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ck in the Tower RAW novel - Chapter 760
759화 보내다
수도의 상황을 직접 확인할 수는 없다.
물리적인 거리가 있으니 마련해 두었던 작전이 성공했는지, 어떤 식으로 전황이 이어지고 있는지도 볼 수 없었으나.
“잘되고 있는 거 같군.”
“그러겡. 생각보다 효과 좋당!”
오필리아와 노블 나이트가 지속적으로 커뮤니티에 상황을 올리고 있다.
짧은 글과 사진.
밖에서는 핸드폰이나 다른 단말기가 있지만 이곳은 탑이었으니, 내가 카메라와 사진 등록 스킬을 뿌린 이후에는 커뮤니티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
NPC들은 따로 커뮤니티가 없어서 못 쓰는 방법이지만.
“오호. 이 정도면 할 만하겠네.”
“1차 저지선에서 마무리되겠군요.”
옆에 등반가가 있다면 같이 보는 건 문제없다.
NPC들은 커뮤니티를 볼 수 있으니.
내가 릴카한테 쁘띠공듀인 걸 들킨 원인이기도 하고.
괜히 속이 쓰렸지만 이제는 괜찮다.
‘릴카라서 차라리 다행이었지.’
다른 NPC였으면 더 끔찍하지 않았을까.
것보다.
‘숭배자 놈들도 무작정 덤비지는 않는군.’
놈들이면 머릿수도 월등하니 밀어붙일 줄 알았는데.
탐사대가 빠져나간 지금이 기습하기엔 적기였고, 다시 이런 기회가 올 거라는 보장은 없었으니.
예상과 달리 놈들은 차분했다.
오필리아가 잘 대응한 것도 있지만 녀석들 또한 한번 크게 당했기 때문인지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일반적인 전장이라면 후퇴하고 있을 때 쓸어버려야 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놈들의 병력이 여전히 남아 있기도 하거니와.
“그런데 저 정도 난리가 났으면 한동안은 못 쓰겠는데?”
“아무래도. 괴이체가 빠질 때까지는 좀 힘들지.”
지금 진입하기에는 전장이 너무 난장판이다.
놈들이 이끌고 온 괴이체와 새롭게 생겨난 괴이체가 뒤엉켜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됐다.
“효과는 좋지만 자주 쓰지는 못하겠어.”
“어차피 만약의 경우를 대비했던 거니까.”
수도로 향하는 길목 하나가 사라진 건 뼈아픈 일이었으나 수도가 함락되는 것보다는 나았다.
유심히 커뮤니티의 사진을 살폈다.
개념이 침투해 정보가 오염된 녀석이 있는가 하면 부적응으로 그대로 사망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괴이체였던 녀석들은?
“와, 형님. 사르르 녹는데요?”
“으엑! 징그러!”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치를 벗어나 육신이 붕괴되었다.
어찌 됐든 놈들 또한 물리적인 형태를 지니고는 있었으니까.
유령처럼 정신체에 가까운 놈들도 있기는 하다만 결과는 비슷했다.
멋대로 폭주하다가 사라졌다.
승전보 자체는 기쁜 소식이었으나 위기감도 느껴졌다.
“숭배자의 왕도 비슷한 일을 저지를 수 있겠지.”
“이미 그러고 있잖아. 필드에 돌아다니는 놈들이 거기서 나온 건데.”
반대로 우리가 당할 수도 있는 문제였다.
녀석들이 보유하고 있는 개념은 우리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을 테니까.
숭배자 놈들이 개념을 가지고 와서 자폭할 가능성도 열어 놔야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 정도로 막 나가기는 쉽지 않다.
NPC가 죽으면 시스템에 의해 새로운 NPC가 층에 배치된다.
그 NPC가 일반 NPC일지 숭배자일지는 알 수 없다.
놈이라고 숭배자가 무한정 있는 건 아니니 의미 없는 희생을 강요하진 않을 거 같은데.
‘또 모르지. 미친놈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알 수 없으니.’
부하들을 모조리 갈아 치우더라도 우리를 방해할 수도 있었다.
어디까지나 가능성.
혹은 변덕.
멋대로 움직일 수 있는 녀석과 달리 우리는 신중하게 움직여야 했다.
뭐가 됐든 녀석들의 의도는 통했다.
왕국의 영토를 넓히기 위해 나온 이들.
탐사대가 도로 복귀하게 만들었으니.
이상하기도 하지.
“어째 왕국이 세워지는 걸 과하게 경계하는 느낌이야.”
“그쪽이 가장 가성비 좋아서 그런거 아니냥?”
왕국만 안 만들어지면 정면으로 맞붙는 게 불가능하니까.
이해 못 할 건 아닌데.
‘그래도 과하다는 생각이 드는군.’
왠지 모를 찝찝함이 남았다.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생각한다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지금은 그저 임무를 수행하는 데 집중할 생각이다.
언제나 계획은 유동적으로.
“이미 일대 탐사는 어느 정도 성공했으니 남은 건 후보지를 거점 삼아 영역을 넓히는 것뿐이라네.”
남쪽으로 빠르게 이동한 우리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지역으로 간 탐사대들도 성과가 있긴 했다.
어차피 왕국의 최소 요건만 채우면 되는 만큼 너무 먼 곳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었고.
“탐사대도 다시 분할해 차지한 영토를 수호하는 것에 집중할 거예요.”
“탐사 및 관측을 하는 곳은 좀 줄일 거고 말이야.”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되면 되는 대로 계획을 이어 나간다는 말.
수도에 도착하기까지 대략 5일.
아마 3일 후면 대부분의 탐사대는 복귀할 거다.
우리도 서둘러 가야겠지.
“슬슬 움직이자.”
“어엉.”
커뮤니티를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그거야 나중에 해도 되는 거니까.
각자 켰던 커뮤니티를 끄는 시점.
-띠링.
오필리아의 글이 올라왔다.
단순 전황 소식이면 끄려고 했으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제목이 적혀 있다.
-미확인 객체 포착. 개념 3개 이상 추정. 최대한 교전 피할 것.
다급했는지 제목에다가 내용과 주의 사항을 적어 둔 게 전부.
사진도 없었고 상황 설명도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개념이 3개?”
“그런 게 존재할 리가.”
“숭배자의 왕을 제외하면 그런 존재는 없을 텐데요.”
의문이 쌓였지만 오필리아가 거짓말을 했을 리가 없다.
단순 착각이 아닐까.
그런 거라면 말이 되는데…….
“다들 이동 준비! 상급 괴이체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
누가 뭐라 하기도 전에 마일러가 소리를 질렀다.
아무것도 느껴지는 게 없었으나 그의 말을 무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관측과 탐색에 있어서는 마일러가 최고 전문가였으며.
“으으음! 불길한 기운!”
곧이어 냥펀도 뭔가를 느꼈는지 한 곳을 노려봤다.
“일단 달리세!”
“아오 씨, 또 뭔데.”
“상급 괴이체가 왜 이쪽에 있는 거죠?”
“나도 모르네!”
마일러도 같은 의견인지 곧장 반대 방향으로 달렸고 우리도 그를 따라 몸을 날렸다.
수도로 가는 길에서 벗어났지만 그런 걸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상급 괴이체다.
지금까지 딱 한 명 마주쳤으며 직접적으로 싸우지는 않았으나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런 놈이랑 맞붙는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게 맞았고.
“잘못 느낀 게 아니라면 자이언트 스윙이야!”
“그게 왜 여기 있는데!”
“마지막으로 발견된 게 늪지대 아니었어요?”
“놈들이 어떤 생각으로 움직이는지는 나도 모르지!”
반응을 봤을 때 나름 이름을 날렸던 객체가 아닐까 싶다.
상급 괴이체 정도 되면 하나하나가 전부 네임드나 마찬가지겠지만.
자이언트 스윙이라.
이름부터 특이하네.
“어떤 녀석이지?”
“근처에 다가갔던 녀석들은 죄다 다른 곳에서 나타났어.”
“자이언트 스윙이면, 설마? 희생자들이 죄다 찌그러져 있었다는 그겁니까?”
“맞아요. 물리력, 공간 이동, 폭풍. 정확히 확인된 개념은 딱히 없지만 위험한 객체예요. 자연재해라 봐도 무방하죠.”
“왜 자꾸 그런 애들만 나오는 거예요!”
츠므라가 울먹였지만 별수 있나.
우리가 찾아가는 것도 아니고 놈들이 찾아오는 건데.
운이 나쁜 거지, 뭐.
아니면 내가 가진 혼돈이나 칭호에 끌려서 오는 거든가.
-찌릿.
한순간 느껴지는 섬뜩한 기분.
불길함을 주렁주렁 매단 무형의 기운이 등을 훑는다.
빠르게 가까워지는 기세에 뒤를 돌아봤다.
-쿠르르릉.
-우우우웅!
아직 형태는 보이지 않았으나 무언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거대한 토네이도가 기형적인 각도를 그리며 하늘로 뻗어 나간다.
자연적인 현상은 아니다.
정상적인 토네이도라면 직각에 가깝게 꺾일 리가 없으니.
“이거 따라잡히겠는뎅?”
냉큼 지도를 꺼낸 냥펀이 입술을 앙다문다.
거리가 가까워져서 그런가 지도에 놈의 위치가 표시되기 시작했다.
자이언트 스윙이라 적힌 점이 이쪽으로 가까워지는 게 보인다.
이게 종이 위에서 움직이는 거라 별거 아닌 거 같아도 실제로는 말이 안 되는 속도다.
지형지물을 완전히 무시한 채 직선으로 오는 속도는 어떻게 봐도 우리보다 빠르다.
우리도 그리 느리게 달리고 있는 게 아닌데 이 정도로 차이가 난다라.
“다들 타!”
[무지개다리(S)]더 가까워지기 전에 펠라인 스킬을 사용했다.
파이어 밤으로 날아가거나 땅굴 이동을 사용해도 됐지만 안전한 게 제일 좋은 법.
내가 가지고 있는 단체 이동 스킬 중에는 이게 가장 빠르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으니.
“아. 이걸 따라오네.”
“뭔데! 쟤 왜 일로 오냐고!”
“으아앙. 어그로를 끌면 어떡하냥!”
눈에 잘 띈다는 거였다.
어그로가 쏠릴 것 정도는 예상했다.
나 같아도 앞에서 무지개다리 타고 날아가면 뭔가 싶어서 구경하러 오지.
그래도 괜찮았다.
쫓아오면 어쩔 건가. 무지개다리보다 느리면 결국 닭 쫓던 개 신세인데.
반대로 말하면.
“안 멀어지는데?”
“이거 속도 더 못 올리냐?”
“응. 이게 최고 속력.”
상대방이 무기개다리보다 빠르면 탈출 용도는 사라진다는 거였다.
이번에는 좀 당황스럽네.
보통은 더 느린데.
뮬랑 카센이나 몇몇 이동에 특화되어 있는 놈들을 제외하고는 이거보다 빠른 경우가 없었다.
“그래도 이게 가장 빠르잖아. 이것도 쫓아올 정도면 다른 뭘 해도 잡혔을걸?”
“틀린 말은 아니에요.”
“태평하게 말할 때야?!”
“으아악! 따라잡힙니다!”
바람이 거세진다.
거짓말처럼 가까워지는 토네이도.
세차게 부는 바람에 뒤섞인 돌멩이와 나뭇가지, 기타 물체가 뒤엉킨 바람은 그 자체로 믹서기나 다를 바 없다.
지름만 수십, 수백 미터에 이르는 믹서기.
무지개다리야 이동 중 파괴 불가 옵션이 달려 있어서 망가지지는 않겠지만 그 위에 있는 우리는 다르다.
-쿠오오오오오!
“크으읍!”
“다들 눈 조심해!”
이윽고 토네이도가 무지개다리를 삼켰으니 우리는 각자 충격에 대비했다.
온몸을 두드리는 부스러기와 숨 쉬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공기.
가늘게 뜬 눈에 보이는 건.
“같이, 같이 가!”
괴이체로 보이는 남자였다.
공격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건 다행인데.
‘어째 겁에 질린 표정이다?’
얼굴에서 다급함이 느껴졌다.
이상함을 눈치챈 건 나뿐만이 아닌지 다들 눈을 찡그렸고.
“도와주면 은혜는 반드시 갚겠다!”
“…야, 이거 설마. 아니지?”
“나도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맞는 거 같앙.”
괴이체의 외침이 예상을 확신으로 만들었다.
녀석은 우리를 쫓아온 게 아니다.
무언가로부터 쫓기고 있던 거지.
무려 상급 괴이체를 도망치게 만든 괴물은 무엇일까.
같은 상급 괴이체?
그럴 리가 있나. 애초에 서로 싸울 이유도 없는데.
생각나는 건 하나.
“오필리아가 말했던 괴생명체.”
개념을 여럿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괴물.
반쯤 헛소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아니다.
아무리 믿기 힘든 것이라도.
[무너진 자를 마주쳤습니다!] [맹목적인 추격이 시작됩니다.]내 눈으로 직접 확인한 이상 믿을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형태조차 유지하지 못하는 모습은 보잘것없었으나.
“이, 이건-! 네게 어울릴, 거-야! 아아!”
-콰화아악!
-뿌드드득!
보이는 힘은 가히 대단했으니.
“다 피해!”
덩어리진 존재가 뛰어올라 강제로 무지개다리에 매달렸다.
심하게 기우뚱거리는 다리.
대형 버스보다 커다란 녀석과 눈이 마주친다.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은 채 뚫어져라 쳐다보던 녀석이 입을 쩍 벌렸다.
“그가 나를 보냈어! 그가 나를 보냈어! 그가 나를 보냈어!”
-찌이이익.
-꽈드드득!
입이 크게 벌어지다 못해 뒤로 넘어간다.
90도, 120도. 이내 입천장이 머리가 있던 위치까지 뒤집어졌고.
목구멍 위로 올라온 혓바닥에는.
작은 상자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