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6)
6화 하룬겔의 심득 (3)
세리아는 앞선 교육생들을 따라 달리기를 끝마쳤다.
“4등, 수고했다.”
한쪽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서 공터를 달리는 다른 교육생들을 바라보았다.
그중에서도 중위권에 있는 남자.
레딘.
덤덤한 표정으로 달리는 그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힘들어하는 것 같지 않았다. 호흡과 움직임도 간결했다.
이곳에 들어오기 전.
이번 기수에 있는 교육생들에 대한 신원 조사를 마쳤다. 그러나 유일하게 정보가 없던 녀석이 레딘이었다.
‘대체 정체가 뭐지?’
처음 얼굴을 마주했을 땐, 그냥 멍청한 녀석인 줄 알았다. 혼잣말이나 하는 모습이 이상해 보였으니까.
그런 녀석이 마력 폭탄을 해체했다.
그 구조가 매우 복잡해서 폭탄 제작자, 또는 해체법을 직접 아는 자가 아니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는 건…….
레딘이 제작자이거나, 해체법을 아는 자라는 뜻이고. 결국 마그네스 조직의 일원일 수밖에 없었다.
구형 폭탄도 아니고.
최신형 마력 폭탄이었으니까.
‘그런데 풀려났단 말이지…….’
독방에 오래 갇혀서 조사를 받을 줄 알았는데. 하루도 채 되지 않아서 풀려날 줄은 몰랐다.
거기다 신고식까지 빠졌다.
레딘의 뒤에 든든한 배경이 있는 것이 분명한 상황. 그 배경은 아마도 마그네스와 손을 잡은 고위급 인사가 분명할 거다.
그게 아니면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니.
‘녀석의 정체를 밝혀내야 해.’
뭐 때문에 잠입한 건지 모르겠지만.
녀석이 일을 벌이는 순간.
신입 기수 전원이 재조사를 받을 거다. 그 과정에서 무조건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할 수 없다.
‘절대 안 돼.’
십 년 동안 오직 하나. 아빠를 지하 감옥에서 구하기 위해 이를 갈며 훈련하고 계획을 세웠다.
다른 조직이 꾸미려는 일 때문에 십 년을 준비한 대의를 망칠 순 없다.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아침 식사 후, 8시까지 이곳에 다시 모인다.”
“옙!”
훈련생들이 하나둘 일어나서 식당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 세리아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시에 가면을 썼다.
원래의 본심은 깊은 곳에 숨겨 두었다. 그 대신 밝고 활기찬, 천진난만한 또래의 여인을 꺼내 들었다.
뒤늦게 일어서는 레딘의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잠깐 얘기 좀 할까?”
“그래. 헤더, 먼저 가 있어. 곧 따라갈게.”
다시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친 레딘의 표정은 여전히 담담했다.
또래답지 않은 표정 관리.
보통은 외모를 보고 떨려 하거나, 심하면 말을 더듬기까지 하는데. 레딘은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이 확실하단 생각에, 세리아는 더욱 해맑은 웃음을 지었다.
“너, 어제 신고식 때 없었지?”
그러나 레딘은 대답 없이 세리아를 바라보았다.
시릴 듯이 차가운 표정.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무표정이 세리아를 향했다.
‘내가 지켜볼 거란 건 예상치 못했나 보네? 대답도 못 하는 걸 보면.’
그 모습을 보며 세리아는 더욱 입꼬리를 올렸다.
“나도 신고식 빼고 싶은데… 혹시 어떻게 하면 빠질 수 있는 거야?”
그 순간 레딘의 표정이 돌변했다.
무덤덤한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전신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그건 알아서 뭐 하게.”
“뭐?”
“생각해 보니까 어이가 없네. 나한텐 사과부터 먼저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사과?”
“됐다. 애초에 너 같은 애한테 사과를 바란 게 내 착각이지.”
혀를 차며 레딘이 몸을 돌렸다.
그가 완전히 모습을 사라질 때쯤, 세리아의 시선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연기가 수준급이야.’
고도의 훈련이 아니라면 저런 건 불가능하다. 당황하지도 않고, 오히려 주제를 바꿔 버리며 대답을 회피했다.
거기다.
마지막 대화가 묘하게 거슬렸다.
‘나 같은 애?’
말투나 눈빛이 뭔가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가만히 두면 위험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입안이 메말랐다.
적지 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을 확률이 높다. 제대로 움직이기 전에 실력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몇 명 던져 봐야겠어.’
어젯밤.
적합한 녀석들을 찾아 놨다.
쓰고 버려도 뒤탈 없을 만한 둘.
라비노 왕국 출신의 파란 머리와 금발 머리. 녀석들을 잘 구슬리면 알아서 움직여 줄 테니.
그 둘을 이용해서 얼마나 강한지 확인해 볼 생각이다.
“날 방해한다면… 그 누구라도.”
가만두지 않을 거야.
* * *
오후 훈련이 끝나고 헤더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오늘 저녁은 돈까스.
바싹하게 튀겨진 돈까스를 소스에 찍어 한입에 넣었다. 입안에서 터지는 바삭함과 육즙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진짜 맛있네.
이곳에 빙의하기 전에 시켜 먹었던 배달 음식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다. 같은 메뉴지만 비교 불가능한 엄청난 맛.
돈까스에 홀려 미친 듯이 포크를 움직였다.
“레딘…….”
“왜?”
고개를 들자 헤더가 눈치를 보고 있었다. 시선을 돌리자, 라비노 왕국 출신 두 녀석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가 신났는지.
자기들끼리 낄낄거리면서 웃고 있었다.
“무시하고 밥이나 먹자.”
“괜찮을까?”
“뭐가?”
“가만있지 않을 것 같은데…….”
“신고식 때 기합 받으면 건드릴 힘도 없을 거야. 그러니까 걱정 마.”
오늘부턴 특별한 게 더 추가될 테니까.
“으… 응. 알겠어.”
애써 고개를 돌린 헤더가 밥을 먹었다. 그 모습을 보며 헤더 너머에 있는 세리아를 쳐다보았다.
다른 여자 교육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먹는 모습.
그러다 눈이 마주치자, 세리아가 윙크를 날리며 웃었다.
보란 듯이.
도발하는 느낌이랄까.
내 예상대로 움직여 주는 세리아의 모습에, 속으로 웃었다.
오늘 내내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것부터, 라비노 왕국 출신 녀석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모습까지.
여러 가지 상황이 겹쳐지며 감이 왔다.
세리아가 나를 적으로 판단했고, 제거하기 위해 움직일 거라는 감.
남은 돈까스를 입에 넣었다.
슬슬 그에 대한 준비를 하러 가 볼까?
“헤더, 나 먼저 일어난다.”
“어… 어디 가게?”
“잠깐 볼일이 있어서. 숙소에서 보자.”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식판을 반납하고, 식당을 나와 거대한 돌다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버닝헬로 들어가는 유일한 입구.
지옥의 다리.
마차 다섯 대는 동시에 다녀도 될 정도로 너비가 넓고, 다리 중앙에는 숫자 6이 적힌 시계탑이 있었다.
문양은 하얀색 방패와 십자가.
창조신 베르티아를 믿는 신성 제국의 국기이며, 여섯 왕국 중 유일하게 왕이 아닌 교황이 통치하는 국가다.
인간의 생명은 소중하다.
설사 그게 죄를 지은 자들이라도.
…라는 명목으로 버닝헬의 사형 제도를 없앴다는 것이 베른 대륙기의 공식 설정 중 하나였다.
“레딘?”
상념을 흘리고 정면을 보자.
근무용 제복을 입은 베르고가 있었다.
“베르고 선배님.”
“어디 가려고?”
“로한 교관님께 볼일이 있어서, 감옥으로 가려던 중이었습니다.”
“그래?”
베르고가 곁에 있던 다른 선배를 먼저 보낸 뒤에 고개를 튕겼다.
“따라와. 안내해 줄게.”
가는 길은 알고 있지만.
혼자 간다고 하면 수상해할 테니.
“예.”
조용히 베르고를 따라 감옥에 있는 로한의 집무실로 움직였다.
“교관님껜 무슨 일로?”
“부탁드릴 게 있어서요.”
“무슨 부탁?”
슬쩍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베르고가 알아서 고개를 돌렸다.
“크흠… 다 왔다. 저기야.”
“감사합니다.”
똑똑!
“레딘입니다.”
내가 노크를 하며 이름을 밝히자, 안에서 로한 교관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집무용 책상 하나와 손님을 맞이할 수 있는 작은 테이블 한 개가 전부인 작은 공간.
테이블조차 서류 더미로 가득할 뿐.
차가운 이미지와 성격이 방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무슨 일이지?”
서류를 보며 로한이 물었다.
“부탁드릴 게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얘기해.”
“무기고에서 검 한 자루를 가지고 싶습니다.”
“원래 가지고 있던 건?”
“함선이 터지면서 바다에 빠졌습니다.”
로한이 마지막 서류에 사인을 끝내고, 얼굴을 들었다.
“정말 그걸로 충분한가?”
더 좋은 부탁도 들어줄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지만, 무기고를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예.”
“밖에 누구 있나?”
그러자 베르고가 모습을 슬쩍 드러냈다.
“옙.”
“무기고에 데려가서 검 한 자루만 챙겨 줘. 이걸 가져가면 통과시켜 줄 거다.”
“감사합니다!”
로한의 직인이 찍힌 종이를 챙겼다. 집무실에서 나와 무기고로 걸음을 옮겼다.
집무실과 멀지 않은 곳.
교도관 두 명이 무기고 앞에서 경계를 서며 지키고 있었다.
그들의 앞에 베르고가 나섰다.
“신입한테 검 한 자루 챙겨 주라는 로한 교관님의 명령이 있었습니다.”
“명령서는?”
손에 든 종이를 건넸다.
그걸 확인한 교도관이 가슴에 달고 있는 열쇠로 무기고를 열었다.
끼이익!
그 안으로 들어가자 잘 정리된 검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그것들을 지나치며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아라키스의 눈이 활성화되면서 주변이 초록색으로 변했다.
역시.
기다란 통로를 쭉 걸어가 끝에 있는 벽 앞에 섰다. 독방에서 보였던 것처럼, 이곳에도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그 위에 손을 올렸다.
[하룬겔의 심득 2를 회득하셨습니다.] [하룬겔의 심득 일부를 깨달았습니다.] [검성의 전투 이론이 머릿속에 각인됩니다.]말 그대로다.
상대와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장소, 환경, 무기 등등.
다양한 요건들 안에서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는지에 대한 이론들이 머릿속에 새겨졌다.
원래의 목적은 이뤘다.
그렇게 대충 아무 검이나 챙겨서 나가려는데.
“어?”
관리되지 않은 검들이 모여 있는 구석에서 초록색으로 빛나는 것이 있었다.
낡은 검집에 수수한 검자루.
특별하지 않아 보이는 검을 집는 순간.
[명검 ‘카이로’를 획득하셨습니다.]검성 하룬겔이 지녔던 세 자루 명검 중 하나로, 카이로가 유년 시절에 사용했던 검이다.
또한.
점점 미쳐 가는 자신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삶을 끝내기 위해 검을 들었고, 자신의 심장을 직접 찔렀다.
그 검이 카이로였다.
시작이자 마지막을 장식한 검.
[띠링!] [하룬겔의 비전 검술 전반부 3초식을 획득하셨습니다.]대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