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164)
‘이건?’
위소연이 순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목경운이 방금 전에 펼친 그 고속 이동법.
자신의 눈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그것은 대사형 나율량의 독문 경신법인 명현수월보(明顯水越步)였다.
[사부님 어째서 대사형은 저희와 경신법이 다른 건가요?] [후후후. 명현수월보를 말하는 것이냐?] [명현수월보?] [그래. 네 대사형이 익힌 나(柰) 가문의 경신법 명현수월보는 한때 중원에서 최고라 일컬어졌던 삼대 경신법 중 하나다.] [최고의 경신법이라고요?] [그래. 현묘하기로 가장 으뜸인 무당파의 제운종(梯雲縱)이나 오래전 구무림의 잔재로 사라졌지만 쾌속함과 변화무쌍으로는 최고라 여겨지던 무쌍성의 풍운보(風雲步)와 더불어 삼대 경신법으로 명성을 날렸었지.] [아! 그런 대단한 걸 익히다니···.] [하나 그것도 옛말이다. 이 사부가 전수해준 일월보(日月步)를 완성하게 된다면 능히 일보에 천하를 군림하게 될 것이다.] [천하를··· 군림!]문득 사부님이 10여 년 전에 해줬던 말이 떠올랐다.
10년이 지났지만 위소연은 여전히 일월보의 묘리를 제대로 터득하지 못했다.
아니 사부님이 말한 것처럼 천하를 군림할 수 있는 보법이 맞는지조차도 제대로 모르겠다.
왜냐하면 아무리 익혀도 대사형의 명현수월보를 능가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둘째 사형인 장능악도 마찬가지였다.
어쨌거나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네가 어떻게 명현수월보를 할 줄 아는 거지?”
“명현수월보요?”
“그래. 내가 대사형의 명현수월보를 몰라볼 것 같아?”
“아아······.”
목경운이 작게 탄성을 흘렸다.
확실히 사형제지간이 맞기는 한 것 같다.
나율량과 겨루면서 그의 경신법이 굉장히 효율적인 듯해서 그것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주법을 익힌 그였다.
그런데 그걸 한눈에 알아보다니.
“눈썰미가 좋으시군요.”
-팟!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위소연의 검지와 중지가 모인 검결지의 끝이 목경운의 목에 닿았다.
날카로운 예기가 흘러나오는 게 마치 검(劍)과도 같았다.
목경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그녀의 움직임에 조금의 군더더기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손이 빠르시네요.”
“너······ 대체 뭐야?”
“네?”
“너 설마 대사형이 심어놓았던 거야?”
“대사형? 아아. 나율량 대공자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시치미 떼지마. 사부님께조차도 보법의 구결이나 운기법을 알리지 않은 대사형이야. 그런 대사형이 함부로 자신의 독문 경신법을 알려줄 것 같아?”
이런 그녀의 말에 목경운이 피식하고 웃었다.
“지금 웃어?”
“아아. 죄송하네요. 뭔가 오해를 하게 만들어드린 것 같아서요.”
“오해?”
“네.”
“뭐가 오해라는 거지?”
“물론 이 경신법을 나율량 대공자께 배운 것 맞는데, 아가씨가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거든요.”
“아니라고?”
“네. 그렇다기보다는 그냥 배웠다고 해야 할까요?”
“그냥?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지?”
위소연의 한쪽 눈썹이 위로 치켜 올라갔다.
그녀는 지금 목경운이 자신을 상대로 농락하고 있다고 여겼다.
아니 이미 심복들을 전부 자신이 보는 앞에서 이 지경으로 만든 시점부터 함께 할 수 없는 선을 건넌 것이나 다름없었다.
-고오오오오!
위소연에게서 강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당장에라도 목경운의 목을 찌르거나 벨 것만 같은 기세였다.
그러나 그녀는 이런 엄청난 분노와 살의의 감정을 가졌음에도 이를 절제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목경운의 배후에 나율량이 있는 거라면 그를 공격하는 순간, 대사형을 비롯해 암종주, 섬독왕을 적으로 삼는 게 되기 때문이었다.
위소연은 최대한 냉정을 유지한 채 말했다.
“정확하게 말해. 대사형과 무슨 관계지?”
“별 다른 관계는 없는데요.”
“지금 그 말을 나더러 믿으···.”
“생각해보니 지금은 썩 좋지 않은 관계라고 해야 맞겠네요.”
“썩 좋지 않은 관계?”
“네. 그보다 아가씨나 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위소연이 코웃음을 쳤다.
“대사형, 섬독왕, 암종주를 등에 업었더니 보이는 게 없나 보지? 내가 하는 말에 답변조차 하지 않는 걸 보니 말이야.”
그녀의 날이 선 말에 목경운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답변을 제대로 해드렸습니다만. 더 여쭤보고 싶은 게 있으···.”
-파팍!
그 순간 위소연의 왼손이 움직였다.
그녀는 전광석화처럼 손을 움직이며 목경운의 가슴 혈도를 점하려고 했다.
그런데,
-팍!
‘!?’
위소연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것은 혈도를 점하려던 그녀의 손목이 어느새 목경운에게 붙잡혔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그녀의 눈빛에 경계심이 서렸다.
‘내 손목을 잡아내다니?’
이미 목경운의 무위가 전보다 진일보 했다고 확신했던 그녀였다.
그렇기에 봐주고 하는 것도 없이 제대로 점혈술을 펼쳤다.
그런데 그런 자신의 손목을 잡아챘다.
그렇다는 건 목경운의 무위가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강해진 듯했다.
“너······대체 얼마나 강해진 거지?”
위소연은 둘러가지 않고 직설적으로 물었다.
이런 그녀의 물음에 목경운이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글쎄요. 아직은 그다지 만족스러운 실력은 아닌 것 같은데요.”
“뭐?”
지금 자신을 농락하는 것인가?
작정하고 혈도를 점하려던 자신의 손목을 가볍게 잡아낼 만큼 무위가 늘어났으면서 만족스럽지 않다고?
물론 이것은 사실이었다.
목경운은 지금 자신의 무위에 조금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러나 위소연의 입장에서는 이런 목경운의 본심이 믿겨질 리가 없었다.
“······너 대체 진짜 정체가 뭐야?”
정파 명문 무가인 연목검장의 자제.
천지회로 잡혀온 정파의 볼모.
시혈곡의 수석 통과자.
암종주의 제자.
섬독왕 백사하의 제자.
불과 보름도 되지 않았는데 급속도로 상승한 무위에서부터 대사형 나율량의 독문 경신법마저 익히고 있다.
모든 과정 하나하나가 이해하기 힘들 만큼 연관 짓기가 힘들다.
위소연이 목경운을 노려보며 말했다.
“너 설마 대사형의 제자라도 되는 거야?”
“아니라고 했을 텐데요.”
“아니라면 정말로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를···.”
그때 목경운이 그녀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자신의 허리춤을 가리켰다.
목경운의 허리춤에는 피가 잔뜩 묻어있는 작은 가죽 주머니가 있었다.
“이게 어쨌다는 거지?”
“여기 전리품 같은 게 들어있다고 해야 할까요?”
“전리품?”
지금 이 녀석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의아해하는데 목경운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서 무언가를 빼냈다.
그것을 본 위소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
목경운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다름 아닌 눈알이었다.
그런데 이 눈알은 평범한 사람의 것과는 다소 다른 것이 있었는데, 동공의 색이 은빛을 띠고 있었다.
‘!!!!!!!’
이를 본 위소연의 표정이 이내 굳어지고 말았다.
그녀는 순간 이것을 믿기 힘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가 생각하는 게 맞다면 이 눈알의 주인은 바로,
“대사형?”
“이야. 경신법처럼 한눈에 알아보시네요.”
‘이게··· 대체···.’
순간 위소연은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녀는 딱 한 번 대사형의 오른쪽 눈동자의 동공이 은빛을 띠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벽력권왕 원병학과의 대련을 할 때였다.
천지회 상위 간부들이자 최고의 고수들이라 불리는 오왕(五王)의 무위를 견식해볼 기회는 드물기에 대련에 참관했던 그녀였다.
그때 위소연은 대사형의 한쪽 눈동자의 변화를 볼 수 있었다.
‘말도 안 돼.’
한데 이게 대체 무슨 영문이지?
어떻게 목경운의 손에 이게 있는 거지?
“너······ 너가 어떻게?”
“이걸 가지고 있냐고요? 말씀드렸을 텐데요. 일종의 전리품 같은 거라고.”
전리품?
설마 대사형과 겨루기라도 했단 말인가?
당혹스러워하는 그녀에게 목경운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대공자와의 관계는 이야기가 된 것 같고 이제 아가씨와의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나와?”
“네. 아까도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단둘이 대화를 하고 싶다고요. 한데 이제 슬슬 이 손은 치워주시는 게 어떨까요?”
목경운이 눈짓으로 위소연의 검결지를 가리켰다.
하나 지금 목경운에 대한 경계가 최대치까지 올라간 마당에 그녀가 쉽게 검결지를 회수할 리가 만무했다.
“······믿을 수가 없어.”
“아아. 일단 이것부터 떼고서···.”
“대사형은 벽을 넘어서 화경의 경지에 오른 절세고수다. 그런데 네가 어떻게 대사형의 눈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 거지?”
위소연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녀의 모든 관심사는 지금 오직 이것에 쏠려 있었다.
사부에게서 그렇게나 타고난 신체와 무재를 지녔다고 칭찬을 들은 그녀였지만, 아무리 무위가 진보해도 대사형을 이길 수 있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한데 불과 보름 전만 하더라도 고작 절정의 경지에 불과했던 이 자가 어떻게 대사형을 쓰러뜨릴 수 있단 말인가?
“불가능해. 아무리 무공이 진일보 했다고 해도 대사형은···.”
“네. 아직 혼자서는 무리인 것 같더군요.”
“뭐?”
“사부님께서도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원만하게 제압하기는 힘들었겠죠.”
“사부님이라니···.”
“섬독왕 사부님께서 도중에 도와주셨었거든요. 해서 원래는 조용히 지내려고 하던 게 조금 틀어지고 말았네요.”
“너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그대로예요. 보시다시피 이번 일로 대공자와 척을 질 것 같거든요. 덕분에 상당히 성가셔졌어요. 아직 대공자를 상대하기도 그렇고 그 산하의 지지 세력도 세 후계자들 중에 가장 굳건하다고 들어서요.”
-슥!
그 말과 함께 목경운이 주머니로 다시 눈알을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게 위소연의 검결지를 손에 쥐었다.
-팍!
‘!?’
위소연의 동공이 흔들렸다.
진기를 집중시킨 강기는 아니라고 하나 예기를 날카롭게 벼린 손을 잡고도 아무렇지 않아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서 목경운은 그녀의 검결지를 자신의 목에서 떼어내려 했다.
이에 경계심이 극에 달해 있던 위소연이 공력을 끌어올렸다.
‘좋아. 정말로 대사형과 겨룰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라면 어느 정도로 공력이 상승했는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겠다.’
-고오오오오!
위소연은 몇 년 만에 처음으로 공력을 극성으로 끌어올렸다.
타고난 체질 때문에 내공에 있어서만큼은 둘째 사형인 장능악조차도 따라갈 수 없었고, 심지어 화경에 근접하다고 평을 받고 있는 그녀였다.
‘호오.’
목경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귀안을 개방했기에 그녀의 기운을 어느 정도 짐작했었다.
그런데 그것을 예상보다 웃돌고 있었다.
-콰드득!
순식간에 공력 대결의 양상이 펼쳐지자 그들이 밟고 있는 마당의 바닥에 균열이 일어났다.
그러더니 심지어 바닥의 흙모래가 떨리며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쩌저저저적!
두 사람의 기운이 어찌나 강한지 심지어 바닥의 균열이 더욱 넓어져 갔다.
기운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는 위소연이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직까지 벽을 넘어서지 못하기는 했지만 천음절맥(天陰絶脈)이라는 기이한 신체 구조 덕분에 내공이 화경에 근접한 그녀였다.
그런데 목경운은 조금도 그런 자신의 내공에 밀리지 않았다.
-울컥!
이내 위소연은 속에서부터 목구멍으로 핏물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사부님 덕분에 천음절맥의 기운을 다룰 수 있게 되었지만 감당할 수 있는 내공의 선상을 넘어서게 되면 전신의 맥이 폭주하게 되는 그녀였다.
위소연이 목경운을 바라보았다.
점차 힘들어지고 있는 자신과 달리 목경운은 표정 변화는커녕 여유롭기 그지없었다.
이로 인해 그녀는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이상은 무리야.’
더 대결을 하면 불리해지는 것은 자신이었다.
지금 목경운을 보면 전력을 다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공력에 맞춰서 기운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정말이었다니.’
이 아이 벽을 넘어선 게 틀림없었다.
이를 확신하게 되자 어처구니가 없다 못해 허탈감마저 느낄 지경이었다.
이윽고 위소연은 공력을 조금씩 낮추기 시작했다.
결국 한발 물러서는 것이었다.
-스르르르!
서로가 공력을 낮추자 이내 사방으로 튀어 오르던 흙모래도 잠잠히 가라앉았다.
위소연이 진심으로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너 정말 괴물이구나.”
“칭찬인지 아닌지 모르겠군요.”
“너처럼 이렇게 빠르게 무공이 진일보하는 자는 처음이야. 천재라 극찬하던 대사형도 이 정돈 아니었을 거야.”
“글쎄요. 그건 모르는 일이죠.”
목경운이 겸양을 떤다고 여긴 위소연이 속으로 혀를 찼다.
하나 목경운은 정말로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그런 목경운에게 위소연이 말했다.
“······대사형과 왜 싸웠는지 알 것 같구나.”
“알 것 같다고요?”
“그래. 대사형은 인재를 원한다고 해도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자는 원하지 않아.”
이런 그녀의 말에 목경운이 피식 웃었다.
사형제지간이 아니랄까봐 대공자 나율량에 대해서 상당히 잘 아는 그녀였다.
“잘 아시니 제가 지금 왜 이곳에 온 건지도 아시겠군요.”
“대사형과 척을 졌다고 했으니, 다른 후계자들이라는 그늘막이 필요해서이겠지?”
“뭐 비슷한 이유라고 할 수 있죠.”
이런 목경운의 대답에 위소연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한데 그럼 왜 이렇게까지 한 거지? 나를 필요로 해서 찾아왔다는 것은 결국···.”
“아니에요.”
위소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목경운이 부정했다.
이에 그녀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니라고? 그럼 대체 왜 이런 짓거리를···.”
“보여드리려고요.”
“뭐?”
“얼마나 아가씨가 후계자로서 무능한지를요.”
이런 목경운의 뼈를 때리는 말에 위소연의 표정이 매서워졌다.
하면 여태까지 자신의 수하들을 저 지경으로 만들고 단둘이 대화를 하고자 했다는 것이 이런 소리를 해대려고 했다는 것인가.
화가 나서 어처구니가 없어 하는데, 목경운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그 육체, 저한테 주시죠.”
‘!?’
순간 그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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