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Game as a Barbarian RAW - chapter (294)
294화 뉴비 (2)
아마 놈들도 어느 정도 경계는 했을 것이다.
신입이 얼마나 강한지 정보가 없으니까.
그러니까 이처럼 열 명도 넘는 무리를 지어서 우르르 몰려왔겠지.
참 고맙게도.
“벗어라.”
“……?”
“피 묻기 전에.”
내 말이 골목길에 울려 퍼진 순간, 녀석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상황이 납득되었을까.
“…….”
놈을 포함해 모두가 입을 꾹 다물었다.
짐승의 세계에서는 흔한 일이다.
사냥감이 도망칠 땐 나보다 약하다 싶어 쫓지만, 반대로 강하게 나오면 뭔가 잘못됐음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경험으로 아는 것이다.
위험하다는걸.
스윽.
천천히 걸음을 좁히던 녀석들이 뒤로 거리를 벌리며 기습에 경계했다.
내게는 크게 의미 없었다.
벽으로 가로막힌 골목길.
옆으로도 비좁아 [거대화]를 쓸 공간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지만…….
‘오히려 좋아.’
위로는 방해될 게 없거든.
‘도약.’
단숨에 놈들 머리 위를 가로질러 건너편에 착지했다.
오케이, 이거로 퇴로는 막았고.
“……이놈부터 죽여!”
놈들은 당황하며 일단 내게로 달려들었다.
갑자기 퇴로가 막히니 이것부터 뚫어야 한다고 판단한 모양인데…….
후웅-!
새끼들, 잘 피하네.
“막지 말고 피해라!”
“이딴 느린 거에 맞는 놈 없지?”
내 앞에 선 세 명은 미꾸라지처럼 내 메이스를 피하며 저마다의 흉기를 휘둘러왔다.
대부분의 공격은 물리 내성으로 버텨졌지만, 스킬이 담긴 몇몇 공격은 두터운 가죽을 뚫어내는 데 성공했다.
푸욱.
거, 따갑게시리.
[거대화]만 켰어도 피 한 방울 안 났을 텐데.뭐, 나를 지키는 방법이 ‘방어’만 있는 건 아니겠다마는.
‘초월.’
메이스를 위로 들어 올리며 머릿속으로 커맨드를 입력한다.
[초월]로 지정할 대상은 당연히 정해져 있다.‘휘두르기.’
‘타격 범위가 3배 증가’ 특성이 추가되는 덕분에 많은 적을 상대할 때 효과적인 그 콤보.
후우우웅-!
이내 메이스를 바닥에 내려찍음과 동시에, 메이스가 여의봉처럼 길어지며 크기를 키운다.
[거대화]와 연계했을 때보다는 한참이나 작은 범위였지만…….“미, 미친……!”
“피해!”
어디로 피하게?
이렇게 좁은 골목길에서.
콰콰콰콰아아앙-!
놈들이 서둘러 뒤로 물러났지만, 가장 앞에 있던 셋은 범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아우, 속 시원해.
터벅.
이내 다진 고기로 변한 삼인방을 넘어 앞으로 나아가자 놈들이 뒤로 물러섰다.
아주 사지는 귀신처럼 찾아서 들어가는구나.
“여자! 여자를 잡아!”
인질극이라도 할 생각인지 놈들이 아멜리아에게 달려들어 손을 뻗고 무기를 휘둘렀다.
물론 닿을 턱이 없었다.
퍽, 퍽, 쿠웅-!
주먹과 발차기로 순식간에 두 명을 제압한 아멜리아가 허벅지에서 단검을 빼내며 다른 한 명의 목주가리를 향해 단검을 휘둘렀다.
비록 상대도 강철 보호대를 찬 손목을 들어 올려 방어하긴 했지만…….
서걱-!
오러를 쓸 줄 아는 여자한테 그게 통하겠냐고.
툭. 투둑.
깔끔하게 절단된 손목과 모가지가 거의 동시에 바닥에 떨어져 굴렀다.
그리고…….
“오, 오러라니…….”
여기까지가 전투의 끝이었다.
아멜리아가 오러를 쓰는 순간 전부 무기를 그냥 내려놨거든. 감당할 수 없는 상대라는 걸 온몸으로 깨닫고 자비에 목숨을 걸기로 한 것이다.
그래 봐야 한참 늦었다마는.
“사, 살려 주십시오. 가진 것은 전부 드릴 테니…….”
“어떡할 거지?”
“당연히 죽인다.”
내 물음에 아멜리아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답했다. 이에 납작 엎드렸던 놈들도 서둘러 무기를 집어 들고서 항전했으나…….
“죽어!”
아니, 그게 되겠냐고.
보니까 다들 평균 6등급 정도밖에 안 되는 거 같구만.
퍼억, 콰직.
서걱!
나와 아멜리아는 오랜 시간 합을 맞춰 온 2인조 약탈자 파티처럼 신속하게 살아 있는 놈들을 정리했다.
걸린 시간은 총 5분 안팎.
‘딜러가 세니까 믿음직 하긴 하네.’
여지껏 어느 팀에서도 느껴 본 적 없는 든든함.
얘는 나중에 어떻게 팀에 못 넣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신속하게 손을 움직여 시체 파밍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이었다.
“으윽…….”
처음부터 내가 눈독을 들였던 라이티늄제 흉갑을 벗기고 있자니, 놈이 움찔하며 몸을 떨었다.
뭐야, 기절해 있던 거였어?
퍼억-!
일단 뒤통수를 후려쳐 눕힌 뒤, 아멜리아에게 물었다.
“근데 이놈은 왜 기절만 시킨 거지?”
“……아까, 피 묻은 건 싫다 하지 않았나.”
아…….
“고, 고맙다?”
“…….”
“크흠흠.”
잠시 어색한 상황도 있었으나, 몇 분 더 지나자 대충 파밍이 끝났다.
어찌된 게 전투보다 파밍이 더 오래 걸리네.
그래도 노동 대비 수익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지상에서 내다 팔면 7천만 스톤은 되겠는데.’
확장형 배낭에 쑤셔 박기 전, 전리품들을 한 번 쓱 둘러보고 있자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게 몇 분 치고받고서 얻은 결과물이라고?
‘설마 지하에 이런 개꿀 사냥터가 숨겨져 있을 줄이야.’
어쩌면 노아르크는 사람 살기 좋은 동네일지도 모르겠다.
***
철컥.
라이티늄제 흉갑을 입은 뒤, 놈이 입고 있던 세트로 각반과 잡다한 장비들까지 착용했다.
흉갑만큼이나 사이즈가 찰떡이었다.
암, 바바리안이고 뭐고 모름지기 전사라면 갑옷은 제대로 맞춰야지.
“그럼 슬슬 이동하지.”
“아, 그래.”
커튼이 쳐진 창문들 틈으로 느껴지는 인근 거주민들의 시선이 불편했기에, 서둘러 골목길을 빠져나와 대로에 들어섰다.
그리고 아멜리아를 뒤따르며 마음 편히 주변을 구경했다. 신입인 티를 팍팍 내면 또 파밍의 기회가 올지도 모른다는 합리적인 판단.
음, 그랬을 터인데…….
“미행은 없나?”
“없다.”
한참을 걸었는데도 미끼를 무는 놈이 없다.
“지금도 없나?”
“……없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조심스레 아쉬움을 내비치자, 아멜리아는 무슨 이런 놈이 있냐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노아르크는 작은 곳이라 소문이 금방 퍼진다.”
아, 우리를 따라 들어온 놈들이 전부 돌아오지 못했으니, 아까처럼 섣불리 덤벼들 리 없다는 거구나.
“……으윽.”
나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주저앉았다.
이에 아멜리아가 화들짝 놀라며 자세를 낮췄다.
“다친 건가? 아까 분명 외상은 없었는데, 설마 독?”
아멜리아가 서둘러 해독제를 먹이려 들기에, 나는 작게 속삭였다.
“걱정 마라. 다친 척하는 거다.”
“………뭐?”
“혹시 이러면 또 와줄 수도 있지 않나.”
“바바리안, 너는 정말…….”
아멜리아의 눈빛에 혐오가 생기는 듯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쩝, 자기도 파밍할 땐 즐거워 해놓고.
이렇게 사람한테 무안을 주네.
“얼른 따라오기나 해라. 더 늦으면 오늘 밖에서 자야 할 수도 있으니.”
“알았다.”
아무튼, 이후로 도시 중심부로 이동한 우리는 근처에 숙소 하나를 구했다.
아, 물론 방은 두 개가 아니라 하나로 잡았다.
소문이 퍼진 와중에도 우리를 노린다면, 그만한 실력을 가진 놈들일 거라던가?
“다행히 침대는 여러 개군.”
“노아르크의 숙소는 다 이런 형태니, 놀랄 거 없다.”
“응?”
“이런 곳에 혼자 와서 자는 놈은 이 도시에 없으니까.”
들어 보니 가정을 이뤄 집을 구매한 게 아니라면, 대부분 동료와 생활까지 함께하는 게 일반적이란 모양인데…….
어느 정도 납득은 간다.
이런 곳에서 생활을 하려면 무리 지어 다니는 게 가장 안전하긴 할 테니까.
“얀델, 네가 먼저 씻어라. 그동안 나는 전리품을 정리하고 있지.”
“아, 금방 나오겠다.”
이후 순서대로 몸을 씻은 다음에는 아멜리아가 욕실에 들어갔고, 그다음에 우리는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전리품은 어떻게 할 거지?”
“일단은 팔지 않고 보관할 거다. 추후 지상에서 파는 쪽이 세 배는 더 비싸니.”
“생각보다 차이가 많이 나는군?”
“수요보다 공급이 압도적으로 많으니 당연한 일이다.”
음, 하긴 그렇겠네.
약탈자들은 마석보다 장비를 더 많이 캐오니까.
“근데 예전에 들어 보니 지상과 지하를 넘나드는 상단도 있다고 했던 거 같은데. 그냥 그쪽에 넘기면 안 되나?”
“뭔가 착각을 한 모양이군. 내가 세 배 더 비싸다 말한 건 상단에 넘겼을 때를 말한 가격이었다.”
“……그렇군.”
“그러니 필요한 게 있으면 팔 생각하지 말고 써라. 이 도시는 그런 곳이니까.”
아무튼 전리품 처분 관련 대화는 이거로 끝.
이후로는 본론에 들어갔다.
“그래서 이제는 어떻게 할 거지?”
일단 예정대로 노아르크 입성은 성공했다.
그리고 우리가 이곳에서 이뤄야 할 목표는 총 두 가지.
1. 성주가 보관 중인 ‘기록의 파편석’을 탈취해 원래 시대로 돌아가기.
2. 아멜리아의 소망 이루기.
사실 말은 않았지만, 2번의 경우에는 이루기 어려울 것이다. 이 여자의 소망이 이뤄지려면 과거가 바뀌어야 하니까.
‘그때 표정이 굳은 걸 보면 얘도 이걸 어느 정도 인지한 거 같기는 한데…….’
하면, 과연 아멜리아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왜 그런 걸 묻는 거지?”
“혹시라도 생각이 바뀌었을까 봐.”
내 천연덕스러운 대답에 아멜리아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이상한 말을 하는군. 계획에 변동은 없다.”
그래, 너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거구나.
***
지하도시 노아르크에도 낮과 밤은 존재한다.
다만, 새벽과 저녁은 없다.
활동 시간이 되면 천장에 박힌 보석들이 빛을 뿜어내고, 밤 시간이 되면 최소 출력으로 전환된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낮이군.”
하룻밤을 지내고, 창문 너머가 밝아지자마자 우리는 거리로 나왔다.
그것만으로도 낯선 도시라는 게 확 느껴졌다.
그야 낮이 되자마자 모든 건물에서 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 게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닐 테니까.
“그만 구경하고 이리 와라. 늦으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니.”
“아, 알았다.”
이후 아멜리아를 따라 도착한 곳은 노아르크 중심부에 위치한 영주성이었다.
어제 멀리서 봤을 때와 달리 커다란 성문은 활짝 열린 채로 수많은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다들 왜 저리로 가는 거지?”
“대부분의 일자리가 영주성에 있으니까. 미궁에 들어가지 않는 자들은 거기서 배정받은 일을 하고 삯을 받아 생활한다.”
이건 뭐, 공산주의 국가도 아니고.
하긴, 이런 데서 살아남았으니까 노아르크 출신들이 다 그렇게 악착같은 거겠지.
[미궁 관리처]이내 목적지에 도착한 우리는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는 탐험가 길드와 비슷했다.
실제로 하는 일도 크게 다르지 않았고.
“그럼 이따가 보지.”
“아, 그래.”
시간을 아끼기 위해 서로 짧은 줄을 찾아 섰다.
노아르크에선 미궁에 들어가려면 생각보다 해야 하는 일이 많았다.
일단 이제 막 도시에 들어온 신입이라면 따로 등록부터 해야 할뿐더러, 보아하니 매번 미궁에 들어갈 때마다 입장비도 따로 지불을 해야만 하는 모양인데…….
‘어찌된 게 여긴 라프도니아보다 더 악질이냐.’
노아르크의 시초가 왕가 타도를 외치던 ‘오르미 혁명단’이란 걸 생각하면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
‘그나저나 줄은 대체 언제 줄어들어? 이럴 거면 라프도니아처럼 번호표라도 만들어 두던가. 사람 다 모아두고 줄 세우는 건 뭐 하는 짓이야.’
그렇게 느린 일처리와 낙후된 시스템에 속으로 불만을 늘어놓으며 30분 넘게 줄을 서던 때였다.
“오, 형씨! 등록 서류를 쓴 걸 보니 신입인가 봐?”
다섯 명으로 된 탐험가 무리가 건들거리며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친한 척 내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근데 우리가 바빠서 그런데 순서 좀 양보해 줄 수 있나? 응? 이제 우린 같은 진영 사람이잖나. 서로 돕고 그래야지.”
잠시 상황 파악이 안 됐다.
‘뭐지?’
또 소매넣기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