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264
264
소드마스터 힐러님 264화
81장 조우(3)
“그럼 에리나 경께서는 거점 방어를 맡아주시겠습니까?”
하인츠가 말했다. 제국 쪽의 검성이 거점을 공격하는 상황에 대비해야 했다. 에리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지원 병력을 편성하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길잡이 1명이면 충분합니다. 여럿이 움직이면 은밀성이 떨어집니다.”
정예들이 따라붙는다고 해도 검성들 간의 전투에서는 방해가 될 뿐이었다.
“아무래도 그렇겠군요.”
성준이 굳이 덧붙이지는 않았지만, 하인츠도 숨은 뜻을 바로 간파하지 못할 정도로 눈치가 없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길잡이로 아피켈 경을 데려가십시오. 기사 여단 서열 88위 출신이니…… 방해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하인츠가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여단 서열 88위면 실력은 증명되어 있다고 봐도 좋았다. 성준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방해가 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좋습니다. 지금 바로 출발하도록 하죠.”
“아피켈 경을 불러오겠습니다.”
성준의 대답에 하인츠는 잠시 다른 곳에서 대기하고 있던 아피켈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붉은 숲이 포위되었을 때에 대비한 외부와의 접촉 지점을 기억하고 있겠지?”
해방군에게는 거점이 포위당하여 통신이 차단되었을 때를 대비한 접촉 장소가 정해져 있었다. 그것을 알고 있는지 재확인하는 것이었다.
“물론입니다.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였다. 그 모습을 보며 하인츠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길잡이 역할을 맡겨도 되겠군.”
이윽고 하인츠의 시선이 성준에게 향했다.
“강성준 경께서는…… 바로 출발할 생각이십니까?”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성준이 대답했다. 조금 전의 전투에서 승리했다고는 하지만 제국군의 포위망은 점차 좁혀 오고 있었다.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었다.
“저는 준비됐습니다!”
아피켈이 외쳤다. 그의 목소리에서 자신감이 넘쳤다. 검성과 같은 전장에 설 수 있다는 사실은 그를 고양시키기에 충분했다.
“아피켈 경도 준비가 된 것 같군요. 그래도 1시간 정도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해방군 병력을 동원해서 교란 작전을 펼치겠습니다. 강성준 경께서 포위망을 돌파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하인츠 경.”
해방군 쪽에서 교란 목적으로 병력을 움직인다면 제국군의 포위진도 잠깐이나마 흔들릴 것이다. 성준과 아피켈은 그 순간 만들어질 작은 빈틈을 공략해야만 했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하인츠가 말했다. 그는 곧 전령을 통해 교란 작전에 나설 병력을 소집했고 성준은 아피켈과 함께 호흡을 맞출 준비를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하인츠가 다시 성준을 찾아왔다.
“군의 준비가 끝났습니다.”
처음에는 1시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었지만 아직 30분밖에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교란이 시작되면 신호를 주시지요. 바로 행동하겠습니다.”
“제국군과 전투가 시작되면 신호탄을 쏘겠습니다.”
하인츠가 대답했다. 성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집결한 해방군 병력이 제국군을 교란하기 위해 출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들은 제국군과 조우하였고 전투를 시작했다.
“신호탄을 쏴라.”
전령이 미리 준비된 신호탄을 하늘로 쏘아 올렸다. 붉은 불꽃이 어두운 밤하늘을 물들였다.
거점 외곽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성준과 아피켈은 붉은 신호를 발견하고는 즉시 행동에 나섰다.
“제가 길을 안내하겠습니다.”
아피켈이 앞장서서 움직였다. 기사 여단 출신답게 기척을 죽인 채 움직이는 은밀 보행이 숙련된 살수와 견줄만한 수준이었다.
성준도 기척을 죽이고 발걸음을 옮겼다. 은신 스킬을 사용하기에는 이동 속도가 빨랐다.
은밀하게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군마를 사용하지 않고 도보로 이동해야 만 했다.
해방군이 다수의 병력을 동원하여 교란전을 펼친 탓인지 숲속을 순찰하는 이들의 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어 있었다.
“얼마나 남았습니까?”
“가장 빠른 길입니다. 이 속도라면 앞으로 4시간 정도 더 이동해야 합니다.”
성준의 물음에 아피켈이 대답했다. 그들은 은밀하게 움직일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둘 다 인간의 한계를 아득히 초월한 이들이었기 때문에 그 이동 속도는 말을 타고 움직이는 것보다 조금 느린 정도였다.
“이제 2시간 정도만 더 가면 됩니다.”
아피켈이 보고했다.
“잠깐, 멈춰요.”
성준은 아피켈을 멈추게 했다.
“전방에서 다수의 기척이 느껴집니다. 포위 거점인 것 같네요.”
“그렇다면 우회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네. 좌측이 비어 있습니다.”
설명이 끝났다. 아피켈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지금까지는 교란으로 인해 순찰과 조우할 일이 없었지만, 거점이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보아 이제부터는 제대로 된 포위선을 넘어야 하기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하나 넘었군요.”
첫 번째로 조우한 포위 거점을 무사히 지나쳤다. 다수의 제국군이 지키고 있었지만, 성준의 수준 높은 기척 감지와 유령의 몸을 가진 리슈발트의 선행 정찰 덕분에 무리 없이 통과할 수 있었다.
“적들의 수가 생각보다 많았는데, 강성준 경 덕분에 쉽게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앞에 더 많은 거점이 있습니다.”
성준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그는 말을 마치며 리슈발트를 향해 조용히 시선을 던졌다. 선행 정찰을 지시하는 무언의 신호였다.
-수행하겠습니다!
리슈발트는 짧은 대답과 함께 앞으로 이동했다. 동조율이 높아지면서 한 번 마력을 보급받으면 일정 시간을 성준과 떨어진 상태로 정찰 행동이 가능했다.
-전방 1㎞ 지점에 거점이 하나 있습니다. 주둔 중인 군의 규모는 300명 정도입니다!
잠시 뒤, 리슈발트가 돌아와서 보고했다. 계속 이동 중이었지만 성준과 리슈발트는 마력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떨어져 있어도 서로를 찾는 게 어렵지 않았다.
두 번째 거점도 조용하게 통과하였고 세 번째 거점을 앞에 두고 있었다.
그곳만 넘으면 붉은 숲을 벗어날 수 있다고 아피켈이 말했기 때문에 성준은 들뜬 마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 순간이었다.
“커헉!”
“아피켈 경!”
섬광이 번뜩이고 아피켈이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으며 쓰러졌다. 성준은 황급히 검을 들어 올리며 주변을 살폈다.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 적은 최소 검성급이다.’
성준은 적이 검성급의 무력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했다. 눈동자를 빠르게 움직였다.
처음에는 기척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었지만 아피켈을 공격함으로 인해 희미하게나마 흔적이 드러났다.
“거기냐!”
외침과 함께 성준이 뒤로 몸을 돌렸다. 동시에 마력을 끌어 올리며 응용 검술을 펼쳤다.
“환영검!”
검을 휘두르자 소환된 31개의 환영검이 전방을 향해 폭풍처럼 쏟아졌다.
일순간 어둠 속에서 화려한 푸른빛의 실선이 수십 개 그어졌다. 금속 충돌음과 함께 31개의 환영검이 튕겨 나왔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두 자루의 소검을 든 중년의 기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은신의 장막 뒤에 숨어 있었던 것이었다.
“내 기척을 읽은 건가? ‘하얀 악마’가 검성이라는 소문은 사실이었군. 우선은 반갑다. 나는 13기사회의 검성, 켈트론이라고 한다.”
중년 남성은 스스로를 소개했다. 성준은 ‘켈트론’이라는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는 성준, 그러니까 로우켈이 리도니아 대평원에서 목숨을 잃기 전부터 발리안의 측근이었던 기사였다.
그는 특등 살수보다 뛰어난 은신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전생의 마지막 기억에서 켈트론의 기사 여단 서열은 3위였었다.
‘설마 검성이 되었을 줄이야…….’
은신 능력은 뛰어났지만 검성의 자질은 없다고 생각했었다. 어쩌면 발리안의 특훈이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는 간사하긴 했지만, 검술에 대한 재능만큼은 천재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정도로 뛰어났다.
-아피켈 경의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이대로 두면 목숨을 잃을지도 모릅니다.
리슈발트가 보고했다. 성준은 여전히 켈트론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피켈의 상태를 살피지 못했었다.
검성과의 전투는 순식간에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아피켈을 향해 잠깐이라도 시선을 옮길 수 없었다.
“신성 기도문으로 동료를 구할 생각은 접어 두는 게 좋을 거다. 나 또한 제국의 검성이니…… 한눈팔다가는 죽을 거다.”
차가운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켈트론은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럼, 너부터 죽이면 되겠군.”
성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검을 들어 올려서 켈트론을 향해 겨눴다. 왼손에는 ‘하크의 단검’을 들고 있었다. 켈트론이 들고 있는 두 자루의 소검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그게 그렇게 쉬울 거라고 생각하나?”
“어렵지는 않을 것 같은데?”
섬광이 반짝였다. 먼저 움직인 쪽은 성준이었다. 켈트론은 성준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소검을 들어 올리며 완벽한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 모습을 본 성준은 ‘참검’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지금 참검을 사용하면 반격당한다!’
참검은 공격력은 높지만, 발현 동작이 큰 응용 검술이라서 잘못된 상황에서 사용하면 치명적인 반격을 허용할 수도 있었다.
“환영검!”
차선책은 ‘환영검’이었다. 성준이 응용 검술을 펼치자 켈트론도 화려하게 검을 휘둘렀다.
“연검!”
날카로운 기합과 함께 응용 검술이 펼쳐졌다. 휘둘러진 검이 환영검을 쳐냈다.
성준은 왼손에 든 단검으로 방어 태세를 갖춘 채 오른손에 든 ‘로엘’을 켈트론의 심장을 노리고 내찔렀다.
“큭!”
조금 전에 환영검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회수와 함께 연격을 펼치는 소름 끼치는 검술의 향연에 켈트론은 신음을 내뱉으며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을 본 성준은 확신했다.
‘역시! 켈트론은 은신 특화다! 기습에 사용하지 않는 통상 검술의 수련은 게을리한 게 분명해!’
켈트론은 특등 살수보다 뛰어날 정도로 은신에 특화된 능력을 가진 기사답게 처음의 기습에 모든 것을 거는 타입인 것 같았다. 성준에게는 다행이었다. 통상 검술에 능숙한 검성이었다면 상대할 때 조금 더 힘들었을 것이었다.
‘빈틈!’
5분 동안 1천 번에 가까운 공방을 주고받았다. 켈트론의 표정이 점차 힘겨워지더니 마침내 완벽에 가까웠던 방어 자세가 흔들렸다.
그로 인해서 생긴 빈틈을 성준은 놓치지 않았다. 오른손의 ‘로엘’로 켈트론의 소검을 받아쳐 내는 것과 동시에 그에게 파고들며 단검을 내찔렀다.
“제, 제기랄!”
켈트론은 욕설을 내뱉었다. 왼손이나 오른손의 소검을 회수하거나 뒤로 물러나기에는 이미 늦었다.
날카로운 단검이 그의 심장을 노렸다. 단검에 깃든 오러는 모든 것을 꿰뚫을 것 같은 기세였다.
“유감이군.”
하지만 성준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싸늘한 미소를 남기며 검을 회수하는 켈트론은 완벽한 반격을 앞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