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Game as a Barbarian RAW - chapter (169)
169화 버닝 (1)
거울 너머의 이면세계.
라르카즈의 미로와 같은 일종의 히든 필드.
이곳은 입장한 직후의 난이도가 꽤 높은 편이다.
그야 시작부터 몬스터가 쏟아져 나오니까.
“비요른! 또 온다!!”
한 번의 전투를 마치기 무섭게 또다시 밀려드는 몬스터 무리.
규모부터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7등급 야수종 플레임 울프가 여덟.
6등급 자연종 샐러맨더 다섯.
그리고 5등급 식물종 레드우드가 셋.
“레이븐, 마법은 멀었나!”
내 외침과 동시에 레이븐의 완드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나르아 브리지아누 툰!”
5등급 광역 빙결 마법 [얼음비].
게임 내 영문명은 블리자드라 부르던 그것.
쿠우우웅-!
하늘 위에 형성된 회색 구름이 날카롭게 벼려진 얼음송곳들을 쏟아낸다.
콰콰콰쾅!!
마법 한 방에 반파된 절반 이상의 몬스터.
물론, 5등급 몬스터는 이런 광역기에서도 멀쩡했다.
“베헬—라아아아아!!”
[야성분출]과 [거대화]의 연계.높아진 위협수치 덕에 딱히 뭔가 하지 않아도 몬스터들이 내게로 모여든다.
이곳에서 탱커가 마법사만큼이나 중요한 이유.
[가아아아악!]레드우드가 휘두르는 줄기 채찍을 방패로 막아 내며 나는 수비에만 집중했다.
일명 바바리안 거북이 모드.
[휘두르기]를 쓰면 한 마리는 정도는 혼자서도 잡을 수 있겠지만…….영혼력은 아끼는 편이 좋다.
[거대화]가 풀리면 위협 수치가 떨어지니까.“일단 샐러맨더부터 처리해라!”
내가 레드우드 셋을 맡고 있는 사이, 마법사는 다음 웨이브를 위해 마법을 준비했다.
따라서 이번엔 나머지 딜러들이 활약할 차례.
콰아아아앙-!
곰아저씨의 원거리 지원을 받으며 아이나르와 미샤가 본격적으로 몬스터들을 잡아나갔다.
잡몹 정리에 걸린 시간은 3분 안팎.
‘근딜이 두 명이니 잡몹 정리가 빠르네.’
이후로는 다섯이서 힘을 합쳐 5등급 몬스터를 해치웠다.
다만 쉴 시간은 없다.
“……또 오는군.”
한 번의 전투를 끝내기 무섭게 소리를 듣고서 찾아온 몬스터 무리.
우리는 일련의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했고, 한 열 번쯤 더 전투를 치렀을 때였다.
“얀델 씨, 이제 마력이 얼마 없어요.”
광역기를 펑펑 썼던 레이븐의 마력이 3분의 1 이하로 줄었다.
물론, 큰 문제는 없었다.
초반 웨이브는 거의 끝나가는 상황이었으니.
“공격 마법은 쓰지 말고 지원하는 쪽으로 도와라.”
“네!”
이후 레이븐의 남은 마력은 적에게 저주를 걸던가, 팀에게 버프를 거는 식으로 운용했다.
그쯤에 내 [거대화]도 끝났다.
폭발 화살을 남발하던 곰아저씨 쪽도 이제 영혼력이 얼마 남지 않은 모양.
“베헬—라아아아아!!!”
우리 셋의 활약이 어려워질수록 아이나르와 미샤. 줄여서 근딜 자매의 중요성이 커졌다.
평타 DPS는 역시 근딜이지.
“우오오오오!! 내가 원했던 전투가 바로 이런 것이다아아!!!”
수도 없이 몰려오는 적들과 상대하다 보니 흥분도가 극에 이른 아이나르.
전투 종족이라 불리는 바바리안답게, 흥분 상태는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얘가 이렇게까지 잘 싸웠나?’
투박하게 대검을 휘두르는 것 같으면서도 피할 건 전부 피한다.
무슨 각성제라도 빤 것만 같은 전투술.
‘하긴, 거기서 검술도 수련했다고 했지…….’
전투 감각 자체는 미샤보다도 월등한 듯하다.
아무튼, 슬슬 전투도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었기에 진형을 바꿨다.
“아브만, 이제 녀석을 이쪽으로 보내라!”
우리 팀의 탱커 조무를 맡고 있는 철웅 이라둔.
줄여서 웅이.
[우웅-!]후방에서 원딜을 보호하던 웅이까지 전열에 참가하며 앞라인에 힘을 실었다.
그야 정말 이제 다들 한계인 거 같거든.
마법사의 마력도 아예 바닥이 나서 지원마저도 끊긴 상황이고.
콰직! 콰직! 휘유우우웅!
메이스와 검, 대형 석궁 화살.
정말이지 오랜만에 한계까지 몰려, 스킬이 담기지 않은 평타만으로 남은 몬스터를 정리한다.
“이제 끝인 거 같네요…….”
불타는 해골을 메이스로 박살내는 것을 끝으로 전투가 종료됐다.
바닥에 깔린 수백 개의 마석.
“근데, 마석 색이 원래 이렇게 진했낭?”
“이곳 공간의 특성이에요. 밀도가 두 배 정도 더 높죠.”
쉽게 말해 두 배 이벤트가 적용 중이라는 뜻.
레이븐이 얼마 남지 않은 마력으로 수거하는 것에만 몇 분가량이 소요됐다.
아, 정수도 하나가 나왔다.
“그거라면 내가 봤다! 사람 머리를 주렁주렁 달고 다니던 놈이 죽은 자리에서 나왔다!”
“헤드헌터 말이군.”
화염 계통 언데드 7등급 몬스터.
따라서 쿨하게 버렸다.
먹으면 나름 유용하게 쓰기야 하겠지만…….
이제 5등급도 매일같이 사냥하는 마당에 굳이 이걸 먹을 이유는 없을 터.
“으음, 버린다고……?”
내 결정에 아이나르가 사탕을 흘린 아이처럼 미련 넘치는 눈으로 날 응시했다.
거, 그래도 안 된다니까.
떼끼.
“네게 좋은 정수는 아니다. 그러니 아쉬워도 참아라.”
“……알았다!”
아무거나 주워 먹으면 나중에 지워야 돼서 괜히 돈만 더 나간다.
한데 전리품을 버린다는 게 맘에 걸렸을까?
“근데 그 시험관에 담아서 팔면 되지 않나?”
유레카를 외치며 새 제안을 꺼내는 아이나르.
우리 마법사 선에서 정리가 됐다.
“안 돼요. 6등급 아래로는 시험관 값도 안 나오거든요. 애초에 여기서 갖고 나갈 수 있는 물건은 하나뿐이라고 들었고.”
“응? 하나뿐이라니? 그건 무슨 소리냥?”
“이유는 저도 몰라요. 하지만 여기서 획득한 물건은 ‘왜곡’ 마법을 써야지만 갖고 나갈 수 있고, 딱 하나만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만약 레이븐이 몰랐다면 내가 설명해 줬어야 할 필드 특성.
“뭘 갖고 나갈지는 신중하게 골라야 해요. 정수도 정수지만……. 여기서 굉장히 귀한 물건을 얻었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 있거든요.”
“귀한 물건이라…….”
어차피 갖고 나갈 물건은 정해두었다.
하지만 제법 호기심이 생긴다.
그 물건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는 걸까?
자세히 물어봤지만, 레이븐은 자기가 아는 건 딱 거기까지라며 선을 그었다.
“이런 쪽 정보는 책을 통해서 알아내기가 어려워요. 애초에 저도 건너 건너 들었던 거고.”
하긴 5층부터는 고급 정보로 분류가 되니까.
사소한 성과조차 지적 재산 취급받으며 쉽게 공유되지 않는다.
클랜 같은 경우엔 미궁 내에 일을 아예 언급도 못 하게 하는 곳도 있을 정도.
괜히 얘가 균열총해록에 목 매던 게 아니다.
“일단 다들 쉬어라. 보초는 내가 서겠다.”
격렬한 전투를 치른 만큼 휴식을 가졌다.
그러면서 현재 상황을 점검했다.
“레이븐, 마력이 전부 차려면 얼마나 걸리지?”
“명상을 하거나 잠을 잔다고 하면 12시간. 아니면 하루는 더 걸려요.”
“그렇군.”
5층 한정으로 마법사보다 근딜이 좋다고 말한 것도 이래서다. 마법사는 마력이 차는 데 시간이 꽤 걸리는 편이니까.
“이제부터 너는 어지간하면 마력은 아껴라.”
“이대로 계속 탐사를 진행하려고요?”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지 않나. 최대한 탐사를 해봐야지. 네가 말했던 그 귀한 물건을 찾게 될 수도 있고.”
“확실히 맞는 말이긴 해요. 언제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지 모르니…….”
그렇게 이 문제는 끝.
15분간 체력만을 보충한 뒤 우리는 탐사를 재개했다.
강행군이지만 불만을 뱉는 사람은 없었다.
이미 쏟아지던 마석과 정수를 보지 않았던가.
“오랜만에 아내에게 어깨 좀 펴겠군.”
곰아저씨의 입이 귀에 걸렸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참 가정적인 양반이다.
“아브만, 혹시 포탈이 감지되는 곳이 있나?”
“저쪽 아주 멀리에서 희미하게 느껴지는군.”
나침반이 작동하지 않는 필드.
인도자 능력을 이용해 방향을 잡았다.
“……반대로 갈 거면 왜 물어본 거지?”
내가 가려는 곳이 그쪽이니까.
물론,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포탈은 출구일 가능성이 높으니까. 반대쪽으로 가야 뭔가 나오지 않겠나.”
대충 갖다 붙인 그럴듯한 이유.
다만 틀린 말도 아니었기에 금방 레이븐의 지원을 얻을 수 있었다.
“아! 맞아요. 거울 속에 나가는 포탈이 있다고 봤어요.”
후, 이래서 적당히 똑똑한 캐릭터가 있어야 돼.
“자, 그럼 어서 가지.”
22일 차, 오후 7시 경.
이제 하루도 거의 끝나가니 이제 약 일주일이 남은 시점.
뽕을 뽑으려면 서둘러야 한다.
***
불의 거울.
이 필드에는 한 가지 특이점이 있다.
바로 몬스터가 리젠되는 데 하루가 걸린단 것.
덕분에 한 번 사냥이 끝난 자리는 일시적으로 안전지대가 된다.
여러모로 다행인 부분이다.
매번 몬스터가 수백 마리씩 몰려드는 곳이면 잠조차 제대로 잘 수가 없을 테니.
「지옥 수호병을 처치하였습니다. EXP +4」
「그렘린을 처치하였습니다. EXP +2」
「둠 워리어를 처치하였습니다. EXP +5」
「혼돈충을 처치하였습니다 EXP +2」
「파멸불꽃 요정을 처치…….」
필드를 통제하던 클랜들 탓에 사냥하지 못했던 각종 몬스터들을 처치하며, 사흘에 걸쳐 스타트 포인트이던 황야를 벗어났다.
내 예상보다 훨씬 더딘 진척도.
‘맵 크기도 크기인데, 몬스터가 너무 많아.’
한번 전투가 벌어지면 그 소리를 듣고서 주변 몬스터들이 속속들이 모인다.
물론, 사방에서 모여들던 극초반보단 낫다.
전방에서 오는 적만 신경 쓰면 되는 데다가, 여차하면 뒤로 후퇴하는 게 가능했으니까.
다만, 강행군이 이어질수록 체력도 MP도 바닥나며 사냥 속도 자체가 느려졌다.
그 탓에 위험할 뻔한 적도 몇 번 있었고.
결국 주기적으로 휴식을 해줘야만 했다.
‘그래도 마석 벌리는 속도가 미치긴 했네.’
괜히 내가 버닝존이라 부르던 곳이 아니다.
마법을 활용한 대규모 전투.
거기에 마석 2배 이벤트까지.
여기 오니 정말 마석으로 돈을 번다는 느낌이 나기 시작한다. 그 전까지는 대박이라 하면 전부 약탈자를 잡고 얻은 장비였는데.
‘역시 사냥은 몰이 사냥이지.’
26일 차 오전.
앞에서 야영을 끝낸 우리는 본격적으로 새로운 필드로 들어섰다.
화르르륵!
불타는 숲.
그 이름처럼 나무들이 흑색 불꽃에 휩싸여 365일 내내 타오르고 있는 필드.
다만, 화염 피해는 미미하다.
나무마다 간격이 제법 넓은 편인 데다가, 화염 내성을 올려주는 [냉혈]까지 두른 덕분.
참고로 이곳을 고른 이유는 총 셋이다.
일단 전투 난이도가 가장 낮다.
“음, 생각보다 별게 없네요?”
“응, 약간 불안했는데, 이 정도면 전에 있던 곳보다 쉬운 거 같당. 5등급 몬스터도 안 나오고.”
개체 수 자체는 많은 편이나, 그래 봤자 6등급, 7등급이 전부.
물론, 쉽다는 건 보상이 적다는 뜻이긴 하다.
하지만 다른 방향으로 가면 나오는 잿빛산맥과 용암호수는 아직 우리로 공략하기엔 난이도가 제법 있는 편이다.
포탈이 있는 망자의 제단은 먹을 게 없고.
그런 의미에서…….
둘, 우선 그걸 얻어야 앞으로 편해진다.
불타는 숲 중심부에 숨겨진 아이템이다.
이게 있으면 추후 다시 이곳에 왔을 때 다른 쪽 필드를 공략할 수 있을뿐더러, 6층의 그 섬에도 입장하는 게 가능해진다.
“너무 긴장을 놓지 마라. 뭐가 나올지 모르니.”
습관처럼 경고의 말을 하기는 했지만, 나도 숲에 들어선 이후로 속도를 확 올렸다.
예상보다 시간을 소요한 터라 제때 도착할 수 있을지가 아슬한 상황.
“여기는 나무가 다 탔네요?”
“오늘은 여기서 쉬고 가지.”
온종일 전투와 이동만을 반복하던 우리는 날이 저물 때쯤 야영 포인트에서 침낭을 풀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드디어 나왔군.’
한 몬스터와 조우했다.
“아루아! 쟤는 이름이 뭐냥?”
“어, 그게…… 저도 모르겠어요.”
평생 책만 읽고 살아온 레이븐조차 그 이름과 등급을 알지 못하는 몬스터.
불타는 숲에 단 한 마리만 존재하는 몬스터.
이 숲과 이어진 5층의 필드를 통제하는 클랜도 1년에 한 번 마주칠까 말까 하는 희귀 몬스터.
[그오오오오오-!!]5등급 희귀종 베르타스.
내가 불타는 숲을 고른 세 번째 이유였다.
“베헬—라아아아아아!”
이놈은 정수를 확정 드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