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251)
“하아. 널 짐승으로 만들어줄게.”
오래전부터 금모구미호가 가장 능숙하게 해왔던 것이 있었다.
그것은 인간의 약해진 마음에 파고들어 그를 유혹해 타락시키는 것이었다.
인간 수컷의 몸은 본능에 솔직하다고 할 수 있었다.
눈으로 보는 것 이상으로 약해지는 것이 바로 접촉하여 직접 살과 살을 맞대는 것이었다.
-슥!
금모구미호가 몸을 밀착시켜 목경운에게 비볐다.
그녀의 봉긋한 가슴이 물컹거리며 닿았다.
“하아.”
한쪽 다리를 감싼 금모구미호가 목경운을 꽉 붙잡고서 귓가에 대고서 입김을 불었다.
소리 역시도 남성을 자극시키는 하나의 매개체였다.
보통이라면 여기까지만 와도 여느 수컷들은 주체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달려들곤 했다.
그런데 아직까지 목경운은 무덤덤하기 그지없었다.
‘계속 버틴다 이거지.’
한참 욕구가 불타올라야 할 시기인데 혀를 내두를 정도의 인내심이었다.
보통 그녀는 수컷들의 욕구가 발현되는 순간, 정신에 침투하여 그자가 바라는 욕망을 극대화시킨다.
이런 욕망에 중독된 자는 서서히 욕망에 사로잡혀 타락해간다.
‘이 정도에도 반응이 없다라······.’
오기가 생긴 금모구미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녀 역시도 처음으로 인간을 타락시켰을 때인 아주 먼 옛날을 제외하고는 정신 침투로 원하는 것을 보여주었기에 이 정도까지의 접촉에 그쳤었다.
그런데 생각이 바뀌었다.
-할짝!
금모구미호가 혀로 목경운의 목을 핥더니 손을 아래로 내려갔다.
그렇게 내려간 손이 목경운의 남성과 접촉했다.
그녀가 부드럽게 남성을 쓰다듬으며 목경운을 자극해 서서히 흥분시키려고 했다.
-슥!
그녀는 수컷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알았다.
그렇기에 부드러운 손길로 정성스럽게 쓰다듬으며 여전히 담담한 목경운의 그곳을 깨우려고 하였다.
그러나,
-슥슥!
‘······이 자식 고자인가?’
이렇게까지 반응이 없는 놈은 처음이다.
심지어 정성스럽게 자극하는 자신을 싸늘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나오니 목석을 상대하는 기분마저 들었다.
분명 내재된 감정이 존재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버틸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적당히 하시죠.”
목경운이 그런 그녀에게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보통 여인들이라면 이쯤 되면 상대가 자신을 여자로 보지 않는다는 불쾌함에 포기할 법도 했지만 금모구미호는 오히려 더욱 오기가 생겼다.
이렇게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완벽에 가까울 만큼 통제하는 자일수록 타락은 더욱 빠르고 누구보다 깊어진다.
‘그럼 이것도 버티나 보자.’
금모구미호가 입꼬리를 비릿하게 올렸다.
그러더니 이내 손바닥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듯이 스쳐 지나갔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스륵!
금모구미호의 얼굴이 다른 누군가로 바뀌었다.
이를 본 목경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것은 다름 아닌 청령이었다.
‘!?’
백면인(百面人)이라고 불릴 만큼 둔갑술에 능한 금모구미호는 청령의 모습과 완전히 똑같이 변했다.
이를 본 목경운의 눈빛이 묘해졌다.
청령과 분위기만 다르고 거의 쌍둥이에 가까울 만큼의 외모를 지녔던 천지회 회주의 셋째 제자 위소연과는 확연히 달랐다.
외양, 분위기 모든 것에서 조금의 차이도 없었다.
“중생. 하아.”
그때 청령으로 변한 금모구미호가 그녀처럼 목경운을 중생이라 불렀다.
그와 함께 남자를 대놓고 유혹하던 원래의 모습과는 다르게 눈이 살짝 풀린 얼굴로 목경운을 바라보았는데,
-움찔!
그 순간 그것이 아주 살짝 반응했다.
‘이것 봐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정말 반응을 보인다.
저 원혼 또한 분명 절세미녀이긴 하지만 자신이 더욱 완벽하고 아름다울 터인데, 목경운에게 분명 반응이 있었다.
이를 알아차린 금모구미호가 더욱 목경운을 자극했다.
“중생······. 하아······기분이 이상해.”
이런 그녀의 말에 목경운의 숨을 길게 내쉬었다.
냉철하면서 사고가 다른 이들과는 다른 목경운이었기에 이것이 가짜라는 사실을 다른 누구보다 인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바로 저쪽에 진짜 청령이 약해진 모습으로 엎드려 있지 않은가.
한데,
-물컹!
“중생······. 나 좀 어떻게 해줘.”
나신이 된 청령의 모습으로 가슴을 밀착하며 애가 타는 얼굴을 하자, 참고 있던 목경운의 그곳이 서서히 본연의 형태를 갖춰가기 시작했다.
‘이건 가짜다.’
하며 목경운이 애써 냉철함을 찾으려고 했다.
그러나 이미 한 번 반응하기 시작한 육신만큼은 어떻게 제어할 수가 없었다.
이를 본 금모구미호의 눈빛에 이채가 띠었다.
‘하?’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엄청난 것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수컷을 봤었다.
그렇기에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 녀석은 그들과 비교하기 무색할 만큼 훌륭했다.
‘아아아.’
이러면 생각이 좀 달라지는데. 금모구미호의 눈빛에 야릇함이 묻어나왔다.
이놈이 욕구를 보이는 순간 정신에 곧바로 침투하려고 했는데, 이런 것을 보고 나니 오랜만에 흥분이 되었다.
도도하게 버티던 녀석이 자신의 품속에서 안달복달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졌다.
이에 청령으로 둔갑한 금모구미호가 목경운의 몸에 비비적거리며 참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속삭였다.
“중생. 하아······중생······.”
이와 함께 그녀가 한손으로 목경운의 뺨을 매만졌다.
그 순간 그녀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기묘한 향과 요력이 목경운의 콧속으로 스며 들어갔다.
그러자 목경운의 눈빛이 방금 전과 다르게 몽롱해졌다.
그녀가 그런 목경운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하아······어서······짐승처럼 범해줘.”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였다.
-꽉
목경운이 그녀의 탐스러운 둔부를 거칠게 움켜잡고서 이내 몸을 밀어붙였다.
-쿵!
한 마리의 야수처럼 밀어붙이는 목경운의 힘에 청령으로 둔갑해 있는 금모구미호의 입에서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하악.”
청령의 얼굴로 그런 신음성을 토해내자 이것이 큰 자극이 되었을까?
목경운의 남성이 더욱 흥분했다.
하나가 되면서 이를 더욱 체감할 수 있었던 금모구미호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좋아.’
이걸 싫어할 암컷이 있겠는가.
“어서······어서······”
금모구미호가 목경운에 귀에 대고 보챘다.
그러자 거칠게 밀어붙인 것과 다르게 청령으로 둔갑한 금모구미호와 시선을 마주한 채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코가 닿을 듯 말 듯 얼굴을 가까이 붙이고 있는데, 분위기가 야릇하기 그지없었다.
‘하아. 이 녀석 뭐야?’
이미 자신의 요력에 홀렸기에 수컷의 본능대로 거칠게 밀어붙일 거라 여겼다.
그런데 풀려버린 몽롱한 눈빛으로 자신을 뚫어지게 응시하면서 천천히 반복적으로 움직이는데, 기분이 묘해졌다.
오히려 더 흥분된다고 해야 할까?
‘달라.’
홀렸는데도 여느 수컷들과는 달랐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거친 숨소리가 점점 교성으로 바뀌어갔다.
“하으응.”
유혹하여 타락하는 과정에 불과했던 관계에서 오랜만에 직접적으로 흥분을 느낀 그녀는 제대로 즐기고 싶어졌다.
타락시키는 것은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예기치 못한 방해꾼이 생겼다.
-중새애애애애애앵!
‘!?’
영체가 불투명해질 만큼 약해져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던 진짜 청령이 일부 기운을 회복하면서 이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다.
-!!!!!!!!
이를 본 그녀는 영체임에도 불구하고 견딜 수가 없었다.
금모구미호가 본연의 모습으로 목경운과 저렇게 했어도 뭔가 불쾌했을 것 같은데, 자신의 모습으로 관계를 하니 화가 나는 것과 함께 묘한 기분이 들었다.
‘중생······. 너······.’
목경운이 저렇게 야릇하리 만큼 풀린 눈빛으로 자신과 완전히 똑같은 얼굴을 한 금모구미호를 바라보는데 그게 마치 자신처럼 느껴졌다.
자신이 중생과 마주 보고서 관계를 맺는 것만 같았다.
이를 멍하게 바라보며 기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던 청령은 이내 정신을 차렸다.
‘안 돼.’
백면왕 금모구미호 저 괴물 여우는 수천 년 동안이나 수많은 남자를 홀려서 타락시킨 존재였다.
이대로 가만히 놔두게 되면 중생이 당할 수도 있었다.
이에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영력을 담아 외쳤다.
-중새애애애애애앵!
그 외침이 파동처럼 퍼져나갔다.
금모구미호의 요력에 홀렸거나 정신을 사로잡혔다면 이 파동에 의해 풀려나기를 바랐다.
이런 청령의 외침에 금모구미호가 비웃음을 흘렸다.
‘이미 내게 홀렸는데 이 녀석이 정신 차릴 수 있을 것 같아?’
욕망과 본능에 사로잡힌 지금은 절대로 풀려날 수가 없······.
그때 금모구미호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전 저 원혼의 외침에 목경운이 일순간이지만 움직임을 멈칫하며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이 녀석?’
이 상황에서 외침을 들었다고?
그때 청령이 다시 한번 목경운을 향해 외쳤다.
-중생! 정신 차려라!
-파르르르르!
그녀의 이어지는 외침에 몽롱했던 목경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러한 목경운의 미묘한 변화를 알아차린 금모구미호가 속으로 혀를 찼다.
기껏 저 원혼의 모습으로 둔갑해가며 마음의 빈틈을 타고 들어갔더니, 진짜가 곁에 있어서 그런가. 금방 영향을 받는 듯했다.
이에 금모구미호는,
‘아쉽네.’
좀 더 관계를 즐기려 했던 것을 포기했다.
이놈의 정신력은 보통 인간들보다 훨씬 강해서 연달아 홀리는 것은 힘들었다.
-팍!
금모구미호가 두 손으로 목경운의 머리를 붙잡았다.
그리고는 목경운의 두 눈을 마주했다.
‘완전히 홀려서 나만의 것으로 만들어줄게.’
그 순간 목경운의 시야로 어둠이 찾아오며 사방이 캄캄해졌다.
* * *
‘인간. 네 근본적인 욕망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봐볼까?’
목경운의 정신으로 파고든 금모구미호가 그 기억을 훑어 들어갔다.
이 녀석을 타락시켜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면, 가장 근원의 욕망이나 빈틈이 될 만한 기억을 읽어야 했다.
비교적 가까운 기억들이 편린처럼 희미하게 보였는데, 이 녀석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마음에 드는데.’
이놈 여느 인간들과 다르다는 생각은 했다.
그런데 하는 행동도 그렇고 생각하는 사고가 아무리 봐도 인간과는 괴리가 있었다.
타락한 것이 아니라 타고나기를 악(惡)과 마(魔)에 가까운 존재는 처음이었다.
‘어떻게 이런 녀석을 지금껏 발견하지 못했던 거지?’
그녀는 오랫동안 특별한 존재를 찾아왔다.
그것은 한 유희에서 들었던 하나의 예언 때문이었다.
[달기여. 아니 금모구미호여. 그대는 언젠가 마(魔) 그 자체인 인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인간? 인간이 어떻게 마 그 자체일 수 있다는 거지? 인간은 선도 악도 아닌 불완전한 존재라고 네가 말했잖아.] [그렇다. 하나 노부 역시도 천기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순 없다.] [망할 말코. 저도 잘 이해하지도 못하는 걸 나한테 말하는 저의가 무엇이냐?] [그자를 찾아라. 그자가 그대가 가장 염원하던 것을 가져다줄 거다.] [······내가 원하는 것을 가져다준다고? 그게 정말이야?] [그렇다.] [그럼 그자를 어떻게 만날 수 있는데? 네 잘난 천기를 읽는 능력이면 알 수 있을 것 아냐?] [모르네.] [그럼 별수 없네. 계속 싸울 수밖에.] [······정녕 이렇게 나올 것인가?] [내가 원하던 것을 알려주겠다며 거래를 걸어온 건 너야. 한데 그런 애매한 이야기로 이 싸움을 끝낼 수 있을 것 같아?] [······.]고민하던 그 자가 이윽고 말했다.
[노부가 그 자에게서 볼 수 있는 것은 오직 피로 물든 옥좌(玉座)뿐이다.]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