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422)
같은 시각.
어둠으로 가득한 대전 안.
-쩌저적!
금이 가는 소리에 분을 삭이며 석좌에 앉아 있던 존재의 시선이 여섯 개의 초가 커져 있는 벽면으로 향했다.
그중 가장 말미에 있는 초 앞은 비어 있었고, 나머지 초들 앞에는 둥근 옥패들이 세워져 있었다.
그런 다섯 옥패 중 한가운데의 둥근 옥패 끝부분에 일부 금이 갔다.
이에 석좌에 앉아 있던 그림자 속 존재의 이마 눈동자가 꿈틀대며 움직였다.
-강염이군.
“놈과 부딪쳤군. 한데 상황이 그리 좋아 보이진 않는데.”
옥패에 금이 갔다는 것은 강염의 신상에 좋은 일은 아니었다.
부상을 입었다든지 위험한 상황임을 의미했다.
그러자 이마의 눈동자가 움직이며 목소리가 울렸다.
-제 일계가 가진 힘은 전수해준 무공만이 아니다. 동반자 너도 잘 알 텐데.
“······두고 보면 알겠지.”
-조금만 기다려라. 곧 네 바람이 이루어질 거다.
* * *
‘이럴 수가······.’
명도왕 손윤이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자신을 비롯한 초고수들의 합공을 너무도 손쉽게 막아내던 괴물이었다.
그런데 그런 강염을 밀어붙인 것도 모자라 숨겨진 힘을 드러내려는 순간, 단숨에 한 점으로 역량을 모아 가슴에 구멍을 내버렸다.
그야말로 압도 그 자체였다.
저게 정말 자신이 알고 있는 그 목경운이 맞단 말인가?
‘······괴물은 따로 있었군.’
인간이라고는 믿기 힘든 성장의 폭이었다.
이 정도면 회주, 아니 솔직히 말하면 전성기의 회주라고 해도 과연 이 괴물을 상대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였다.
‘이를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지?’
겨우 회주의 막내 제자인 위소연을 구할 희망이 생겼지만 이런 목경운의 무위에 내심 걱정이 앞서는 그였다.
강해도 너무 강했다.
아가씨가 목경운을 아낀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저놈은 정파의 볼모 출신이었다.
저 정도 무위를 가지게 된 녀석이 만에 하나라도 역심을 품게 된다면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지도 몰랐다.
-채채채채챙!
그때 그의 귓가로 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에 광검객 검마 지외가 남아 있는 복면인들과 싸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를 보며 손윤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복면인 중에 몇 명이 유독 남다른 무위를 지녔다는 것은 눈치채고 있었지만, 저들 중 목경운의 진각을 버텨낸 네 명은 심지어 지외의 검마저 버텨내고 있었다.
‘아무리 진기를 거의 다 소진했다고 하나 화경의 고수를 상대로 저리 버티다니. 보통 녀석들이 아니구나.’
“후우.”
약식으로 운기를 하며 기운을 다스리던 손윤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치명상에서는 벗어났으니 지외를 도와야 할 듯했다.
그런데,
-촥!
지외의 검에 한 복면인의 복면이 찢겨 졌는데,
‘아니?’
복면 속에 감춰져 있던 얼굴을 보게 된 손윤과 그를 직접 상대하던 검마 지외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것은 평범한 인간과는 거리가 멀었다.
마치 짐승을 연상케 하는 부리부리한 눈과 콧대가 없고 작게 난 두 개의 구멍, 그리고 날카롭기 그지없는 이빨들.
그야말로 괴인(怪人)이나 다름없었다.
“빌어먹을 노친네.”
얼굴이 드러난 괴인이 불쾌함을 드러냈다.
그러더니 이내 괴인이 야생짐승처럼 사족보행을 하며 기묘한 움직임을 보이며 지외의 검초를 피하더니 그의 뒤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움직임이 인간이 아니로다.’
하나,
-팍!
지외가 공중제비를 돌듯이 뒤로 돌며 자신의 등을 노리던 괴인의 머리로 검을 꽂았다.
-푹!
“칵!”
검에 꽂힌 괴인이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바닥에 엎어졌다.
“이 늙은 인간 놈이!”
“죽여버리겠다!”
“크와아아아아!”
동료가 죽자 분노했는지 복면인 셋이 격렬한 기세로 지외를 향해 달려들었다.
놈들의 움직임은 앞서 죽은 괴인 못지않았다.
-파파파파파팍!
진기와 체력을 거의 소진한 지외가 눈동자를 빠르게 움직이며 침착하게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이에 대응하려고 하는데,
-푸푸푹!
“억!”
“끅!”
“켁!”
그때 검 한 자루가 날아들며 그들을 하나하나 꼬챙이에 꿰듯이 관통해버렸다.
그러자 몸통에 구멍이 난 복면인들이 괴로움에 숨을 헐떡이다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이를 보며 검마 지외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들의 몸을 꿰뚫은 것은 흑색의 이기어검강(以氣馭劍罡)이었다.
이를 날려 보낸 것은 다름 아닌 목경운이었다.
-착!
그들을 단숨에 죽여버린 이기어검강은 다시 날아와 목경운의 허리춤에 있는 검집에 안착했다.
‘이기어검강마저 저리 자유로이 다루다니. 의심할 여지가 없구나.’
지외를 도우려고 했던 명도왕 손윤이 혀를 내둘렀다.
목경운은 틀림없이 현경(玄境)의 경지에 이르렀다.
아직 약관도 되지 않은 녀석이 고작 반년 만에 지고의 경지에 이르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 보고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런데 저 녀석은 왜 아직까지 저놈 앞에서 저러고 있는 거지?
명도왕 손윤이 의아해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목경운이 아직까지 가슴이 뚫려서 죽은 강염의 앞에 계속 서 있기 때문이었다.
‘가슴에 구멍이 났는데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 것처럼 저리······.’
-흠칫!
그 순간이었다.
-화르르르르륵!
죽은 강염의 전신이 엄청난 불꽃에 휩싸였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지?
죽은 자가 갑자기 왜 저절로 발화(發火)한 거지?
의아해하는데, 불타고 있는 강염의 주변의 바닥으로 불꽃이 옮겨붙으며 이내 타는 것을 넘어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뜨거움이 일반적인 불꽃을 넘어섰다.
그때 목경운이 한 손은 뒷짐을 진 채 오른손 검결지를 위로 올리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둥둥!
주변에 있던 주인을 잃은 검들이 떠올랐다.
목경운이 불타고 있는 강염을 향해 손을 뻗자 검들이 일제히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슈슈슈슈슈슉!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불꽃의 열기가 어찌나 강한지 검이 닿기도 전에 녹아내려 버리는 사태가 벌어졌다.
마치 보이지 않는 열기의 벽에 막힌 것처럼 말이다.
-파스스스스!
‘검이 녹아내릴 정도의 열기라니.’
양암곡주 기해의 여식인 기옥련 역시도 이 광경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데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열기가 점차 사방으로 퍼져나가는지 주변의 공기가 일렁이며 왜곡되는 현상마저 보였다.
마치 아지랑이를 보는 듯했다.
-슈슈슈슈슉!
여전히 목경운이 이기어검으로 날려버린 검들이 계속해서 불타는 강염을 향해 날아갔으나, 닿기는커녕 계속 녹아내리기만 했다.
소용도 없는데 왜 계속 검을 날려 보내는 거지?
열기가 심상치 않다고 느껴서인가?
그런데 기옥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앗?’
녹아내린 검의 철 조각은 거의 쇳물 수준까지 되었는데, 이것들이 점차 쌓여가며 불타고 있는 강염을 둘러싸고 있었다.
‘이게 가능하다고?’
그것이 어느새 허리 정도까지 둘러쌀 정도가 되자, 열기의 반이 빠져나가지 못해서 그런지 주변의 바닥이 불타는 것이 멈췄다.
대신 열기는 위로 솟구치며 주변의 공기를 뜨겁게 만들었다.
-팍!
그때였다.
“크아아아아아아아!”
죽은 줄 알았던 불타던 강염이 갑자기 움직이며 자신을 가두려고 하는 쇳물을 뚫고서 목경운을 향해 달려들었다.
-파파파팍!
뜨거운 불꽃 그 자체가 된 그가 신형을 날려오자 목경운이 앞으로 손을 당겼다가 장법을 펼치는 것처럼 손바닥을 뻗었다.
그러자 새하얀 기운이 폭사되며 불꽃을 뒤덮었다.
그것은 극음(極陰)의 한기(寒氣)였다.
-솨아아아아아!
극음의 한기와 불꽃이 부딪치자 수분으로 인해 뿌연 수증기가 주변을 순식간에 가득 메워버렸다.
-팟!
그런 수증기 속을 뚫고 나온 강염이 목경운이 있다고 확신한 곳을 향해 수도(手刀)를 날렸다.
그러자 불꽃으로 이루어진 도 형태의 도강이 뻗어 나와 수증기를 가르며 지나갔다.
-화르르르륵! 촥!
-콰아아아앙!
불꽃의 도강은 수증기만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반경 십여 장에 이르는 곳까지 쇄도해 주변을 초토화시키기에 이르렀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수증기 속에서 불꽃의 도강이 연달아 사방으로 날아들었다.
그 엄청난 위력에 명도왕 손윤을 비롯해 주변에 있던 살아남은 회인들은 그 여파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대한 거리를 벌릴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불꽃의 도강이 날아드는 반경에서 최대한 벗어난 손윤이 이해할 수 없어 했다.
가슴에 구멍이 뚫리고도 살아있다니 이 무슨 괴현상이란 말인가?
설마 불사(不死)의 존재라도 된단 말인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던 차였다.
어느새 계속해서 사방으로 날아들던 불꽃의 도강이 멈췄다.
그러더니 이윽고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던 수증기가 가시며 흐릿하게 무언가가 보였다.
그것은,
‘!!!!!!’
사지가 전부 잘려서 바닥에 엎어진 채 목경운에게 밟혀 있는 강염이었다.
여전히 놈에게서 뜨거운 열기가 흘러나왔지만 목경운은 이를 전혀 개의치 않는지 그의 머리에 흑색 강기로 이루어진 요검 악즉을 박아 넣었다.
-푹!
“컥!”
검이 그의 머리를 관통해 입을 뚫고 나왔다.
매우 잔혹한 손속임에도 불구하고 목경운은 아무런 감흥조차 없다는 듯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때 강염의 잘려나간 사지가 꿈틀거리며 핏줄이 뒤엉키고 살점이 돋아나려 했다.
그러자 목경운은,
-촥!
머리에 박아 넣었던 검을 뽑아 재생하려하는 부위의 위쪽을 베어냈다.
-촤촤촤촥!
다시 사지가 잘려나가자 강염이 괴로운 얼굴로 신음성을 흘렸다.
“끄으으으.”
강염은 내심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는 수백 년 동안이나 살아온 이매망량이자 인간화까지 가능한 격이 높은 마수(魔獸)였다.
심지어 다른 이매망량보다 정교하게 인간화를 이뤘기에 혈맥마저 구현할 수 있어 목간으로부터 무공을 전수받았고 그가 총애하는 제 일계의 일원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괴물은 대체 뭐지?
상극이나 다름없는 영물의 피를 흡수하는데 성공하여 엄청난 화기(火氣)와 재생력마저 갖춘 자신이 완전히 맥을 못 추고 있다.
“으으으.”
괴로워하는 그에게 목경운이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아프기는 한가 보지? 몇 번을 베면 죽을까? 백 번, 천 번, 만 번······.”
-흠칫!
목경운의 그 말에 강염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이 괴물 같은 인간이라면 정말로 그리할 것만 같았다.
“끄으으. 이노오오옴.”
“죽지 못하는 게 그리 좋은 건 아닌 것 같네. 안 그래?”
-츄르르륵!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강염의 잘려나간 사지가 그의 의지와 무관하게 재생하려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말 그대로 반복이었다.
목경운이 다시 검을 움직이자 그의 사지가 더 위로 잘려나가 이제는 몸통만 남았다.
-쾅!
괴로워하는 강염의 머리를 목경운이 짓밟고는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몸통을 남겨놓을 필요가 없이 머리만 있어도 되지 않을까?”
이에 강염이 다급한 목소리로 목경운을 향해 소리쳤다.
“저, 저 인간 계집을 넘길 테니 그만해라.”
인간 계집.
그가 말하는 그 계집은 바로 천지회주의 막내제자 위소연을 뜻했다.
위소연의 옆에는 여전히 복면인 둘이 붙어 있었다.
안 그래도 여차하면 찌를 것처럼 단검을 뽑아 목에 들이밀고 있어서 검마 지외 역시도 쉽사리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던 차였다.
그런데,
“이 정도의 전력을 분산시킨 것도 모자라 데리고 도주할 여력이 있는데도 시간을 끌었다. 그렇다는 건 무언가 다른 목적이 있다는 건데······.”
‘이놈?’
강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설마하고 있는데 목경운이 기절해 있는 위소연을 빤히 쳐다보더니,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저거 진짜가 아니군.”
‘!!!!!!!’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