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464)
히든 특성 13개 들고 시작한다 464화
진리 그 자체인 자
진리가 보인다.
······놈에게서. 놈 자체에서!
하지만, 착각일 것이다.
애당초 ‘진리’란 무엇인가.
그것은 일개의 존재가 지닐 수 없는 불가해(不可解)의 영역이다. 너무나도 거대하고 압도적이라 발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헤아릴 수 없는 무한대한 지식을 엿볼 수 있게 해주었다.
‘천상의 신들조차도 진리 전체를 이해할 수 없거늘.’
그들조차도 진리의 부분, 부분을 겨우 이해하고 이용할 뿐이었다. 진리 전체를 온전하게 소유한 자는 단언컨대 있을 수 없었다.
룬드말.
그도 진리의 안에 발만 들였을 따름이었다.
고작 한 발자국을 디딘 것만으로 그는 모든 걸 이해하게 됐다.
알게 되었다.
그의 세계가 멸망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도, 앞으로 룬드말 그가 왕으로서 무엇을 준비하고 대비해야 할지도 말이다.
‘멸망은 진리의 지식을 꺼내올 수 있다 하나.’
더 나아가, 천상과 멸망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천상이 만든 무기인 멸망.
그들은 태초신의 인자를 빌어 만들어진 최종 병기다.
진리의 안에서 원하는 내용을 빼내어, 자신의 것처럼 체득하고 이용할 수 있는 자들이었다.
그러나······ ‘진리 전체’를 움직일 순 없다.
천상의 신들도 마찬가지다.
천상을 아우르는 강대한 존재들마저도 ‘진리’의 전부를 꺼내어 사용하진 못했다.
······한데.
눈앞의 멸망은, 달랐다.
놈에게서 진리가 보인다.
단순히 진리를 이용하는 게 보인다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뜻이었다.
‘진리는······ 하나가 아니었던가?’
그래서 더욱 이해할 수가 없는 게다.
놈에게서 보여지고 느껴지는 ‘진리’는, 그가 발을 디딘 ‘진리’와 달랐다.
이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것이었다.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도, 그걸 지키고 있는 껍데기조차도.
그래.
놈은. 눈앞의 ‘멸망’은······.
“‘진리 그 자체인 자’······라고?”
이름 붙이자면 틀림없이 ‘진리 그 자체인 자’이리라.
이 세계에서, 유일신인 그보다 더욱 격이 높은 존재는 그 외에 있을 수 없으므로.
조금씩 이해가 되고 있었다.
놈이 ‘진리’ 그 자체를 휘두른다면, 사탄을 인간의 형태로 만들고 이 세계의 규칙을 마음대로 깨버리는 게 가능할 것이었다.
한 마디로 무법자(無法者)다.
놈에게는 어떠한 규칙도, 법칙도 통하지 않는다.
다만.
‘아직 완전히 회복한 게 아니다.’
격의 회복이 더디다.
무엇보다 스스로 ‘진리’임을 완전하게 자각하지 않았다.
하기야, 그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저 멸망의 정신은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지 못할 터이니.
전혀 다른 존재가 될 것이니, 애써 부정하는 것일 터.
그래서 가능성이 있다.
룬드말.
그가, 이길 가능성이.
“······‘종말’은 모든 존재를 종말시킨다 하였지.”
종말의 탑이 떠오르며 멸망은 자신의 영향력을 처음으로 이 세계에 새겼다.
하지만 그때 떠오른 글귀를 똑똑히 기억한다.
룬드말은 미소지었다.
“거기엔 너 자신도 포함되어 있다, 멸망.”
종말의 힘은 멸망에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
촤르륵!
곧 지면을 뚫고 튀어나온 마력의 줄기가 멸망의 전신을 부여잡았다.
그래 봤자 멸망을 붙잡을 수 있는 시간은 10여 초가 되지 않을 테지만.
그 시간이면 충분했다.
쩌적!
쩌저저적!
순간 룬드말의 형태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육체의 한계를 벗어던지고, 진정한 ‘신위’를 발휘하기 위함이다.
그는 다시 신으로서 태어났다.
화르륵!
룬드말의 등 뒤로 12장의 날개가 솟아났다.
불의 날개는 태양보다 뜨거웠으며.
그는 어느덧 그 이상으로 강력한 ‘삼지창’을 들고 있었다.
“모든 존재를 찔러 죽이는 태초의 창이니라. 이미 내가 태초신의 영역에 발을 들이고 있다는 방증이지.”
세계가 그를 인정하고 있었다.
유일신이자 태초신으로서.
룬드말은 모든 신력(神力)을 태초의 창에 모았다.
일점으로 폭발시킨다면, 제아무리 멸망이라 하여도 소멸을 피하긴 어려우리라.
“사라져라.”
속박이 풀리기 직전.
룬드말은 ‘태초의 창’을 모든 신력과 함께 내던졌다.
쉬이이이이-
쿠우우우우우우우우웅!
일격을 당한 즉시, 세계의 선을 뒤흔드는 충격파가 일었다.
근원의 마력으로 뒤덮은 원이 미친 듯이 흔들려댔다.
곧 원의 천장이 뚫리며, 세계 전역에서 보일 정도로 긴 폭발의 줄기가 생겨났다.
허나.
“······이래도 안 죽는다고?”
룬드말은 인상을 찌푸렸다.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은 폭발의 속에서, 멸망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낸 탓이다.
하지만, 그 모습은 이전과는 분명하게 달랐다.
전신이 검게 물든 형태.
얼굴에는 날카로운 입이 나 있고, 머리 양쪽에 뿔과 같은 게 돋아 있다.
그것은 더 이상 멸망도, 종말도, 진리도 아니었다.
“‘절망’······.”
저것은 최초로 완성된 ‘절망’의 형태였다.
*
나는 궁금했다.
룬을 깨고 나온 룬드말이, 어디까지 다다를 수 있을지.
그의 가능성이 곧 이 세계의 가능성일 테니 말이다.
‘과연.’
그리하여 알게 되었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거대한 잠재력을.
충분히 되살릴 수 있음을 말이다.
세계는 결국 룬드말을 태초신으로 만들고자 하고 있었다.
하지만, 룬드말이 ‘태초신’으로 완성되는 건 내가 바라는 게 아니다.
‘가능성은 확인했다.’
상상 이상이었다.
판게니아와 비교해도.
아니, 판게니아보다도 더 강력한 잠재력을 지닌 세계였다.
《세계가 태동합니다.》
《세계 전역에 강력한 신력이 요동칩니다.》
《세계의 잠재력 필요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이스터 에그(창조자의 나무)’를 심을 수 있습니다.》
《단, 그러기 위해선 ‘세계의 근원’이 필요합니다.》
눈앞에 떠오르는 글귀에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관통력 100%를 돌파하자 생긴 이스터 에그. 창조자의 나무를 심기 위해선 ‘세계의 근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세계의 근원은 ‘종말’과 대치하고 있고, 현재 근원의 주인은 룬드말이었다.
그러니까.
‘룬드말을 죽여야만, 세계의 근원을 가져올 수 있다.’
룬드말을 죽인 뒤 세계의 근원으로 말미암아 창조자의 나무를 심는 것.
그리하면, 이 세계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리란 강한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룬드말이 지니게 된 신격은 대단했다.
‘흉과 재의 주신들도 상대가 안 되겠군.’
어쩌면 여신들보다 강할지도 모른다.
설마 태초의 무기까지 꺼내 들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착용자의 상태가 임계점에 도달했습니다.》
《‘태고의 갑옷’에 새겨진 또 다른 이름, ‘태고의 절망’이 발동합니다!》
결국.
나는 다시금, ‘태고의 절망’이 되었다.
일전, 제국제일검 라이가의 앞에서 변한 적이 있었다.
라이가는 본능적으로 이 형태를 보곤 두려워했다.
허나 내게는 ‘태고의 절망’으로 움직인 기억이 없었다.
그런데.
‘절망의 형태가 더 견고해졌다.’
태고의 검을 완성해서일까?
태고의 절망이란 태고의 갑옷 자체가 ‘절망’으로 바뀌는 것.
그 형태가 이전보다 더 강력해졌다.
검의 격과 기능을 더한 것 같았다.
아마도 현재의 내가 발휘할 수 있는 ‘최종 형태’라 봐야할 터.
게다가······.
‘느껴진다.’
기억을 잃었던 그때와는 다르다.
보이고, 느껴진다.
쩌억!
날개가 돋아났다.
룬드말의 것처럼 12장이 솟아나진 않았다.
단 한 장.
하지만, 그거면 충분했다.
나는 땅을 박찼다.
“······!”
공간을 접고, 시간을 뛰어넘어, 룬드말의 앞에 섰다.
룬드말의 인지를 뛰어넘었다.
태초신의 영역에 발을 들였다고는 하나, 룬드말은 아직 태초신이 아니기에.
나는 손날을 폈다.
그러자 손의 검은 기운이 세상을 베어버릴 듯 길게 늘어났다.
검이다.
태고의 검과 태고의 갑옷.
두 형태가 지금의 나로 합쳐진 것이다.
그렇다면, 마땅히 기능도 사용할 수 있을 터.
“차원 베기.”
촤악!
룬드말의 몸이 반으로 잘려나갔다.
룬을 베어내는 수준이 아니라, 존재와 함께 차원을 베어냈다.
그러자 닿은 모든 영역이 베어지며 그 속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꿀럭! 꿀럭!
룬드말의 잘려나간 몸에서도 같은 것들이 튀어나왔다.
“너··· 네놈 대체 무슨 짓을······!”
반만 남은 몸뚱이로 룬드말은 경악을 내뱉었다.
지금 내가 벌인 행위.
차원의 경계선을 베어버린 것이다.
그러자.
“불러와선 안 될 것을 불러오면 어쩌자는 것이냐······!”
보인다.
룬드말과 연결되어있던 또 다른 세상이.
···‘천상’이.
룬드말은 천상과 통하고 있었다.
놈을 죽이거나 자극하면, 틀림없이 튀어나올 줄 알았다.
확실해졌다.
‘룬드말이 태초신의 격을 가질 수 있도록 뒤에서 도와준 존재가 있다.’
아니라면 놈의 변신이 내 이해와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을 리 없으므로.
아무리 ‘룬’을 베어 영혼을 끄집어냈다지만, 룬드말의 변신은 너무나도 파격적이었다.
이 짧은 시간에 태초의 창까지 쥐게 됐다는 건 도저히 말이 안 된다.
“룬드말을 이용해 나를 죽일 생각이었나?”
꿀렁대며 튀어나온 것들이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한다.
저것은-
천상의 존재다.
보자마자 알았다.
“···‘파멸’이여.”
천상이 보유한 세 멸망 중 하나.
그중 첫 번째, ‘파멸’이라는 사실을.
―넌······ 거슬리는군······.
이내 완성된 모습은 인간에 가까웠다.
그리고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란돌프’와 비슷하게 생겼다.
거슬린다는 말.
아마도 그건 천상 전체의 의견일 터.
파멸이 손을 내밀었다.
곧이어 모든 신력과 마력이 요동쳤다.
감히 세계를 파괴할 듯 거대한 힘이.
하지만.
치직!
치지지직!
형태를 갖춘 파멸의 전신이 치직대며 흐려지기 시작했다.
뭉쳤던 모든 기운이 흩어졌다.
이에 ‘파멸’은 고개를 갸웃했다.
―‘용신회’······가 너를 보호하고 있나. 과연. 이해했다. 조만간······ 다시 만나도록 하지······.
스으으윽!
찰나 ‘파멸’의 형태가 사라졌다.
멈춰있던 세상의 시간이 다시금 흘러간다.
쉬이이익!
찢어졌던 차원의 경계도 빠르게 수복되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이 끝났을 때.
“······넌 대체 무엇이냐. 몇 개의 정체를 지닌 거냐. 대체 무엇이기에 천상이··· 아니, ‘파멸’을 물러나게 만든 거지?”
원래대로 돌아온 룬드말이 물었다.
천상이 문을 닫고 물러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파멸이 직접 모습을 보이고, 그랬는데도 물러났다.
내가 지닌 수많은 정체성에 대해 그는 묻고 있었다.
나는 나직이 말했다.
“박현명.”
그 순간이었다.
《제단이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판게니아’와 ‘무의 세계’가 연결됩니다!》
《‘판게니아’에서 소유한 모든 ‘탑’이 ‘무의 세계’로 유입되기 시작합니다.》
쿵!
쿵!
쿠우우웅!
세계 곳곳에, 탑이 솟아오른다.
수많은 종말의 탑이.
아니, 종말의 탑만이 아니다.
내가 소유한 수십 개의 ‘탑’이 주변을 수놓았다.
‘탑’은 영향력이다.
신들은 세계에 자신의 ‘탑’을 세워 영향력을 행사하곤 했다.
멸망도 그 ‘탑’을 정복하여 영향력을 늘려나갔다.
마찬가지였다.
이 ‘무의 세계’에 나의 탑들을 세워, 나는 가파르게 영향력을 증폭시켰다.
그아아아아아아!
그러자, 저 멀리서 ‘세계의 근원’이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종말의 힘도 마찬가지로 비대해져 ‘세계의 근원’을 역전한 것이다.
“나의······ 나의 세계다! 네놈이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곳이 아니란 말이다······!”
룬드말의 두 눈가가 부르르르 떨렸다.
나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세계를 되살릴 가능성의 확인도 끝난데다, 놈의 뒤에 있는 게 ‘파멸’이라는 걸 인지한 이상.
더는 놈에게 기회를 줄 필요가 없어졌으니.
구오오오오오오오오오-!
《‘종말’의 힘이 강화됩니다.》
《‘태고의 절망’과 ‘종말’이 만나, ‘종말 그 자체인 자’로 완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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