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bartender in Moorim RAW novel - Chapter 132
***
“다들 모이셨소?”
“크흡. 주공도 오셨구려.”
“뭐. 그리되었소. 나도 아직 본 적이 없기에.”
“암요. 이런 날 빠질 수가 있어야지요.”
“허허허. 저만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닌 모양입니다.”
“어어? 손 단주? 선단이 내일 아침 출항이라고?”
“흡! 그러는 장 국주야말로 새벽에 떠나는 표행이···.”
“자자. 넘어들 갑시다. 그런 것쯤이야.”
스파클링 와인이 완성되고 곧장 대석당에 보고를 올렸다. 그러자 반 시진 만에 급하게 소집된 석가장의 임시회의.
분명 전하기로는 바쁜 이들은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보탰었다.
그럼에도 모두가 자리를 채운 게, 어디선가 이번 회의의 안건이 새어나간 모양.
내일 출항을 앞둔 선단의 단주도, 새벽에 표행을 나서는 표국의 국주도 모두 자리를 채운 지금이다.
“조용. 다들. 장주께서 오십니다.”
공 총관의 중재가 있고 나서야 이들의 웅성거림이 멎었다.
석두원의 뒤를 따라 총총거리며 안으로 들어서니, 한 명도 빠짐없이 모인 간부들.
저마다 입가에는 침이 고여 있어,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다들, 알고 온 게 분명해 보였다.
“흠. 웬일로···. 전부 모인 것 같소?”
“당연히 와야지요. 비상 소집이 아닙니까?”
“비상이랄 것까지야.”
“석가장에서 담론을 나누는 일 중 작은 일이란 게 있을 수 없지요. 가문의 일은 모든 게 큰일인 법. 감히 빠질 수가 없었습니다.”
“저번 회의에 분명 몇 분이 안 오셨던 거로···?”
“설마요. 허허허. 오늘의 안건은 무엇인지요? 서둘러 지성을 모아, 이를 처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허어. 다들 평소와 달리 적극적이시오?”
안건이야 이미 다들 들어서 아는 눈치들이지만, 시치미를 떼어보는 중.
석두원은 그런 모습들이 재밌어 입을 한 번 삐죽 내밀고는 고개를 절레 저었다.
가신들의 이런 속 보이는 모습이 재미난 모양이다.
“뭐···. 다들 그렇다면야. 시작합시다. 오늘은 이 공자가 할 말이 있다기에 이리들 소집했소. 이 공자의 말을 들어봅시다.”
“감사합니다, 장주님.”
내게 회의장의 발언권을 넘겨주는 그. 난 그에게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모두의 시선이 내 손에 자리한 호리병에 꽂혔다.
“바쁜 와중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다름이 아니라 양조장에서 새롭게 만든 술을 시음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이렇게 여러분을 모셨습니다. ”
“크흡. 안 왔으면 큰일 날 뻔했군! 양조장의 술이라면, 석가장의 사업에서도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암! 그렇고말고. 중대사지.”
그들에게 운을 띄우니, 얼씨구 좋다며 나서서 말을 붙여준다. 속이 훤하게 보이는 이들이다.
“해서, 어떤 술인가?”
“후아주를 발전시킨 술입니다만, 후아주와는 완전히 다른 술일 겁니다.” “후아주를 발전시킨 술? 과하후아주는 아니고?”
“흐음. 그러고 보니, 호리병부터 다르군. 특이하게 생긴 병이로세?”
“마개도 수상하네. 철사를 꼬아 고정한 것처럼 보이는군. 안에는 나무인가?”
이들은 이제 전문가답게 내가 가져온 병이 평소와 다른 걸 알아본다.
서당 개가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다.
“흐음. 얼른 시작하세나. 여기 잔들 받으시고!”
시작을 보채오는 이들 앞에서 난 조심히 호리병을 들고는 손에 기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이건 약간의 반칙일수도. 허나, 본디 스파클링 와인이란 건 조금 차게 만들어 마시는 게 베스트다.
난 손에 아주 미세한 한기를 불어넣어 스파클링 와인을 차갑게 만들었다.
– 솨아아아아!
하는 한기가 호리병에 닿으니, 이내 서리가 서려갔다. 스파클링 와인이 가장 맛있을 온도에 제대로 맞춰졌다.
“오오. 차게 마시는 술인 모양이군.”
“과연, 빙궁의 전대 궁주답네!”
그리고 모여드는 모두의 시선들.
난 그런 시선을 한 몸으로 받아내며 천천히 호리병의 코르크를 두른 뮈슬레를 풀어갔다.
풀어주는 건 딱 여섯 번 정도. 그리고 한 손으로 코르크를 감싼 채 호리병의 아래를 잡았다.
이제 이걸 살짝 기울여준 후 아래를 잡은 손을 돌려가며 코르크를 빼면 그만일 터.
헌데, 왜인지 그렇게 호리병을 오픈하려 하니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불어오기 시작했다.
‘조금···’
재미난 장난을 쳐볼까.
지켜보는 이들이 모두 진중하니, 괜스레 장난기가 발동했다.
난 코르크를 반 정도 오픈한 상태에서, 아래를 잡은 손으로 병을 가볍게 흔들어줬다.
안에서는 뽀글거리는 기포가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사람이 없는 쪽을 향해 조준한 후 코르크를 잡은 손을 떼는 순간.
– 뻐어엉!
!!!
하며 대석당을 울리는 커다란 굉음.
안에서는 잘 익은 스파클링 와인이 분수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를 지켜보던 석가장 중진들의 얼굴에 놀람이 일시에 아렸다.
“벼, 벽력탄인가!?”
“이 무슨!?”
“부, 분명 술병에서 소리가···!?”
몇 명은 깜짝 놀라며 말을 뱉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불시에 들려온 큰 소리에 아무런 대꾸조차 못 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얼굴에 아리는 표정은 그야말로 장관. 특히나 주공의 표정은 카메라가 없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주공은.
– 딸꾹.
하며 깜짝 놀랐음을 다른 식으로 표현해 왔다.
노렸던 모습이 그대로 묻어 나와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다.
“···이 공자. 사람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군. 술병에서 소리가 난 모양이던데.”
“이게···, 자네가 노린 건가? 허허. 장난이 심하군.”
석두원과 공 총관을 비롯한 무인들만이 조금 덤덤한 모습이다.
“재미난 술을 만들었기에 잠시 장난을 쳐봤습니다. 다들 놀라셨는지요?”
“심술 궂은 면이 있는 친구였군. 허.”
“십년을 감수했네. 허허. 구양방이라도 쳐들어온 줄 알았지 뭔가.”
난 흘러나오는 스파클링 와인을 겨우 수습한 후 남은 술을 잔에 따라 깜짝 놀란 이들의 앞으로 밀어냈다.
술이 조금 모자라 새 호리병을 딴 것도 잠시. 이번에는 평범한 방법으로 병을 오픈했다.
잔을 가져와 술을 따르니.
– 촤아아아아아.
하는 소리와 함께 기포가 거칠게 위로 올라왔다.
잔을 기울여가며 이를 겨우 담아내니, 모두가 신기하다는 듯 이를 바라봤다.
“기포주와 비슷한 술인가?”
“그건 혼합주였지 않나? 이건 그저 병에서 나온 술이라네.”
“흠. 향은 아주 달콤하군. 후아주와 비슷한 것도 같고.”
잔을 받아든 이들이 찬찬히 향과 색을 바라보며 잔을 살펴갔다. 이제는 제법 모양새가 나오는 시음단이다.
이들은 향을 제대로 음미한 후에야 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 호르르륵.
입으로 술을 넣자, 곧장 입안에서는 잘 만들어진 기포들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저마다 입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탄산감에 놀람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
서로가 같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눈을 크게 뜨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다.
잔을 내려둔 이들은 저마다 들뜬 표정으로 감상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이거···! 차게 만든 이유가 있었구만. 허허. 입안이 깔끔하게 씻어지는 기분이네.”
“이 입안에서 터지는 것들은 무엇인가? 기포주를 마셨을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군. 뽀글거리는 기분이 훨씬 강하네. 살아 숨쉬는 듯 허이.”
“그뿐인가? 허허. 이거 의외로 입맛을 돋우는 맛이군. 앞에 놓인 땅콩이 마치 천혜의 진미처럼 느껴지는 기분이네.”
“목 넘김은 어떻고? 꿀떡거리는 맛에 계속해서 손이 가는군. 이 공자. 한 잔만 더 줘보게나!”
들려오는 말들은 호평 일색들.
나오는 평들 역시 스파클링 와인의 장점에 모두 닿아있는 평가들이다.
하지만.
“흠. 이 공자. 내 악평을 하려는 건 아니네. 맛이야 좋네. 물론, 좋네만. 이거, 술이 너무 약한 건 아닌가? 후아주도 그렇네만···, 이건 조금 더 약한 기분이군.”
“나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니었군. 나 역시 같은 생각이네. 입안에 전해지는 감촉도 좋고 맛도 풍부하네만. 영 술을 마신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군.”
“미안하네만, 나 역시 그렇게 느꼈네.”
그와는 반대로 조금은 다른 평을 들려주는 이들 역시 없지는 않았다.
대표적으로 이런 말을 꺼내온 건 석두원을 비롯한 술이 강한 이들.
이들은 하나같이 술에서 술맛이 나지 않는다는 평을 들려준다.
이 역시, 본래 스파클링 와인이 가진 단점 중 하나다.
도수야 후아주와 같은 도수인 스파클링 와인.
다만, 탄산감과 높아진 당도 덕에 술맛이 묻히는 것이다. 나 역시 이런 점을 모르지 않았기에 대비를 해둔 참이다.
난 곧장 이들에게 보완책을 들려줬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하긴 했습니다. 해서, 석호루에서 판매할 때는 이런 식의 판매 역시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그것도 한 번 봐주시겠습니까?”
“어떤?”
“백주가 필요합니다. 영몽도. 잠시만 기다려주시지요.”
원주 자체의 맛이 약하다면, 섞어서 술맛을 살려주는 것. 바텐더가 하는 일이란 게 그것이지 않나.
스파클링 와인을 만드는 것까지가 양조자로서 내 일이었다면, 이걸 조금 더 맛있게 만드는 건 바텐더로서 내 일이다.
바텐더가 양조에까지 손을 댈 수 있다면, 이런 시너지 효과가 생기게 된다.
백주와 영몽이 준비되자, 난 평소와 같이 이를 셰이커에 넣고는 얼음마저 만들어 안을 채웠다.
스파클링 와인은 들어가지 않는 참. 난 그대로 백주와 영몽을 넣은 셰이커를 들고는 이를 흔들어가기 시작했다.
– 살각! 살각! 살가가각!
오랜만에 들려오는 소리가 대석당을 채우길 잠시. 난 그대로 셰이커를 열어 기다란 잔에 이를 부어갔다.
적당히 레몬즙의 색이 묻어 탁해진 백주가 반 정도 잔을 채운다.
“저 벽력탄 소리가 나는 술은···?”
쓰지 않는 거냐.
누군가의 섣부른 질문에 미소로 답하길 잠시.
난 잔의 남은 부분을 스파클링 와인으로 채워가기 시작했다. 반이 조금 넘는 양이 들어가는 스파클링 와인.
잘 섞인 두 개의 술은 어느새 잔을 가득 채웠다. 한 잔의 칵테일이 완성된 순간이다.
“이렇게 한 번 드셔보시지요.”
“흐음. 백주로 세기를 더한 건가?”
“호오. 이건 또 새롭군.”
난 같은 술을 몇 잔 더 만들어 술이 약하다는 말을 꺼낸 이들의 앞으로 내밀었다.
내가 만들어낸 술은 다름 아닌 프렌치 75라 불리는 칵테일. 진과 레몬즙을 잘 섞어준 후 스파클링 와인으로 필업 하는 칵테일로 스파클링 와인 고유의 밋밋함을 잡아주기도 하며 맛 속에 술맛을 더하는 게 이 프렌치 75란 잔이었다.
잔을 받아든 이들은 그대로 이를 입으로 가져갔다.
– 호르르르르륵.
영몽의 맛이야 이제 석호루에서 술 제법 마셨다면 익숙한 이들이다.
새로울 게 없는 향에 그대로 다른 맛을 느껴보려 이를 삼키는 이들.
반 이상을 차지한 스파클링 와인이 장점만을 살려 입안을 깔끔하게 만들고 또 청량한 맛을 더해줄 거다.
그리고 그 맛이 지나가면 치고 오를 백주의 강한 맛. 이게 스파클링 와인의 부족한 점을 완전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흐으으음.”
“오오.”
예상한 그대로의 반응이 단점을 잡아냈던 이들의 표정을 밝게 만들어준다.
이건 부족한 점이 제대로 채워졌기에 나오는 표정. 이들은 들었던 고개를 내리고는.
“이거면 충분하겠네.”
“부족했던 술의 맛이 그대로 느껴지는군. 암. 이건, 술이네! 술!”
“허허. 세기도 제법 있어 보이는군. 좋네, 좋아.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한다라. 과연, 이 공자가 저걸 잡으면 술이 바뀌어 버리는군.”
“석호루의 점소이들이 새로운 술을 배우는 건가? 허허. 내 또 이걸 마시러 석호루에 가야겠군.”
앞서 뱉었던 단점이 완벽히 보완되었음을 알려준다. 예전 같았다면야 칵테일은 하나의 대안이 되지 못했을 거다.
어디까지나 이쪽 시대에서 나만이 가진 기술이었지 않나.
허나, 이제는 석호루에도 메이킹이 가능한 다른 점소이들이 있다. 따로 교육만 해둔다면, 이 역시 석호루에서 판매가 가능한 주종이다.
“이렇게 오늘 드신 두 종의 술을 앞으로 석호루에서 선보이려 합니다. 혹, 다른 고견이 있으시다면 편히 들려주십시오.”
모두가 잔을 비워가자, 난 때를 놓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이들의 의견을 물어갔다.
내가 뱉어가는 말에도 아무런 반론 없이 고개만을 끄덕이는 이들.
이는 이대로 일을 진행해도 좋다는 신호일 것이다.
“흠. 이견은 따로 없는 것 같구려. 이 공자. 이대로 진행하시게나.”
석두원은 그런 반응을 한 번 쓰윽 둘러보고는 내게 일을 그대로 진행해도 좋다는 말을 전해왔다.
그대로 임시회의는 끝.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흠. 조금 이르게 회의가 끝난 것 같네만···.”
누군가 은근한 말을 뱉어온다. 언제나 이런 자리에서는 한 잔만으로 끝나는 술이 감질나는 이들이다.
“역시 그렇지요? 해서, 오늘은 제가 준비를 철저히 해 왔습니다. 어려운 발걸음을 해주셨으니, 응당 즐겁게 해드려야지요. 시간이 허락하신다면, 부디 잠시 즐겨주십시오.”
그런 반응을 예상한 난 손짓으로 밖에서 대기 중이던 고용인들을 불러왔다.
이내 대석당으로 들어오는 건 여러 병의 스파클링 와인과 석호루의 간단한 요리들.
아마 세계 최초의 샴페인 파티가 오늘이었을 거라.
생각보다 의미가 깊은 날이었다.
***
{PIC:}
1. 프렌치75.
(진 + 레몬즙 + 스파클링 와인)
– 예. 사실 이거 보여주려고 어그로 끌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칵테일, 프렌치 75입니다.
– 이름은 불랑기포에서 따왔다는 게 맞겠네요. 불랑. 즉, 프랑스의 75mm 대포에서 이름을 따온 칵테일입니다.
– 제게는 늘 김렛과 함께 최상위권을 다투는 게 이 녀석입니다. 아마, 작중에서 뒤편에 더 설명이 들어가겠지만, 생각보다 마시기 힘든 녀석입니다.
– 이유는 스파클링 와인을 쓰는 업장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번 오픈한 후면 빠른 시일 내에 소진해야 하는 게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손님이 많지 않은 로드 바에서는 잘 쓸 수 없는 주종이죠. 그렇기에 이걸 마시기 위해서는 호텔 바나 큰 업장을 가야만 했습니다. 지방에서는 정말이지 찾기 힘든 칵테일이었습니다.
– 요즘에야 다루는 곳이 제법 늘긴 했습니다. 하지만 전 아직도 습관처럼 바에 들어가면 혹시 스파클링 와인을 하우스로 쓰시나요? 란 말을 꼭 묻곤 합니다. 쓴다는 말이 들려오면, 곧장 이 녀석을 주문합니다 ㅎㅎ!
– 마실 수 없는 곳도 있으니, 주문에 유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