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American Dirt Spoon Gang Village RAW novel - Chapter (65)
미국 흙수저 깡촌에서 살아남기-65화(65/280)
────────────────────────────────────
────────────────────────────────────
아. 보험이여 1
내년에 들어야 할 수업들을 체크했다.
일단 밴드와 외국어.
외국어는 라틴 2 단계에 들어간다.
그리고 수학은 지오메트리(Geometry, 공간과 도형).
‘지오메트리라…’
이건 좀 스킵해도 되는 수업이다.
수학적 머리가 있으면 쉽게 여겨지는 분야고, 수학적 머리가 없으면 좀 어렵다고 느껴지는 수업.
스킵 시험을 신청해 볼까?
우리 학교에선 스킵 시험을 치는 학생들이 거의 없지만 1시간 거리의 북쪽에 있는 학교는 해마다 10명 이상씩 스킵 시험을 치른다.
과목은 수학 한정으로 프리알지브라나 지오메트리 스킵 신청자가 많다고.
원래는 고등학교를 제대로 졸업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만들어진 수업으로 커뮤니티 칼리지 등록을 위한 학생들을 위한 제도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인도와 아시안이 몰려들고 있는 북쪽 지역에서 선행 학습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고등학교도 이에 발맞춰 해당 수업에서 90점 이상을 취득하거나, 학교에 스킵 시험 신청서를 제출해 시험을 치르고, 80점 이상이 되면 수업을 스킵 할 수 있게 해 준다.
다만 가까스로 통과한 학생들은 기초부실로 인해 다음 단계 수업에서 곤욕을 치른다는 소문도 종종 들린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교에선 스킵을 권장하지 않는다.
지오메트리의 다음 단계 수학 수업은 알지브라 2(2차 방정식)로 9학년 수업이다.
지금 우리는 알지브라 1을 듣고 있는데, 사실 이것도 8학년 수학을 듣고 있는 셈.
6학년이 되면서 일반 수학이 아닌 프리알지브라로 바로 건너가면서 한 단계를 스킵 한 거다.
스킵이 쌓이다보면 본격적으로 원서를 쓰는 12학년을 조금 쉽게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굳이 그래야할까 싶기도 하다.
‘어쩌지?’
나야 커뮤니티 칼리지를 가지 않아도 충분히 통과할 수 있을 테다.
하지만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수강한 자료가 없으면 신청을 받아줄지 모르겠다.
독학했다고 하면 천재로 오해받을까 좀 무섭기도 하고.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수강을 하면 3주에 600불이다.
– 띠링.
단톡방 알람.
알렉스다.
– 오랜만에 옛날 아지트나 가자. 덥고, 심심해.
– 좋고!
– 나도.
– 오케이.
– 나도나도.
– 나도오!
방학한지 겨우 3일밖에 안됐는데, 벌써 지루한 모양이다.
고등학생이 되는 놈들을 빼고는 다들 기다렸다는 듯 답장을 한다.
매튜, 제이콥은 함께 라이프가드 자격증을 따겠다며 시험 신청을 하러 갔다.
동네 커뮤니티 센터(Community Center)에서 신청을 한 후, 시험을 치고 자격증을 발급받는 것이다.
시험은
300야드(대략 275미터)를 쉬지 않고 수영할 수 있어야 하며, 다리만 사용해서 2분 동안 물 위에 떠 있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20야드를 수영한 후, 7-10피트 깊이까지 다이빙해 10파운드의 물건을 회수해 올라온 후 또 20야드를 수영해 와야 하는데, 그걸 1분 40초 안에 해내야 한다.
생각보다 빡빡하다.
그래서 시험은 만 15세가 되어야 칠 수 있다.
마크와 크리스틴은 이제 고등학생이라며 굳이 거길 따라붙었다.
아직 15세가 되지 않았기에 가 봤자 할 일도 없을 텐데.
내년에 자격증을 따기 위해 올 여름 캠프에 등록할지도.
여기 캠프비용은 1주일에 300불 정도다.
아무튼, 결국 아직도 중딩인 우리들과 조만간 중딩이 되는 조나단만이 따라붙었다.
– 쌔에엥.
맨날 두 발로 뛰어다니다가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니 좋다.
아지트로 가는 길은 예전보다 더 야생으로 바뀌어 있었다.
인간이 들락거리지 않으니 자연은 금방 회귀한다.
그래도 자전거 하나씩 정도는 지날 길이 있다.
우리는 울퉁불퉁한 산길을 일렬로 줄 지어 자전거를 몰았다.
“다들 조심해.”
“걱정은 넣어두라고.”
“건강이 제일…”
– 아악!
“이라고…말하려고…알렉스! 괜찮아?”
“으으…”
걱정은 넣어두라더니.
그새를 못 참고 넘어진 알렉스.
뿌리 채 뽑혀 한 한 달은 방치된 채 널브러져 있는 나무에 자전거를 갖다 박은 알렉스.
일부러 하라고 해도 저렇게는 못할 것 같은 모양새다.
자전거는 둘째 치고, 온 몸이 엉망이다.
다가가서 일으키려는데, 알렉스가 비명을 지른다.
– 으아아악. 아. 아파!
“아무래도 다리 부러진 거 같은데? 어쩌지?”
“앰뷸런스를 불러야 되지 않을까?”
“어우. 안 되에. 그거 어떻게 감당하라고! 으으윽.”
구급차 한번 부르면…
돈이 어마어마하다.
나는 아직 최저소득층이라 구급차를 불러도 돈을 거의 안낸다.
병원비가 공짜나 다름없는 메디케이드 가입자라서 그렇다.
최저소득층이라는 사실이 달갑지만은 않기에 병원은 1년에 한번 정기첵업만 하는 중이다.
신? 덕분인지 제이든의 몸으로 들어온 후 구급차를 불러야 하거나 이머전시를 가야 할 정도로 아픈 적은 없다.
우리 골목 애들은 대부분 Chip이라는 프로그램에 가입돼 있다.
이것 역시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한 것이긴 하지만 메디케이드 보다는 한 단계 위다.
미국의 최저소득층을 위한 대표적인 의료보험으로는
메디케이드(Medicaid, 18세 미만), 메디케어(Medicare, 65세 이상), CHIP (Children’s Health Insurance Program, 18세 미만)으로 3가지가 있다.
그 외에는 각자의 사정에 따라 가입된 보험 종류가 너무 많기에 나열조차 어려울 정도다.
아무튼 앰뷸런스는 정말 생사를 오가는 경우가 아니면 부르지 않는 것이 국룰이다.
고작 다리 하나 부러진 걸로 앰뷸런스를 부른다면 의료관계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야 한다.
“그럼 너네 부모님께 전화부터 드리자. 앰뷸런스는 그래도 응급실은 가야해.”
“…”
“왜 또 입을 꾹 다물어?”
“그게 아빠는 집 나갔고. 엄마는 오늘 중요한 미팅이 있다고 죽을 것 같지 않으면 전화하지 말라고 했어.”
“아빠가…집을 나갔어?”
“어. 몇 달 됐어. 암튼 그래서 부모님은 안 돼.”
3-4달 쯤 전, 알렉스가 좀 이상하다 할 정도로 예민한 때가 있긴 했다.
가끔 그러다가 돌아오곤 했기에 별 신경 안 썼는데…
아무래도 그때 아빠가 집을 나간 모양이네.
그래도 지금 이 상황은 우리끼리 해결하기엔 무리가 있다.
우린 아직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한 미성년자들이다.
“음. 그럼 어른들 중에 지금 집에 계신 분 있어? 안되면 제이콥이나 매튜라도 오라고 해야 돼. 둘 다 면허는 있잖아.”
“라이프가드 수업 듣고 있는데 오라고 하면 지랄할걸?”
“면허 있다고 다 운전을 잘하지는 않아. 제이콥 차 산지 얼마 안됐어.”
“으아아. 아파.”
여름이다.
다들 반바지에 반팔 차림이다.
알렉스는 넘어지면서 생긴 상처들로 인해 여기저기 피가 흐르고 있다.
자세히 보면 크게 다친 건 다리밖에 없지만 그냥 보기엔 좀 처참하다.
“알렉스. 다리만 아파? 아님 다른 곳은? 혹시 넘어지면서 자전거에 긁힌 곳은 없어?”
“여기랑 여기. 자전거에 긁힌 거 같아. 나 파상풍으로 죽으면 어떡하지?”
“…죽기는 뭘 죽어? 그리고 파상풍 예방 접종 다 했을 거 아냐?”
“몰라.”
“작년에 정기 첵업 갔을 때 주사 몇 대 맞았지?”
“응. 3대? 암튼 독감예방 주사랑 다른 거 2개 더. 그 중 하나가 파상풍 주사였을라나? 근데 그거 벌써 1년 다 돼 가는데?”
“괜찮아. 파상풍 주사는 12살 때 맞고 나면 10년에 한번씩 맞으면 돼.”
“후우. 그럼 파상풍으로 죽지는 않겠다.”
“…다리는 움직일 만 해?”
“가만히 있으면 괜찮은데. 움직이지는 못하겠어.”
부목이라도 만들어 고정시켜야 할 것 같다.
‘근데 부목은 어떻게 만들더라?’
해 봤어야 알지.
여긴 산이다.
나뭇가지가 지천에 널렸다.
오디가 근처에 있는 나무 중 좀 넓직한 걸 주워 던져준다.
오디도 부목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 듯.
할 줄은 모르니 일단 나한테 던져주고 보는 거다.
나뭇가지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웃옷을 벗었다.
옷 안에 나무를 넣고, 그대로 알렉스의 다리를 감쌌다.
“휴우. 훨씬 낫다. 야. 오디. 의대는 니가 아니라 제이든이 가야겠는데?”
“알렉스야. 다리 다쳤을 때 얻어맞으면 많이 아프다.”
“저것도 갈수록 꼰대가 되고 있다니까. 제 2의 제이든이야.”
“제이든. 이제 어떡해? 10분은 걸어 나가야 큰 길 나올 텐데.”
나도 미치겠다고요.
전생이든 현생이든 이런 환경엔 처해본 적이 없다.
머리를 감싸 쥐고 뭘 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생각했다.
“음. 일단 헤나, 전화기 있지?”
“어.”
“어른들한테 연락 좀 해. 오실 수 있는 분이 분명 있을 거야. 너네 부모님 재택하시지? 아. 그러고보니 우리 삼촌도 오늘 재택근무라고 했었어. 일단 너네 부모님께 연락하면 다 연결이 되실 거야.”
“오케이. 맡겨만 주라고.”
“그리고 여기 알렉스 옆에 좀 있어.”
“왜?”
“나만 버리고 어디가게?”
“버리긴 뭘 버려. 잠깐 둘이 있어 봐. 우리는 들것을 만들어야 할 것 같으니까. 마커슨, 오디.”
“어?”
“근처에서 알렉스 키보다 조금 큰 나뭇가지 있는지 좀 찾아 봐. 삭아서 부스러질 것 같은 거는 안 되고. 좀 튼튼한 거여야 해. 가지가 붙어 있으면 떼면 되긴 하는데, 일단은 없는 게 더 좋겠지. 나는 이쪽으로 가 볼 테니까 너네는 저쪽으로 가 봐. 조심하고.”
“오케이.”
10분은 넘게 주변을 뒤진 것 같다.
생각보다 잔가지 없이 매끈하게 잘린 나뭇가지가 별로 없다.
찾았다 싶어 발로 밟아보면 부러지기 십상이고.
겨우 하나를 찾아왔다.
그 사이 마커슨과 오디도 제법 괜찮은 나뭇가지를 찾아왔다.
“이걸로 들것을 어떻게 만들어?”
“몰라. 나도. 그냥 해 보는 거야. 음. 일단 다들 윗도리 벗어 봐. 야! 야! 헤나. 너는. 입고 있어. 무슨 여자애가…”
“왜에! 너 그거 성 차별이야! 나도 벗을 수 있어. 안에 탱크 탑 입었다고.”
“…그래도 너는 좀 참아주라. 우리들로 충분해.”
“ㅅㅂ. 왜? 나는 왜 안껴주는 건데에!”
“헐. 저거저거. 크리스틴 닮아간다. 마크가 맨날 헤나가 집에서 지랄한다더니. 더 이상해지기 전에 초장에 잡아야 해.”
“시끄러! 알렉스. 넌 입을 다쳤어야 해!”
“와. 저 쬐끄만 게 악담을…으아악.”
저도 모르게 몸을 뒤트니 통증이 몰려오는 모양이다.
알렉스, 오디, 마커슨에 조나단까지 벗어놓은 웃옷을 바닥에 깔았다.
그리곤 옷들을 주욱 붙여 나뭇가지들을 꿰었다.
옷의 목 부분이 완전 늘어났지만 할 수 없다.
어차피 여기에 버려서 아까운 옷은 없다.
전생 같으면 ‘이게 얼마짜린데!’라며 절대 내어놓지 않았을 옷들을 입고 다녔으니 좀 아까웠겠지만 지금은 누가 그냥 달라고 해도 줘버리면 그만인 옷들을 입고 있다.
이게 또 이렇게 쓰이게 될 줄이야.
“우와. 괜찮아 보이는데?”
“근데 누웠다가 이거 부러지면 어떡해? 나 죽어?”
“죽을지도.”
“…”
“애들아. 알렉스 좀 부축해서 이쪽으로 눕히자.”
“어.”
“어.”
조심스럽게 알렉스를 옮기기 시작했다.
“알렉스! 너도 좀 움직여 봐. 팔은 멀쩡하잖아!”
“아. 다시. 잠깐 스탑스탑. 다시 앉혀 봐.”
“으으. 아프다고!”
“최선을 다하고 있잖아요. 손님. 닥치고 협조 좀 하세요.”
“와. 우리 제이든이 점점 입이 걸어지고 있어요. 인성 교육 다시 받아야 해. 책 좀 추천해 주련?”
“내가 주먹으로 알렉스 입을 좀 칠까?”
“와. 제이든의 얼굴에 피멍을 들게 만든 전적이 있는 우리 마커슨. 나도 치려고?”
“와…진짜. 저 입을 어떡하지? 나 의대 가지 말까? 이런 진상들이 한둘이 아닐 거 아냐?”
“오디야. 일단 의대 합격하고 말할까? 의대는 뭐 아무나 받아준 대니?”
“허얼. 나 오딘데? 나 아니면 누가 의대를 들어가겠니?”
“와. 오디. 나중에 친구추천서는 내가 꼭 써줄게. 입학사정관들이 이 말을 꼭 들어야하는데 말야.”
“내가 너랑 연을 끊고 만다.”
알렉스가 아픈 걸 감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깐족댄다.
귀에서 피가 날 것 같다.
저것도 일종의 애정결핍인가?
“으으아아아악! 오디이!! 죽여 버릴 거야! 너 일부러 그랬지?”
“미안미안. 진짜.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오디가 어쩌다 알렉스의 아픈 다리를 건드렸다.
알렉스가 발작한다.
우여곡절 끝에 알렉스를 겨우 들 것에 실었다.
“후우. 다 된 거 같다. 이제 어떡하지?”
“들어야지. 나랑 오디가 덩치가 비슷하니까 앞쪽에서 들께. 마커슨이 뒤쪽. 어. 거기 들고, 저쪽은 조나단이랑 헤나가 번갈아가면서 들든지, 같이 들든지 해야 할 것 같아.”
“어. 어.”
– 으쌰!
넷? 아니 다섯이서 들어 올리니 생각보다 가볍다.
자전거는 일단 버려두고, 우리는 그렇게 알렉스를 들고 산길을 걸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