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60)
760화
“그저 사소한 소유권 분쟁이 있을 뿐이라고!”
에인로가드의 물건은 누구의 것인가?
어쩌면 이 난제는 에인로가드 마법사들이 영원히 안고 가야 할 질문일지도 몰랐다.
익명의 리치는 ‘영주인 교장의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익명의 트롤 혼혈 교수는 ‘돌본 사람의 것 아닐까요?’라고 주장하고, 과격한 학생들은 ‘필요한 사람의 것이다’라고 주장하곤 했지만, 확실히 정해진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보통은 상황에 따라 규칙이 유연하게 바뀌었다.
-잠깐. 여기 골목 통로는 내가 선점했다. 지나가고 싶으면 통행세를 내라.
-미친놈이군. 흰 호랑이 탑 놈들은 기사가 아니라 산적 출신인가? 공격해라!
-잠깐. 여기 골목 통로는 내가 선점했다. 무너진 통로를 복구하고, 주기적으로 생기는 함정을 제거하고 있지. 지나가고 싶으면 통행세를 내라.
-명예로운 흰 호랑이 탑 학생. 네 노고에 감사를 표하지. 여기 통행세를 지불하겠다.
상대 학생의 공헌도나 명분에 따라 소유권도 어느 정도 인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버섯 재배 밭은 소유권이 상당히 복잡하게 꼬여 있는 장소였다.
십 년도 넘는 예전에 한 선배가 우연한 기회로 버섯이 알아서 자라는 이 군락을 발견했고…
-친구들, 버섯 밭을 찾았다!
-안개구름버섯도 있어?
-그래! 이제 더 이상 안개산에 들어갈 필요가 없게 됐다고!
-잠깐. 그런 밭이라면 누군가 다른 놈들이 뺏으려고 들지도 몰라.
-우리 같이 힘을 모아서 지키자. 이 버섯 밭은 우리의 것이야!
몇 년 후에 선배들이 졸업하면서 후배들끼리 물려받아 나누게 됐는데…
-선배의 일을 가장 많이 도운 건 나야. 내가 가장 넓은 영역을 가져야 해!
-헛소리 하고 있군. 버섯을 가장 많이 돌본 게 누구냐?
-내버려둬도 자라는 곳인데 뭘 돌봐! 헛소리하지 말고 똑같이 나눠라!
그나마 물려받은 영역도 복잡하게 꼬이면서 분쟁이 일어났다.
-여기부터 여기까진 내 영역이잖아!
-무슨 소리야? 여긴 아니라고 적혀 있는데.
-위조를?! 이 자식. 위조했구나!
-저기, 말씀 좀 묻겠습니다. 여기 버섯 재배 밭의 권리를 금화 열두 닢으로 샀습니다만…
위조, 도난, 절도, 다툼 등등이 연달아 이어나고 나서 지금 버섯 재배 밭은 주인만 여럿인 기묘한 땅이 되어 있었다.
“뭐 저런 곳이 있냐?”
“에인로가드에 저런 곳 많다던데?”
“……”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던 둑 아래쪽으로 돌아온 이한은 요네르의 말에 황당해했다.
“어쩔 수 없군. 털어야겠다.”
“그렇게 말하실 줄 알았어요. 워다나즈 님.”
이한은 나중에 시아나 사제와 한 번 진솔한 대화를 나눠야 하지 않나 살짝 고민됐다.
‘날 혹시 위치 이동 클럽의 선배들처럼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자신은 어디까지나 어쩔 수 없을 때 생계의 목적으로 물건을 움직이는 거지, 절대 즐거워서 하는 게 아니었다.
…아마도.
“밤까지 기다리는 게 낫겠지?”
“그게 문제가 있어.”
“?”
“연금술 강의 시작했잖아? 다들 한창 한 학기 동안 쓸 재료 모으고 있고.”
“그렇지.”
“선배들도 그걸 알고 있어서 한동안 저기서 버틸 것 같아.”
“……”
이한은 둑 위로 고개를 내민 뒤 다시 확인했다.
선배들 주변에 각종 침낭부터 야영 준비의 흔적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며칠은 더 있을 법한 준비였다.
“선배들을 공격하고 싶진 않았는데… 들키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군.”
“보통 이길 수 있을지를 먼저 고민하지 않아?”
이기는 건 당연히 가정하고 계획을 세우는 친구의 모습에 요네르가 황당해했다.
* * *
모르툼 교수는 콜록대며 손짓했다.
“문을 여셔도 좋소.”
삐걱-
방금 첨탑 마구간에 착지한 뼈 마차의 문이 열리더니, 쿨럭대는 마법사가 걸어나왔다.
마법사는 모르툼 교수처럼 병들고 지쳐 보이는 사람이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모르툼 교수가 키가 작고 이 마법사는 키가 크다는 정도.
“아직도 몸이 안 좋아보이시는구려. 타스환 교수. 절제의 저주 연구가 너무 마법사에게 가혹한 게 아닌지 걱정이 되오.”
“쿨럭. 괜찮소. 절제의 저주 연구는 얼추 마무리됐소. 몸 상태가 안 좋은 건 고나달테스 공에게 당한 저주 때문이오. 모임에서 칼라로가드가 에인로가드와 함께 제국의 쌍두마차라고 말했다가 당한 그…”
“……”
타스환 교수는 제국의 흑마법사들이 모이는 마법학교, 칼라로가드의 교수이자 동시에 본인도 뛰어난 흑마법사였다.
그리고 제국의 흑마법사들은 해골 교장과 인연이 없기가 힘들었다.
해골 교장은 고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흑마법의 적통을 전수 받은 유일한 마법사였고, 현 제국의 마법 체계를 만드는 데에 일조한 만큼 적든 크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타스환 교수가 해골 교장에게 한 대 맞은 건 7년 전 자줏빛 산맥에서 벌어진 흑마법사들의 회합이었다.
>흑마법사들의 밤>이라고 불리는 유쾌한 축제 같은 회합으로서, 제국의 뛰어난 흑마법사들과 ‘아직 살아 있으셨습니까?’란 소리를 듣는 리치들까지 종종 참가하는 즐거운 자리.
오랜만에 방문한 제국 마령관은 흑마법의 각종 비사와 비의, 후배들의 마법에 대한 거침없는 품평으로 축제를 더욱 흥겹게 만들어줬다.
타스환 교수는 오랜 흑마법 연구로 인해 허약해진 육체에도 불구하고 너무 기쁜 나머지 독한 짐주(鴆酒)를 몇 잔이고 들이켰다.
그리고는 취한 나머지 해골 교장 앞에서 이딴 소리를 지껄였더랬다.
-고나달테스 님! 정말로 기쁩니다. 에인로가드와 같이, 제국을 견인하는 쌍두마차 중 하나인 칼라로가드의 흑마법사로서…
-지금 뭐라고 그랬냐?
해골 교장은 에인로가드에 대한 모욕과, 멍청함(무릇 마법사라면 헛소문을 믿지 말고 스스로 판단할 줄 알아야 했다)에 대한 대가로 저주를 걸었다.
그 저주가 아직도 전부 해독되지 않아 타스환 교수는 골골대고 있었다.
“타스환 교수.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교장 선생님께서는 지금 바쁘시오. 아마 당신을 만나지 못하실 거요.”
“정말 기쁜 이야기요! 고맙소. 모르툼 교수. 조금이나마 몸에 활력이 도는구려.”
아직 차가운 봄의 밤바람이 첨탑 마구간을 핥듯이 스치고 지나가자, 타스환 교수는 부르르 떨었다. 강력한 방한 마법이 걸린 외투를 걸쳤음에도 불구하고 한기가 몰려왔다.
“여기 따뜻한 벌꿀차 한 잔 하시오. 내 제자가 만들어놨소.”
“오오…”
타스환 교수는 조심스럽게 잔을 받아 벌꿀차를 들이켰다. 뜨거운 황금빛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들어가 몸을 덥게 만들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연금술을 사용했는지 몸을 회복해주는 효과까지 있었다. 타스환 교수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디레트 학생이 만든 벌꿀차요? 연금술에도 뛰어났을 줄은 몰랐는데.”
“아니오. 새로 들어온 제자요.”
“부럽소. 모르툼 교수. 또 뛰어난 제자가 들어온 모양이구려. 에인로가드는 역시 제국 최고의 인재들이 모이는 만큼, 흑마법에도 뛰어난 인재들이 들어오는 거겠지… 칼라로가드는 언제나 제자를 모으는 게 어렵소. 내 제자들은 성실하고 뛰어나지만,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워낙 적으니.”
타스환 교수는 흑마법사의 애환을 털어놓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나마 에인로가드는 제국 최고의 마법학교라 그런지 흑마법 학파에도 재능 넘치는 인재들이 많이 들어오는 모양이었다.
그에 비해 칼라로가드는 제자를 구하는 게 참 힘들었다.
마법에 재능이 있으면서 동시에 흑마법에 몰두하려는 사람은 꽤 드문 인재인 것이다.
“……”
모르툼 교수는 진실을 바로 말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에인로가드도 흑마법 학파에 새로 들어온 학생이 다섯도 안 된다는 이야기는 차마 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제자들이 많이 들어온 걸 축하드리오. 모르툼 교수. 그래도 다른 흑마법사들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기뻐하겠구려.”
타스환 교수는 진심으로 기뻐했다. 그 모습에 모르툼 교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 완전히 말할 기회를 놓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제자들은 어디 있소?”
모르툼 교수는 화제를 돌렸다. 타스환 교수는 뼈 마차를 가리켰다.
“안에 있소. 다들 아직 중독에서 회복하지 못한 상태라, 움직일 수 있을 만큼 회복하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거요.”
“들어가서 기다리시는 게 좋을 것 같소만…”
“제자들이 여기 있는데 나 먼저 들어갈 수는 없지 않겠소.”
모르툼 교수의 말에 타스환 교수는 사람 좋게 웃었다.
아무리 춥고 괴롭더라도 제자들을 두고 먼저 들어갈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 모습에 모르툼 교수는 속으로 투덜댔다.
‘교수들의 평균을 지나치게 올리는군.’
상대가 제국 교수 인성의 평균치를 지나치게 올리면 결국 다른 교수들한테도 피해가 오지 않겠는가.
어떻게 보면 이기적인 행동이었다.
“…알겠소. 이번 방문 목적은…”
“먼저, 마법사 카드 클럽 교류전.”
“또 그 클럽이요? 난 대체 마법사들이 여기에 왜 빠지는지 모르겠구려.”
모르툼 교수는 못마땅하다는 듯이 투덜댔다.
다른 마법학교 학생들이 마법사 카드를 하러 여기까지 온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지 않았던 것이다.
타스환 교수도 이해간다는 듯이 웃었다.
“나 또한 썩 이해가 가진 않지만, 제자들의 취미니 그러려니 하고 있소. 채찍질만 하면 아무리 힘센 말이라 하더라도 쉽게 쓰러지지 않겠소.”
“교장 선생님은 달리는 말에 채찍질해야 한다고 하시는데… 아무것도 아니오. 다음 목적은 무엇이오?”
“시약 구매.”
에인로가드는 막대한 시약을 구매하는 곳이자, 동시에 또 판매하는 곳이기도 했다.
저 드넓은 영지와 기괴한 본관 건물이 있는데 시약이 안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소모량이 막대한 만큼 외부로 쉽게 팔지는 않지만 제국의 다른 마법학교들에 한해서는 서로 필요한 것을 교환하는 일이 잦은 만큼 허락이 됐다.
“시약 구매… 어떤 게 필요하오?”
“저번에 말했던 저주가 담긴 나무통들과 독충들, 그리고 버섯들도 필요하오.”
“나무통은 바로 가져갈 수 있소. 독충이나 버섯들은… 지금 양이 없을 텐데.”
“11년 전에 위치를 확인해놓은 곳이 있소! 직접 채취할 생각이오.”
“과연. 그러면 제자를 길잡이로 붙여줄 테니 채취해가시오.”
모르툼 교수는 깃펜을 놀려 방문 목적을 대신 정리해주며 말했다.
그러자 타스환 교수가 난색을 표했다.
“디레트 학생 말고 다른 학생은 안 되겠소? 아무리 그래도 5학년한테 이런 일을 부탁하는 건…”
“……”
이번에는 모르툼 교수도 조금 반성했다.
확실히 이건 상대의 말이 맞았던 것이다.
‘그러면 맡길 놈이… 코홀티가 졸업해서 아쉽군. 아니다. 그 놈은 졸업 안 했어도 믿음이 안 가서 못 맡겼을 거야. 오골도스는 요령이 좀 부족한데…’
외부에서 온 마법사들을 대접하는 건, 그냥 일반 손님들을 대접하는 것보다 한층 더 어려운 일이었다.
일반 손님들은 보통 학교의 안전한 곳을 구경하다가 떠나지만 마법사 손님들은 깊숙한 곳까지 방문하는 것이다.
이런 마법사들을 대접하려면 임기응변에 능하고 다른 에인로가드의 거친 학생들도 제압할 수 있어야 했다.
“으음. 워다나즈에게 맡겨야겠군.”
“그런 학생이 있었소? 몇 학년 학생이오?”
“음… 오해하지 마시오.”
“오해는 무슨!”
상대의 말에 타스환 교수는 웃었다.
“아마 3학년인 모양이구려? 괜찮소. 에인로가드의 3학년이라면 충분히 맡을 수 있을 거요.”
제국 최고의 마법학교에서도 특출난 학생이라면, 3학년이어도 충분히 길잡이를 맡을 수 있었다.
타스환 교수는 그렇게 생각했다.
“사실 2학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