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413)
눈 속의 눈을 가진 존재들이 나타나면서 예기치 못한 제 삼(三)의 적으로 인해 새로운 혼란을 맞이했던 천지회 본관 광장은 사방이 붉은 피로 물들며 일시적인 소강상태를 맞이했었다.
그런 와중에 갑작스럽게 벌어진 엄청난 대결.
이 압도적인 힘을 가진 존재들의 대결로 인해 모두가 일시적으로 싸움을 멈추고 필연적으로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저, 저게 대체 뭐야?”
“피가 회오리 치다니?”
혈계 안에서 연이어 벌어지는 갑작스러운 기현상에 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것은 천지회의 간부들이라고 해서 다를 게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이를 짐작하기 힘들었지만 확실한 것은 이 거대한 싸움의 중심에 저 두 사내가 있음은 알 수 있었다.
-차차차차차차차차차!
검을 맞대고 있는 목경운과 나율량의 주변으로 수십 자루의 검들이 떠올라 검 끝이 그들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이기어검?’
이 많은 수의 이기어검을 다룬다고?
구파의 중심 중 하나인 무당파나 멸문한 전진파의 마음을 둘로 나누는 기묘한 양분심법(兩分心法)을 익힌다고 해도 이걸 전부 통제하는 건 무리다.
이내 나율량이 왼쪽 눈을 살짝 찡그렸다.
그와 함께 그의 머릿속으로 찰나에 수많은 환영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것은 기억의 파편들이었다.
막 육신을 차지했기 때문에 육신에 대한 지배권을 얻기는 했으나, 그 육신이 가진 기억이나 습관 같은 것들까지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한데 일부 기억들을 받아들이는 순간,
‘천마?’
이놈 스스로를 천마(天魔)라고 칭했다.
그 말인즉 이놈이 칠천(七天)의 칭호를 받은 그놈이란 말인가?
위명이 어찌나 높은지 그의 귀에까지 들어왔었다.
아니 들어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소림의 백팔나한진을 일보에 무너뜨리고, 사천당가를 봉문시켰다.
다른 것은 몰라도 사천당가는 대대손손 그 괴물 같은 일족이 지키고 있지 않은가.
한데 사천당가를 혼자서 굴복시킨 자가 나타났다는 말에 그 역시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기서 그는 두 가지 가설을 뒀었다.
그 일족의 피가 과거보다 옅어져서 예전보다 훨씬 약해졌든지 혹은 그 천마란 존재가 상상을 불허할 괴물이라고 말이다.
하나 전자일 확률이 높다고 봤었는데 이놈이 천마라는 건······.
‘이 강함은 확실하다는 건데······.’
나율량의 기억 속의 목경운의 시작은 초절정의 경지였다.
그런데 그 짧은 사이에 현 무림의 정점인 육천(六天)과 어깨를 나란히 해 새로운 하늘이 되었다고?
인간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가공할 발전 속도였다.
‘설마?’
바로 그때였다.
-우우우우웅!
그들의 주변을 두르고 있던 이기어검에 흑색 검강이 맺혔다.
일반적인 검강과 궤를 달리하는 흑색 검강에 담겨 있는 흉폭하면서 파괴적인 기운을 느낀 순간, 나율량의 이마에 박혀 있는 눈동자의 동공이 새하얗게 물들어갔다.
기묘한 변화였다.
머릿속을 울리는 목소리가 나율량의 추측을 부정했다.
그럴 리가 없다.
한낱 인간이 아무리 무재가 뛰어나다고 한들 어찌 이렇게 빠르게 강해진단 말인가?
이해할 수 없어 하는데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렸다.
[그보다 서두르는 게 좋을 거다, 이 몸은 아직 우리를 견디기 어렵다.]-파르르르!
나율량이 희미하게 떨리는 자신의 손가락을 힐끔 쳐다보았다.
이제는 이 정도 그릇으로도 버티지 못하는 건가.
녀석이 진실이니 뭐니 하며 쓸데없는 고집만 부리지 않았어도 이렇게 둘러서 갈 필요가 없는데 괜히 골치만 아프게 되었다.
-꽉!
주먹을 움켜쥔 나율량의 눈동자가 목경운에게로 향했다.
인간이 확실하다면 이놈의 정체는 대체 뭐란 말인가?
어떻게 류소월을 식신으로 삼은 거지?
운명, 인과, 하늘 그딴 것들이 또 다시 그녀와 자신이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낸 새로운 변수라도 된단 말인가.
-으득!
만약 그런 거라면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설령 그 모든 것이 자신을 가로막는다면 그 모든 것 파멸시켜서라도 이번만큼은 쟁취해낼 것이다.
찰나에 머릿속에서 모든 걸 정리한 나율량이 입을 열었다.
“좋아. 네놈 말대로 네놈의 정체가 뭔지는 개의치 않으마. 그래 봐야 변수. 네놈에게서 소월의 연을 끊어 내고서 죽여달라는 소리가 나오게 해······.”
-촥!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목경운의 좌수에 들려 있는 요검 겁살이 그의 미간을 뚫으려 들자, 나율량이 고개를 옆으로 젖히며 이를 피해낸 후에 두 손가락으로 겁살의 검신을 붙잡았다.
-착!
“찌르기를 하면 거리를 벌릴 거라 여겼느냐?”
“······.”
“가까이서 떨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이 많은 이기어탄검강도 무의미한 일이지.”
나율량이 비웃음을 흘렸다.
검을 맞대고 있는 한 목경운은 절대로 이기어탄검강을 쏠 수가 없다.
너무 가까이 있기에 자신도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괜히 기운을 낭비하는 짓이었다.
이런 건 비효율······.
-촤촤촤촤촤촤촤촥!
그 순간 나율량의 눈이 커졌다.
주변에 있던 수십 자루에 이르는 검 자루에 실려 있던 검강들이 일제히 자신들을 향해 쇄도해왔기 때문이었다.
이놈 자신이 다치는 것 따윈 안중에도 없단 말인가.
‘하?’
아무래도 자신이 기억하던 그 존재와는 정말로 관련이 먼 것 같다.
뭔가 거친 날 것의 느낌이 강하다.
흉악스러우면서 광기(狂氣)마저 느껴진다.
-슥!
나율량이 이내 배(排)의 식(式)을 펼쳐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수십여 이기어탄검강들을 흘려보내려고 했다.
그러나,
-우우우웅!
목경운이 동시에 착(着)의 식(式)을 펼치며 상쇄되고 말았다.
“성가신 놈!”
그리 난장판으로 가고 싶다면 그래 맞춰주마.
한 번 해보자꾸나.
-채앙!
나율량이 맞대고 있던 목경운의 검을 쳐내며 절세 검초를 펼쳤다.
그것은 다름 아닌 천맥의 검식(天脈)이었는데, 그 검의 궤로는 회주가 펼치는 것보다도 훨씬 복잡하고 오묘하기 그지없었다.
이런 그의 검을 목경운 역시도 마검공(魔劍功) 제2초식으로 상대했다.
-채채채채채채채챙!
두 사람의 검초가 격렬히 부딪치며 주변으로 푸른 불꽃이 튀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수십의 이기어탄검강의 검은 빛줄기가 그들에게로 날아들었다.
-채차차차차차창!
-파파파파파팡!
여기서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격렬히 검초를 부딪치고 있는 와중에 목경운은 반대 손에 쥐고 있는 요검 겁살로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이기어탄검강을 쳐내서 그 궤로를 틀어 도리어 나율량에게로 날렸다.
이는 나율량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왼손을 내밀어 부드럽게 장법을 펼치자 탄검강의 궤로가 바뀌며 그것이 목경운에게로 쇄도했다.
-파차차차차차창!
그렇게 서로가 궤로를 틀어버린 이기어탄검강들이 부딪치며 또 다른 상쇄의 여파를 만들어냈다.
잿빛 가루들이 튀며 그들의 주변을 뒤덮었다.
눈 속의 눈이 나온 괴인들을 처리하고 있던 목경운 산하의 고수들이 이를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초절학의 향연인가.’
‘하! 이 정도로 수준 높은 대결은 처음이야.’
‘괴물들의 대결이군.’
절세검초들이 부딪치는 와중에 이기어탄검강을 운용하고, 이것을 이화접목의 수로 서로를 공격하는 이들의 모습에 모두가 전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야말로 대종사급 절세고수들의 대결이라고 할 만했다.
그런데 지켜보는 이들 모두가 의아함을 금치 못하는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대공자 나율량의 무위가 갑자기 다른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급격히 치솟은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아니. 왜 무형검을 쓰시지 않는 거지?”
회주의 둘째 제자 장능악의 몸에 빙의해 있는 호위 고찬이 의아해했다.
생사경의 경지에 오른 목경운이 무형검을 쓴다면 상황을 더 압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전력을 다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런 그의 의문을 누군가 답했다.
-쿵!
“클클. 쓰지 않는 게 아니라 못 쓰는 거다.”
“헛? 까, 깜짝이야.”
그는 파계승 복마권사 자금정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험악한 인상의 자금정에게 놀란 고찬이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자금정은 하던 말을 이어갔다.
“앞의 싸움들로 내공의 소진이 컸다.”
“아!”
그러고 보니 목경운은 달라진 대공자 나율량과 겨루기 전부터 내공 소진이 큰 절학들을 연달아 펼쳤었다.
내공이 무한한 건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무형검을 쓰지 않고서 저리 싸울 정도면 내공의 소진이 정말 큰 모양이었다.
“단순하기는. 클클.”
자금정이 피로 젖은 손으로 호리병 마개를 열고 술을 벌컥벌컥 마셨다.
이를 보며 호위 고찬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잠깐. 이봐. 그런데 너 뭐야? 주인님께서 새로 받은 수하인 건 알겠는데 초면에 말버릇이······.”
“시끄럽고 지금이 기회다.”
“뭐?”
“저 괴물들의 대결로 저 빌어먹을 눈깔 괴인들마저 시선을 빼앗기고 있다. 이때 전열을 가다듬고 저들을 쳐야 한다.”
“······.”
이런 그의 말에 버릇없다며 화를 내려 했던 고찬이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눈알이 튀어나온 놈들로 인해 누가 아군인지 모를 만큼 뒤죽박죽 섞여 혼전이 된 상태였다.
이때 전열을 가다듬어야 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둘째 공자 장능악의 육신 덕분에 나름 영향력을 가진 자신이 이들을 움직이는 건 어렵지 않았으나, 아군의 전열을 맞추려 들면 저들도 자신의 외침을 듣고서 따라붙어서 방해하려 들 거다.
그것마저 감수해야 하는 건가?
“저놈들이 뒤섞이면 전열이고 뭐고 의미가 없을 텐데.”
“이걸 받아라.”
파계승 자금정이 자신이 입고 있던 누더기 같은 가사를 벗어줬다.
“이걸로 뭘 하라고?”
“뒤집으면 알 거다.”
“뒤집으라고?”
이에 고찬이 찝찝한 얼굴로 받아든 가사를 뒤집었다.
그러자 그 속에는 붉은색 글씨로 빼곡하게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그것이 드러난 순간,
“키익!”
“캭!”
근방에 있던 눈알이 뚫고 튀어나온 괴인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괴성과 함께 뒤로 물러서는 것이 아닌가.
마치 이것을 꺼려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이게 뭔데 저러는 거지?”
“낡아빠지긴 했어도 항마진언경(抗魔眞言經)을 새겨넣은 가사다. 이매망량이나 잡귀들을 쫓아내는 데는 제격이지. 클클.”
“항마진언경? 그런데 이거 하나 가지고는 턱도 없을 것 같은데. 더 없나?”
“하나면 충분하다.”
“뭐?”
“가만히 있어라. 으차!”
“어엇?”
그 말과 함께 자금정이 고찬의 다리를 들어서 자신의 어깨에 목말을 태우는 것이 아닌가.
순간 뭐 하나 싶어 당황해하는데, 나름 거구의 자금정이 목말을 태운 덕분에 돌출되어서 시야가 확보되기는 했다.
“불을 보면 네놈의 뒤쪽으로 뛰어서 전열을 맞추라 해라.”
“불?”
“닥치고 어서!”
자금정의 닦달에 고찬이 이내 진기를 실어서 소리쳤다.
“모두 들어라! 눈동자를 뚫고서 눈이 튀어나온 자들은 더 이상 아군이 아니다! 불을 보게 되면 본 공자의 뒤로 전열을 맞춰라!”
고찬의 외침에 주변에 있던 모두가 의아해하며 쳐다보았다.
불을 보게 되면 뒤로 붙어서 전열을 맞추라니 이게 무슨 소리지?
바로 그 순간이었다.
-짝!
자금정이 손바닥을 모으며 합장을 하며 염불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화르르르륵!
고찬이 들고 있던 항마진언경이 새겨져 있던 가사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뭐, 뭐야?”
불이라는 게 이걸 의미한 거였나?
그런데 불에 타오르던 가사의 불꽃이 어느 순간 푸른색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푸른 불꽃은 광명에 가까울 만큼 밝았다.
-치이이익!
“끄읍!”
“누, 눈이!”
그러자 눈속에 눈이 튀어나온 괴인들이 푸른 불꽃을 보며 괴롭다는 듯이 자신의 눈을 가렸다.
이런 그들의 반응에 회인들이 이때다 싶어 소리치며 신형을 날렸다.
“이때다! 장능악 공자의 뒤로 진열을 맞춰라!”
“와아아아아아아!!!!”
-파파파파파팍!
항마진언경의 가사가 타오르며 발하는 푸른 불꽃 덕분에 일시적으로 괴인들의 움직임이 멎자 회인들은 빠르게 전열을 맞춰갔다.
“클클, 어떠냐? 이 땡중 덕분에······. 응?”
그때 자금정이 미간을 찡그렸다.
-치이이이이!
그도 그럴 것이 불타고 있는 가사를 들고 있던 장능악의 두 손과 팔이 검붉게 타들어 가고 있었고, 두 눈동자가 뒤집혀서 혼이 빠져나간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니 정말로 빠져나갔다.
장능악의 머리 위로 고찬의 원혼이 금방이라도 성불할 것처럼 장엄한 빛과 함께 올라가고 있었다.
“······뭐야? 네놈 잡귀였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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