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122)
“저와 함께 하겠다고 한다면 희대의 요검(妖劍) 중 하나인 악즉검(惡則劍)을 드리도록 하지요.”
-웅성웅성!
암종주의 이 말에 장내가 술렁였다.
“악즉검이라고?”
“맞아. 요검 악즉검이라고 했어.”
“그, 그게 암종주에게 있었어?”
“세상에······.”
이렇게 놀라워하는 것은 시혈곡의 붉은 혁대를 차고 있는 무사들만이 아니었다.
등을 돌리고 있던 간부들 역시도 놀란 눈으로 암종주를 쳐다보았다.
심지어 암종주가 무슨 제안을 하더라도 자신 있었던 명도왕 손윤조차 악즉검이라는 말에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이에 목경운이 눈으로 주위를 훑으며 의아해했다.
고작 검 하나를 말했을 뿐인데 왜 이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걸까?
-하······ 악즉검이라니.
그때 목경운의 귓가로 청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 역시도 상당히 놀랐는지 목소리가 들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반응에 궁금해진 목경운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목각인형이 있는 가슴 쪽으로 집중하여 전음을 해보았다.
-악즉검이 뭔지 아나요?
-어?
반신반의하고 했던 전음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놀란 목소리로 대답했다.
-대체 어떻게 한 것이냐?
-아아. 전음이라는 거예요. 혹시 했는데 들리는가 보네요?
목각인형에 봉인되어 있기에 안 될 거라 했는데, 이 역시도 소리를 전달하는 수법이었기에 가능한 모양이었다.
-언제 이런 걸 다?
-저기 있는 초음곡주란 분한테 알려줬어요.
-음공을 한다는 저 중생 계집한테 배웠나보구나.
-네.
-들어본 것 같구나. 소림의 땡중들 중에도 이 같은 수법을 할 줄 아는 자들이 더러 있다더니.
-아무튼 왜 청령도 그렇고 다들 왜 놀라는 거죠?
이런 목경운의 물음에 청령이 혀를 찼다.
하지만 목경운의 경우 무림이라는 곳을 거의 모르다시피 했기 때문에 이를 설명해주는 게 맞았다.
-병장기를 만드는 대장장이들 중 소위 명장이라 불리는 이들이 있다. 그런 그들이 만든 병장기들은 명성을 높아지면서 명검 혹은 절세병기라 불리우지.
-들어본 것 같기는 하네요. 의천검이나 간장, 막야 같은 거겠죠?
-그래. 그거다.
-네?
-간장과 막야.
-간장과 막야?
-그래. 그것들은 명검이라 불리면서도 요검이라 불리우지.
-그것까진 모르겠네요.
목경운은 할아버지를 통해 글과 학문을 배웠다.
학문에서 여러 고사들을 들었고 간장(干將)과 막야(莫耶)가 임금 합려의 청으로 막야의 머리털과 손톱을 넣고서 가마를 달구어 만들었다고만 알고 있었다.
-간장과 막야의 스승이 누군지 아느냐?
-스승? 혹시 구······.
-그래. 악즉검은 그들의 스승인 대명장 구야자가 만들었다.
그 말에 목경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구야자라고 한다면 당대 아니 현재까지도 최고의 장인이라 불린다.
대명장 구야자(歐冶子).
아직까지도 최고의 명검들이라 불릴 만한 것들은 춘추 시대로부터 만들어졌는데, 그 명검의 절반을 월(越)나라의 대명장 구야자가 만들었다.
거궐(巨闕)과 담로(湛盧), 순구(純鉤), 승사(勝邪), 어장(魚腸), 용연(龍淵), 태아(泰阿), 공포(工布) 등 희대의 명검들이 전부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이것은 워낙 유명한 일화와 고사들이 많아 조금만 공부를 했어도 알 만한 명검들이었다.
-흥미롭네요. 구야자라니···. 한데 악즉검은 처음 들어보는 것 같네요.
-그럴 만도 하지. 그건 구야자가 감추고 싶어 했던 검들이니까.
-감추고 싶어 한다뇨?
-말 그대로다. 아주 오래전 장인들 간에 내려오는 기이한 전설이란 게 있었지.
-기이한 전설이 뭐죠?
-살아있는 인간을 공양해 그 살과 피로 검을 만들면 최고의 명검이 탄생한다는 전설이다.
살아있는 인간으로 검을 만든다고?
보통 사람들이었다면 소름이 끼치다 못해 경색을 표할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 말에 목경운은 입꼬리가 위로 실룩거렸다.
-멋지네요.
-뭐?
-아니에요. 그러면 그 악즉검이라는 게 살아있는 인간을 공양해서 만든 거라는 건가요?
-그건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구시대의 사기(史記)에는 구야자가 녹일 수 없다는 관야흑철을 녹이는 데 성공하여 알려지지 않은 요검 몇 자루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런 그녀의 말에 목경운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명검이 아니라 요검이라 부르네요.
-그렇게 불리는 이유가 있지. 그건···.
그녀가 대답하려고 하는데, 그때 명도왕 손윤이 나서며 말했다.
“악즉검이라니? 그것을 어찌 암종주 귀공이 가지고 있는 건가?”
이런 그의 물음에 암종주가 입가를 가리며 답했다.
“오호호. 어찌하다 보니 얼마 전에 운이 좋게 소인의 손에 들어오게 되었지요. 개인적으로 명성이 있는 병장기들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다 보니 말이죠.”
“수집?”
“네. 명도왕 어른의 대제자 우호랑 대단주에게도 제가 소장하고 있던 명도 호궐을 선물하지 않습니까?”
그 말에 명도왕 손윤은 6년 전을 떠올렸다.
대제자 우호랑이 대단주의 직위에 오른 선물로 암종주가 명도 호궐(虎獗)을 선물했다.
명도 호궐은 당대 장인 중에 가장 뛰어나다고 알려진 무하태가 만들어낸 명도로 거석(巨石)조차 일도에 베어내는 날카로움을 지녔다.
우호랑에게 너무도 어울리는 도였었다.
“······그건 아직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네. 하나 지금 말하는 그것은 요검(妖劍)일세. 말 그대로 저주받은 검이 아닌가?”
‘저주?’
이건 무슨 소리지?
의아해하는데 암종주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괜찮다는 듯이 말했다.
“그저 주인을 찾지 못한 검입니다. 선택받은 주인에게는 한없이 명검이죠. 그 명확한 예가 있지 않습니까? 정의맹 부맹주 위탁현의 호작이라든지 말이죠.”
그 말에 또다시 장내가 술렁였다.
정의맹 부맹주 위탁현.
육천팔성(六天八星) 중 팔성(八星)의 일인으로 검으로는 현 무림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검수였다.
한데 이들이 놀라는 이유는 이 위탁현이라는 절세고수 때문이 아니었다.
손윤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 호작을 가졌던 옛 소유자들이 하나 같이 반년도 못 견디고 병사(病死)한 것을 몰라서 하는 소린가?”
그랬다.
대명장 구야자가 만들었다고 알려진 또 다른 요검 호작검.
그것으로 인해 수많은 검수들이 피가 난무하는 다툼을 벌였고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는 일이 있었다.
한데 이 검을 가졌던 주인들은 하나 같이 반년 안에 병사했다.
“그것은 너무 위험···.”
“하나 위탁현은 십오 년째 멀쩡하지 않습니까?”
모두가 병사했다.
하지만 유일한 예외가 팔성의 일인인 정의맹의 부맹주 만지역검(滿志逆劍) 위탁현이다.
“그는 벽을 넘은 절세고수네. 여태까지의 주인들과는 다르지.”
그 말과 함께 손윤이 목경운을 쳐다보았다.
아무리 무재가 뛰어나다고 한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원석이라 여기고 있는 그였다.
그런 원석에게 요검을 주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요검은 괜히 요검이라 불리는 게 아닐세. 차라리 이 아이를 꼬드기고 싶다면 다른 수집품으로 대체하는 편이···.”
“좋군요.”
“뭐?”
순간 목경운의 그 말에 손윤이 미간을 찡그렸다.
지금 이 녀석 뭐라고 한 거지?
방금 자신이 뭐 때문에 그 요검이 위험하다고 한 건지 제대로 못 들은 건가?
하고 있는데 목경운이 말했다.
“암종주께 가게 되면 그 악즉검이라는 검을 주신다는 거로군요.”
“너?”
이 녀석 설마 대명장 구야자가 만든 검이라고 하여 탐을 내는 건가?
이에 명도왕 손윤이 다소 무거워진 얼굴로 만류했다.
“아서라. 그건 아직 네가 탐낼 만한 검이 아니다.”
“탐낼 만한 검이 아니라고요?”
이런 되물음에 손윤이 혀를 차며 말했다.
“너를 무시해서가 아니다. 방금 전에 말했듯이 요검은 말 그대로 요검이다. 아직 젊어서 호기가 강해 본 왕의 말을 가볍게 흘리는 듯한데 괜한 탐욕이나 호기심으로 접근할 만한 검이 아니다.”
이것은 손윤이 진심으로 하는 경고였다.
위탁현으로 인해 워낙 구야자의 요검이 각광을 받았으나, 십오 년 전만 하더라도 네 명의 주인이 그것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손윤은 호작검의 사례로 보았을 때 악즉검 역시 다를 바가 없다고 여겼다.
-어떻게 생각하나요?
목경운이 청령에게 전음을 보냈다.
그러자 그녀가 답했다.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본좌가 죽기 전에도 대명장 구야자의 요검들로 인해 무림에 피바람이 불었었지.
-한 자루가 아닌가 보네요?
-그래. 그게 총 몇 자루인지 알 수 없지만 알려진 몇 자루가 있지. 호작, 겁살, 악즉······.
죽었지만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하다.
한 지방의 관인과 거상에 의해 무너진 왕릉에서 발견된 세 자루의 검.
그 세 자루의 검은 당시 무림에 피바람을 불러왔다.
이를 떠올리던 그녀가 이내 말했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죽기 전이었다면 절대로 그 요검에 욕심을 내지 말라고 했을 거다.
-지금은요?
-요검에 만약 원혼이 있는 거라면 이 역시 네겐 힘이 될 수 있겠지.
이게 청령의 솔직한 의견이었다.
이미 청령의 격이었던 자신을 비롯해 고독(蠱毒), 봉인되어서 약해졌다고는 영수(靈獸) 급의 이매망량의 요력까지도 흡수하여 자신의 힘으로 만든 목경운이었다.
이를 감안한다면 아무리 악명 높은 요검이라고는 하나 그 정도로 위험한 수준의 어마어마한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한데 설마 요검 때문에 암종주를 선택하려는 건 아니겠지?
청령의 물음에 목경운이 빙그레 웃었다.
당연히 그건 아니었다.
요검이라는 것에 흥미가 생겼다고는 하나 그것이 계획해둔 목적을 바꿀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그런 이유는 아니지만 공교롭게 되었네요.
-중생 너?
그녀는 계속해서 오왕 둘 중에 한 사람을 선택하는 것을 권했었다.
높은 직위에 있는 자에게 들어가야 더욱 중추에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목경운의 생각은 달랐다.
-암종이 정보나 첩보 같은 그림자 역할을 한다지요?
-중생······ 네가 정보 같은 것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알지만 높은 곳으로 도달하게 되면 그런 것은 자연스레···.
그녀가 말을 하고 있는 도중에 암종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오호호. 명도왕 어른의 말씀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확실히 요검이 다소 위험한 것은 사실이기는 하나 대명장 구야자가 만든 명검이기도 하기에 저 아이의 환심을 사고자 권한 것이었습니다.”
그 말에 명도왕 손윤이 작게 ‘잘 생각했네.’라고 말했다.
암종주가 한발 물러났다고 여겨서였다.
그러나,
“하나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제 입으로 말씀드린 것을 도중에 철회하는 것도 조금 그렇긴 하군요.”
“뭐라?”
“하면 이렇게 하는 게 어떨지요? 저 아이에게 악즉검을 한 번 쥐어보게 하고서 주인이 될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는 게 어떨까요?”
‘!?’
이런 암종주의 말에 명도왕 손윤이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요검은 위험하니 줘서는 안 된다고 얘기했는데, 한술 더 떠서 그걸 쥐어보게 하자니 자신이 한 말을 가벼이 흘리는 것인가?
“암종주 본 왕이 분명···.”
“마침 공교롭게도 검을 가지고 온 참이었거든요.”
“검을··· 가지고 왔다니 그게 무슨?”
-딱!
암종주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단상의 뒤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암종 산하의 무인들로 보이는 검은 복색을 하고 있는 이들이 어딘가로 뛰어갔다.
그러더니 이윽고 기다란 목함 하나를 목판에 받쳐서 둘이 조심스레 들고 왔다.
딱 검(劍)의 길이로 보이는 목함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이걸 대체 왜 들고 온 건가?”
명도왕 손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말투로 물었다.
안 그래도 위험한 검이었다.
그것은 여기 시혈곡까지 들고 온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물음에 암종주가 작게 미소를 짓더니 두 손을 모아 허리를 숙이며 답했다.
“송구하나 그것은 답변드리지 못하오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양해? 지금 본 왕의 물음을 회피하는 것인가?”
명도왕 손윤의 목소리에 노기가 실렸다.
기운까지 스멀거리며 올라오는 것이 여차하면 한바탕 할 그런 기세였다.
“아아아. 별수 없군요.”
이에 암종주가 가까이 다가가 손윤의 귓가에 대고 무언가를 속삭였다.
그러자 이내 노기로 가득했던 손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손윤 역시도 작게 무언가를 말했다.
그렇게 두 사람 간에 속삭이는 대화가 몇 번이 오갔다.
그러더니 이내 암종주가 들릴 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떠신지요?”
그 말에 손윤이 잠시 침묵하다 답했다.
“······문제가 된다면 언제든지 그것을 회수하게 할 걸세.”
“천부당만부당하십니다.”
대체 암종주는 무슨 말을 한 것이기에 명도왕 손윤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일까?
의아해하고 있는데 암종주가 목경운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오호호. 조금 길어졌군요. 아무튼 간에 명도왕 어른의 조언도 있으셨기에 이 검을 그냥 드리긴 힘들 것 같고 한 번 쥐어보시겠어요?”
암종주가 그 말과 함께 수하들에게 고갯짓을 했다.
그러자 한 무사가 굳게 닫혀 있던 목함의 뚜껑을 열었다.
안 그래도 악즉검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던 간부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돌려 그것을 쳐다보았다.
‘!?’
한데 열린 목함 안에는 또 다른 목함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그 목함의 겉에는 수많은 부적들이 덕지덕지 붙여져 있었다.
이를 본 목경운의 눈이 반짝였다.
다른 이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목경운의 눈에는 부적이 붙여져 있는 어떤 틈 사이로 불길한 요기(妖氣)가 새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정말 요검이 맞나보네.’
부적이 아니었다면 더욱 기운이 겉으로 드러났을 것이다.
암종주가 이 목함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직접 꺼내서 쥐어보시죠. 검이 그대를 선택한다면 대체품이 아니라 그것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 물론 암종에 온다는 전제하에서요.”
그런 그의 말에 목경운이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부적으로 덕지덕지 붙여져 있는 목함에 손을 갖다댔다.
이를 바라보는 명도왕 손윤의 눈빛이 묘해졌다.
그는 암종주가 방금 전에 한 말을 떠올렸다.
[왜 가져왔는 지는 말씀드리기 힘들지만 흥미로운 것을 알려드리죠.] [흥미로운 것?] [저 역시도 이것을 얻고 나서야 알게 되었는데, 저 검은 인간의 욕망을 표면으로 드러나게 만듭니다.] [욕망을 표면으로 드러나게 한다니 그게 무슨?] [말 그대로입니다. 스스로의 욕망을 통제할 수 없게 만들죠.] [그런 위험한 걸 어찌···.]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본 회로 전향한 저 아이의 진짜 욕망이 무엇인지?] [······.]목경운의 진짜 욕망.
과연 암종주의 말대로 악즉검이 그 욕망을 드러나게 할까?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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