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star From Age 0 RAW - Chapter (1133)
0살부터 슈퍼스타 1133화
어느새 시간이 흘러 6월이 되었다.
서준은 여전히 바쁘게 지내고 있었다.
병결로 빠진 한 달가량의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대학 강의도 열심히 듣고 레포트도 열심히 했다. 중간고사 성적이 생각보다 잘 나와서 6월 말에 있을 기말고사도 잘 친다면 생각보다 성적이 낮을 것 같지는 않았다.
또 점점 더 합을 맞춰가고 있는 오케스트라 연습도 유럽에 갔던 4일을 제외하고는 하루도 빼먹지 않았고 일주일마다 병원에 가는 것도 잊지 않았다. 덕분에 다음에는 두 달 후에 검진하기로 예약되었다.
4일간의 유럽 여행은 5월 말쯤 끝날 예정인 라리가 경기도 볼 겸 박지오를 만나러 간 것이었다. 점점 우승에 가까워지는 팀에 한국행 허락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선수가 강력히 주장했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겠지만, 박지오 또한 우승을 코앞에 두고 장거리를 움직일 생각은 없었다.
“야! 이서준!”
공항을 나오자마자 반기는 친구의 모습에 서준도 활짝 웃었더랬다.
“미안. 한국 가고 싶었는데, 중요한 경기가 있어서.”
“괜찮아. 너 나 아플 때는 바로 왔었다며.”
정말 미안해하는 한지오에 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8월부터 시작하는 라리가 리그에서 3월 또한 우승으로 향하는 승점을 쌓는 중요한 후반부였다.
당연히 주전인 박지오가 빠지기는 쉽지 않은 일인 데다가 한국까지의 장거리 이동은 분명 몸에 부담을 줘 이후 경기에까지 영향을 끼칠 게 분명했기 때문에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박지오는 면회가 허가되자마자 단번에 날아왔다.
“와줘서 고마워, 지오야.”
그것이 정말 고마워 통화로도 몇 번이고 전한 감사의 말을 이번에는 직접 전하는 서준이었다.
“별말씀을!”
씨익 웃는 박지오에 서준이 따라 웃었다.
“내일 경기 보러 올 거지?”
“가야지. 결승전인데.”
정확히 말하면 내일 경기에서 FC바로셀로나가 이기면 승점을 얻어 확실한 1위가 되는 것이었다. 결승전과 다름없었다.
그만큼 중요한 경기라 오늘도 훈련이 있긴 했지만, 박지오는 기꺼이 시간을 내서 마중 나와 주었다.
“시간 괜찮으면 훈련하는 거 보러 갈래? 시합 전날이라서 몸풀기 정도만 하거든.”
“외부인이 가도 괜찮아?”
“괜찮아. 감독님한테도 벌써 허락받았어. 아, 사인해 달라고 하시더라. 따님이랑 손자가 팬이래.”
자신의 동료인 바르샤 선수들 중 몇몇도 눈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는 박지오에 서준이 웃으며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서준과 박지오, 최태우는 박지오의 집에 짐을 풀기도 전에 경기장으로 향했다. 당연히 컨디션 체크도 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리!/”
열정적으로 FC바르셀로나를 이끄는 감독은 인사부터도 힘이 가득했고 또 정중했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사인지를 내밀었다. 서준은 웃으며 딸과 손자의 이름을 물었다.
뒤를 이어 선수들도 서준의 사인을 받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넌 사인 안 받아도 된다며?/”
“/크흠. 내가 언제 그랬어?/”
낄낄 웃는 박지오와 헛기침을 하는 선수를 보니, 서로 사이가 좋은 것 같아 서준은 안심이 되었다.
“/준도 축구 좀 한다면서요? 다음에 시간 괜찮으면 같이 뛰어봐요./”
“/오. 자선 이벤트 같은 걸로 경기하면 좋을 것 같은데?/”
하고 이야기하는 동료들에 박지오가 키득거리다가 서준에게 속삭였다.
“다들 너 적당히 잘하는 줄 아나 봐.”
“프로들이시잖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겠지.”
“훈련만 받으면 금방 늘잖아.”
서준은 기본 체력과 운동 신경이 있는 데다가 습득력도 뛰어나니 조금만 훈련받아도 경기장에서 한 사람 몫은 할 수 있을 거라고 박지오는 생각했다.
“다들 엄청 놀라겠지!”
재미있다는 듯 웃는 박지오에 서준도 이내 따라 웃었다.
그렇게 잠깐의 이야기 시간이 지나고.
선수들은 내일 있을 결승전에 대비해 가볍게 몸을 풀었다. 박지오도 웃음 대신 진지한 표정으로 집중했다.
다음 날.
거대한 경기장이 기대 어린 표정의 관객들로 가득 차고(약간의 소란이 있긴 했다.) 순식간에 시끌벅적해졌다. 서준은 최태우와 함께 VIP석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곧 경기가 시작되었다.
우승이 걸린 중요한 경기인 만큼 팬들의 응원이 아주 뜨거웠다.
“/지오오오!!!/”
그리고 박지오도 날뛰었다.
경기 시작 10분 만에 시원하게 한 골을 넣은 박지오에 바르샤 팬들이 광분했다. 박지오의 응원가가 경기장에 크게 울려 퍼졌다.
서준도 신나게 따라 불렀고(친구의 응원가인 만큼 익혀두었다.) 그 모습을 최태우가 웃으며 촬영했다.
박지오의 행보는 멈추지 않았다.
전반 40분쯤 어시스트 하나를 기록하고 후반 20분경 골 하나를 더 넣어 결국 3대 1로 FC바르셀로나가 승리하게 만들어주었다.
—–!!!
라리가 우승이 확정되자 FC 바르셀로나의 홈경기장, 캄 노우가 거대한 함성으로 뒤덮였다. 흥미진진하게 경기를 보던 서준과 최태우도 따라 환호성을 질렀다.
그렇게 모두가 즐거워하는 가운데, 박지오만 아쉬워했다.
“/해트트릭할 수 있었는데!/”
그에 모두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근데 진짜 할 것 같긴 했어./”
“/그러니까./”
경기가 끝나고 난 후 마련된 축하자리.
서준도 얼떨결에 끼게 되었다.
“/준! 이거 제 SNS에 올려도 돼요?/”
“/네. 괜찮아요./”
SNS에 관심이 많은 어린 선수의 물음에 서준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서준도 SNS에 올릴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곧바로 기사가 떴다.
스페인뿐만 아니라 한국도 금세 시끌벅적해졌다.
[FC바르셀로나 라리가 우승 확정!] [FC바르샤, 박지오 2골 1 어시스트!] [박지오, 친구 버프? 오늘 캄 노우에 온 배우 이서준!] [VIP석에서 응원하는 배우 이서준!]-하. 진짜 재미있었다.
=22 낼 출근이지만 새벽까지 본 보람이 있었음.
=33 10분 만에 골 넣는 거 보고 먹던 치킨 던져버림ㅋㅋㅋ
-오, 박지오. 진짜 미처 날뛰었네ㅋㅋㅋ
=3골이었는데 혼자 2골 1어시ㅋㅋ
-서준이가 경기 보러 갔다고?? 어쩐지 박지오가 의욕 넘친다고 했음.
=ㄹㅇ친구 버프ㅋㅋㅋ
=이서준 아플 때도 잘하고 깨어났을 때도 잘하고 놀러 왔을 때도 잘하는 박지오.
=진짜 멘탈 티타늄인 듯.
=이 정도면 앞으로 경기마다 이서준 데려다 놓자.
=ㅋㅋ바르샤 팬들도 비슷한 소리 하고 있음ㅋㅋ
-바르샤 선수들이랑도 만났나 봄. (SNS 사진) 얘 마린 영화 엄청 좋아하는데, 성덕됐네ㅋㅋ
=부럽다ㅠㅠㅠ
=NEW! 이서준과 사진 찍는 방법: 바르샤 선수 되기.
=너무 어려운뎁쇼ㅠㅠ
-VIP석에서 서준인 어떻게 발견한 거래? 일코한 것 같은데.
=SNS사진 봄 > 이서준이 왔구나! > 찍었던 사진 샅샅이 뒤져봄 > VIP석에서 이서준 발견!
=ㅋㅋ무슨 숨은그림찾기도 아니고ㅋㅋ
=그러니까ㅋㅋ
스페인을 떠난 후에는 프랑스 파리로 향했다.
“/준!/”
“/찰리!/”
친구 찰리 베르나르를 만나 찰리가 직접 고심해서 만든 요리들을 배부르게 먹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찰리도 병문안 예약이 밀려 오지 못했었다.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다./”
“/걱정해 줘서 고마워./”
그 후에는 패션 브랜드 아레시스에 얼굴을 비추었고, 파리 5대학에 있는 알베르 모흐 교수와도 만났다.
“/먼저 검사부터 해보자꾸나./”
서준을 발견했을 때부터 움직임부터 걸음걸이까지 샅샅이 관찰하던 알베르 교수가 반갑게 인사한 후 바로 그렇게 말했다.
어쩐지 이럴 것 같았던 서준과 최태우가 웃고 말았다. 참 고마운 일이었다.
“/입원하기 전이랑 비슷하구나. 이제 걱정 없겠어./”
알베르 교수의 말에 최태우가 기뻐하며 얼른 코코아엔터와 안다호 이사에게 알렸다. 시차도 계산하지 않고 보낸 거라 괜찮은지 모르겠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뭘. 준 네가 열심히 노력한 덕분이지./”
그렇게 4일간의 유럽여행은 찰리가 소개해준 맛있는 음식점에서 알베르 교수와 식사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그게 벌써 2주 전의 일이었다.
오늘은 6월 8일.
6월 10일로 예정된 서준의 데뷔 20주년&퇴원(그리고 뒤늦은 생일축하) 기념행사가 열리기 이틀 전이었다.
“오늘 촬영하지?”
“나 지금 엄청 떨려……!”
오케스트라 촬영이 있는 날이기도 했다.
영상으로 촬영하는 만큼 음향뿐만이 아니라 보이는 것도 중요해서 단원들 모두 메이크업과 헤어를 하게 되었다.
“정장 필요하신 분 말씀해 주세요!”
무대 위에서 입을 옷을 직접 가져온 사람들도 흥미로운 얼굴로 코코아엔터가 준비한 정장들을 살펴보았다. 그러고는 어느샌가 그걸 입고 있었다. 각자의 스타일에 맞춰 추천하는 스타일리스트의 행동 때문이었다.
“잘…… 어울리나?”
“완전 예뻐요! 언니!”
역시 프로의 눈은 다른 것 같았다.
앞으로는 이런 스타일의 정장을 사야겠다, 하고 생각하는 단원들이었다.
거기에 헤어와 메이크업까지 더해지니 당장 솔로로 무대에 올라도 손색이 없었다.
“우리까지 챙겨줄 줄은 몰랐는데.”
“그러게요. 40명쯤 되는 단원들을 누가 자세히 살펴본다고 이렇게까지 준비하는 건지…….”
“그래도 가족들은 보잖아. 후줄근한 모습보다는 이렇게 차려입는 편이 더 좋지.”
그에 단원이 얼른 말했다.
“당연히 고맙다는 거죠! 아, 형은 가족들한테 말했어요?”
“아니, 아직. 비밀로 하라고 했으니까.”
“히히. 저도요. 진짜 엄청 놀라겠죠?”
알바한다고 나가던 애가 갑자기 이서준의 영상에서 등장하면 얼마나 놀랄지.
특히 새싹인 누나의 반응이 궁금했다.
“……서준이 형 사인받아가야겠어요.”
“……나도.”
그냥 갔다가는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사인을 받아가야 할 것 같았다.
“다들 준비 끝나셨어요?”
마침 이야기의 주인공이 등장했다.
우와아아아…….
대기하고 있던 단원들이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안 그래도 잘생겼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각 잡고 꾸민 서준은 진짜 뒤에서 후광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그런 단원들의 반응에 김수빈이 어깨를 으쓱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형이다!
익숙한 반응에 서준이 빙그레 웃었다. 이제 숨기는 건지 아닌지 모를 새싹들이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언니, 저 숨을 못 쉬겠어요……!”
“난 벌써 죽었어.”
그 대화에 최유성이 쿨럭, 웃고 말았다.
“오늘 촬영과 녹음을 도와주실 감독님들을 소개할게요.”
서준의 뒤로 두 명의 감독이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잘 부탁합니다.”
촬영감독과 음향감독이었다.
두 감독 모두 연주회나 연극 등 원테이크로 이어지는 무대 위를 촬영하고 녹음해 본 경험이 많았다.
감독까지 만나니 대기실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그에 촬영 감독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모두 편하게 연주해 주세요. 실수 안 하겠다고 생각하면 더 실수를 하시더라고요. 뭐, 실수하시더라도 저희가 편집해서 이어붙이면 되지만, 그건 싫으시죠?”
긴장하고 있던 단원들의 눈동자가 일순 무서울 정도로 번뜩였다.
당연한 소리를.
무대 위에서 실시간으로 연주하는 게 오케스트라인데 편집으로 이어붙인다니. 그만큼 자존심이 상하는 일도 없을 터였다.
하지만 그 말 덕분에 단원들의 긴장은 확실히 풀렸고 의욕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아주 활활.
불을 지른 두 감독은 하하 웃으며 대기실을 떠났고, 지휘자인 벤자민 교수는 허허 웃고 있었다.
편집이 일상인 배우만이 난감한 듯 볼을 긁적였다.
그래도 의욕(?)이 샘솟아서 다행이랄까.
“/……그렇군./”
그때.
한쪽에서 으르렁거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이슨 무어였다.
나이가 들어 성질이 죽은 듯한 그가 한쪽 입꼬리를 삐죽 올렸다. 딱 봐도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할 만큼 사나워 보였다.
“/편집. 편집이라……./”
그 옆에 앉아 있던 드미트리 또한 평소처럼 웃고 있었는데 웃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감독이 어떤 의도로 말했는지는 잘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신경을 살짝 건드린 건 어쩔 수 없었다.
“우리 열심히 해요!”
“그래, 그러자.”
김수빈과 최유성도 뜨거울 정도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끌리지 않아야 하는 사람들까지도 도발해 버릴 정도로 어그로(?)의 효과는 굉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