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466)
히든 특성 13개 들고 시작한다 466화
태고의 마석
모든 존재가 동시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둠이 만연한 세상.
하늘이 갈라진 듯 거대한 자국이 남아있었다.
세계의 반대편에 있는 이들에게도 보일 정도로 거대하고 선명한 자국이었다.
“······.”
“······.”
하물며, 그 장면을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의 놀라움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입을 다물고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 외에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세계를 좌지우지하던 한 존재의 끝을 두 눈으로 목도한 탓이다.
룬드말 왕은 세계 전역에 일으킨 영역으로 말미암아, 수십억에 다다르는 ‘룬’의 마력을 모조리 끌어왔다.
최종 형태로 진화하여 틀림없이 ‘극’에 이르렀다.
어떤 기사들도 도달하지 못한 궁극의 영역임이 분명했건만.
그리하여, 세계는 룬드말을 ‘최초의 신’으로 인정한 게 틀림없거늘.
“저 자는······.”
“저게 멸망······?”
지켜보던 기사들은 기겁했다.
도저히 믿기지 않았으니까.
제아무리 멸망이라 하여도 상상할 아득히 넘어선 위력이다.
룬드말이 검기 한 번에 사라진 것이다.
게다가 그 검기는 하늘을 반으로 나누었다.
지금 그들이 보고 있는 하늘은 멸망의 칼질 한 번에 도륙 난 상태였다.
“허어······.”
“룬드말을······ 그 룬드말을 진짜 죽였단 말인가?”
지켜보던 드워프들도 할 말을 잃긴 매한가지였다.
장로와 블랙, 그 외에 땅굴에 숨어 살던 모든 드워프들이 바깥으로 나왔다.
그들은 ‘룬드말 왕’이 죽었음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룬드말 왕이 전개한 영역은 그들의 마력조차도 빼앗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순간, 영역이 해제됐다.
룬드말의 야욕을 누군가가 저지했다는 의미다.
“팬텀······.”
장로는 그 이름을 작게 되뇌었다.
처음 만났을 때, 그가 진정 드워프들을 구원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다. 판게니아에
서 온 존재라고는 하나 세계를 지배하는 ‘세 왕’은 미치도록 강했으므로.
쿠르르르릉!
룬드말 왕이 기거하는 탑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가 죽었다는 가장 결정적인 증거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시, 신께서 돌아오셨습니다!”
“그, 그 말이 사실인가!”
“오오오오-!”
순간 장로와 블랙의 두 눈이 번뜩였다.
이어 드워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소란의 중심지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에.
디트리히와 한 여자가 서 있었다.
어느덧 육체를 재생한 드워프들의 신.
“···라무네님.”
“아아, 라무네 님······!”
라무네라 불린 여자.
그녀야말로 드워프들이 숭상하는 신이었다.
“······미안하구나. 나 때문에 그대들만 고생했어.”
라무네는 그들을 향해 짧게 고개를 숙였다.
잘못된 선택으로 오랜시간 드워프들을 고통받게 했으니.
룬드말에게 납치당한 이후에도, 드워프들은 포기하지 않고 용맹하게 싸웠다.
“아닙니다! 고생이라니요!”
“라무네님이 계신 한 우리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아무렴요! 아무렴요!”
드워프들의 눈은, 여전히 빛나고 있다.
희망으로 번뜩이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들은 그들의 신을 포기하지 않았다.
‘···나 혼자만 포기하고 있었던가.’
솔직히 라무네는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희망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고통스러운 건 자신만이 아니었을진대.
지하에 갇혀, 매일 육신을 뜯어먹히며 모든 걸 포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장 고통받은 건 이들일 것이다.
드워프들이야말로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으리라.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저들을 이끌어야 할 자신이, 혼자서 포기하고 있었다니.
라무네는 디트리히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아이가 나를 구했다. 이 아이가 없었다면 나는 전부 포기했을 게야.”
디트리히는 끝까지 라무네를 포기하지 않았다.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단 한 번도 믿음을 놓지 않았다.
덕분에, 그녀는 신으로서의 자각을 상기하며 빠르게 재생할 수 있었다.
라무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든 드워프가 디트리히를 바라봤다.
“아아!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고향 ‘판게니아’에서 오신 분이시지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이야말로 우리 드워프의 은인입니다!”
디트리히가 어깨를 으쓱했다.
공치사를 받자고 구한 건 아니지만, 이렇게 뿌듯한 기분도 처음이었다.
“그런데 같이 오신 분께선······.”
그때 문득, 장로가 입을 열었다.
그러자 디트리히와 라무네의 시선이 열린 하늘의 아래로 향했다.
이어, 심각해진 표정으로 라무네가 말했다.
“그는 룬드말을 소멸시켰다.”
룬드말의 소멸은 확정사항이었다.
주신의 격조차도 넘어섰던 그 룬드말을, 팬텀이 소멸시킨 것이다.
“그, 그게 진짜입니까?”
“허어어어······!”
“그분께선 어떤 신입니까?”
“라무네님께선 알고 계시는지요?”
판게니아 출신의 신이라면 마땅히 라무네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며 물어본 것이었다.
룬드말을 죽일 수 있는 자라면 신밖에 없을 터이므로.
‘어떤 신이냐고?’
라무네는 잠시 침묵했다.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판게니아에 존재했던 수많은, 위대한 백신전의 신들과도 전혀 궤가 달랐다.
그럼 악신들은 어떨까?
···글쎄.
악신이라 하기엔 너무나도 존엄하다.
하늘을 반으로 가른 단 한 번의 검기.
하늘에 떠오른 세 개의 별과, ‘황금선’ 그 자체를 온몸에 휘둘러 발산시킨 존재를 악신이라 부를 수는 없지 않은가.
신도 아니고, 악신도 아니며, 멸망조차도 아니다.
저 존재는 대체 무슨 신일까?
“굳이 따지자면··· ‘황금률의 신’······이라 해야겠지.”
“황금률의 신이요?”
“황금률이라면 세계수가 발산하는 ‘생명의 힘’ 아닙니까?”
라무네는 고개를 저었다.
황금률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물론, 신들도 제대로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황금률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힘이다. 진정한 혼돈의 힘이니라.”
“예······?”
“세계수의 황금률이 ‘혼돈의 힘’이라니요?”
“그, 그럼 혼돈의 신이라는 말씀입니까?”
라무네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본 팬텀은,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였다.
가장 완벽하게 ‘황금률’을 다룰 수 있는 자였다.
전설적인 드루이드들도 저 정도로 황금률을 구사하진 못했다.
고로, 팬텀은 ‘황금률’의 신이다.
그것의 주인이며, 그것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그러나 여전히 라무네의 표정은 펴질 줄을 몰랐다.
‘혼돈의 신이여. 그대는 이 세계를 끝낼 작정인가?’
하늘이 열린 곳.
그 아래에서, ‘세계의 근원’은 죽어가고 있었다.
종말의 힘이 근원을 집어삼키는 중이었다.
이대로면 이 세계의 멸망은 확정이다.
고오오오오오-!
근원은 끊임없이 비명을 내질렀다.
놀라운 일은 그 뒤에 벌어졌다.
쿵! 쿵! 쿵!
카아아아아악!
원시의 짐승들.
이 세계에 존재하는, 룬을 지닌 수많은 짐승들이 ‘세계의 근원’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한 것이다.
짐승들은 본능적으로 근원에 달라붙었다.
“왜, 왜 저러는 거지?”
“갑자기 짐승들이······.”
그 광경을 보며 드워프들은 기겁했다.
라무네는 짧게 설명하였다.
“······세계를 지키고자 스스로 룬을 바치고 있구나.”
근원이 종말에 지지 않도록, 룬을 바치는 게다.
세계를 구하고자 본능적으로 행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딴 세계, 망해도 쌉니다!”
“어차피 저희는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면 그만 아닙니까?”
“우리가 당했던 거에 비하면······!”
당한 게 있으니 드워프들은 꼴 좋다며 한 마디씩 거들었다.
그러나 판게니아로 돌아간다고 한들, 달라질 건 없었다.
‘레메게톤 왕.’
지금쯤이면 그 왕이 판게니아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을 테니.
결국, 가장 중요한 건 팬텀의 의지였다.
그가 나서지 않으면 레메게톤 왕 역시 막을 수 없을 터.
룬드말만큼이나, 어쩌면 룬드말 이상으로 까다로운 게 레메게톤 왕이기 때문이다.
그가 다루는 ‘그림자’는 한계가 없었다.
판게니아의 존재들은 절대로 레메게톤 왕을 막지 못할 것이다.
라무네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팬텀의 행보를 지켜보았다.
*
하늘이 열리고 룬드말 왕이 소멸하자.
세계의 근원은 그 즉시 종말에게 먹히기 시작했다.
“··· 멈춰라.”
강하게 의지를 담아 말했음에도 종말은 멈추지 않았다.
한 번 시작한 종말을 멈추는 건 애당초 불가한 일.
그걸 나도 알고 있기에, 이맛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내가 종말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종말은 본래 스스로 종말을 일으킬 수 없었다.
그런데 ‘종말’은 ‘태고의 절망’과 합쳐지며, 스스로 종말을 불러올 수 있게끔 변했다.
말인즉슨, 나의 제어를 어느정도 벗어났다는 이야기다.
‘태고의 절망이 종말보다 더 우세하다.’
최초의 불을 일으킨 존재라 하였던가.
종말이 느낀 공허함을, 절망감을 이용해 우위를 차지했다.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저것이야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를 꿰어내어 조종하는 모습이지 않은가.
실제로 종말은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종말의 의지를, ‘태고의 절망’이 멋대로 향유하고 있었다.
‘갑옷에서 마음대로 뛰쳐나갔다.’
태고의 절망은 본래 ‘태고의 갑옷’에 봉인된 상태였다.
그 봉인이 약해진 틈에 빠져나간 듯싶었다.
‘태고의 갑옷이 잡아두기엔 너무 커져버렸다.’
나는 고개를 돌려 룬드말이 소멸한 장소를 바라보았다.
후웅-
후웅-
검은색의 룬이, 묘한 소리를 내며 허공에 떠 있었다.
룬드말의 룬이다.
허나, 일반적인 룬은 아니었다.
‘태고의 마석.’
태고의 마석이다.
태고라 이름붙은 장비를 강화시킬 때 필요한 물건이었다.
허나 단 한 번도 나는 ‘태고의 마석’으로 장비를 강화시켜본 적이 없었다.
애초에, 마석 자체를 어디서 찾아야할지 감도 못 잡은 상태였다.
설마 룬드말의 룬이 ‘태고의 마석’으로 변할 줄은 상상지도 못 꿨고.
나는 천천히 ‘태고의 마석’을 쥐었다.
《‘태고의 마석’으로 ‘태고의 갑옷’을 강화합니다!》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다.
갑옷 자체를 강화시켜, 저 절망을 다시 가두는 것.
그리하여 ‘태고의 절망’이 마음대로 할 수 없게끔 만들어야 했다.
여기서 놈이 ‘근원’을 먹어치우거든 더 멋대로 날뛸 것이기에.
《‘태고의 갑옷’이 강화되었습니다!》
《‘진進 태고의 갑옷’으로 완성됩니다.》
《‘진進 태고의 갑옷’이 ‘태고의 절망’을 강제로 소환합니다.》
철컥!
차르르르르!
진 태고의 갑옷에서 긴 쇠사슬이 튀어나왔다.
이내 쇠사슬은 ‘종말’로 향했고, 종말의 안에 있던 ‘태고의 절망’을 강제로 끌어내기 시작했다.
곧 종말과 절망은 분리되었다.
순간 검은 악령과도 같은 무언가가, 말도 안된다는 듯 소리를 내질렀다.
「이, 이럴 순 없다! 종말로서 완전해진 나를 어찌······!」
*
레메게톤 왕.
세계를 뛰어넘어, 판게니아 대륙에 도착한 그는 즉시 그림자 군단을 풀었다.
그림자 군단은 하루가 다르게 영역을 넓혀나갔다.
그 기세와 위력은 마땅히 세상을 진동할 수준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수많은 ‘강적’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너른 땅.
바위 위에 앉아있던 레메게톤 왕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미 그의 주변엔 시체들로 즐비하다.
그리고 죽은 시체들은 ‘그림자 기사’가 되어 다시금 그를 지키고 있었다.
수많은 강자들, 내로라하는 괴물들이 모두 그의 먹이가 되었다.
“···과연. 이번엔 조금 덜 심심하겠구나.”
레메게톤이 미소지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을 토벌하고자 나타난 이들을 바라보았다.
“여태껏 상대한 놈들과는 비교할 수 없군. 너희가 이 세계의 최강인가?”
레메게톤은 인정했다.
동시에 나타났으나 전혀 다른 기색을 띈 자들.
그 기세는 실로 위협적이었으니.
과거 구제국을 떠받든, 하지만 심연에 떨어졌던 육각의 영웅들.
그리고 마계를 다스리는 마왕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오피러브
늑대훈련소
TXT viewer control
히든 특성 13개 들고 시작한다-46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