렸다.
폭발하듯 팽창하던 마력이 한순간 사라진 걸 그들 모두가 느꼈기에, 확실하다.
그는 잠시의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왕에게 직접 보고를 드려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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