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ck in the Tower RAW novel - Chapter 761
760화 뛰어내리다
무지개다리를 붙잡은 괴생명체가 내민 선물 상자.
당연한 말이지만 절대 받고 싶지 않았다.
괴물의 모습이 기괴한 건 둘째 치고 저걸 보낸 녀석은 말할 것도 없이 숭배자의 왕, 베드록 바알루제다.
저 망할 상자에 뭐가 들었을지 알 수 없다는 것.
혹시 몰라 권능까지 사용했지만.
[베드록 바알루제의 선물]-탑으로 돌아온 자가 당신에게 선물을 보냈습니다.
알 수 없다.
권능으로도 파악이 불가능하다는 뜻은.
‘녀석이 힘을 쓴 거야.’
정보 자체를 녀석의 개념이 새로 써 버렸다는 뜻이니까.
애초에 이런 괴물을 부릴 수 있는 존재였단 말인가.
-티디디딕.
-치이익!
억지로 무지개다리를 붙잡은 괴물의 손에서 연신 살점과 피, 불똥이 튀어 오른다.
애초에 내 허락이 없으면 탑승할 수 없는 게 무지개다리다.
이런 식으로 매달리다 못해 우리가 나아가지 못하게 막는 놈은 지금껏 없었다.
“받아 줘! 난-나는 역할을 다할 거야! 어울려!”
제정신이 아니군.
망설임 없이 손을 뻗었다.
거꾸로 뒤집힌 입천장 사이로 보이는 눈이 반짝인다.
[악마화(SSS) Lv.2] [절대 영역(SSS) Lv.2] [파이어 밤(SSS) Lv.MAX]-콰아아아앙!
혹시 몰라 악마화에 절대 영역까지 사용해 폭발을 일으켰다.
녀석의 손이 단번에 터졌고.
“널 저주할 거-야! 놓치지 않아! 다시-!”
허공에서 녀석이 추락했다.
맞다.
다시 따라오겠지.
이동 속도도 월등히 빠른 만큼 오래되지 않아서 따라잡힐지도 몰랐다.
그래서 말이지.
방금 파이어 밤을 쓸 때 폭탄도 심어 놨다.
-파바바바방!
허공에서 폭죽놀이처럼 터지는 불길.
붉은 불길에 뒤덮인 녀석이 조각나는 게 보였다.
저런다고 죽을 거라는 기대는 안 한다.
몇 번 터진다고 죽을 녀석이었으면 상급 괴이체가 도망치지도 않았겠지.
육편이 되어 떨어진 녀석을 응시했으니.
[무너진 자]-본래의 이름을 잃은 자입니다.
-과도한 개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잊혀진 자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무너진 자.
저런 수식어가 붙는 존재들을 알고 있다.
‘혼돈의 파편.’
탑으로 돌아온 자, 베드록 바알루제.
탑에서 나가지 않은 자, 하이덴.
개념을 잃어버린 이들은 잊혀진 자로 불렸다.
오필리아가 계승한 제6 천계의 천사, 벨루악 또한 잊혀진 자들 중 하나였다.
그 전에는 탑의 존재를 끌고 간 자라 불렸다 했던가.
여기서 이어 새로운 이들이 등장했다.
잊혀진 자들이 개념을 잃거나 빼앗겼다면 무너진 자들은.
‘개념을 더 삼켜 버린 혼돈의 파편이군.’
그 끝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당장 마주쳤던 녀석도 몸이 붕괴되고 있었다.
혼돈의 파편인 만큼 쉽게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얼마나 버틸지는 알 수 없다.
특수한 개념을 가지고 있거나 스스로가 받아들일 수 있는 개념의 영역이 넓으면 또 모르겠다만.
‘쉬울 리가 있나.’
그랬으면 진작에 그런 놈들이 나왔겠지.
“끄, 끝난 건가?”
“이이익! 떨어져랑!”
“안 돼! 못 떨어져! 그럼 나 버리고 갈 거잖아!”
오들오들 떨면서 냥펀에게 달라붙어 있던 상급 괴이체가 물었다.
냥펀이 씩씩거리면서 턱을 밀어내고 있었지만 악을 쓰며 버티는 중.
그냥 버리고 갈까도 했는데 물어볼 게 좀 있어서 무지개다리에 태우고 있다.
“끝난 건 아니고. 저러다 또 회복되면 찾아오겠지. 그 전에 멀리 벗어나면 문제없을 거고.”
“그렇긴 하징. 애초에 탐색이나 추적 능력이 있었으면 왜 얘랑 놀고 있었겠냥.”
이 부분이 좀 걸리기는 한다.
숭배자의 왕은 내 위치를 알고 있는 눈치였다.
박물관의 생존자들을 노린 것도 그렇고 말이지.
정작 그를 따르는 숭배자들이나 무너진 자는 내 위치를 모르고 있었다.
놈도 완전히 자유롭게 다니지는 못하는 걸까.
내가 생각에 잠겨 있든 말든 냥펀의 말에 발끈한 괴이체가 꽥 소리를 질렀다.
“놀고 있던 거 아니야! 죽을 뻔했다고!”
“살았잖앙. 진짜 죽어 볼랭? 콱씽!”
냥펀이 위협을 가했지만 별로 효과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핥짝이한테 참 좋은 거 배웠다.
그보다.
“경로를 이탈했는데.”
“별수 없지. 저런 것들을 마주치는 것보다는 빙 돌아가는 게 나을 테니.”
급하게 써서 그런가 무지개다리 경로를 멀리 잡았다.
큰 문제는 아니다.
어찌 됐든 무너진 자와 떨어지는 게 급선무니까.
“근데 그 선물이라는 건 뭐냥.”
“나도 몰라. 대충 짐작은 가지만.”
개념.
녀석이 내게 줄 선물이란 게 그것 말고 더 있겠는가.
하이덴도 녀석을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이번 세대 혼돈의 파편으로 나를 점찍어 둔 게 아닐까.
아무리 봐도 그런 거 같은데.
꼭 이상한 놈들만 나한테 달라붙는다.
“다음이 문제로군.”
“저런 건 처음이에요.”
“무너진 자야. 혼돈의 파편이 개념을 더 먹은 거지.”
“그걸 어떻게?”
“대충 알아보는 능력이 있어.”
레베카에게 적당히 대꾸해 줬다.
지금 놈들의 정체가 중요한 건 아니다.
그녀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이후를 걱정했다.
“상급 괴이체도 어쩌지 못하는 적이 여럿 있다는 건 좋은 소식이 아니에요.”
맞는 말이다.
무너진 자는 저 녀석 하나가 아니다.
오필리아도 저런 놈을 발견해서 커뮤니티로 말하지 않았던가.
최소 둘.
상황을 봤을 때 그 이상이라고 봐야겠지.
놈들이 목적은 나고.
“무너진 자들을 부릴 수 있다라. 이건 좀 심하네.”
켈런 또한 미간을 찌푸렸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혼돈의 파편이라고 모두 동격의 존재는 아니다.
하나하나 끔찍할 정도로 강한 건 분명하나, 그중에서도 유독 강한 객체도 있으니까.
중요한 건.
“힘으로 굴복시킬 수 있는 존재가 아닌데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자신의 삶을 증명해 초월한 이들이다.
죽으면 죽었고 도망치면 도망쳤지 굴복하지는 않았다.
모두 100층까지 올라갔던 이들은 달리 말하면 그 시대의 정점 중 하나였으니까.
‘물론 대부분 그 녀석이 위로 올라가게 놔둔 거겠지만.’
어떻게 보면 혼돈의 파편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녀석이다.
급이 다르니 모종의 수가 있을지도 모르지.
당장 파히루도 반쪽짜리지만 혼돈의 파편임에도 숭배자였으니까.
온갖 사이한 방법을 쓰지만 완전한 굴복은 아닐 거다.
“굴복하는 것보다는 이용하고 있다고 봐야겠군.”
“어느 쪽이든 좋지 않은 상황인 건 확실해.”
“근데 있자낭.”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냥펀이 쿡쿡 나를 찔렀다.
“무너진 애들 너 쫓고 있는 거징?”
“그렇지.”
“숭배자도 너 쫓고 있는 거구.”
“그렇지?”
“숭배자의 왕도 널 원하고 있잖앙?”
“그렇…지?”
가만 생각해 보니 스케일이 커서 그렇지 쪼개 놓고 보면 나를 찾아다니고 있는 느낌인데.
수도를 공격한 것도 설마 내가 거기 있을 거 같아서?
그게 말이 되나?
물론 다른 이유가 여럿 섞이기는 했을 거다.
그렇다고 내 지분이 완전히 없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확답하기도 좀 뭐하다.
냥펀이 딱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이거 완전 너랑 독대하겠다고 쫓아다니는 거 아니냥? 스토커!”
뭔가 울컥했지만 반박할 수 없었다.
자의식 과잉이 아니라 진짜 그런 느낌이 들어서.
“에이. 허허.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애써 부정해 봤지만 어림도 없었다.
암만 봐도 정답인 거 같았으니까.
나를 포함한 탐사대가 꾸려진 이유도 이 때문이기는 했다.
관측에서 벗어난 숭배자의 왕을 불러들일 미끼로 사용하기 위해.
가히 전쟁이라고 부를 만한 스케일에 묻혔지만 까고 보니 이게 정답이다.
그것을 느낀 건 나뿐만이 아니다.
마일러와 켈런, 레베카, 츠므라 또한 눈을 질끈 감거나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으니.
상급 괴이체, 자이언트 스윙도 마찬가지다.
“으히익! 그럼 얘 엄청 위험한 거 아니야? 얼른 버려! 빨리!”
바로 발작하며 몸부림친다.
“넌 좀 닥쳐 봥.”
“억!”
빠악!
녀석의 주둥이를 때린 냥펀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상황 안 좋은 건 알징?”
모를 수가 있나.
솔직히 말해 이런저런 일을 했지만 전황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고 여전히 관측은 실패하고 있으며 숭배자 놈들이 준동하면서 왕국이 될 영토를 확보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최근 수도를 습격한 곳에는 보인 적 없던 괴이체가 포함되어 있었으며 추가로 들어온 속보에는.
‘중급뿐만 아니라 상급 괴이체도 확인됐다고 했지.’
탐사대 전체를 모아도 해결이 될까 말까 한 상황이라는 거다.
전면전을 벌인다면 필패.
애초에 왜 놈들이 이들을 가만히 놔두었을까.
원하면 얼마든지 쓸어버릴 수 있으니까.
그렇다고 무작정 다 밀어 버리고 자신들이 차지하는 건 시스템이 불허할 테니까 얌전히 있던 거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
놈들의 목표는 나.
정확히 말하면 이번 시대의 혼돈의 파편이었으니까.
목표가 정해진 이상 그들은 멈추지 않을 거다.
“억지라도 부려야 돼. 영토를 포기한다 치더라도 왕이 있으면 어떻게든 성립될 수 있엉.”
왕국을 이루는 조건.
왕, 국민, 영토.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일까.
아무래도 왕과 국민이겠지.
따지고 보면 왕국의 영토라는 게 큰 곳도 있고 작은 곳도 있다.
시대에 따라서도 많이 바뀌었고.
고대 그리스도 폴리스라는 이름의 도시국가였으며 다른 땅덩어리가 넓은 나라를 보더라도 사람이 살지 않은 곳도 영토로 가지고 있다.
가변적인 개념이라는 것이었으니.
“시스템적으로 인정받는 왕과 국민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있잖앙. 이렇게 된 거 아예 정면에서 들이박는 게 정답일 수 있다구.”
냥펀의 말을 이해했다.
오필리아는 나를 왕으로 세우려 한다.
왕의 될 수 있는 조건을 가진 게 나니까.
동시에 냥펀의 말은.
‘나를 버리지 않겠다는 거지.’
가장 위험한 게 나.
모든 적들이 노리고 쫓아오는 대상.
사실상 버리는 게 속 편하긴 하다.
결국 놈들의 관심이 이쪽으로 쏠릴 테니까.
냥펀은 그럴 생각이 없는 거고.
약간의 감동을 느끼며 바라보자 녀석이 질색한다.
“뭐냥, 눈빛이 느끼한데. 찔러 줄깡?”
“왜 눈을 찌르려고 하냐. 나만큼 맑은 눈이 어디 있다고.”
“그리고 너 밖에 놔뒀다가 잡혀서 100층에 올려지면 어떻게 하려구. 혼돈의 파편 나오는 거 아니냥. 목적 이룬 놈들이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잖앙!”
“아하!”
뭐, 그런 부분도 있지.
중요한 부분은 아니겠지만.
아무튼 내가 듣기로는 다 같이 죽자는 거로 들렸다.
필요한 건 시간이다.
오필리아가 원하는 개념을 얻고.
놈들을 상대할 방법을 찾으며.
왕국을 건설해서.
“100층으로 향할 수 있는 시간.”
이건 많은 것을 대가로 한다.
특히 코인.
다른 이들은 쉽게 죽어서는 안 된다.
아무런 의미 없이 죽는 것도 말이 안 된다.
혼돈의 파편이 될 수도 있다고?
맞는 말이지.
그 전에 알아서 죽을 거다.
이제야 좀 명확해졌다.
위험하니까, 실수하면 타격이 크니까 안전한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안전한 적이 없었네.’
여전히 상황은 최악이고 의도했던 계획은 무너졌다.
그럼 별수 있나.
좀 더 위험하고 얻을 게 많은 방식으로 가야지.
“냥펀.”
“왱?”
“이거 선물.”
녀석의 머리에 마그나로크의 왕관을 씌워 줬다.
신성력은 충분하니 쓰는 건 문제 없겠지.
그럼.
“난 미끼 역할 마저 하러 간다. 대신 이 녀석 좀 데려갈게.”
“음? 놔, 놔랏!”
옆에 있던 자이언트 스윙을 데리고 무지개다리에서 뛰어내렸다.
“왕 네가 해라!”
“야—!”
위에서 냥펀이 뭐라 하며 뛰어내리려 했지만 다른 이들이 막았다.
욕하는 거 같은데, 저거.
뭐, 됐다.
“안 그래도 해 봐야겠다 싶은 게 있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