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American Dirt Spoon Gang Village RAW novel - chapter 53
어디서 뺨 맞고 나한테 화풀인지.
얼굴에 뱉었으면 폭행죄가 적용된다.
저놈이 18세가 넘었다면 성년의 미성년 폭행으로까지도 갈 수 있는 사안.
좀 아쉽게 됐다.
침이야 씻으면 되는 것을.
라이프가드를 하고 있는 걸 보면 마지막 지능은 가지고 있는 모양인데.
좀 긁어 볼까?
“와. 화이트 트래쉬라는 말을 언제 쓰는 건지 몰랐는데.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구나. 내가 인종차별, 성차별하는 사람들치고, 지적이고 똑똑한 사람 못 봤거든. 루저들만 그러더라고. 보통. 넌 루저야.”
“씨발. 원숭이 새끼가 뭐라는 거야!”
둘만 있었으면 분명 힘자랑을 했을 거다.
하지만 보는 눈이 많다.
일단은 이빨만 까고 있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는 걸 보니 참고 있는 것 같은데.
“분노조절장애야? 야. 그러다 주먹에서 피나겠어. 라이프가드 자격증 박탈해야 하는 거 아니야? 평생 하면 안 될 거 같은데? 자기 말 안 듣는다고 수영장 노는 사람들한테 갑자기 총질하면 어떡하냐? 상담은 받고 있고?”
“이…이익! 너네 나라로 꺼져 새꺄!”
“좀 참신한 말 없냐? 어째 맨날 그 소리냐? 저질스럽게. 근데 여기가 원래부터 네 땅인 건 맞고? 너 제시카한테도 창녀라고 그랬다며?”
― 허억.
― 세상에.
.
.
.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왔다.
사람들이 진짜 무슨 쓰레기보듯 그 놈을 쳐다본다.
어른들은 고개를 흔들흔들 거리며 어딘가로 전화를 한다.
아마 경찰이지 않을까 싶은데.
여기서 가장 X된 건 저 놈이다.
― 씨이바알!
결국 그대로 튀어 나가 버리는 놈.
“어디 가! 사과해야지!”
어찌나 잽싼지 이미 차에 시동이 걸렸다.
“크리스. 가지 마!”
크리스가 잡으려고 튀어나가려는 걸 제시카와 헤일리, 클로이가 동시에 막는다.
― 부아앙.
그 놈의 차가 시끄러운 배기통 소리를 내며 공원을 가로질러 갔다.
― 에에에엥.
곧바로 경찰차 소리가 들린다.
저놈 인생도 아작나는 순간이다.
제시카가 나를 돌아보았다.
직접적으로 말을 한 적은 없지만 교회에서 봤기에 얼굴은 안다.
“제이든. 너 괜찮니?”
“어. 너는? 배 아프지 않아? 그… 배 속에 아기 있으면, 이런 거에 휘말리고 그러면 안 돼.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먹고. 그래야 하는데….”
“하하. 꼬마가 모르는 게 없네. 난 괜찮아. 크리스. 얘가 전에 말했던 제이든이야.”
“안녕. 처음 보네. 난 크리스라고 해.”
“만나서 반가워.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
“그래? 나도 네 이야기 많이 들었는데. 듣던 대로 담도 크고, 용기도 있고. 멋있다. 크림슨은… 원래 저런 놈은 아니었는데 좀 이상해졌어. 내가 따끔하게 혼내 줄게.”
“됐어. 너는 제시카나 잘 챙겨. 곧 떠날 거라며. 저런 애들은 경찰에 리포트해서 겁 좀 주면 괜찮아져. 일 대 일로 상대하다간 총 들고 설칠지도 모르니까 몸 사려야지. 좀 있으면 아빠도 되는데.”
“…그럴지도 모르겠군. 그래. 참고하마.”
― 잠시간의 소란이 있었지만 풀이 다시 오픈되었습니다.
때맞춰 안내 방송이 나왔다.
삼삼오오 모여 있던 사람들이 흩어졌다.
소란이 있었지만 나쁜 놈이 사라졌으니 야유를 보낼 곳도 없다.
곧이어 아무 일 없다는 듯 사람들이 물놀이를 시작했다.
― 톡톡.
누군가 다리를 친다.
고개를 내려 보니 3―4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 아이다.
아시안 혼혈이다.
― 척.
엄지를 척 들어 올리며 씨익 웃는 꼬마.
나도 엄지를 들고는 웃어 줬다.
내 반응에 환하게 웃고는 곧 부끄러운지 본인 아빠에게 뛰어간다.
멀리서 그 아빠로 보이는 사람이 아이를 안아들고는 내게 손을 흔든다.
진짜 곳곳이 지뢰밭이다.
하지만 이겼다.
그럼 된 거지.
몸을 돌리니 공부방 놈들이 모두 엄지를 치켜든다.
씨익― 웃고는 모두 커다란 미끄럼틀로 뛰어갔다.
* * *
며칠 후.
야드에 있던 아기 사슴들이 사라졌다.
우리 집 야드에 자리를 잡은 지 꼭 4일 째 되던 날이었다.
엄마 사슴이 가끔 먹을 것을 주고 가는 건 봤는데, 자고 일어났더니 사라지니 나름 서운하다.
“흠. 갔네?”
“서운해? 아들?”
“뭐 조금요.”
“생명이라는 게 웃기지? 그렇게 잠깐 깃든 것뿐인데도, 사라지니까 서운한 게 말야. 내가 뭘 해 준 것도 없는데 맘이 좀 그러네.”
“그러게요. 겨우 며칠인데 정들었나 봐요.”
“…….”
“근데 엄마. 다음 학기 등록 준비는 잘 하고 계세요?”
“…어우야. 커피가 다 내려졌나?”
두드리는 자에게 열린다고 병원 관계자가 되고 보니 생각보다 올라갈 기회가 많단다.
간호조무사로 시작해도 원하는 사람들은 언제든지 더 공부할 수 있도록 병원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이 다양하다고.
이에 엄마도 9월부터 커뮤니티 칼리지에 다니면서 간호사 공부를 하기 전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과목들을 수강하기로 했다.
그러려면 일단 플레이스먼트 테스트(Placement Test)라는 걸 쳐야하는데, 그게 수학이랑 영어다.
수학은 2차 방정식 수준 정도로 점수가 높으면 몇 개의 과목들을 스킵할 수 있다.
시험을 잘 치면 조금이라도 시간을 당길 수 있다.
내 말에 도망가는 걸 보니 간호사가 되기까지 3년은 걸리지 않을까 싶다.
수영장은 그 후 가지 않았다.
그런 일이 있고나니 굳이 가고 싶지 않았다.
하와이도 아니고 고작 동네 야외 수영장일 뿐이다.
헤일리를 통해 들으니 그 놈은 잘렸단다.
동영상이 돌아서 수영 협회에 정식으로 회부가 되었다고.
아마 앞으로도 라이프가드 일은 못할 거란다.
코로나가 돈 이후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각종 범죄들.
인종차별만 있는 것도 아니다.
무차별 총기 난사는 이제 하루 가십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예전에는 몇 날 며칠을 뉴스에서 다루던 강력범죄들이 이제는 하루 떠들고 말 것밖에 안 된다.
미국이 점점 강자존이 되어 가는 느낌이다.
방학은 길고 중딩들은 할 일이 없다.
― 띠링.
SS에서 실기 결과 발표가 났다.
당연히 합격에 SS1 소속이 되었다.
어차피 중고등학생들 악단이다.
당연히 될 줄 알았다.
“됐냐?”
“어.”
“뭐로?”
“1”
“근데 뭐냐? 그 재수 없는 반응은?”
“내 연주를 듣고도 안 될 거라 생각한 거야?”
“…축하한다. 다른 놈들은?”
“보자. 마커슨은 떨어졌고, 알렉스랑 오디는 SS2네.”
“오. 알렉스가 붙은 건 놀랍고, 오디가 SS2인 건 의외네.”
“거기 수준 높다고 했잖아.”
알렉스와 오디가 들었으면 발작을 일으킬 말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집엔 마크와 제이콥만 있다.
이 동네 이사 와서 제일 먼저 만난 놈들.
마크는 중간에 좀 이상하긴 했지만, 직박구리 폴더의 일이 있고 난 후 겸손 모드로 돌아왔다.
둘이 같이 아침부터 쳐들어오더니 베이스먼트 소파에서 배를 까고 누워있다.
“근데 너네들. 아직 공부방 방학 1주일 남았어.”
“알아, 알아. 근데 여기가 제일 맘 편한데 어쩌냐고. 이 집에서 뒹군 지가 벌써 4년이다.”
“그러게. 어쩔 때는 여기가 우리 집인지, 진짜 우리 집이 우리 집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니까?”
“맞아, 맞아. 나도 그래. 헤나가 요즘 발광한다. 사춘기 시작인가 봐. 집에 있기 싫어.”
“…….”
북북 배를 긁던 제이콥이 벌떡 일어나며 손뼉을 친다.
“아. 나 취직했다!”
“오오. 어디서?”
“요 밑에 버거왕 있잖아. 거기.”
“언제부터? 돈은 많이 준대? 요새 시급 좀 올랐잖아.”
“아직 신삥이라고 11불 최저시급이지. 그래도 그게 어디냐? 일단은 나이 때문에 1주일에 18시간 이상 일하면 안 되고, 하루에 또 3시간 이상 일하면 안 되고. 개학하면 학교에서 근로 허가서도 받아 가야 하고. 암튼. 뭔 조건이 많더라고. 그래도 어쨌든 2주에 200불은 벌 수 있을 거 같아. 일은 내일부터 시작이고.”
“대박. 시간아 빨리 가라. 나도 돈 좀 벌자.”
“내가 딱 16살 생일날 바로 운전면허 딸 거거든? 몇 달 안 남았어. 다들 기대하라고. 1년 동안 빡세게 돈 모아서 차 살 거야.”
“난 라이프가드 자격증 알아보고 있어.”
“오오. 그거 하면 여름 방학 내내 일할 수 있잖아.”
“어. 하트우드 수영장에서 아는 애 만났거든. 물어보니까 방학 3달 내내 일하면 2천 불 좀 넘게 번대. 그거면 1년 이상 쓸 수 있지 않겠어?”
“히익. 진짜? 그 정도면 나 버거왕에서 5개월은 일해야 하는 건데?”
“대신 3달 내내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계속 일해야 해. 물론 5일 일하고 2일은 쉬지만 진짜 방학을 갈아 넣어야 한다고.”
“그래도. 짧고 굵게. 그거 좋다. 자격증 딸 때 같이 가자.”
“오케이. 나도 너랑 같이 하면 좋지.”
그거 좋네.
나는 학교를 딱 맞춰 들어왔기에 16세가 되려면 11학년이나 되어야 한다.
방학이 끝나면 제이콥은 9학년이 되고, 마크는 8학년이 된다.
게다가 둘 다 9월생이다.
이에 제이콥은 이번 9월에 16세가 되고, 내년 9월엔 마크가 16세가 된다.
16살부터는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고등학생인 9학년부터 12학년까지 크게 제한 없이 일할 수 있다는 소리.
그래도 미성년자들이라 아예 제한이 없는 건 아니지만 15살과 16살의 차이는 크다.
난…
이제 12살이다.
과외라도 할 수 있으면 하겠지만, 여긴 뉴욕이나 샌프란이 아니다.
전국 1등을 한다고 해도 중학생에게 돈을 주고 과외를 시킬 부모는 이곳엔 없다.
너튜브나 브이로그로 얼굴을 팔고 싶은 생각은 없다.
돈을 못 벌면 적게 쓰는 수밖에.
엄마에게 말해 SS1에 지지난해 세금 보고서를 보냈다.
SS1의 등록비 면제를 위한 조치다.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SS1은 그냥 합격에 의의를 두어야 한다.
크게 상관은 없지만 안 된다면 조금은 아쉬울 것 같긴 하다.
* * *
며칠 후.
반가운 이메일이 도착했다.
하이. 제이든.
잘 지냈니?
오랜만이구나.
지금 이 이메일은 아들이 써주고 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뇌졸중 때문에 몸의 왼쪽이 모두 마비가 되었거든.
너희 그 엉터리 악단의 지휘를 해 주겠단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부지런히 재활을 해야겠지.
그런 까닭에 돌아가려면 1년은 넘게 걸릴 것 같구나.
그때까지 잘 지내거라.
‘Variations on a Korean Folk Song’는 내가 정말 아끼는 곡이지.
스타워즈 메인 테마곡보다 훌륭한 연주였길 바란다. 하하.
추신. SS1에 합격했다는 소식 들었다. 네가 합격하지 않을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단다.
리차드.
뭔가 일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은 했다.
나이가 있으니 건강상의 문제일 거라고도 짐작은 했고.
구체적으로 뇌졸중으로 인한 반신마비가 되었을 거라는 생각은 못 했지만.
큰일을 전하는데도 이메일은 여유로웠다.
백인들의 문화 중 나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여유로움이다.
슬픔과 비극을 웃음으로 승화시킨다고나 할까?
물론 인간이기에 혼자 있을 때는 다르겠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슬픔을 드러내는 건 극도로 자제하는 게 또 이쪽 문화다.
장례 문화만 보더라도 그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저승 가는 망자가 듣도록 초상집에선 3일 내내 곡소리를 내며 슬픔을 더 크게 표해야 하는 우리나라 장례 문화, 침착하게 예배를 드리고 망자의 지난날을 추억하는 미국 문화.
어떤 것이 더 좋고 나쁜지는 모르겠다.
슬플 때 크게 슬퍼하지 못해 오히려 속으로 골병이 드는 게 이쪽 문화라는 말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