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American Dirt Spoon Gang Village RAW novel - Chapter (53)
미국 흙수저 깡촌에서 살아남기-53화(53/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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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의 자손들
– 끼야오오옷!
넓다.
호수인데 바다 같다.
백사장도 넓고, 호수는 더 넓다.
다시 한번 깨닫는다.
미국 땅은 정말 축복받은 곳이다.
이렇게나 넓은 호수가 5개 이상 있다니 나중에 물 부족으로 죽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하나만 주지.
차 10대가 줄줄이 한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제는 아예 우리 골목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는 알렉스와 크리스틴, 매튜 가족까지 합류했다.
호수 주변으로는 아무것도 없다.
호수는 길쭉한 반도를 둘러싸고 있는데, 그 반도를 공원으로 조성해 두었다.
공원 입구에는 식당이나 숙박업소들이 좀 있지만 조금만 안으로 들어와도 철저하게 상권과 분리된다.
탈의실과 화장실, 바비큐를 해 먹을 수 있는 쉘터는 중간 중간 있다.
어른들이 파라솔과 먹을 것들을 꺼내는 동안 나는 갈아입을 옷을 꺼냈다.
“가자.”
“어딜?”
“옷 갈아입어야지.”
“옷을 왜 갈아입어?”
“수영복으로 안 갈아입어?”
“뭐래. 처음부터 수영복만 입고 왔는데.”
“나도.”
“그러게. 넌 왜 그러고 왔냐? 귀찮게?”
“…”
훌렁훌렁 윗도리를 벗어제낀다.
심지어 어른들 중에서도 수영복 바지에 반팔 티만 입고 온 사람들도 있다.
여자라고 다른가?
아니다.
9월에 6학년이 되는 헤나가 사람들 다 있는데서 원피스를 휙-벗어 제껴서 식겁하는 줄.
원피스 안에 이미 수영복 장착하고 왔다.
이런 준비성 철저한 사람들을 봤나.
동네 수영장에 갈 때는 어차피 자전거 타고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거리고, 수영 후 그 몸 그대로 자전거타고 돌아오면 되니까 이해를 했다.
하지만 집에서 2시간이나 떨어진 이곳까지 그렇게 입고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고 목에 수건 하나만 걸고 차 탈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이놈들을 이해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삼촌을 보니…마찬가지다.
엄마와 나, 삼촌의 약혼녀 메디슨만 제대로 옷을 챙겨 입고 온 모양이다.
할 수 없이 혼자 옷 갈아입고 왔다.
호수라고 해도 해변이라 그런지 여러 인종들이 보인다.
그들은 별 생각없이 쳐다보는데, 괜히 혼자 의식된다.
몇 번의 사건으로 나도 모르게 의식하고 있는 거다.
고개를 저어 재빨리 털어버리고, 동네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다.
“제이든! 빨리 와아!”
“여기여기. 파도가 재밌어.”
“이게 무슨 파도야. 그냥 물살이 밀려온거지.”
“그게 파도야. 자식아. 또 애늙은이 같은 뻘소리 늘어놓지 말고 빨리 들어오기나 해.”
곧 고등학생이 된다고 부쩍 어른 흉내를 내는 제이콥과 매튜.
제이콥은 오늘을 위해 일도 제끼고 왔다.
그 동안 몸집도 작고, 나이도 2살이나 어린 나를 캡틴으로 인정해 준 너그러운 성품들이다.
저 정도야 봐줘야지.
여름엔 역시 물놀이다.
플로리다 앞바다나 호놀룰루의 높은 파도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물놀이는 재밌다.
정신없이 놀고, 어른들이 구워주는 고기도 맛있게 흡입하고, 몸이 좀 말랐다 싶으면 또 들어가서 놀고.
오후 3시.
돌아가려면 또 2시간을 가야한다.
어른들은 내일 출근해야 하니 이만 돌아가는 게 어떠냐는 말이 돌고 있을 즈음 봉고차 한 대가 들어온다.
“음…저거 어디서 많이 본 밴인데?”
“어? 저거 목사님 차 아냐?”
“히익! 어떻게 알고 왔지?”
“그러게. 이 넓은 백사장에서 어떻게 딱 여기를 오냐? 누가 연락한 거야?”
.
.
.
오늘 교회를 짼 어른들이 찐 당황한다.
그리고 잠시 후.
차들이 줄줄이 들어온다.
익숙한 얼굴들이 차마다 내린다.
“아이고. 오늘 교회에선 못 뵌 것 같은데. 다들 여기 계셨군요.”
“여. 여긴 어떻게…”
“예배 끝나고 다들 놀자는 분위기가 형성돼서 바로 왔지요. 먼저 와 계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아. 그게 방학 끝나기 전에 물놀이하고 싶다고 애.들.이. 어찌나 조르던지…”
미국인들 중 교회 열심히 다니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그냥 모처럼 놀고 싶어서 왔다고 하면 될 것을.
옛날 옛날에 아담이 하와가 준 사과를 먹고는 ‘그걸 왜 먹었냐?’고 하니, ‘얘가 먹으라고 줬어요.’ 했다더니.
어른들이 애들 탓을 한다.
적어도 우리 동네 어른들은 아담의 자손들이 확실한 모양이다.
하지만 곧 고기가 구워지고, 맥주들이 오고가니 언제 서로 뼈있는 말들을 던졌냐 싶다.
갑자기 골목 잔치에서 교회 잔치가 되어 버렸다.
결국 오후 7시가 되고서야 잔치가 파했다.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지도 모르겠다.
놀던 옷 그대로 입고 차에 올랐다는 것만 기억난다.
차 시트위에 비치타올을 깔고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놈들의 선견지명에 박수를…
담부터 물가에 갈 때는 수영복 바지에 반팔 티셔츠만 입고 가는 걸로.
엄마가 아무리 담수라도 씻지 않으면 피부 상한다고 흔들어 깨우는 바람에 겨우 일어나 씻고는 그대로 소파로 다이빙.
눈을 뜬 건 월요일 오후 1시.
집안이 조용하다.
“다들 출근하셨나?”
혹시나 싶어 엄마 방문을 열었더니 한참 꿈나라다.
볼따구가 허여멀건 한 것이 침도 한바가지 흘리신 것 같은데…
삼촌 방은 메디슨과 함께 있을 것 같아 문을 열지는 못하고, 조심스럽게 귀를 대어보니 약하게 코고는 소리가 들린다.
어쩐지 어른들이 우리보다 더 신나게 논다 싶었다.
다들 오늘 하루는 가볍게 제낄 모양이네.
화장실에 다녀온 후 나도 다시 소파 위로 다이빙했다.
***
방학이 끝났다.
누군가는 미국의 방학을 두고 말한다.
선생님들이 반쯤 미쳐갈 때 방학이 시작되고, 부모가 미쳐갈 때 개학이 된다고.
한국처럼 여름과 겨울 한 달씩 방학을 하면 얼마나 효율적이겠냐고.
여긴 정말 질릴 때까지 끝장을 보고 놀다가, 노는 게 힘들 지경이 되면 개학을 하는 것 같다.
오랜만에 학교를 가니 좋다.
물론 그 와중에도 투덜이는 어디에나 있다.
“방학이 짧아…”
“시끄러.”
“어.”
이제 제이콥과 매튜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마크의 여동생 헤나가 중학생이 되었다.
버스는 여전히 시끄럽다.
원래 중학교 스쿨버스는 조용한 편인데, 참 이례적인 케이스다.
우리 넷은 또 같은 홈베이스다.
한번 같은 홈베이스면 중학교 끝날 때까지 거의 같이 올라간다.
처음엔 무슨 기준으로 반을 나누는지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밴드부, 오케스트라부, 운동부 등등 비슷한 액티비티를 하는 학생들을 묶는 것 같았다.
그 후 학업성적과 친구 관계 등을 고려하고.
어쨌든 다 아는 얼굴들이니 편하기는 하다.
오디는 정말 오랜만에 본다.
안그래도 갈색 피부인데,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와 있다.
“오디. 안 피곤해?”
“어? 아직은 괜찮아. 일부러 비행기에서 계속 잤어.”
“근데 진짜 징하다. 보통 개학하기 2주 전에는 오지 않아? 어떻게 오늘 새벽에 도착하는 스케줄로 올 수가 있지?”
“말도 하지 마. 나 진짜 진지하게 가출할까 고민했었어.”
“…고생이 많다.”
“아버지도 같이 오셨어?”
“어. 이번연도는 미국에 있을 거래. 제이든. 진짜 나 좀 거둬주면 안되냐?”
“그것도 일종의 아동 학대인데. 신고해 줘?”
“됐다. 그랬다간 진짜 나 티루말라 성 버려야 돼. 어쩌면 다시는 미국 땅 못 밟을 수도.”
“그래. 그 성. 그…카스트 제도에서 제일 윗줄이지?”
“…알려고 하지 마. 다쳐.”
“그래.”
예전에 크리스틴이 찾아보니 브라만 계급이 맞는 것 같다고 한 적은 있다.
딱히 알고 싶진 않아서 찾아보진 않았다.
“난 어떤 게 좋은 건지 모르겠어. 내가 흑인이라 사는 게 제일 힘든 줄 알았거든. 근데 보니까 다들 힘든 점들이 있는 거 같아.”
원래 중2들은 세상 모든 짐을 혼자 지고 가는 느낌에 빠져들곤 한다.
지극히 7학년스러운 마커슨의 말에 알렉스가 어깨를 으쓱거린다.
저거 또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러나.
요즘 부쩍 되도 않는 말을 해대서 같이 있기 괴로울 정도다.
“마커슨. 산다는 건 말이지. 고통의 연속인 거야. 우리 프리드리히 니체님께서 이런 말을 하셨지. ‘살아있다는 것은 고통을 이기고 자신의 의지를 실현하는 것이다.’ 크. 정말 멋진 말이지 않니?”
“…”
“…”
“…”
팔에 닭살이 오소소 솟았다.
나만 그런 게 아닌 모양이다.
오디가 몸을 부르르 떨었고, 마커슨은 도저히 못 참겠는지 주먹을 쥐었다폈다한다.
“어허. 이것들 반응들이 왜 이 모양이야? 왜? 이 알렉스님이 이런 말을 하니 신기하냐?”
“아침에 스쿨버스에서 외웠냐? 다시는 그러지 마라. 더 이상 참아줄 수 없을 지경이 되면 나도 내가 뭔 짓을 할지 모른다.”
“이런 무식한 것들. 좋은 말을 들었으면 ‘알렉스님 만세’를 외쳐도 모자랄 판에. 이런 건 기본적으로다가 머릿속에 장착하고 다니는 상식이란다. 알간? 절대 밤새 외우고 그런 거 아니라고.”
– 드르륵.
때맞춰 홈베이스 담임 샘이 들어온다.
‘알지브라 1’을 담당한 수학 샘이다.
이렇게 고마울 데가.
좀 지겹더라도 숙제는 꼬박꼬박 해 와야겠다.
***
7학년 쯤 되면 학교생활은 모든 것이 물 흐르듯 익숙하다.
이미 지난 한 해 해 본 것이니.
하지만 학교 밖은 다르다.
오늘은 SS1(심포니 스트릿 오케스트라)의 첫 번째 소집일이다.
SS1과 SS2는 소집 시간 자체가 다르다.
SS2는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모이고,
SS1은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모인다.
오디와 알렉스는 이미 오전에 모임을 갖고 돌아갔다.
SS1.
들어가 보니 그 안에서 또다시 몇 개의 악단으로 나눠지더라.
SS1 스트링(String) –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SS1 윈드(Wind) – 목관악기와 금관악기들.
SS1 재즈(Jazz) – 기타와 금관악기.
아무튼 나는 SS1의 윈드다.
토요일 오후 1시에 모여 그날 연주할 곡을 받는다.
그 후 각 세션마다 따로 모여 연습을 하고, 악보 중 모르는 것이 있으면 세션 담당 선생에게 물어본다.
그리고 곡에 대한 배경 설명을 듣기도 하고, 각자의 곡에 대한 느낌을 토론하기도 한다.
그런 다음 SS1 Wind 전체가 모여 세션별로 연습한 곡을 연주한다.
4시간이 길다 생각했는데, 이런 식으로 나누어 진행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간다.
첫날이라 조금 일찍 도착했다.
1시 모임이지만 12시 50분쯤 모임 장소에 들어섰다.
SS 악단은 시티 소속이지만 건물은 근처 대학의 음악과 건물을 사용한다.
음악으로는 전국 50위권에 들어가는 학교다.
각 자리마다 이름이 붙어있다.
바순은 총 4명이었는데, 내가 첫 자리였다.
한마디로 바순 섹션의 리더, 프리미어(Premier)라는 소리다.
‘흠. 이건 기대 안했는데…’
– 쟤가 그 7학년에 First Chair 차지한 앤가봐?
– 작년에 대니얼 나가고 아담이 올핸 자기가 퍼스트 체어라고 확신하고 있던데. 어쩌냐? 아담은 이번에 음대 지원할 거라고 하던데.
– 솔직히 7학년이 SS1에 들어온 것도 대박인데, 퍼스트 체어라니. 좀 자존심 상하기는 한다.
– 뭐. 자리는 실력순인 걸 어쩌라고. 쟤가 더 잘하나 보지.
– 하튼 시니컬한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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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나를 두고 하는 말인지 몰랐다.
자리에 앉았는데 뒤통수와 옆통수가 따끔거린다.
바순 자리는 오케스트라 전체에서 보면 약간 중간에서 뒤쪽에 위치해 있다.
앞쪽에 앉은 플롯이나 클라리넷 연주자들도 힐끗힐끗 돌아본다.
오디션 때 좀 적당히 할 것을.
자주 연주했던 익숙한 곡이라 너무 잘해버렸다.
본의 아니게 당장 입시를 치러야하는 12학년들에게 폐를 끼쳤네.
이력서에 ‘SS1 – First Chair’를 넣을 수 있다면 꽤 도움이 된다.
이래서 ‘입시의 절반은 운빨’이라는 말이 있는 거다.
어쩌다 내가 들어온 게 운이 없었던 거지.
알렉스의 말대로 원래 산다는 건 고통의 연속…
됐다.
그만하자.
앉아있으니 비어있던 자리가 착착-찬다.
역시 음악 쪽이라 그런지 아시안들이 제법 많이 보인다.
25% 정도쯤 되는 것 같다.
이 동네에 아시안이 이렇게나 많았나?
내 옆으로 키 큰 남학생이 앉고 그 옆에 여학생, 그 옆으로 또 남학생이 앉는다.
실력대로 배정받은 자리다.
액면가로 보면 다들 고등학생이다.
내 바로 옆에 앉은 백인 남학생의 얼굴이 어둡다.
아까 애들이 말한 그 아담이라는 학생인 모양이다.
곧 지휘자가 들어왔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