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Game as a Barbarian RAW - chapter (227)
227화 역전 (3)
타켈란 아르베논.
그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뭘 하고 있는 거지?’
검을 휘두른다.
육신에 남겨진 모든 힘을 다해, 적을 죽이기 위해 팔을 움직인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는다.
‘어째서?’
무엇보다 소중한 아내가 죽었다.
한데 왜 살아야 하는가.
그 질문에 바바리안은 대답했다.
[소식을 전할 사람은 있어야 하니까.] [그래, 그게 있었지…….]자포자기 상태이던 타켈란은 그의 말을 듣고서 이 험난한 여정에 발을 올렸다.
동료의 유가족에게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
그런 이유가 아니란 걸 그 스스로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과 달리 모든 걸 지켜 낸 바바리안.
[다시 한번 말한다! 모두 멈춰라!]미련하리만치 우직한 목소리로 광기에 빠진 참극을 막아 내고.
[나르텔 클랜의 단장, 멜터 펜드다.] [헤인델 교의 레이시 나레트입니다.] [라프도니아의 종군 마법사일세.]명망 높은 탐험가들의 인정을 받으며.
[베헬—라아아아아아!!]그 험난했던 여정을 가장 위험한 최선두에서 이끌며 목적지까지 인도한 위대한 바바리안.
이 남자는 타고난 리더다.
자신이 처음 그에게 끌렸듯,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졌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 대단한 사내가 소중한 것을 잃고서 절망에 허덕이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럼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할 거 같다.
그래,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이런 남자도 해내지 못했잖아?
내가 녀석들을 지켜 내지 못한 건 당연해.
불행을 통해 위안을 얻고자 하는 역겨운 동기로 그는 이 여정을 따라왔다.
그래, 분명 그랬을 터인데…….
서걱-!
검을 휘두르고 있다.
나만이 아닌 다른 이를 구하기 위해.
“아, 고맙네. 타켈란이라고 그랬지?”
“…….”
“과묵한 친구란 말이야.”
수년을 함께한 동료를 잃은 주제에, 처음 본 사람을 위해 죽을힘을 다해 싸우고 있다.
타켈란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서걱-!
나는 왜 아직 싸우고 있는가.
저 바바리안이 절망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아니, 그렇다면 어째서.
“후, 이 상황에서 증원이 오다니.”
“아마 우리는 죽겠지?”
“하, 미치겠군.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잡담은 그만하고, 싸우기나 해라!”
“그래, 억울해서 그냥은 못 죽지!”
이들은 스스로의 죽음을 직감하고서도 마지막까지 항전하고 있는가.
“와아아아아아-!”
탐험가들의 눈빛을 훑던 타켈란은 머지않아 그 이유를 깨달았다.
콰아아아앙-!
연신 폭발음이 피어나는 저 너머.
수많은 적이 몰려오는 그곳에서.
거대한 등을 지닌 사내가 싸우고 있었다.
“베헬—라아아아아아아!!!”
아직까지도 희망을 놓지 않으며.
***
상황은 암울하다.
하지만 그럴수록 긍정적인 면을 떠올린다.
‘장비는 딱 2, 3층 수준.’
숫자는 제법 되지만, 개개인의 무력은 상당히 뒤떨어진다. 하기야 실력이 좋았으면 진작에 위층으로 올라가 사냥을 했겠지.
실제로 노아르크 잔당이 시체 군단에 뒤섞여 우리를 공격해 왔지만, 당장 우리에겐 큰 차이가 없었다.
우리 수준에선 광대 놈이 소환한 시체 한 구가 더 위협적이었으니까.
‘문제는… 길을 뚫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단 것 정도.’
사실 이게 가장 골치 아픈 점이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최대한 서둘러 광대를 조지고, 늑대놈 혹은 파멸학자를 다구리 쳐야지만 우리에게 승산이 있다.
그런데 노아르크 잔당 새끼들이 나타나다니.
‘이렇게 되면 뒤쪽 진형도 무너질 텐데…….’
더욱더 시간이 없어졌다.
조급함이 치밀어 오를수록 메이스를 쥔 손에 힘이 담겼다.
콰직-!
이번에도 역시나 한 방에 죽었다.
다만, 내가 적을 해치우는 이 순간에도.
“아아악!”
아군의 숫자는 줄어들고 있다.
죽음 앞에서 사람은 누구보다 진실됐다.
누군가는 가족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사랑을 고백했고, 왕에게 쌍욕을 던지기도 하였으며, 단 한 번도 드러내지 못했을 스스로의 정체를 세상에 말하기도 하였다.
“표정… 하고는. 야, 나 악령이야.”
“…뭐? 그, 그게 무슨!”
“속여서, 미안…. 지금까지, 고마웠… 커헉! 이제, 드, 디어 집에… 아, 아아, 엄마……. 많이 늦, 었…….”
그래, 이 많은 사람 중에 플레이어가 한 명도 없을 리 없지.
두근-!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토록 많은 역경을 이겨 내고서 이곳에 도착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는 건가?
‘…아니, 그럴 리가.’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는다.
꺾이는 건 쓰러진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아직 팔과 다리가 움직이지 않나.
숨이 멈추고 피가 식기 전까진, 발버둥 치고 또 발버둥 치는 게 옳다.
그래, 그러니까…….
콰직-!
메이스를 휘두르며 생각한다.
이곳에 왔던 첫날처럼.
살기 위해서 해야 하는 행동이 뭐지?
음, 일단 파악부터.
“카일! 그쪽은 어떻지?”
[아직까진 겨우 버티고 있지만 좋지 않네.]마법사, 궁수 등의 원거리 포지션이 모인 후방도 역시 피해가 큰 모양이다.
하긴, 당연한가?
노아르크 탐험가들이 덮쳐 온 건 저쪽도 마찬가지일 테니. 대부분의 전사가 이쪽에 있으니 대처하기가 어려웠겠지.
‘사방이 포위된 셈인가.’
다만 놀랍게도 도주로는 있다.
우리가 타고 올라온 포탈.
카일도 사기를 위해 말만 하지 않았지, 그걸 타고 1층으로 도망친 놈도 분명 있을 것이다.
도주란 언제나 매력적인 선택지니까.
목숨이 달린 상황이라면 더욱더.
“…얀델, 내려가 정비를 하는 건 어떤가!”
한 전사가 내게 조언하듯 외친다.
근데 이게 메시지 스톤을 통해 카일에게도 들렸을까?
[절대 안 되네. 어차피 결국 놈을 피해 다시 올라와야 할 텐데, 그땐 놈들도 우리가 진형을 잡을 시간을 기다려 주지 않을 걸세.]허튼 생각일랑 하지 못하도록 카일이 강하게 말한다.
무의미한 짓이었다.
어차피 그쪽은 생각도 안 했으니까.
0과 1은 다르다.
그리고 나와 카일의 판단이 옳다면.
아무리 봐도 1은 이쪽이다.
어떻게든 여기서 승부를 봐야 한다.
그렇기에.
“멜터 펜드는 어떻지?”
변수가 될 수 있을 또 하나의 전장에 대해 묻는다.
다만, 이번에도 긍정적인 답변은 없었다.
[잘 붙잡고는 있지만 단시간에 승부가 나기는 어려울 듯하네.]그래, 그렇단 말이지.
“…비요른!!”
깜짝 놀라 옆을 바라보니 손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접근한 자폭병이 보인다.
“데르투 테이란!”
다행히 제때 레이븐이 ‘돌풍’ 마법을 사용해 자폭병을 밀어냈다.
퍼엉-!
소리 내며 체액을 터트리는 자폭병.
같은 시체들은 별 타격이 없었으나, 증원을 온 노아르크 탐험가들은 달랐다.
치이이이익-!
근처에 있던 자는 그냥 흘러내렸고, 딱 한 방울이 튄 자들조차 얼굴이 하얗게 변해 몸을 비틀거렸다.
왠지 입맛이 썼다.
라프도니아든 노아르크든, 사람들을 소모품 취급하는 건 똑같구나.
“그렇다면 파멸학자는 어떻지?”
한숨 돌릴 새도 없이 하던 대화를 이어 갔다.
어쩌면 지금 상황에 가장 중요할지도 모를 정보.
“죽일 수 있나?”
[이제 마법진도 완성됐으니, 시도는 해 볼 걸세. 하지만…….]카일이 말꼬리를 흐린다.
아무래도 자신이 없는 모양이다.
[미안하네. 따라잡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때보다 더 차이가 벌어져 있더군.]딱히 뭐라 할 마음은 없었다.
애초에 이 아저씨가 차원문 타고 도망쳤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터. 게다가 파멸학자는 내가 봐도 미친 수준의 마법사였다.
[그래도 아까 말했듯 시간은 벌 수 있을 걸세. 그 안에 어떻게든 한 방 먹여 보겠네. 내 목숨을 바쳐서라도.]그의 말에 문득 드왈키가 떠올랐다.
“혹시 그 각성 마법을 말하는 건가?”
“괜찮겠나?”
[대가가 두려웠다면, 이곳에 남았을 리 없지 않은가. 내가 간절히 바라 왔던 순간일세. 그리고 오랜 시간 개량을 했기에 꼭 목숨을 잃는 것만도 아니고.]“…그렇군.”
나는 빈말로라도 그렇게까지 할 필요없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거야 말로 가식일뿐더러…….
“아아악!!”
지금 이 자리에 목숨 바쳐 싸우지 않는 자가 어디 있는가?
나조차 그러고 있다.
그 일례로 만약 당장 내가 쓰러지더라도, 사람들은 슬퍼할 뿐 놀라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전투였으니까.
[그럼 이제 자네는 어쩔 텐가?]카일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나는 웃었다.
이 아저씨는 무슨 질문을 해도 이런 걸 하지?
[차라리 이쪽으로 돌아와 함께 싸우는 편이 더 나을 수도—.]“됐다.”
나는 그의 말을 단호하게 잘랐다.
노아르크의 탐험가들이 증원을 오면서 이제 물량에서도 밀리게 됐지만…….
“변한 건 없다.”
카일 페브로스크는 파멸학자를.
멜터 펜드는 그 늑대 놈을.
“우리는 시체 수집가를 맡는다.”
[그럴 줄 알았네.]메시지 스톤 너머로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렸다.
“왜 웃지? 우리가 못 할 거 같나?”
내가 한 말?
[전사는 힘들면 웃는다고 하지 않았나. 이제 거기에 마법사도 껴 주게.]음, 우리 전사들은 좀 더 호쾌하게 웃는데 말이지.
“다음에 더 남자답게 웃는 걸 보여 준다면.”
[다음이라…….]아, 이 상황에 농담으로는 조금 그랬나?
약간 후회가 됐으나, 머지않아 한결 가벼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다음이 있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거 아나? 난 돌아가게 되면 책부터 쓸 걸세. 내 일생을 담은 그런 책. 어릴 적부터 꿈이었지.]“기회가 되면 읽어 보지.”
[영광이군. 혹시 책을 쓰게 되면 자네가 한 말을 글귀로 써서 넣어도 되겠나?]“글귀?”
[전사는 힘들면 웃는다는 거 말일세. 묘하게 자꾸 그 말이 머릿속에 맴돈단 말이지.]어, 그거 그냥 대충 던진 말이었는데.
저리 진지하게 받으니 어딘가 창피하다.
하지만,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 무엇을 허락해 주지 않으랴.
“쓰든 말든 네 마음대로 해라.”
내 대답에 카일이 소리 내어 웃었다.
[하하, 그런가? 그럼 이제 문제없겠어.]아까보다 훨씬 더 호쾌한 웃음이었다.
***
현재 전투 구도는 조금 복잡하다.
일단 포탈을 중심으로 원정대의 원거리 딜러 라인이 밀집해 있다.
그리고 그 주변을 전사들이 막고 있다.
원래는 정면의 시체 군단만 막으면 됐지만, 뒤에서도 노아르크 탐험가가 덮쳐 오는 바람에 이렇게 돼 버린 것.
‘저쪽도 죽을 맛이겠네.’
전열을 가다듬는 와중에 멜터 펜드와 그의 클랜원들은 늑대 놈 레이드를 뛰던 그대로 전장 한복판에 남겨져 버렸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우리만큼 힘들 거다.
우리 역시 시체 수집가 놈을 잡으러 가기 위해 본대에서 떨어져 나온 상황이니까.
일종의 별동대라 할 수 있다.
음, 그런 의미에서 한번 중간 점검.
“레이븐! 인원은?”
“네? 아, 40명 정도 되는 거 같아요!”
후, 진짜 그 사이 많이도 죽었구나.
처음엔 백 명은 훌쩍 넘었던 거 같은—.
솨아아아아-!
그때 돌연 지면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일순간에 전장 전부를 뒤덮은 거대한 적색 마법진.
“…공간 마법 술식이에요!”
레이븐이 가장 먼저 술식을 읽었다.
다만 그녀가 알아낸 건 딱 거기까지.
메시지 스톤으로 카일의 침착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놀라지 말게. 때가 온 것뿐이니.]“그럼 계획에는 이상 없는 건가?”
[그래, 그 늙은이라면 분명 이 마법을 쓸 거라 생각했지.]그 말에 나도 안도했다.
파멸학자가 공간 마법 술식을 쓰면, 녀석의 마력을 역으로 이용해 다른 마법을 쓸 거라던가?
대충 그런 계획이었는데, 난 마법사가 아니라 자세한 원리까지는 모른다.
게임에서도 이런 건 구현이 안 됐었다.
2D 게임이란 포맷이 가진 한계였겠지.
하지만…….
‘슬슬 나도 준비해야겠네.’
제대로 통할 거라 생각하고 움직여야 한다.
그게 아니면 답이 없으니.
솨아아아아아-!
이내 마법진에서 뿜어진 빛이 극한에 이르며 눈앞이 온통 새하얗게 변했다.
그리고 그 순간.
[다녀오겠네.]카일의 음성이 한 번 더 들려왔고.
번뜩-!
눈부신 섬광이 전장을 뒤덮었다.
「카일 페브로스크가 2등급 시공 마법 [평행계]를 시전했습니다.」
귓가를 통해 울리는 이명.
눈을 떴을 땐 흐릿한 시야로 변한 것 없는 전장이 보인다.
나는 짧게 읊조렸다.
“카일, 성공인가?”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 말인즉, 마법은 성공했다는 거겠지.
지금쯤 카일은 고블린 숲을 바탕으로 한 가상 공간에서 파멸학자와 1:1을 뜨기 시작했을 거다.
부디 이기고 돌아왔으면 하지만…….
‘아닐 때도 대비해야겠지.’
카일은 적어도 시간은 벌 수 있다고 여겼다.
그 안에 이쪽에서도 뭔가 해내야 한다.
“뭣들 하나! 달려라!”
새하얀 섬광에 걸음을 멈추기도 잠시, 다시금 별동대를 이끌고 돌파를 이어 나갔다.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오던 파멸학자의 견제가 없어지니 진군은 한결 수월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쯤이면 되겠네.’
이내 목표 거리에 도달했다.
더 이상 목숨을 건 돌파는 필요 없다.
따라서 나는 함께 길을 뚫던 테테루드에게 별동대를 맡겼다.
“테테루드, 이제 너는 남은 사람을 데리고 돌아가라.”
“그럼 놈은 맡기겠네.”
이미 길을 뚫으며 의사소통은 끝난 상황.
“자, 들었지? 우리는 여기까지만 하고 돌아간다!”
“근데 그것도 쉽지 않아 보이는데?”
“뭐, 이쪽은 얀델이 알아서 해 주겠지!”
“가자!!”
이내 테테루드가 남은 무리를 이끌고 회군하여 멜터 펜드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여기서 본대까지는 무리여도 저기는 가겠지.
일단 도착하기만 하면 늑대 놈을 잡는 데도 도움이 될 테고.
“자, 다들 어서 올라타라.”
내 말이 떨어지자 마자 미샤가 잽싸게 점프해 [거대화] 상태인 내 어깨에 앉았다.
“진짜 우리끼리 가는 거냥?”
그 다음은 아이나르.
“오! 아루루가 왜 날 타고 다니는지 알 거 같다!”
어깨에 올릴 사이즈는 아니라 왼팔로 허리를 감아 안아들었다.
“실례할게요.”
소환 해제된 웅이에서 내린 레이븐은 미샤의 무릎 위에.
“…이거, 굉장히 기분이 이상하군.”
덩치가 가장 큰 곰아저씨는 내 목을 조르며 뒤에 매달렸다.
그리고…….
“이러니까 정말 한 팀이 된 거 같네요!”
마지막으로 에르웬이 내 오른쪽 어깨에 앉았다.
허, 이러니까 진짜 이동 수단이 된 거 같네.
그렇게 막 출발하려던 차.
“잠깐만.”
다리아가 나를 붙잡았다.
왠지 짐작 가는 말이 있어 미리 못을 박았다.
“미리 말했지만, 에르웬은 못 보낸다.”
아무리 언니의 지위를 이용해서 뭐라 해도 줄 수 없다.
이번 전략의 핵심은 바로 에르웬이니—.
“그게 아니야. 나도 가겠어.”
“뭐?”
그래, 너도 염치는 있다는 거구나.
“…그 눈빛은 뭐지?”
“별거 아니다. 이리 와라.”
나는 남은 한 팔을 얼른 뻗어 다리아의 허리를 휘감아 안았다.
[그으으으으……!]“죽여라! 저놈만 죽이면 끝이다!”
광대 놈이 소환한 시체를 비롯해, 노아르크의 2층 좆밥 탐험가들이 실시간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나는 무릎을 살짝 굽히며 전방을 확인했다.
광대놈과 나 사이에 백이 넘는 노아르크의 탐험가들이 있고, 그 이상의 시체 군단이 즐비하지만…….
‘한 60m 정도 되겠네.’
거리 체크만을 한 번 더 끝마치고 용수철을 누르듯, 무릎을 더욱 굽힌다.
그리고…….
“꽉 잡아라.”
이번엔 낮게 점프가 아니라 있는 힘껏 점프.
「캐릭터가 [도약]을 시전했습니다.」
순식간에 몸이 날아오르며 전장이 한눈에 보인다.
“난다!! 날고 있다!!”
포위 진형을 갖추고서 늑대놈을 레이드하고 있는 멜터 펜드.
그쪽 방향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한 테테루드.
중심부의 본대.
화룡점정으로는 저 멀리 안전한 곳에서 나를 보며 쪼개고만 있던 광대 새끼까지.
“어, 어…….”
이내 최고 높이에 도달한 순간.
누군가가 내 머리채를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거, 나중엔 갑옷에 잡을 거라도 만들어야 하나?
“꺄아아아아아아악!!!”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몸이 빠르게 추락한다. 시체 괴물 위에 앉은 광대가 날 보더니 소환수를 후진했다.
아니, 이제 와서 그걸로 되겠냐고.
이왕 카이팅을 할 거면 더 빡세게 하든가.
콰아아아아아아앙-!
대포알처럼 지면에 처박히는 몸뚱이.
「캐릭터의 총 중량이 500kg 이상입니다.」
「특수 지형 효과 [반동]이 피해 범위에 추가로 적용됩니다.」
[반동]에 의해 광대 주변에 있던 노아르크 잔당과 시체 군단들이 일제히 공중으로 떠오른다.아, 광대가 타고 있는 시체 괴물은 제외였다.
중량이 500을 넘는지 끄떡도 안 했다.
물론 사소한 문제였다.
“만티코어의 정수를 먹었을 줄은 몰랐는데 말입니다. 피싯!”
여전히 여유로운 눈으로 날 보는 광대.
오히려 즐거워 보인다.
맘 같아서는 몇 마디 대화라도 나누고 싶지만 나는 서둘러 [거대화]를 종료했다.
단기간에 줄어드는 육신.
“꺅!!”
매달려 있던 동료들도 모두 나가떨어졌고, 그런 날 보며 광대가 과장된 말투로 말했다.
“이런이런! 설마 MP도 다 쓴 겁니까? 겨우 힘내서 여기까지 오셨는데, 아깝게.”
MP를 다 쓰기는 지랄.
뭐, 직접 처맞아 보면 저 병신 같은 말투도 언젠가 관두겠지.
“에르웬.”
“아, 네!”
이름을 부름과 동시에 에르웬이 이능을 사용했다.
「에르웬 포르나치 디 테르시아가 [정령화]를 시전했습니다.」
[정령화].5등급 몬스터 에반의 이능이자, [던전 앤 스톤]에서도 굉장히 독특한 컨셉을 갖고 있던 스킬.
효과는 간단하다.
시전자는 영체 상태가 되어 물리 피해 면역 상태가 된다.
그리고…….
「에르웬 포르나치 디 테르시아가 캐릭터에게 ‘계약’을 제의합니다.」
한 명과 계약을 맺어 일시적으로 여러 힘을 공유한다.
[아저씨, 손 잡아 줘요.]이 세상의 존재가 아닌 것처럼 들리는 음성.
나는 홀린 사람처럼 에르웬이 뻗은 손을 잡았다.
그 순간이었다.
화르륵!
세찬 불길이 피어나며 온몸을 보호하듯 집어삼킨다.
이름하여, 엘리멘탈 바바리안(불) 모드.
“에르웬, 불 꺼라.”
[…네? 아, 맞다!]그제야 내가 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을까?
에르웬이 빠르게 속성을 변경했다.
지지지직.
안 그래도 두툼하던 피부가 마른 땅처럼 쩍쩍 갈라지며 더욱 두꺼워졌다.
「캐릭터의 육신에 대지의 정령이 깃듭니다.」
「화염 속성 받는 피해가 절반 감소합니다.」
「물 속성 받는 피해가 2배 증가합니다.」
「중독 면역 보너스.」
「둔기류 무기를 사용 시 파괴 행위에 강한 보정이 추가됩니다.」
「물리 내성 수치가 대폭 상승…….」
「…….」
암, 남자는 바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