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 Chapter (109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98화
유령궁은 수백, 수천 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워낙 방대하고 넓어서 생각 없이 들어가면 길을 잃을 우려가 있었다.
“이거 하나씩 받아!”
그래서 유령궁에 진입하기 전에 테네리페는 나침반처럼 생긴 마력 아티팩트를 시몬과 메리다에게 하나씩 나누어주었다.
시몬이 확인해 보니 나침반의 바늘은 한쪽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가볍게 흔들어 보아도 바늘은 일정하게 같은 곳만 가리켰다.
“유령왕녀로서 내 힘을 담은 물건이야! 어떤 방을 들어가든 그 바늘이 향하는 쪽으로만 나아가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어!”
그녀가 으스대며 말했다.
“오늘은 처음이니까 깊게 안 들어갈 거야. 이 나침반도 2층의 한 장소를 지정해 뒀구.”
“알겠습니다, 왕녀님.”
“그럼 첫 번째 방부터 가볼까?”
시몬은 테네리페의 뒤를 따르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유령궁은 대륙 10대 미스테리의 장소.
엄중한 보안 때문에 가고 싶어도 못 갈 뿐이지, 암흑연합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하고 싶어 하는 미지의 장소다.
시몬은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쓴 책을 봤는데, 그들은 유령궁이 위험하다는 말에는 동의하면서도 하나같이 그 오묘한 매력에 사로잡혀 있었다. 죽기 전에 딱 한 번 더 가보는 게 소원이라는 어떤 저자의 말도 있었다. 그만큼 신비의 공간이다.
타박 타박.
테네리페와 시몬, 메리다는 유령궁의 메인홀에서 조금 더 걸어서 복도 쪽으로 빠져나왔다. 복도의 끝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녹색의 마력에 휩싸인 커다란 새 모양의 조각상이 보였다.
“자, 들어가기 전에 알지? 리셋, 리셋해.”
테네리페가 제 검지로 머리의 양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모든 상식과 편견과 물리법칙의 틀에서 벗어나야 해. 궁에선 어떤 방이 나올 줄 모르구, 그중에서는 우리가 아는 상식과 괴리가 느껴지는 장소두 있어.”
시몬과 메리다도 테네리페를 따라 하듯 두 검지를 양 머리에 붙이고 눈을 감았다. 그런 모습이 귀여웠는지 쿡쿡 웃던 테네리페가 드레스 자락을 휘날리며 걸어갔다.
“상식을 리셋했으면 들어! 기억해야 할 것 첫 번째! 방의 순서는 무작위로 계속 바뀐다! 두 번째! 유령궁에는 문의 개념이 없다!”
그녀가 조각상 앞에 서며 말을 이었다.
“방에 가면 이렇게 녹색 스피릿에 휩싸인 물건을 많이 볼 거거든? 이게 바로 다음 방으로 가는 열쇠야! 우리는 ‘오픈키’라고 불러! 한번 오픈키로 넘어가면 되돌아갈 수 없으니 주의하구!”
“네!”
시몬이 힘차게 대답하며 나침반을 확인했다. 안 그래도 나침반의 바늘이 바로 저 새 모양 조각상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냥 만지는 것으로 작동돼.”
테네리페가 텁 하고 조각상을 만지자 그녀의 몸이 조각상에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시몬과 메리다도 긴장한 얼굴로 조각상을 만졌고.
“!!”
갑자기 몸이 쭈우우욱 빨려드는 감각이 느껴지더니 주위의 공간이 바뀌어 있었다.
시몬은 얼른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게 다 뭐야?’
앞을 봐도 옷, 뒤를 봐도 옷이다. 이곳은 의류를 보관하는 방 같아 보였다.
일직선으로 길쭉하게 뻗은 금속 행거에 수많은 옷들이 걸려 있다. 형형색색 드레스가 모여 있는 곳도 있고, 턱시도나 튜닉, 블라우스까지 옛날 복식의 옷들이 가득했다.
‘그런데 이거…….’
자신이 난장이가 된 건지, 이 방이 거인들의 옷장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게 거대했다. 옷 하나가 펜타모니엄의 유리탑만 하다. 걸려 있는 바지 밑단을 타고 상의 끝까지 기어 올라가는 데 제법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보였다. 옷에 달려 있는 주머니는 거의 깊은 동굴이었다.
“음, 분장실에 와버렸네.”
뭔가 잘못된 건지, 테네리페가 입맛을 다셨다.
“여기 꽤 빡센 방이야.”
“그런가요?”
“수업을 하기에 적절한 방은 아니지. 여긴 빨리 지나치고 다음 방으로 가자.”
사물에 비해 작은 세 사람은 옷들이 걸려 있는 금속 행거 위를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넓은지 한참을 달려도 끝이 안 보였다.
고개를 숙여 아래를 내려다보면 커다란 재봉틀이나 물레 같은 수선 기구들이 가득했다.
“여기서 점프해야 해! 저기 털 달린 옷으로 가는 거야!”
그렇게 말한 테네리페가 훌쩍 뛰어올라 능숙하게 털옷 위로 올라왔다. 시몬과 메리다도 칠흑을 밟고 도약해서 그 옷 위에 달라붙었다.
“조용히 따라오구. 망령들이 눈치챌지두 몰라.”
털옷을 밟고 달리던 그녀가 그 옆의 드레스 위로 홀짝 뛰어올랐다. 시몬과 메리다도 빠르게 뒤따랐다.
이 방에는 옷들이 3층 높이까지 쭉쭉 걸려 있었다. 대규모 의류 보관소로 보였고, 테네리페는 계속해서 위로 올라가는 중이었다.
‘이거 재밌네. 그런데 망령이 어디 있다는…… 우왓!’
철컹!
갑자기 뒤쪽에서 커다란 쇠막대 하나가 다가와 시몬과 메리다가 올라탄 옷 하나를 번쩍 집더니 아래로 끌고 갔다.
“뛰어!”
시몬과 메리다는 다급히 뛰어내렸다.
“메리다!”
시몬은 근처의 옷을 한 손으로 붙잡고 나머지 손을 뻗었다. 메리다가 간신히 팔을 뻗어 시몬의 손을 붙잡은 채 대롱대롱 매달렸다.
‘방금 저거 뭔데?’
시몬이 급히 뒤를 돌아보니 팔다리 달린 사람의 형체를 한 녹색의 뭔가가 옷을 든 채 쿵쿵 걸어가고 있었다. 말 그대로 사람 같은 ‘형체’를 이루고 있을 뿐, 사람은 아니었다.
“괜찮아? 괜찮니?”
테네리페가 손을 흔들며 물었다. 시몬이 턱짓으로 멀어지는 사람을 가리키자 그녀가 웃었다.
“신경 쓰지 마! 저건 그냥 ‘형상체’라고 해. 유령궁은 던전화되기 전의 궁의 광경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어. 사람도 유령궁이 재현해야 하는데 인간은 재현할 수 없기 때문에 저렇게 움직이는 형상으로만 되는 거지! 그냥 움직이는 장식물이라고 생각해!”
“아, 설명 감사합니다.”
시몬이 이제 힘주어 메리다를 끌어 올렸다.
그런데 메리다가 옷에 얼굴을 대보더니, 급기야 옷감의 감촉을 음미하듯 뺨을 문대기 시작했다.
“……보드라워.”
“뭐 하는 거야? 메리다.”
“감촉 좋아. 이불로 만들어서 가지고 나가고 싶어.”
그녀가 옷에 얼굴을 묻고 있는 사이, 바로 옆에 옷감을 뚫고 또다른 얼굴이 톡 하고 튀어나왔다.
두 개의 눈이 달린 둥글고 흐릿한 뭔가였다.
그 둘은 잠시 눈이 마주친 채 가만히 있었다.
-캬아아아아아!
그러다 그것이 먼저 비명을 지르며 섬유에서 육중한 몸을 일으켰다. 단번에 메리다에게 휘두르는 팔 공격에 시몬이 다급히 ‘클라우드’로 그녀의 등을 붙잡은 뒤, 잡아당겨 피하게 했다.
“망령이야!”
불쑥 불쑥 불쑥!
그것을 시점으로 시몬과 메리다가 있는 옷 곳곳에서 망령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미 이 근방에 잔뜩 모여 있는 모양이다.
두 사람이 있는 곳뿐만 아니라 다른 옷에서도 계속해서 망령들이 일어났다.
“귀찮아.”
메리다가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시몬은 깜짝 놀랐다. 그녀가 옷에 다리를 붙인 채 직각으로 일어난 것이다.
“어, 어떻게 한 거야?”
“그냥 두 발을 붙이고 일어나니 이렇게 됐어.”
메리다가 칠흑을 일으켜 망령들을 견제하며 말했다.
시몬도 두 발을 옷에 붙인 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
마치 중력이 역전된 듯 똑바로 선 모습이 되었다. 시몬 외의 세상이 반대로 기울어져 있을 뿐이다. 시몬이 피식 웃었다.
“맞네, 이곳은 던전. 상식은 무의미하구나.”
끼기기기기기기기!
망령들이 쏟아진다. 시몬과 메리다는 각자 망령들을 맡아 흩어져 싸우기 시작했다.
시몬은 스스로 몸을 던져서 망령의 물리화를 유도한 뒤, 친위대 소환수나 오버로드로 공격하는 전술을.
메리다는 망령에게도 효과를 부여할 수 있도록 수정한 슬립 마법을 손에 쥐고, 망령들 사이를 지나며 하나둘 재우면서 싸웠다.
빠르진 않지만 두 사람 다 차근차근 망령의 수를 줄여 나갔다.
“에헤헷! 벌써 사고 쳤네?”
테네리페가 두 사람이 싸우는 곳에 나타났다.
우웅!
그녀가 스피릿을 일으키자, 머리 위에 ‘티아라’를 연상케 하는 흐릿한 왕관 같은 게 머리에 씌워졌다.
쏴아아아아아아!
쏴아아아아아!
그녀의 손끝으로부터 스피릿의 참격이 쏟아져 나와 언데드들을 모조리 찢어발겼다. 하나하나 정리하던 시몬과 메리다의 활약이 무색할 정도의 대화력.
시몬은 감탄했지만, 테네리페는 당연한 걸 했다는 표정으로 허리에 손을 얹었다.
“이 방이 초심자용은 아니지만, 내가 본체에 들어가 있는 동안 너희가 할 일이니 빡세게 가르쳐 주는 것도 좋겠네! 너희 둘 다 사령학에는 자신이 없다고 했지?”
“네.”
시몬과 메리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인정했다.
그러는 사이 망령 하나가 테네리페의 뒤를 노리고 다가왔고, 그녀는 손가락을 허공에 긋는 것만으로 망령 하나를 절단했다.
“사실 나도 알고 있었어! 그럼에도 불구하구 왜 너희들을 초대했을까? 딱히 사령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유령궁에서는 잘 싸울 수 있어!”
그녀가 품에서 뭔가를 들어 올렸다.
녹색의 빛이 일렁이는 랜턴이었다. 시몬은 저게 뭔지 깨달았다.
‘왕녀의 정원에서 봤던 그 함정?’
“약간의 소도구를 쓰면 되거든! 그리고 이것도 기억해 둬!”
그녀가 직접 마법진을 펼치더니 그것을 확대하여 구성을 두 사람에게 보여주었다.
“바로 보고 익히기엔 시간이 걸리겠지? 어쨌든 이 마법진을 아티팩트에 부여해서 작동시키면 이렇게!”
마법진으로 랜턴을 작동시키자, 랜턴이 번쩍이며 파장을 주위로 퍼뜨렸다. 파장에 닿은 망령들이 흐물렁거리더니 혼령화 상태가 풀리고 물리력이 강제 부여되었다.
“짠! 이제 사냥하기 쉽겠지?”
물리화되자마자 그녀가 아공간에서 가위들을 꺼내 던졌다. 그것들은 마치 피라냐 떼처럼 움직여 물리화된 망령들을 모조리 갈라버렸다.
“이렇게 싸울 수 있지! 물론 이 아티팩트는 펑펑 쓸 수 있는 물건은 아니니까 주의해! 그럼 내가 마법진을 구성을 알려주……!”
타앗!
탓!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몬과 메리다가 뛰어올랐다.
각기 랜턴을 들고 주위의 망령을 물리화시킨 뒤, 시몬은 본 스피어로, 메리다는 광범위 슬립으로 동시에 망령들을 없애거나 무력화했다.
테네리페가 탄성을 흘렸다.
“……으, 으흠! 한번 보고 따라 한 거야? 엘리트는 엘리트네.”
타악.
시몬이 다시 옷 위로 내려와 랜턴을 바라보았다. 한번 사용하니 불빛이 꺼졌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불빛이 충전되듯 차오르고 있었다.
“이 물건의 사용법은 알았습니다. 달리 더 유령궁에서 잘 싸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당연히 있지! 이건 어때?”
테네리페가 허공에 새로운 마법진을 펼쳤다.
우우웅!
마법진이 작동하자, 주위의 허공에 반짝이는 작은 입자들이 이쪽으로 빨려들기 시작했다.
“유령궁 허공 곳곳에 입자가 떠 있는 거 보여?”
시몬이 고개를 돌렸다. 정말이었다. 유령궁 곳곳에 반딧불 같은 작은 입자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걸 ‘위습’이라고 해. 유령궁의 어디에도 있고 대륙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 특히 유령궁에서 이것들이 시간이 지나면 공격성을 지닌 ‘망령’이 되는 거야.”
“망령의 알 같은 거네요.”
“비유가 좋네!”
쏴아아아아!
마법진에서 위습들을 충분히 빨아들이자, 그녀는 마법진의 구성 요소에 증강 수식을 부여했다. 빨아들인 위습들을 통제하는 수식과, 크기를 키우는 수식이었다.
“이건 절대명령에 능한 군단장만이 가능한 기술인데 말야!”
그녀가 마법진을 앞으로 보내며 소리쳤다.
[휘몰아쳐!]촤아아아아아아아아!
마법진에서 방금 빨아들였던 위습들이 테네리페의 칠흑으로 덧입혀진 검정색 망령으로 변해 그녀의 주위를 태풍처럼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스피릿 상태인 망령들이 모조리 갈려 나가고 있었다.
흑마법으로 제어한 망령 언데드로 궁의 망령 언데드를 제거한 것이다.
“이런 방법도 있…… 어?”
타아!
바로 그 설명을 들은 시몬이 망령 언데드들을 끌고 달려 나갔다.
그녀가 가르쳐 준 마법을 바로 재현해서 주위의 위습들을 끌어들이는 동시에, 반대쪽 손으로는 옷에 걸려 있는 벨트를 풀었다.
이내 마법진의 수식을 변경하고 절대명령을 부여했다.
[깃들어.]촤아아아아아!
마법진에서 쏟아져 나온 위습들이 벨트에 치덕치덕 달라붙어 깃들었다. 벨트는 검푸른색과 녹색이 합쳐진 색상으로 변했고, 시몬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벨트를 크게 채찍처럼 휘둘렀다.
퍼어엉!
퍼어어어어어엉!
휘두른 벨트에 맞은 망령 언데드들이 모조리 갈라지며 파괴됐다. 가볍게 봉 위에 착지한 시몬이 네테리페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감 잡았습니다. 내일이라도 바로 털갈이하셔도 될 것 같은데요?”
잠시 멍하니 있던 테네리페가 하하 헛웃음을 흘렸다.
“……소문 그 이상이네. 진작 키젠에 부탁할 걸 그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