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American Dirt Spoon Gang Village RAW novel - chapter 122
완전히 상반된 두 환경을 나만큼 잘 알고 있는 사람도 없다.
그렇기에 현생의 이 시간들이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처음엔 잘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족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그래도 우리 엄마 리사 여사에게 직접 낳은 친자식이 있다면 좋을 텐데.
얼마 전 41살이 된 리사 여사.
제이든으로 처음 눈을 떴을 때 엄마는 32살이었다.
그때가 킨더 들어가기 직전이었으니 지금으로부터 만 9년이 지났다.
아직까지는 동생을 보려면 볼 수 있는 나이.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른 곳으로 대학을 가게 되면 엄마는 혼자 남게 된다.
이제까진 거기까지 생각을 못 했었는데, 삼촌 가족과 함께 온 엄마를 보고 있으니 괜히 마음이 무거워진다.
― 위이이잉.
미안하고 안타깝고, 포근한 마음을 담아… 대따 큰 솜사탕을 만들었다.
색도 핑크와 블루를 적절히 혼합했기에 생각보다 예쁘다.
“우와. 이거 누구 거야?”
“당연히 우리 리사 여사 꺼죠, 엄마.”
“내 거야? 와아. 역시 우리 아들. 알러뷰우~”
“헤헤. 저도요.”
“허얼, 엘리야. 언제 크냐? 빨리빨리 커서 나도 저런 거 만들어 주라.”
“으하하. 진짜 못 산다, 리암. 그게 아빠가 딸한테 할 소리야?”
“칫. 누나. 그거 다 먹으면 당뇨병 걸린다. 좀만 나눠 줘 봐.”
“어우, 어딜. 니 꺼나 드세요.”
“삼촌. 여기요. 이거 드세요. 숙모 거도 여기. 삼촌. 10불입니다.”
“와. 이 바가지. 이래도 되는 거냐? 3개면 9불이지. 아니다 6불이잖아!”
“잔돈 없어요. 얼른, 얼른. 뒤에 줄 서잖아요.”
“와아. 내가 살다 살다 조카한테 삥을 다 뜯겨요.”
“걱정 마세요. 나중에 내가 고대로 엘리한테 당해 줄 테니까요.”
“으하하하. 그건 그래. 옜다, 10불.”
.
.
.
솜사탕을 받아 든 세 사람, 아니, 네 사람은 다른 곳도 둘러본다며 가 버렸다.
― 위이이잉.
내가 솜사탕인지, 솜사탕이 나인지 구분이 안 된다.
눈앞을 일렁거리는 이 실은 솜사탕인가? 내 머리카락인가?
줄 서 있는 꼬맹이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눈빛들을 외면할 수가 없다.
솜사탕 기계를 돌리고 또 돌렸다.
― 제이든. 내가 좀 할까?
― 그럴….
― 안 돼! 난 저 오빠가 만든 솜사탕 먹을 거야!
.
.
.
따위의 언쟁이 몇 번 반복되자 그냥 내가 만들기로 한 거다.
학교 전체 스피커가 울렸다.
― 아. 아. 안내 방송입니다. 정확히 10분 후 오후 7시에 센트럴 팍스 하이스쿨의 풋볼 경기가 시작됩니다. 다시 안내합니다. 7시 정각, 풋볼 경기가 시작됩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지났구나.
중간에 베티의 부탁으로 잠깐 자리를 비운 걸 제외하면 장장 6시간 이상 솜사탕을 만들어 댄 거다.
홈커밍데이의 하이라이트인 풋볼 경기가 시작되려 한다.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아무리 피곤해도 안 가면 라이언이 지랄할 거다.
가 줘야지.
“마크. 더 이상 줄 못 서게 해.”
“오케이.”
마크가 줄 끝에 서서 손님들이 더 못 오도록 막았다.
잠깐 사이에 많이도 서운해하며 지나간다.
“어우. 힘들다.”
마지막 손님인 4살짜리 꼬맹이의 손에 솜사탕이 들려졌다.
다른 클럽으로 빠졌던 미아와 알렉스, 오디, 마커슨이 뛰어왔다.
“제이든. 진짜 고생 많았어. 와. 솜사탕이 아주 머리를 다 덮었네.”
“어우, 드럽게. 먹지 마!”
“왜애? 맛있는데?”
내 머리카락에 붙은 솜사탕들을 떼어 먹는 마커슨.
암튼 비위 좋은 건 인정이다.
“너네들 클럽은 정리 끝났어?”
“아직. 그냥 여기 도우려고 빠져나왔어.”
“나도.”
“난 그쪽 마무리하고 왔어.”
“경기 보러 갈 거지?”
“그래야지. 정리하자.”
“오케이. 보자. 얼마나 벌었나아?”
“알렉스. 돈통에서 떨어진다, 실시.”
“아, 왜! 너 나 못 믿어?”
“숫자는 내가 더 낫지 않을까?”
“칫. 이거 뭐 얼마나 된다고. 알았어. 그럼 난 뭐 해?”
“뭐 하긴. 이거 치워야지. 다른 애들처럼 군소리하지 말고 치워라. 내년에도 써야 하니까 안쪽까지 깨끗하게 닦고.”
“뉘에, 뉘에.”
돈통에 수북이 쌓여 있는 돈들.
하나에 2불이다 보니 1불짜리 지폐가 잔뜩이다.
“오올. 530불!”
“와우. 너 팔 괜찮냐? 도대체 오늘 하루 만에 몇 개를 만든 거야?”
“뭐. 중간에 팁도 받았고, 삥도 뜯었고, 배달료까지 다 합하면 대충 250개 안팎?”
“대박. 제이든. 너 팔 괜찮냐?”
“글쎄. 자기 전에 페인킬러 약 먹어야 될 거 같네. 그나저나 이 정도면 6개월 치는 확보한 건가?”
“6개월은 무슨, 1년은 쓰겠다. 어차피 한 달에 한 번 모임이잖아.”
“그치? 모자라면 그때 가서 펀드레이징 하면 되겠지. 에구, 삭신이야. 대충 정리됐으면 가자.”
“오케이.”
* * *
풋볼 경기장
― 빠라빠라빰빠빠빰~
웅장하게 울리는 마칭밴드들의 등장.
“오디. 근데 너 마칭밴드 안 했었어?”
“관뒀어.”
“왜?”
“시간을 너무 뺏겨서. 전에 SS1도 시간을 너무 뺏겨서 안 한 건데, 이건 더해. 연습을 진짜 주말마다 하루 종일 한다니까. 다른 거 아무것도 못 해. 차라리 디베이트가 나을 정도라고.”
“…시간이 그렇게나 없어? 너 활동 많이 하는 건 알고 있지만, 우리 아직 9학년이야. 천천히 해.”
“휴우. 그게 되면 내가 왜 이러고 있겠니? 평범하게 의대나 가라더니 너무 노는 것 같다고 엄마가 팔 걷어붙였어. 푸시가 말도 못 할 정도야. 들어 봐라. 인도 친구들이랑 셋이 하는 사이언스 페어 준비하고 있고, 스펠링비도 나가야 하고, 4학년 때부터 한 테니스는 무조건 계속해야 되고. 얼마 전엔 엄마 친구 교수 랩에 리서치 멤버로도 들어갔어. 9학년은 안 받아 준다는데도 엄마가 우기고 우겨서 들어갔다니까.”
“…알아들어?”
“개뿔. 장기 이름 말하는데, 그것만 대충 알아듣겠어. 어우, 교수님 말하는 거 몰래 녹음해 와서 집에 와서 또 듣고, 또 듣고. 논문에 끝에라도 이름 올리려면 랩 청소라도 해야 한다니까. 제이든. 나 이러다 진짜 죽을지도 몰라.”
“죽긴 뭘 죽어. 시끄러. 그러면서 ACC 총무는 왜 한다고 그랬어?”
“그건 진짜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몇 개 안 되는 것 중 하나야. 그건 뺏지 말자.”
“니가 힘들까 봐 그러지.”
“그래서… 마칭밴드 관뒀잖아. 지금은 그래도 숨은 쉴 만해.”
백인들과 아시안들의 차이점은 이런 데서 나온다.
백인들은 어떤 일을 해도 자기만족이 우선이다.
마칭밴드와 대학 교수의 리서치 활동.
당연히 또래들이 많은 마칭밴드가 훨씬 재밌다.
여기서 오해는 말자.
마칭밴드가 대학 입시에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이 아니다.
마칭밴드에서 각 세션 리더인 경우엔 제법 도움이 되고, 4년 동안 꾸준히 마칭밴드를 한다면 역시 아주 큰 장점이다.
단지 오디는 통합의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주요 멤버는 아니더라도 의대 교수 밑에 들어가 4년 동안 리서치를 하고, 그 와중에 연구 논문 끄트머리에라도 이름을 넣을 수 있다면 의대 입학에 아주 큰 훅이 된다.
좋아하는 것보다 실리를 택한 거다.
후에 외부 추천서를 받기도 더 쉬울 테고.
그 집안의 인맥들을 살펴보면 후에 추천서 때문에 곤란할 상황은 없어 보이지만.
백인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 나라에서 미래 직업군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건 아시안들의 숙명이다.
“SS 챔버랑 널싱홈 봉사는 계속할 거지?”
“당연. 널싱홈 봉사도 사실 일종의 병원 봉사라 경력에 도움이 돼. 꾸준히 한 데다 시간을 많이 뺏기는 것도 아니고.”
“다행이네.”
“또, 또 나왔다, 그 짠하다는 눈빛. 괜찮아. 다른 인도 친구들은 나보다 더해. 난 그래도 너라는 표본이 있어서 엄마가 많이 봐주고 있는 거라니까. 알잖아, 우리 집. 빼박 잘사는 인도인 집구석. 공부는 기본이고, 활동들이나 추천서, 에세이. 그 어느 것 하나 빠지는 순간 통합의대는 물 건너간다고. 인도인들은… 잘난 놈들이 너무 많아. 뭐, 우리 형이랑 동생만 봐도….”
그건 그렇다.
아무리 한국인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고, 똑똑하다고 해도 인도인들을 이기는 건 쉽지 않다.
어느 대회를 가든 인도인과 중국인들이 탑을 차지하고 있고, 그중 하나 정도씩 한국인이나 백인, 흑인들이 튀어나올 뿐이다.
어떤 대회에선 1등을 중국인에게 뺏겼다며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모두가 보는 자리에서 아이의 뺨을 치는 인도인 아버지도 있었다.
무려 2등인데도 불구하고.
요즘 세계적으로 인도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건 사실 다 이유가 있는 거다.
행복의 척도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건 확실하다.
홈커밍데이에서 4
― 와아아아아!!!
― 가자! 여우들아! 힘내라!
― 할 수 있다!
.
.
.
― 삐이―
― 꺄오오오오옷!!
[6:0]― ????
― !!!
― 우아아아아!!!
경기 시작을 알리는 부저가 울리고 4분 45초가 되었을 때 갑자기 전광판의 점수가 변했다.
경기 초반이라 자리를 잡기 위해 어슬렁거리는 사람들도 많았고, 먹을 것들을 챙기거나 아이들을 자리에 앉히는 등 어수선했다.
하지만 그중에도 풋볼에 진심인 사람들은 있다.
1초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두 눈을 부릅뜨고 경기를 관전하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튀어 오르자, ‘왜 저래?’, ‘미친 거야?’ 따위의 말을 뱉던 사람들이 전광판의 숫자가 바뀌자마자 똑같이 튀어 올랐다.
곧이어 용암처럼 끓어오르는 경기장.
― 우와아아아!!
― 센트럴 팍스! 멋지다!
― 장하다!
― 라이언! 라이언! 라이언!
골을 넣은 건 라이언이었다.
발이 빠르고, 경기장의 빈 공간을 캐치해 내는 능력이 좋아 9학년부터 와이드 리시버 포지션 주전으로 뛰고 있는 라이언.
경기 초반이라 상대 팀의 몸이 덜 풀려서였을까?
아님, 해마다 예선 탈락을 맡아 놓고 하는 학교라 방심을 했던 걸까?
공을 패스받은 라이언이 뻥 뚫린 경기장을 그대로 질주했고, 결국 터치다운(Touchdown)을 해 버린 것이다.
난리가 났다.
우리가 다 같이 간다니 따라온, 풋볼엔 1도 관심 없는 오디마저 펄쩍펄쩍 점프를 해 댔다.
알렉스와 마커슨은 숫제 의자 위에 올라가 난리 진상을 피우고 있고, 마크와 크리스틴은 껴안은 채 방방 뛰는 등 난리가 났다.
뭐….
나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제이콥, 매튜와 함께 돌고래 소리를 내지르고 있었으니까.
스포츠는 사람 피를 끓게 하는, 뭐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곧바로 원 포인트 킥(One―Point Kick)으로 1점을 더 받아 내는 센트럴 팍스 팀.
결국 풋볼 시작 5분 만에,
[7:0]이 되었다.
― 삐이―
흥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경기가 재개되었다.
치어리더들이 앞에서 열심히 응원전을 펼친다.
경기장 들어오기 전까지는 사실, 경기는 뒷전이고 치어리더들에게만 눈이 갈 줄 알았는데, 골 맛을 보고 나니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 밀어. 밀어 버리라고!
― 자빠뜨려!
― 으어헉! 저걸 놓치다니! 저 바보들!
― 버텨! 버티라고! 뺏기지 마아…. 제길!
.
.
.
시작과 동시에 선취점 7점을 따고 나니, 동네 아재들이 돌아 버렸다.
마크의 아버지인 미스터 앤더슨과 리암 삼촌, 미스터 패트릭과 같은 우리 골목 아재들은 물론이고, 밥 사장님부터 학교 선생님들까지.
아쉽게 공을 놓치거나 태클에 걸릴 때면 얼굴이 새빨개지며 소리를 질러 댄다.
저 사람들이 저렇게 뜨거운 열정을 숨기고 살 줄 누가 알았겠냐고.
같이 열띤 응원을 펼치던 고딩들 몇몇이 키득거리며 몰래몰래 동영상을 찍는다.
마크가 고개를 돌리며 최대한 아버지를 모른 척했다.
“하아. 나 좀 부끄럽다.”
“마크. 저기 우리 엄마랑 숙모 봐 봐. 삼촌이랑 같이 앉아 있다가 아예 자리 옮겼어, 저쪽으로.”
“하하하. 다들 나중에 쪽팔려서 어쩔라고 저런대?”
“어차피 SNS 같은 거 하지도 않는데 쪽팔리기는. 그냥 저렇게 하루 놀고, 잊어버리겠지. 이거 끝나면 거의 10시지?”
“그럴걸? 설마 그 시간에 야드에 불 피우진 않겠지? 시간 늦어서 다들 싫어할 텐데.”
“오늘 우리 동네 취침 시간은 새벽 2시라고 본다, 나는.”
“어우. 난 아저씨 돼도 저렇게는 안 돼야지.”
“보기 좋기만 하구만. 열정이 넘치잖아.”
“마크. 그럼 우리도 가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