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145)
“약초나 독초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인데, 왜 그러시는지 모르겠군요.”
‘!?’
누구나 할 수 있다고?
“………”
지금 자신과 농이라도 하자는 것인가?
아니면 겸양을 할 줄 몰라서 이러는 것인가?
다소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목경운을 빤히 쳐다보던 장 부인이 이내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암종주의 제자 분께서 이리 독에 조예가 깊은 줄 몰랐군요.”
“소자도 놀랐습니다.”
섬독왕 백사하의 차남 백소강 역시도 어머니의 말에 동의했다.
무인들 중에 매사에 조심성이 많은 자들이 아니고는 대부분이 독술은 비겁하거나 무인답지 못하다고 여겨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 자들이 태반이었다.
그런데 목경운의 해박함은 독이나 약초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보다 놀라운 것은 저 말도 안 되는 수준의 감별력.’
섬독왕은 아들들에게 늘 말했다.
독공을 익히는 자가 가장 단련을 게을리 해서 안 되는 것이 이 독을 감별해내는 미각과 후각의 연마라고 했다.
후각은 몰라도 미각의 경우는 단련이 쉽지 않았다.
독이라는 것은 다루기에 매우 위험하고 자칫 잘못하면 목숨과 직결되기 때문에 많은 양을 맛보기 보다는 극소량을 맛본다.
그렇게 한 후에 조금씩 내성을 갖춰나가는 단련을 하게 된다.
하나의 독의 맛을 완전히 숙지하기 위해서 이렇게 오랜 시간을 소요하게 되다보니 미각 단련이 느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타고난 것인가?’
백소강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독공을 주로 익힌 것도 아니고 고작 17세에 불과한 목경운이 이만큼이나 예리한 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천부적인 자질이라고 밖에 설명이 되지 않았다.
‘이거 참.’
백소강은 문득 아쉬움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시혈곡 관문을 통해서 암종주의 제자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이번에 아버지께서 종관식에 참여했었다면 이 대단한 자질을 지닌 아이를 데려올 수도 있었다는 게 되지 않던가.
아버지가 봤어도 충분히 탐을 냈을 인재였다.
‘데려왔다면 본가의…..아!’
백소강의 눈이 커졌다.
생각해보니 이 자가 왜 하필 수석패 3개로 자신의 아버지를 찾냐 싶었는데 이제야 이해가 간다.
“목 공자가 왜 아버지께 가르침을 청하려 했는지 이제 알겠구려.”
“아아아…..그렇구나.”
장 부인도 차남 백소강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 정도로 독의 조예가 깊고 관심이 있는 자라면 당연히 섬독왕의 가르침을 받고 싶을 것이다.
이제야 그의 방문이 이해가 갔다.
‘괜한 시간 낭비라고 여겼건만 그건 아니구나. 정식 제자가 되진 못하더라도 남편의 가르침을 받게 된다면 암종과 우리 백가가 좋은 연을 맺게 될지도.’
다만 문제는 남편이 이 아이를 가르치려할지였다.
회의 규율로 정해진 것이라 하기야 할 테지만 남편은 자신만의 고집이 있는 자였다.
한 번 정한 것은 절대로 물리는 경우가 없었다.
그러던 차였다.
-슈우우우우!
“하아.”
회주의 셋째 제자 위소연이 독을 완전히 해소시켰는지, 더 이상 보랏빛이 아닌 하얀 김을 내뱉고는 이내 자세를 가다듬었다.
이를 본 백가의 차남 백소강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고작 반 각도 되지 않아 독을 해소시키다니.
‘내공이 정말 깊구나.’
소문 그대로였다.
이윽고 회주의 둘째 제자 장능악도 독을 완전히 해소시키는데 성공했다.
위소연보다 간발의 차로 늦었지만 마찬가지로 빨랐다.
이런 그들을 보며 장 부인이 두 손을 모아 말했다.
“두 분의 내공이 보통이 아니군요. 이리 빠른 시간 안에 독을 해소시키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녀의 칭찬에 위소연이 손사래를 치며 겸양을 표했다.
“백가의 독은 정말 대단하군요. 조금만 집중이 흐트러졌으면 힘들 뻔했습니다.”
“그럴 리가요. 충분히 극복하셨을 겁니다.”
“………”
반면 장능악은 말없이 위소연을 노려보았다.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
가장 먼저 독을 해소시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위소연의 괴물 같은 내공에 밀려 간발의 차로 늦어졌다.
-으득!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심복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밀린 것이 말이다.
심기 불편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던 장능악이 이내 시선을 돌리더니 목경운을 쳐다보았다.
‘…….이 녀석 이런 재주도 있었나?’
어렴풋이 나누는 대화를 들었다.
자신이나 위소연과는 다른 방식으로 독을 해소시킨 것 같았다.
장 부인의 말대로라면 독에 대해서 상당히 잘 아는 듯 했다.
‘그렇다면 더더욱 탐나는구나.’
안 그래도 오악회의 심복 중 왼팔 격인 이악 위맹천을 잃었다.
이 녀석 정도로 여러 방면으로 다재다능한 녀석이라면 충분히 위맹천의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을 듯 했다.
이것은 위소연도 마찬가지였다.
‘독에도 조예가 있었나?’
이참에 목경운의 진짜 내공 수준을 알아보려고 했는데, 뭔가 다른 방식으로 독을 해독한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의외의 면을 본 것 같다.
어쩌면 목경운의 진가는 이런 다양한 재능일지도 몰랐다.
‘…….반드시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 할지도.’
정파 볼모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살짝 거리낌을 가졌었는데, 둘째 사형에게 빼앗길 바에는 어떻게든 데려올 가치가 있어 보인다.
그러고 있을 때였다.
“하면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대부인.”
회주의 둘째 제자 장능악이 장 부인에게 선수쳐서 물었다.
간발의 차라고는 하나 위소연보다 해독이 늦었지만 당장에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누가 먼저 섬독왕과 독대를 하느냐였다.
이런 그의 물음에 장 부인이 차남인 백소강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일단 가주께서는 독을 해소하셨다면 같이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셨습니다.”
“같이?”
“네. 송구하지만 가주님의 뜻은 그러하셨습니다.”
이런 그의 말에 위소연이 내심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지지를 요청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수를 빼앗긴다면 다소 불리해질 수 있었다.
물론 같이 들어가는 것도 썩 좋은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먼저 독대시키는 상황보다는 나았다.
‘칫.’
장능악이 혀를 찼다.
먼저 독대를 하려 했는데 이렇게 되면 상당히 성가셔진다.
분명 위소연이 자신을 방해하려 들 게 뻔했다.
하나 섬독왕을 만나려면 그의 뜻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양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에 백소강이 앞장 섰다.
별채의 입구에 선 그가 미리 경고를 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이 안은 독기로 가득합니다. 운기법으로 호흡을 조절해서 체외로 들어오는 독기를 막기를 바랍니다.”
“알겠네.”
“네.”
“목 공자 자네는…..”
“저는 개의치 않으셔도 됩니다.”
“……알겠네. 하나 한 잔 마신 것과 다르게 독기가 별채 내부를 가득 메우고 있으니 버티기 힘들다 싶으면 반드시 나와야 하네.”
“네.”
대답하는 목경운에게 장능악이 입 꼬리를 올리더니 말했다.
“힘이 들거든 말하거라. 네놈을 밖으로 옮겨줄 터이니.”
목경운에게 호의적으로 나오는 그였다.
이에 위소연도 자신도 도와준다는 말을 할까 하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이런 걸로 둘째 사형과 실랑이를 벌이기 싫었다.
“그럼 세 분 따라오십시오.”
-끼이익!
문이 열리며 세 사람은 백가의 차남 백소강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별채 안으로 들어서자 내부에 또 다른 입구가 있었고, 이 주변으로 옅은 독기가 안개처럼 서려 있었다.
사방의 벽면에는 숯을 담은 볏짚이 가득이 매달려 있었다.
“볏짚 안에는 숯을 비롯해 해독 작용을 하는 여러 약재들이 들어 있습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밖으로 독기가 새어나가기 때문이죠.”
백소강이 친절하게 이를 설명했다.
그리고는 안으로 들어가는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복도를 따라 들어가면 중앙 내실에 가주님께서 계십니다. 독기가 갈수록 짙어지니 운기를 유지하여 주십시오.”
-끼이익!
백소강이 문을 열었다.
그러자 앞이 보랏빛 운무로 시야를 뿌옇게 가리고 있었다.
이를 본 장능악과 위소연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대체 안에서 뭘 하기에?’
‘굉장한 독기다.’
미리 경고를 해둬서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로 독기가 가득한 곳에 있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이래서야 제대로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운기로 체외와 체내를 보호한다고 해도 말을 하다 숨을 잘못 쉬면 폐로 들어오는 독기를 해소시키기 바쁠지도 모를 판국이었다.
“따라오십시오.”
백소강이 앞장서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장능악도 그렇고 위소연도 다소 긴장한 얼굴로 따라 들어갔다.
반면 목경운은 아무렇지 않아했다.
-너 괜찮은 거 맞냐? 독기가 너무 심한 것 같은데.
오히려 청령이 걱정되어 물을 정도였다.
이에 목경운은 별 거 아니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독은 자신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애초에 흐르는 피 자체가 극독이었으니 말이다.
-저벅저벅!
긴 복도를 따라 들어가자 얼마 있지 않아 중앙 내실이라 불리는 곳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곳은 목판이 아닌 특수한 재질로 보이는 돌로 막혀 있었다.
이를 본 장능악이 의아한 눈빛으로 백소강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백소강이 답했다.
“이곳은 본가의 독공을 견디기 위해 만들어진 특수한 연공실입니다.”
“연공실?”
“네. 본가의 진신절기인 파마독경(波魔毒經)의 육층 이상에 이르면 독기로 주변에 있는 것들마저 녹여낼 수 있기에 이를 버텨내려면 여기 있는 해주석과 같은 재질의 돌이 필요합니다.”
그 말인즉 평범한 돌이나 나무 같은 재질은 독에 가볍게 녹는다는 의미가 아닌가.
확실히 백가의 독공은 일반적인 궤를 넘어섰다.
‘대단하군.’
스승님이신 천지회의 회주가 어떤 의미로는 섬독왕 백사하가 팔성(八星)의 칭호를 받은 두 오왕보다도 위험하다고 했는지 새삼 알 것 같았다.
섬독왕 백사하의 독은 빠른 시간 안에 수백 명의 무인들을 몰살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아니 그보다 더 할 수도 있었다.
그때 백소강이 문으로 보이는 벽을 두드리며 말했다.
“아버님, 아니 가주. 장능악 공자님과 위소연 아가씨, 그리고 암종주의 제자 분을 데려왔습니다.”
그런 그의 말에 장능악과 위소연이 문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이 자리에서 그를 설득해 어떻게 해서든 자신을 지지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그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그러고 있는데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 사람 모두 들어왔다고?”
걸걸했지만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굉장했다.
과연 천지회의 최고 고수라 불리는 오왕(五王)의 일인다웠다.
그때 장능악이 운기로 호흡을 조절하며 입을 열었다.
“섬독왕 어른. 회주의 둘째 제자인 장능악입니다. 손주 분의 첫돌을 축하할 겸 문안 인사를 드리러…..”
“클클, 문안 인사가 아니라 잿밥에 더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더냐?”
“네?”
“후계자 다툼에 노부의 지지가 필요해서 그런 것이 아니더냐?”
‘!?’
별안간 정곡을 짚는 목소리에 장능악이 한순간 말문이 막혔다.
다른 오왕들과 달리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기는 했는데, 이렇게 직설적인 화법을 가졌을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하나 이에 크게 당황할 장능악이 아니었다.
“후후후. 역시 어르신이군요. 달리 입에 발린 소리를 해서 무엇하겠습니까? 맞습니다.”
“솔직해서 좋구나.”
안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위소연도 황급히 입을 열었다.
“백사하 어르신. 저 위소연입니다. 기억하시는 지요?”
“기억하다마다이겠느냐?”
“어르신을 정말 뵙고 싶었습니다.”
“클클, 너 또한 같은 이유로 왔을 터인데 당연히 그렇겠지.”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그녀 또한 솔직하게 답했다.
지금 백사하의 말하는 투를 봐서는 괜히 입에 발린 소리를 해봐야 반감만 살 듯 했다.
“어르신…….”
위소연이 뭔가를 말하려고 할 때였다.
장능악이 그녀의 말을 자르고서 먼저 말했다.
“어르신. 거두절미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를 도와주십시오.”
‘역시 이렇게 나오는 구나.’
위소연이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이내 목소리를 높여서 끼어들려고 했다.
“어르신!”
“그만!”
문 안에서 짧은 일갈이 터져나왔다.
귓가를 울리는 소리에 두 사람이 이내 입을 다물었다.
이윽고 백사하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후계자가 되고 싶다는 것들이 말이 행동보다 먼저 앞서는구나.”
“그게 무슨?”
“노부에게서 지지를 받고 싶은 게냐?”
당연한 소리가 아니던가?
그러니 이렇게 돌잔치를 명분 삼아 찾아온 그들이었다.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어르신의 지지가 필요합니다.”
“그렇습니다.”
“클클, 그리도 노부의 인정이 받고 싶다면 말보다 행동을 먼저 보이거라.”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노부에게 구구절절 사연을 얘기해봐야 무의미하다. 무인이라면 힘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법이다. 회주가 되고 싶다면 이 안으로 들어와 노부를 자리에서 일어나게 해보거라.”
이런 백사하의 말에 장능악과 위소연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미 안으로 들어올 때의 조건을 충당했기에 지금부터는 대화로 설득할 일이라 여겼었다.
그런데 설마 또 다른 시험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
백사하가 괴팍하고 고집스러운 성격의 소유자라고는 알고 있었으나, 이건 예상 밖이었다.
‘무위를 시험해보겠다는 건가?’
한데 생각보다 자신들을 너무 무시하는 듯 했다.
비록 섬독왕 백사하의 독공이 여타와 궤를 달리 한다고는 해도 자신들은 천지회의 지존이라 할 수 있는 회주의 제자들이었다.
그 무위만큼은 간부들조차 무시할 수 없다고 자부했다.
‘고작 일으켜 세우는 정도라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이에 장능악이 먼저 나서며 말했다.
“하면 제가 먼저 해보겠습니다. 어르신.”
“누가 먼저 한들 상관없다. 이 안에 들어와서 노부를 일으켜 세울 수만 있으면 얼마든지 그 녀석을 지지해주마.”
개의치 않는다는 말에 장능악이 입 꼬리를 비릿하게 올렸다.
일단 이곳은 독기로 가득하기 때문에 오래 있을수록 내력의 소모가 크다.
그렇기에 나선다면 먼저 하는 것이 이득이었다.
‘…….라고 생각하겠지?’
위소연이 속으로 비웃음을 흘렸다.
그녀의 생각은 달랐다.
어차피 내공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장능악보다 이 안에서 오래 버틸 자신도 있었고, 후발주자로 나서게 되면 섬독왕이 어떤 식으로 대응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기에 오히려 그것이 더 유리하다고 여겼다.
“하면 들어가겠습니다. 어르신.”
“클클. 그래보거라.”
장능악이 돌벽으로 만들어진 문에 손바닥을 갖다대고서 밀었다.
문이 생각보다 두꺼워 힘을 써야 했다.
-드르르륵!
그렇게 문이 열리며 서서히 안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화아아아악!
문이 반쯤 열리는 순간,
-쿵!
“흡.”
문을 밀고 있던 장능악이 바닥에 한 쪽 무릎을 꿇고서 가슴을 움켜잡았다.
‘이게 무슨?’
속이 울컥거리면서 입안에서 핏물이 느껴진다.
그렇지 않아도 별채 안을 가득 메우고 있던 독기도 굉장히 강했는데,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지독한 독기에 숨을 쉬기기 힘들었다.
“쿨럭.”
장능악의 입에서 검은 핏물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이렇게 독기에 노출된 것은 그만이 아니었다.
-팍!
위소연 또한 갑자기 밖으로 밀려나오는 지독한 독기에 가부좌를 틀고서 운기에 들어갔다.
이건 별채 복도를 메우고 있던 독기와는 비교도 하기 힘들었다.
너무 강한 독기로 인해 손발이 떨릴 지경이었다.
‘아아아. 기어이……’
이를 지켜보고 있었던 백사하의 차남 백소강이 속으로 혀를 찼다.
아버지께서는 애초에 이들 누구도 지지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기에 이들이 절대로 극복할 수 없는 과제를 제시한 것이었다.
‘파마독경 칠층.’
지금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기는 파마독경(波魔毒經)의 칠층의 경지에 이르러야만 배출시킬 수 있는 파독(波毒)의 운무였다.
이것은 초절정의 고수라고 해도 버틸 수 있는 그런 독기가 아니었다.
그나마 이것을 방비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자신처럼 같은 파마독경을 익혀서 독기에 순응하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재밌네요. 몸에서 운무의 형태로 독을 방출한다라. 이게 독공이라는 건가요?”
‘!?’
들려오는 목소리에 백소강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둘을 지켜본다고 미처 잊고 있었던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바로 암종주의 제자 목경운이었다.
‘아니 어떻게?’
백소강은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아무리 독에 조예가 깊다고 해도 이번만큼은 버티지 못했을 거라 여겼던 그였다.
그런데 목경운은 너무도 멀쩡한 모습으로 서있었다.
“목 공자? 어찌…..”
그때 짙은 보랏빛 운무로 가득한 방 안에서 백사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놈 대체 무엇이냐?”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죠?”
“어찌 이 독기를 버틸 수 있는 것이냐?”
-스스스스!
이윽고 앞을 가리고 있던 운무가 흩어지며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서 날카로운 손톱을 내밀고 있는 노인의 보랏빛 얼굴이 보였다.
그가 바로 섬독왕 백사하였다.
백사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회주의 두 제자들조차도 버틸 수 없는 독기 속에서 저리 멀쩡한 모습을 하다니, 이건 전혀 예상치 못했다.
심지어,
‘저 아이…..지금 운기조차 하지 않고 있지 않은가?’
기를 운용했다면 애초에 그것을 느꼈을 것이다.
한데 이 독기로 가득한 곳에서 운기로 몸을 보호하지 않고서 저리 버티고 있다고?
그렇다는 것은 독에 대한 내성이 있다는 이야기인데……
“……..네놈 설마 독공을 익힌 것이냐?”
그런 그의 물음에 목경운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아. 그런 건 아니고요.”
“아니라고? 한데 어찌 이 지독한 독기를 버틸 수 있단 말이더냐?”
백사하의 이런 물음에 목경운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더니,
“지독이요? 이게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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