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Game as a Barbarian RAW - chapter (336)
336화 투 더 퓨처 (6)
“내일이면 돌아갈 수 있다고? 그게 무슨 소리냐?”
내 물음에 아멜리아가 시선을 피했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처음부터 짚이는 게 하나 있었다.”
“처음부터……?”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설마 돌아갈 방법을 얘기할 때마다 어딘가 어색한 표정을 짓던 것도 그래서인가?’
이전 대화에서 느낀 위화감이 착각이 아니었음은 깨달았으나, 이해되지 않는 점은 아직 남아 있었다.
“처음부터 짚이는 게 있었다면, 대체 왜 미리 말하지 않았던 거지?”
내가 빤히 바라보자 아멜리아가 한 번 더 나를 힐끗했다가 시선을 피했다.
결국 단도직입적으로 물을 수밖에 없었다.
“혹시… 넌 돌아가기 싫은 거냐?”
“그건…….”
말꼬리를 흐리던 아멜리아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건 절대 아니다. 단지 이곳에 조금 더 머무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을 뿐…….”
“뭐? 대체 왜?”
나도 모르게 고개가 절로 갸웃했지만, 아멜리아의 입장에서 차분히 생각을 해보니 납득이 갔다.
“그, 그건—”
“아, 그렇군. 알겠다.”
“알겠다니……?”
“언니를 두고 가는 게 마음에 걸렸던 거 아니냐.”
우리가 떠나면 앞으로 20년 동안 라우라는 홀로 살아가야 한다.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뒤에서 도움을 주고 싶었을 게 당연하며, 적어도 어떠한 삶을 살아가게 될지는 확인하고 떠나고 싶었을 것이다.
“그냥 솔직히 말해줘도 좋았을 텐데. 내가 너한테 그 정도 신뢰도 못 줬을지는 몰랐군.”
“아…….”
“우리는 동료 아니냐. 그런 건 그냥 말해라.”
“…그러지, 다음부터는 미리 말하겠다.”
“그래.”
신속하게 우리 사이에 있었던 오해를 풀은 나는 다음 사안으로 넘어갔다.
지금의 대화에서 가장 중요할지도 모르는 그것.
“그래서 짚이는 게 뭐였기에 내일이라도 당장 돌아갈 수 있다고 자신한 거냐?”
“아, 그거 말인가.”
내 물음에 아멜리아는 정신을 차리고 그 방법에 대해 설명해 주었고, 중간에 몇 가지 질문까지 해가며 귀 기울여 듣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 확실히…….’
그럴듯한 이야기였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듣자마자 직감점으로 느낌이 딱 왔다.
그래, 이거였구나.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역할이.
***
다음 날 아침.
이른 시간에 체크아웃을 하고 나온 우리는 근처 음식점으로 향했다.
아멜리아가 가고 싶은 곳이 있다고 했거든.
뭐, 나야 얼른 할 일을 끝내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20년 뒤에는 없어지는 음식점이라서……. 아, 물론 힘들 거 같다면, 그냥 바로 가도 상관없다.
저렇게 말하는데 어떻게 안 가?
‘하긴, 돌아가면 쉴 시간이 없을 테니까. 얘는 그동안 일만 하느라 매일 돌아다니기도 했고.’
심지어 아멜리아는 부탁을 하면서도 부끄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아마 이런 평범한 욕구를 내보이는 게 창피했던 모양인데…….
응원할 만한 긍정적 변화였다.
이런 요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유대가 쌓였다는 뜻 아니겠는가.
“혹시 하고 싶은 게 더 있으면 말해라.”
“그럼… 혹시 9구역의 아랑드제 미술관에 들러도 괜찮겠나?”
“…미술관?”
“보고 싶은 그림이 있다. 그… 보고 싶었는데 나중에는 찾아가도 볼 수가 없더군. 어느 돈 많은 귀족에게 팔렸다는 모양이었다.”
아무튼, 이런 이유에서 식사를 마친 뒤에는 박물관으로 향했다. 아멜리아는 보고 싶었다는 그림 앞에서 30분이 넘게 아무 말 없이 그림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다른 것도 좀 봐도 괜찮겠나?”
“물론이다.”
이후 미술관을 돌며 다른 그림이나 조각상들을 감상했다.
솔직히 조금 의외였다.
‘이런 취미가 있었을 줄은 몰랐는데.’
눈빛만 봐도 얘가 진심으로 즐거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뭐,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겠지만.
“아멜리아, 구경도 좋지만 슬슬 배가 고픈데…….”
구경을 하다보니 어느덧 한낮이 되었기에, 근처 식당에서 끼니를 때웠다.
그리고…….
“얀델, 마지막으로 한 곳만 더 들러도 되겠나?”
아멜리아의 요구로 다시 마차를 타고 이동했다.
도착한 곳은 레아틀라스 교단의 보육원이었다.
어린 시절의 드왈키가 머무르기도 했던 바로 그곳.
‘여긴 묘하게 인연이 깊단 말이지.’
우리는 건물 안에 들어서지 않고서 그 건너편 벤치에 앉아 창문으로 보이는 라우라를 보았다.
병상에서 회복한 그녀는 데스크에 앉아서 서류 업무를 보고 있었다.
신관의 소개로 보육원에 취직을 하게 됐다던가?
“소일거리 정도나 돕는 줄 알았는데, 서류 업무를 하는 걸 보니 벌써 글까지 읽는 거 같군.”
설마 기억이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건가도 싶어서 아멜리아에게 말해봤으나, 얘는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건 아닐 거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는 거냐?”
“언니는… 글을 읽지 못했으니까.”
“…뭐?”
그럼 겨우 몇 주 동안 신관에게 배운 걸로 행정 업무를 볼 수 있을 정도가 됐다고?
얼떨떨하지만, 납득 못할 이야기까진 아니었다.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이 간혹 존재하니까.
“…천재였군.”
“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언니의 기억력이 남다르다는 건 알았지만…….”
“신관은? 글을 가르쳐준 신관은 이상하게 보지 않았나?”
“그 여자는 단지 기억이 되돌아오는 과정이라고만 여기더군. 언니도 그렇게 생각하는 중이고.”
어쩌면 이들 자매의 진짜 재능은 사람을 죽이는 것 따위가 아니었을지 모른다.
단지 환경이 그렇게 만들었을 뿐.
만약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다면 아멜리아는 어떻게 자랐을까? 그림을 좋아하는 거 같던데, 그쪽으로 유명해지거나 했을 수도—
“뭐지 그 눈은?”
아, 너무 빤히 바라봤나?
“…아무것도 아니다. 그보다 언제까지 볼 거냐? 이제 네 언니도 퇴근하는 거 같은데.”
“이제… 가야겠지.”
라우라가 서류 작업을 끝마치고 외투를 걸쳐 입는 것을 끝으로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끼이이익.
잠긴 하수도의 자물쇠를 따고서 그 아래로 걸음을 내디뎠다.
그야 노아르크로 가는 길은 여기밖에 없으니까.
“또 거기로 가게 될 줄은 몰랐는데. 뭔가 일이 생기는 건 아니겠지?”
“아마 괜찮을 거다. 묘지가 아니더라도 몰래 들어가는 길이 하나 더 있으니까.”
예전엔 노아르크의 신분이 필요해서 브로커를 통해서 정식으로 입국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기에 아멜리아가 아는 길을 통해 밀입국을 했다.
영주성과 연결된 길목이라던가?
“근데 노아르크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냐?”
가는 동안에는 노아르크를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안 그래도 왕가와 오르큘리스 성주, 그리고 제 4의 세력인 우리까지 합쳐져 그 큰 사건이 있었으니 이후 상황이 궁금했던 것.
“노아르크라면 지금쯤 차대 성주가 한창 열심히 수습 중일 거다.”
“수습?”
물론 어떻게든 수습이 된다는 결과야 알지만, 그 과정이 궁금했다.
“먼저 왕가와 손을 잡고 기습해 놓고서 진 건데 어떻게 해야 수습이 될 수 있지?”
“그야 오르큘리스도 이 도시가 필요하니까.”
손에 넣으면 되는 거 아닌가도 싶었지만, 얘기를 들어보니 다 이유가 있었다.
“노아크르에 미궁과 이어지는 포탈이 열리려면 성주 가문의 핏줄이 필요하다.”
그래서 차대 성주는 부친의 죽음을 인지하자마자 본인을 제외한 가문의 핏줄을 전부 죽였다.
그들이 유약한 형제를 꼭두각시로 만들어 도시를 통치할 것을 우려한 것인데…….
‘난놈이긴 하네. 거기서 바로 그 판단을 하다니.’
이후 차대 성주는 오르큘리스에게 일정 부분을 양보하는 것으로 휴전을 이끌어냈고, 도시를 차차 안정화 시켜나갔다.
이게 앞으로 20년간 있을 이 도시의 전말이다.
“도착했군.”
이내 하수도를 지나 영주성에 도착한 우리는 경비의 눈을 피해 은밀하게 움직이며 성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아직도 탄내가 나는 도시의 거리를 지나쳐 아담한 저택 앞에 도착했다.
“얀델, 잠시 기다려주겠나? 혼자 다녀오겠다.”
“그러지.”
아멜리아의 집이었다.
***
똑똑, 소리를 내며 노크를 할 이유는 없었다.
이 시절의 자신은 문을 잠그고 살지 않았으니까.
될 대로 되라는 자포자기의 심정이었다.
끼이익-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선 아멜리아는 쓰윽 주변을 둘러보았다. 딱 기본적인 초기의 가구들만 들어선 형태였으나 오히려 그게 더 익숙했다.
연금술사 할아범이 마련해 준 이 집은 언제나 이 상태였으니까.
성인이 되어 이 집을 떠날 때까지도.
“…….”
인기척을 느꼈는지 벽에 기대어 웅크리고 있던 소녀가 고개를 들어 자신을 보았다.
“에밀리 님……?”
무채색의 동공에 이채가 떠올랐다.
아멜리아에게 독심술은 없었지만, 그 상대가 과거의 자신이기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훤히 알 수 있었다.
“호, 혹시…….”
혹시나 하는 기대.
언니가 살아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
“네 언니는 죽었다.”
“아…….”
아멜리아가 딱 잘라 말하자 소녀가 고개를 떨궜다.
소녀의 눈에 떠올랐던 이채는 어느샌가 사라져 있었다.
다만 아멜리아는 소녀를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말하였다.
“너는 머지않아 다시 미궁에 들어가게 될 거다. 그리고 예전처럼 시궁창 같은 삶을 살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또 죽이게 되겠지.”
“……그래서요.”
자극적인 말이 효과가 있었는지, 텅 빈 인형 같던 소녀가 반발하듯 고개를 들었고, 아멜리아는 그녀를 향해 손을 펼쳐서 내밀었다.
“나와 약속해라, 바바리안만은 죽이지 않겠다고.”
“……제가 왜 그래야 하죠?”
아멜리아는 의심의 여지 없이 답하였다.
“나중에 이 약속을 지킨 게, 네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하는 날이 올 테니까.”
그 말에 소녀는 입을 꾹 다물었다.
겉으로는 표정이랄 것도 없었으나, 아멜리아는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의 자신은 이 말을 듣고서 생각한다.
왜 이런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거 같지는 않다고.
아니, 오히려 나를 위해 진심으로 조언을 해주는 거 같다고.
마치 이제는 없는 언니처럼…….
꽈악.
아멜리아는 소녀의 손을 잡고 깍지를 꼈다. 그리고 세 번을 손으로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그들 자매가 무언가 약속을 할 때 쓰던 행위였다.
“이걸… 당신이 어떻게…….”
아멜리아는 소녀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저 잡았던 손을 풀고서 등을 돌려 문 쪽을 향해 걸어갔다.
터벅, 터벅.
이내 아멜리아가 문 앞에 섰을 때 소녀가 입을 열어 지친 음성을 토해냈다.
“만약에…….”
“…….”
“만약에 그 바바리안을 죽이지 않았을 때, 제 신변에 위협이 생기는 경우라면요? 그때도 그 약속을 지켜야 하나요?”
어린 시절의 자신다운 물음이었다.
약속의 중요성을 수없이 가르쳐온 언니를 생각해서라도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도 않겠다는 것.
그러나 아멜리아는 자신있게 말했다.
“그땐 네 마음대로 해도 좋다.”
어차피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
이내 아멜리아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아,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
“문은 잠그고 다녀라.”
아멜리아는 조용히 문을 닫고서 등을 돌렸다.
조금 떨어진 골목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바바리안의 모습이 보였다.
“얘기는 다 끝났나?”
“그래.”
약속은 지켜질 것이다.
비록 우리의 의도를 알 수 없고, 언니가 죽는 걸 막아내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니까.
언니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을 땐 반드시 갚으라고 가르쳤으니까.
“아멜리아. 근데 아까부터 저기 멀리서 금발 꼬맹이가 나를 보고 있는데……. 해결해야 하지 않냐?”
아멜리아는 바바리안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익숙한 얼굴의 소년이 보였다.
“아, 왜 이렇게 익숙한가 했더니 혹시 쟤가 가드위버 드로우스, 걔냐?”
“그래, 그 녀석이 맞다. 진짜 이름은 따로 있지만.”
아멜리아는 그리 말하면서도 생경한 기분이었다.
저 소년은 훗날 그녀에게 기록의 파편석이란 보물의 존재를 알려준다. 그리고 탈취하기 직전에 배신하여 혼자 도망가며 원수로 변한다.
귀에 남은 흉터도 그때 생겼고.
성주와 노아르크 내에서 살인을 할 수 없다는 맹약을 맺은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뭐, 언제부터 언제까지라는 정확한 기간이 있었던지라 이 시대에선 작동이 되지 않았다마는.
아무튼,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이상할 정도로 아무런 기분도 들지 않는군.’
저 얼굴을 보고서도 분노가 일지 않는다.
마치 가슴속에 분노와 증오라는 케케묵은 감정이 사라지기라도 한 것처럼.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하는 거 아니냐?”
그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아멜리아는 평온하기만 한 이 감정의 원인을 깨달았다.
“아니, 상관없다. 내버려둬라.”
“내버려두라니?”
결국 돌이켜보면 하나의 과정이었다.
저 녀석과 얽히게 되며 겪은 고통들조차도.
훗날 이 남자와 만나기 위한.
“……뭐야, 갑자기 왜 웃어?”
“안 웃었다.”
“웃었는데?”
“…….”
아멜리아는 끈질긴 바바리안의 물음을 싹 무시한 채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러자 바바리안이 서둘러 따라붙었다.
“야, 근데 이건 왜 작동을 안 하냐?”
“글쎄, 곧 작동되겠지.”
“아니, 그래도 작동을 안 하면?”
“그럼 그냥 여기서 둘이 살아가는 수밖에 없겠지. 나는 그래도 상관없다.”
“어… 그건 좀 그런데……. 아니, 네가 싫다는 건 절대 아니고…….”
바바리안이 곤란한 듯 말꼬리를 흐렸다.
아멜리아는 자기도 모르게 또다시 피식 웃고 말았다.
거울 앞에서 짓던 어색한 웃음이 아닌 진짜 웃음.
휙.
아멜리아가 걸음을 멈추고 등을 돌리자, 뒤에서 따라오던 바바리안과 몸이 부딪치며 포개졌다.
그리고 그 순간.
번뜩-!
세상이 새하얀 빛으로 물들었다.
***
‘철가면……?’
금발 소년이 그들을 발견한 것은 철저하게 우연이었다. 어딘가 길거리에 털어먹을 만한 취객이 있나 돌아다니던 그의 눈에 그들이 들어왔다.
그는 소문처럼 철투구를 쓰지 않은 채였지만…….
저런 무지막지한 체격을 가진 인간은 이 도시에 없었다. 아니, 지상을 통틀어서도 몇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
바바리안이라면 모를까.
‘무엇보다 옆에 있는 빨간 머리의 여자…….’
그 유명한 철가면과 에밀리였다.
소년은 여자가 집 안으로 들어가는 걸 본 뒤부터 몸을 숨기고 그들을 관찰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가 집에서 나와 철가면과 합류했다.
그런데 이쪽의 시선을 느꼈을까?
“……!”
소년은 그들과 눈이 마주친 듯한 기분이 들어 목을 움츠렸다.
그 순간이었다.
찬란한 빛이 터져 나오며 이 캄캄한 지하 도시를 밝게 물들인 것은.
번뜩-!
찰나와도 같던 섬광.
그 섬광이 잦아들자 인적이 없던 거리에 혼란이 찾아왔다. 취객들은 몸을 벌떡 일으켜 세웠고, 건물 내에 있던 자들은 헐레벌떡 창문을 열었다.
“뭐, 뭐야! 방금 그 빛은!”
“……마법?”
“뭔가 몸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니겠지?”
모두 하나같이 당황한 채 사태의 원인을 찾았다.
다만 골목길에 숨어 있던 한 금발 소년은 달랐다.
‘철가면이 사라졌어…….’
그들이 사라졌다.
하나 소년은 그 이유에 의문을 품지 않았다.
태어난 순간부터 노아르크에서 생존을 해와야 했던 소년은 단지 본능에 몸을 맡긴 채 달려나갔다.
그리고…….
‘……이 돌! 이 돌에서 빛이 나왔어.’
소년은 옷가지 위에 떨어진 돌멩이를 주운 뒤 품에 집어넣고서 재빠르게 골목길로 숨어들었다.
그리고 얼마나 흘렀을까.
“저기! 저기에서 빛이 터져 나왔소!”
“내가 저기 저 창문에서 봤는데, 빛이 터져 나오고 사람이 사라졌다니까?”
야밤에 벌어진 소란에 찾아온 경비병이 상황을 청취하기 시작했고, 빛의 중심지에 있던 남녀의 정체를 깨달았다.
“바바리안처럼 보이는 사내와 붉은 머리의 여자?”
“철가면! 철가면이다! 성주님께서 찾고 있던 바로 그자! 남은 흔적들을 조사해라!”
“신분패! 옷가지 사이에 신분패가 있습니다!”
“6등급 탐험가, 니벨즈 엔체……. 이게 철가면의 본명인가? 여자 쪽의 신분패는?”
“애석하게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대장님, 어떤 꼬맹이가 여기서 뭔가를 집어갔다고 합니다”
“뭐? 어디로 갔다고 하더냐!”
이내 경비병들이 다급히 소년이 사라진 골목으로 달려나갔지만, 이미 사라진 소년을 찾아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