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423)
“저거 진짜가 아니군.”
‘!?’
싸늘한 눈빛의 목경운의 말에 밀회 제 일계 강염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그러나 이내 이를 내색하지 않은 채 말했다.
“하아······하아······무슨 소릴 하는 것이냐?”
“무슨 소리? 시치미를 떼는 건가?”
“······네놈의 태도를 보아하니 저 인간 계집을 딱히 구하고 싶지 않은가 보군.”
강염의 그 말에 목경운이 코웃음을 쳤다.
그러더니 이내 기절해 있는 천지회주의 막내 제자 위소연의 목에 단검을 들이밀고 있는 복면인에게 말했다.
“죽여.”
“뭣?”
복면인이 일순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놈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인질을 구할 생각을 하지 않고 죽이라니?
“목경운!”
그때 명도왕 손윤이 큰 소리로 이름을 부르며 다그쳤다.
그는 목경운이 복면인들에게 하는 소리를 듣고서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어떻게 아가씨를 죽이라는 말을 저리 망설임 없이 할 수 있는 거지?
“네놈 어찌 그런······.”
“가짜다.”
“뭐?”
“말 그대로다.”
이런 목경운의 말에 명도왕 손윤의 인상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놈이 왜 저런 말을 하는지는 알고 있다.
자신 역시도 이들이 충분히 도주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음에도 일부러 시간을 끌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분명 이들에게는 무언가 속셈이 있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위소연 아가씨가 저들에게 납치되는 순간 그곳에 있었고 자신의 이 두 눈으로 지켜봤다.
“저들을 그만 도발해라. 만약 아가씨의 생사에 조금이라도······.”
“가짜라고 했을 텐데.”
“목경운······. 저건 아가씨가 틀림없다. 네놈은 보지 못했겠지만 여기 있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인데 어찌 그런 무리수를 감행······.”
“언제 바뀌었는지는 알 바가 아니다.”
“하!”
명도왕 손윤은 답답해졌다.
이놈이 이렇게 고집을 부리다 도발에 넘어간 적들이 이판사판으로 아가씨에게 해코지라도 한다면 모든 것이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손윤이 목경운을 노려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놈 설마 아가씨가 죽기라도 바라는 것이냐?”
“그럴 리가.”
“한데 어찌······.”
“진짜라면 더 죽일 수 없다.”
“너······.”
“이 정도 전력을 보낼 만큼 위소연을 납치하려고 애를 썼는데, 쉽게 죽일 거라 생각하는 발상이 더 안일하군.”
“······.”
이런 목경운의 말에 명도왕 손윤이 입을 다물었다.
그 말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시간을 지체한 그 의도가 불분명했기 때문에 만약 저들이 위소연을 납치한 이유가 그저 천지회의 전력을 분산시키고 시선을 분리하기 위함일지도 모르기에 여전히 저들을 도발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여겼다.
“목경운 네 말도 분명······.”
그때였다.
“죽이지 못하겠다면 내가 하지.”
-슥!
목경운이 검결지를 뻗었다.
그러자 바닥에 떨어져 있던 검 십여 자루가 동시에 떠올라 복면인 둘과 기절해 있는 위소연을 향해 날아들었다.
“목경운!”
명도왕 손윤이 황급히 이를 막기 위해 몸을 날렸다.
그러나 그런 그의 앞을 검마 지외가 가로막았다.
“주군을 방해할 순 없네.”
‘아니 이자가!’
지외가 비록 지치기는 했으나, 명색이 벽을 넘어서 화경의 경지에 이른 초고수였다.
아무리 천지회 오왕의 일인인 명도왕 손윤이라 해도 그를 일대일로 상대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파파파팍!
서로 병장기가 없이 검결지와 수도로 몇 합 부딪치더니, 이내 손윤이 다섯 보가량 밀려나고 말았다.
-촤르르르르!
그러는 사이 어느새 목경운이 날려 보낸 검들은 복면인들에게 도달했고 그 목에 단검을 겨냥하고 있던 이들이 결국 나서서 그것을 막아냈다.
-채채채채챙!
이들 또한 상당한 실력자였는지 날아드는 검 두, 세 자루까지는 용케 대응했다.
그러나 뒤이어 날아드는 검들에,
-푸푹!
“컥!”
“끅!”
치명적인 요혈을 관통당해 그대로 숨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막지 못한 검은 기절해 있는 위소연에게로 전부 날아갔는데,
“아가씨!”
기옥련을 비롯해 위소연을 따르는 회인들 역시도 황급히 신형을 날려 이를 막으려 했으나, 이미 검들은 그녀에게 닿고 말았다.
그런데 검이 그녀에게 닿는 순간,
-채차차차차창!
위소연의 몸에 닿았던 검들이 전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
그 광경에 명도왕 손윤을 비롯한 위소연 산하의 살아남은 회인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의아해하는데, 이윽고 위소연이 희번득한 하얀 눈동자를 드러냈다.
그녀의 몸에 날아들었던 검이 부딪쳤던 곳의 옷이 찢겨져 피부가 드러났는데, 기괴한 푸른빛의 비늘이 돋아져 있었다.
‘이럴······수가?’
저건 위소연 아가씨가 아니었다.
정말 목경운의 예상이 맞았단 말인가?
인간이 아닌 모습으로 정체가 드러난 가짜 위소연의 모습에 강염의 입에서 아쉬운 탄식이 흘러나왔다.
“아아아.”
만약 목경운이든 누구든 간에 속아서 가짜 위소연에게 접근했다면, 그 방심의 대가로 목숨을 잃었으리라.
하나 아쉽기는 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
시간을 끌어 진짜 위소연을 데려가는 동안 눈치채지 못하게 한 걸로 만족해야 할 듯했다.
그때였다.
“그분을 놓아줘! 크아아아아!”
정체를 드러낸 가짜 위소연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목경운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돌진해왔다.
그런데,
-슥!
목경운이 그녀를 향해 검결지로 베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촥!
가짜 위소연의 몸이 갑자기 나타난 투명하기 그지없는 무형검(無形劍)에 의해 목이 잘려나가고 말았다.
잘려나간 머리통이 바닥을 데굴데굴 뒹굴며 푸른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
이를 본 강염의 눈이 더욱 커졌다.
저 투명한 형태의 검에 대해 분명 들어본 적이 있었다.
지고의 경지라 불리는 현경(玄境)의 경지를 넘어서 오직 검극(劍極)에 이른 자만이 기로서 검(劍)을 형상화할 수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는 건 이놈은 지금까지 자신을 상대로 전혀 전력을 다한 게······.
-츄르르륵!
그때 강염의 잘린 신체 부위가 회복되려 하자, 목경운이 다시 검으로 그 부위들을 잘라내 버렸다.
-촤촤촤촥!
“끄읍!”
괴로워하는 강염을 내려다보며 목경운이 입을 열었다.
“세 가지만 답하면 자비를 베풀어 목숨은 붙여주지.”
“세 가지?”
“진짜 위소연의 위치, 그녀를 데려간 이유, 삼안(三眼)의 본체가 있는 곳.”
이런 목경운의 말에 강염이 괴로운 와중에도 기가 차다는 듯이 비웃음을 흘려댔다.
“크큭······크흐흐흐흐.”
“······.”
“설마 네놈의 질문에 답할 거라 생각하느냐? 그런 걸 바랐다면······.”
-푹!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그의 등허리 쪽을 꿰뚫고서 목경운의 요검 악즉의 검 끝이 파고들었다.
목경운이 검에 회전을 가미하자,
-촤르르륵!
“끄가가아아악!”
그의 체내에 있는 장기기관이 뒤틀리며 전부 갈려버리고 말았다.
몸이 잘려나가는 고통도 괴로운데, 구성된 체내의 오장육부가 예기의 회오리로 갈려나가자 강염을 진심으로 죽음을 바랄 만큼 괴로웠다.
하나 절대적 상극(相克)이라는 엄청난 확률을 뚫고서 영물의 피를 흡수하는데 성공한 그는 엄청난 재생 능력 덕분에 쉽사리 죽을 수도 없었다.
“끄으으으.”
“말해라. 진짜 위소연······. 어디로 데려갔지?”
“그, 그분께서······.”
“······.”
“네······. 네놈과······인간들의 씨를 말려버릴 것이다. 그때까지 남아있는 생을 즐겨둬라. 크흐흐흐흐.”
강염이 푸른 피로 젖은 이를 드러내며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억지로 비웃음을 흘렸다.
이에 목경운이 피식하고 웃더니 그의 등에서 요검 악즉을 뽑으며 말했다.
“별수 없군. 의지가 꽤 굳건해서 입을 열게 하긴 어렵겠어.”
포기하는 건가?
강염의 눈빛에 이채가 띠었다.
쉽게 이런 걸로 포기할 위인처럼 보이지 않았는데 말이다.
-탁!
그러는데 목경운이 몸을 숙이더니 그의 가슴에 손바닥을 갖다댔다.
이게 무슨 짓이지라고 여기는데, 목경운이 그를 입꼬리를 비릿하게 올리며 말했다.
“한데 말이야. 네가 아니더라도 대답해줄 자가 없다고 생각하나?”
“······.”
강염이 코웃음을 쳤다.
이곳에 투입된 이들 중에 회의 중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이는 없었다.
밀회에서도 최고 간부라 할 수 있는 제 일계(一界)가 아니고는 대계의 흐름을 정확하게 아는 자들은 극소수라 할 만큼 드물었다.
그런데,
“너와 비슷한 수준의 요력을 지닌 반백의 여인이 삼안(三眼)이 복제된 눈으로 자폭을 하고나니 주저 없이 항복했다.”
‘춘추(春秋)?’
그 말에 강염은 미간을 찡그렸다.
반백의 여인이라고 하자 단번에 누군지 알아들은 그였다.
다소 통제하기 힘든 성정을 지닌 그녀라고는 하나, 그분의 무서움을 알기에 절대 배신하진 못할 거라 여겼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주저 없이 항복했다고?
도저히 믿기 힘들었다.
“그녀를 통해서 알아보도록 하지. 그리고 네게선······.”
-슈우우우우!
“흐헉!”
그 순간 강염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가슴에 갖다대고 있는 목경운의 손바닥을 통해 요력이 빨려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이, 이게 대체?’
눈앞의 존재는 틀림없는 인간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자신의 요력을 흡수할 수 있는 거지?
그것은 파사팔식(破思八式)의 묘리 중 하나인 착(着)의 식(式)으로 인해 벌어지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목경운의 진기는 양생(陽生)의 기운이 아니었다.
죽은 자의 기운이나 극한의 음기, 이매망량에게서 흡수한 요력 등이 합쳐서 이루게 된 마기(魔氣)였다.
그 근본이 그렇다 보니 요력을 흡수하는데 거부감이 있을 리가 없었다.
-슈우우우우!
재생 능력을 갖추고 있기에 계속되는 고통을 괴로워했던 그였지만,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온 요력을 목경운이 흡수하자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끄어어어. 머, 멈춰!”
물론 그런 그의 외침이 목경운에게 귓등으로라도 들릴 리가 만무했다.
-화르르륵!
강염의 요력을 흡수하는 목경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지금까지 흡수했던 이매망량의 요력(妖力)과 다르게 뭔가 특이한 기운이 공존하고 있었다.
열양지기보다도 더 순도 높은 이 뜨거운 기운은 자연지기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 기운을 흡수하려 하자, 절대로 삼안을 배신할 것 같지 않던 강염이 황급히 그에게 소리쳤다.
“그, 그 인간 계집이 있으면 봉인해뒀던 원혼을 되살릴 수 있다고 했다.”
‘!?’
순간 목경운이 그의 요력을 흡수하던 것을 멈췄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