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American Dirt Spoon Gang Village RAW novel - Chapter (51)
미국 흙수저 깡촌에서 살아남기-51화(51/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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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이 지뢰밭 2
마커슨의 고개가 축 쳐져서 올라갈 생각을 안 한다.
본인들끼리 뭉쳐있으면 절대 당할 일 없는 일이었다.
흑인청소년들 뭉쳐 있으면 무섭다.
성인 백인들 무리들도 웬만해선 비껴간다.
마커슨이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온 내 눈치를 본다.
무릎까지 오는 펑퍼짐한 반바지 수영복들.
이런 곳에서 한국 같은 삼각팬티 수영복을 입었다간 엄청난 놀림감이 된다.
“괜찮냐?”
“어? 어. 너는?”
“괜찮아.”
“미안해.”
“뭐가?”
“그때…”
“뭐? 작년에 있었던 거?”
“어.”
“뭘 또 새삼스럽게 꺼내? 다 지난 일인데. 괜찮아.”
“아냐. 오늘 보니까 그때 네가 얼마나 화가 났을지 짐작이 돼. 나 생각날 때마다 사과할게.”
“됐어. 그건 그만 잊어. 앞으로 안 그러면 돼. 인종차별 하는 놈들이 모자란 거지. 지들이 무슨 잘못을 하는지도 모를껄?”
“그냥…너한테는 너무 미안한데 또 너무 억울하고 그래.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
“…”
다른 이들보다 우위에 서고 싶은 건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본능인 것 같다.
그나마 말로 시비를 거는 건 잠시 기분 나쁘고 말면 된다.
요즘엔 아무 연고도 없는 놈들이 총질도 서슴지 않으니 문제다.
마이너리티는 마이너리티라서 억울하고,
메이저들은 메이저라서 역차별을 당한다며 억울해한다.
복잡한 세상이다.
“가자.”
“응.”
그 사이 다른 놈들도 모두 나왔다.
왔으니 놀아야지.
신나게 놀고 있는데, 입구에서 뾰족한 목소리들이 들린다.
목소리가 점점 커지자 사람들의 시선이 입구 쪽으로 향한다.
우리들도 마찬가지다.
“어? 헤일리랑 클로이다.”
“제시카도 왔네? 와. 배가 좀 나왔어. 진짜 애기 가졌나봐.”
“크리스도 왔다!”
“와아! 크리스다!”
“꺄아악! 크리스다아!”
크리스?
아.
지난 봄, 우리 동네 여학생들의 심금을 울려놨던 그 크리스?
인기가 많긴 했나보다.
풀 속에 있던 여학생들 몇이 좋아서 발을 구른다.
이미 품절남인데도 저리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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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졸업식 날.
우리 학군은 풋볼 경기장에서 졸업식을 한다.
졸업생 모두가 머리의 졸업모를 집어 던지며 공식적인 졸업식이 끝이 난 순간 갑자기 울려 퍼진 결혼행진곡.
교장이 특별순서가 준비되어 있다며 갈 사람은 가고, 남을 사람은 남으라고 했다고.
특별순서라는데 당연히 대부분이 남았다.
그리고 크리스와 제시카를 태운 꽃마차가 경기장으로 들어섰다.
완전 열광의 도가니였다고.
몇몇 눈물을 훔치는 여학생들도 있었다지만 대부분은 또래의 결혼식을 크게 축하했다고 한다.
크리스가 풋볼 주장인데다 그 동안 최약체였던 우리 학교 풋볼 팀을 중급까지 끌어올린 기여도를 생각해 특별히 허락한 일이었다.
그렇게 모든 졸업생과 졸업생의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두 사람은 결혼식을 치렀다.
역대 가장 흥행한 졸업식이자 결혼식이라고 할 만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곧 플로리다로 떠난다.
대학을 졸업하면 거기서 자리를 잡을 계획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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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전체를 둘러싼 채 라이프가드 타워에 앉아있던 라이프가드들이 무전기로 대화를 주고받는다.
잠시 후 안내방송이 흘렀다.
– 잠시 10분 동안 휴식이 있겠습니다. 모든 손님들은 수영장 밖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10분 동안 휴식이 있겠습니다. 모두 물 밖으로 나와 주십시오.
이제 막 노는데 발동이 걸린 우리들이었지만 안내에 따라 조용히 풀(Pool) 밖으로 나왔다.
사람들이 모두 풀 밖으로 나온 걸 확인한 라이프가드들이 입구로 뛰어갔다.
– 크리스! 제시카!
– 잘 지냈어들?
– 뭐?!
– 크림슨!
– 디렉터에게…
.
.
.
웅성웅성.
크리스와 제시카의 등장에 친목질을 하려고 우리를 밖으로 내보낸 것이다.
그런데 무슨 문제가 있는지 분위기가 험악하다.
멀리서 봐도 눈에 확 띄는 덩치 좋은 백인 금발남.
연예인을 해도 될 외모다.
그런데 화가 단단히 난 것 같다.
그 앞에는 아까 나와 마커슨을 모욕했던 놈이 고개를 숙이고 있고, 그 주변으로 빨간 셔츠를 입은 라이프가드들이 딱딱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저 새끼 뭐 걸린 거 같지?”
“어. 가서 알아보고 올까?”
“어떻게?”
“내가 누구? 알렉스 님이시지. 딱 기다려. 헤일리랑 클로이 있으니까 쉽게 접근할 수 있어.”
“근데 쟤들이 어떻게 왔지?”
“내가 불렀어.”
“크리스틴 니가? 어떻게?”
“아까 너 당하는 거 보니까 너무 열이 뻗쳐서 문자했지. 마침 저렇게 넷이 놀고 있었던 모양이더라고. 안 그래도 벼르고 있었던 놈이라고 하던데?”
“그래? 무슨 일인데?”
“임신한 제시카한테 창녀라고 했대.”
“뭐?!”
생각보다 쓰레기 놈이었다.
좋은 기억만 가지고 가고 싶었던 어린 부부에게 저 놈이 똥물을 뿌린 거네.
고개를 돌려보니 언제 갔는지 알렉스가 거기 무리에 끼어있다.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하긴 하다.
나도 슬금슬금 다가갔다.
그러자 어느새 공부방 놈들도 모두 움직였다.
그들 주변으로 거대한 원이 생겼다.
– 네가 감히 내 아내한테 그딴 소리를 해?
– 크리스. 난 진짜 니가 너무 아까워. 왜 니가 저딴 년이랑 결혼을 하냐고. 넌 우리들의 우상이었어. 왜, 왜 니가…
– 진짜 뒤지고 싶냐?
크리스가 분노로 얼굴이 빨개지고, 주먹이 올라가려고 하자 제시카가 비명을 지른다.
– 크리스!
몇몇이 벌써 휴대폰으로 이 상황을 찍고 있다.
그 순간 나와 눈이 딱 마주친 놈.
이마를 긁는 척 하면서, 가운데 손가락을 폈다.
물론 씨익- 웃어준 건 덤이다.
“저 더러운 차이니즈가!”
– 헉.
– 어. 어떻게 저런 말을.
‘무식한 새끼. 아시아엔 중국밖에 없는 줄 알지.’
여기서 중요한 건 차이니즈라는 말이 아니다.
내가 중국인 아니고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해 봤자 저놈에겐 아무 상관없다.
모두의 고개가 나에게로 몰렸다.
여기서 아시안은 나 밖에 없다.
몇몇이 헛바람을 뱉어낸다.
물론 그 놈 말고는 아무도 내 손가락을 보진 못했다.
조용히 있으려고 했는데.
이렇게 멍석을 깔아주면 나서야지 할 수 있나.
“그거 지금 나한테 한 말이야?”
– 퉤!
바닥에 침을 뱉는 놈.
어디서 뺨 맞고 나한테 화풀인지.
얼굴에 뱉었으면 폭행죄가 적용된다.
저놈이 18세가 넘었다면 성년의 미성년 폭행으로까지도 갈 수 있는 사안.
좀 아쉽게 됐다.
침이야 씻으면 되는 것을.
라이프가드를 하고 있는 걸 보면 마지막 지능은 가지고 있는 모양인데.
좀 긁어볼까?
“와. 화이트 트래쉬라는 말을 언제 쓰는 건지 몰랐는데.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구나. 내가 인종차별, 성 차별하는 사람들치고, 지적이고 똑똑한 사람 못 봤거든. 루저들만 그러더라고. 보통. 넌 루저야.”
“씨발. 원숭이 새끼가 뭐라는 거야!”
둘만 있었으면 분명 힘자랑을 했을 거다.
하지만 보는 눈이 많다.
일단은 이빨만 까고 있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는 걸 보니 참고 있는 것 같은데.
“분노조절장애야? 야. 그러다 주먹에서 피나겠어. 라이프가드 자격증 박탈해야 하는 거 아니야? 평생 하면 안 될 거 같은데? 자기 말 안 듣는다고 수영장 노는 사람들한테 갑자기 총질하면 어떡하냐? 상담은 받고 있고?”
“이…이익! 너네 나라로 꺼져 새꺄!”
“좀 참신한 말 없냐? 어째 맨날 그 소리냐? 저질스럽게. 근데 여기가 원래부터 네 땅인 건 맞고? 너 제시카한테도 창녀라고 그랬다며?”
– 허억.
– 세상에.
.
.
.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왔다.
사람들이 진짜 무슨 쓰레기보듯 그 놈을 쳐다본다.
어른들은 고개를 흔들흔들 거리며 어딘가로 전화를 한다.
아마 경찰이지 않을까 싶은데.
여기서 가장 X된 건 저 놈이다.
– 씨이바알!
결국 그대로 튀어 나가버리는 놈.
“어디가! 사과해야지!”
어찌나 잽싼지 이미 차에 시동이 걸렸다.
“크리스. 가지 마!”
크리스가 잡으려고 튀어나가려는 걸 제시카와 헤일리, 클로이가 동시에 막는다.
– 부아앙.
그 놈의 차가 시끄러운 배기통 소리를 내며 공원을 가로질러 갔다.
– 에에에엥.
곧바로 경찰차 소리가 들린다.
저놈 인생도 아작나는 순간이다.
제시카가 나를 돌아보았다.
직접적으로 말을 한 적은 없지만 교회에서 봤기에 얼굴은 안다.
“제이든. 너 괜찮니?”
“어. 너는? 배 아프지 않아? 그…뱃속에 아기 있으면, 이런 거에 휘말리고 그러면 안 돼.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먹고. 그래야 되는데…”
“하하. 꼬마가 모르는 게 없네. 난 괜찮아. 크리스. 얘가 전에 말했던 제이든이야.”
“안녕. 처음보네. 난 크리스라고 해.”
“만나서 반가워.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
“그래? 나도 네 이야기 많이 들었는데. 듣던 대로 담도 크고, 용기도 있고. 멋있다. 크림슨은…원래 저런 놈은 아니었는데 좀 이상해졌어. 내가 따끔하게 혼내줄게.”
“됐어. 너는 제시카나 잘 챙겨. 곧 떠날 거라며. 저런 애들은 경찰에 리포트해서 겁 좀 주면 괜찮아져. 일 대 일로 상대하다간 총 들고 설칠지도 모르니까 몸 사려야지. 좀 있으면 아빠도 되는데.”
“…그럴지도 모르겠군. 그래. 참고하마.”
– 잠시간의 소란이 있었지만 풀이 다시 오픈되었습니다.
때맞춰 안내방송이 나왔다.
삼삼오오 모여 있던 사람들이 흩어졌다.
소란이 있었지만 나쁜 놈이 사라졌으니 야유를 보낼 곳도 없다.
곧이어 아무 일 없다는 듯 사람들이 물놀이를 시작했다.
– 톡톡.
누군가 다리를 친다.
고개를 내려 보니 3-4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 아이다.
아시안 혼혈이다.
– 척.
엄지를 척 들어 올리며 씨익 웃는 꼬마.
나도 엄지를 들고는 웃어줬다.
내 반응에 환하게 웃고는 곧 부끄러운지 본인 아빠에게 뛰어간다.
멀리서 그 아빠로 보이는 사람이 아이를 안아들고는 내게 손을 흔든다.
진짜 곳곳이 지뢰밭이다.
하지만 이겼다.
그럼 된 거지.
몸을 돌리니 공부방 놈들이 모두 엄지를 치켜든다.
씨익- 웃고는 모두 커다란 미끄럼틀로 뛰어갔다.
***
며칠 후.
야드에 있던 아기 사슴들이 사라졌다.
우리 집 야드에 자리를 잡은 지 꼭 4일 째 되던 날이었다.
엄마 사슴이 가끔 먹을 것을 주고 가는 건 봤는데, 자고 일어났더니 사라지니 나름 서운하다.
“흠. 갔네?”
“서운해? 아들?”
“뭐 조금요.”
“생명이라는 게 웃기지? 그렇게 잠깐 깃든 것 뿐인데도, 사라지니까 서운한 게 말야. 내가 뭘 해준 것도 없는 데 맘이 좀 그러네.”
“그러게요. 겨우 며칠인데 정 들었나 봐요.”
“…”
“근데 엄마. 다음 학기 등록 준비는 잘 하고 계세요?”
“…어우야. 커피가 다 내려졌나?”
두드리는 자에게 열린다고 병원 관계자가 되고 보니 생각보다 올라갈 기회가 많단다.
간호조무사로 시작해도 원하는 사람들은 언제든지 더 공부할 수 있도록 병원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이 다양하다고.
이에 엄마도 9월부터 커뮤니티 칼리지에 다니면서 간호사 공부를 하기 전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과목들을 수강하기로 했다.
그러려면 일단 플레이스먼트 테스트(Placement Test)라는 걸 쳐야하는데, 그게 수학이랑 영어다.
수학은 2차 방정식 수준 정도로 점수가 높으면 몇 개의 과목들을 스킵할 수 있다.
시험을 잘 치면 조금이라도 시간을 당길 수 있다.
내 말에 도망가는 걸 보니 간호사가 되기까지 3년은 걸리지 않을까 싶다.
수영장은 그 후 가지 않았다.
그런 일이 있고나니 굳이 가고 싶지 않았다.
하와이도 아니고 고작 동네 야외수영장일 뿐이다.
헤일리를 통해 들으니 그 놈은 잘렸단다.
동영상이 돌아서 수영협회에 정식으로 회부가 되었다고.
아마 앞으로도 라이프가드 일은 못할 거란다.
코로나가 돈 이후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각종 범죄들.
인종차별만 있는 것도 아니다.
무차별 총기 난사는 이제 하루 가십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예전에는 몇날며칠을 뉴스에서 다루던 강력범죄들이 이제는 하루거리 밖에 안되는 것이다.
미국이 점차 강자존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