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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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마스터 힐러님 269화
83장 이계 상륙작전(2)
“루토 경……. 그러니까, 지금 내가 경의 말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이국의 군대가 제국에 상륙할 계획이 있는 것 같은데…… 사실인가?”
“정확합니다. 페이드 후작님.”
해방군의 작전 참모, 대마법사의 경지에 오른 S급의 실력자인 루토가 페이드 후작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이며 대답했다.
“에리나 경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페이드의 시선이 벽에 기대어 있는 에리나에게 향했다. 밀실 안에는 그녀와 페이드, 그리고 루토가 있었다.
“저보다 후작님이 더 잘 알고 있지 않겠죠?”
에리나가 대답했다. 입가에는 가벼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페이드는 과거 제국에서 있었던 피의 숙청에서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해방군 간부 신분을 들키지 않은 채 제국의 동부 방면군사령관을 맡고 있을 정도로 치밀하고 생각이 깊었다.
“확실히…… 지금 해방군의 전력으로는 황제를 끌어내리는 게 힘들다네.”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었다. 페이드는 제국군과 해방군, 두 세력에서 높은 직위에 몸을 담그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전력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냉정하게 알고 있었다.
“페이드 후작님께서도 찬성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루토가 물었다.
“루토 경…… 리블하인 대공과 뱀파이어령의 마족 소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제국이 안정화되어야 하지 않겠나?”
“저도 후작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에리나 경은?”
페이드의 시선이 에리나에게 향했다. 그녀는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제가 반대할 이유가 있나요?”
처음부터 대답은 정해져 있었던 걸지도 몰랐다.
* * *
“청와대에서 길드장님이 상륙군 사령관 직책을 맡아주기를 요청했습니다.”
정철이 보고했다. 예상외의 요청이었기 때문에 성준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상륙군 사령관을 군인도 아닌 내가 맡는다고?”
“이번에 헌터들이 군 편제에 합류하면서 ‘특위’와 ‘특령’이라는 전용 계급이 만들어졌습니다. 미약하긴 하지만 지휘권도 분명 있습니다. 아마, 길드장님께서 상륙군 사령관을 맡게 되더라도, 실질적인 전략전술 지휘는 참모부에서 맡을 것으로 보입니다.”
“명예직이라고 보면 되겠네.”
“그렇습니다. 이번에 북한과의 일 때문에 청와대에서 사과의 의미로 신경을 조금 쓴 것 같습니다.”
명예직이라고 해도 그럴싸한 감투를 쓰게 되면 기분이 불쾌할 리가 없었다. 대통령과 청와대도 생각이 전혀 없는 바보들은 아닌 모양이었다.
“위로가 되는 건 아니지만 받아두는 게 좋을 것 같네.”
성준이 말했다. 정철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지휘권이 약하다고는 하지만, 상륙군 사령관이라는 직위를 가지고 있으면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될 겁니다.”
“좋아. 청와대에 그렇게 전달해.”
상륙군 사령관 직책을 받아들이겠다는 성준의 뜻이 정철에 의해 청와대에 전달되었다.
임명 절차는 청와대에서 이루어졌고 뉴스 채널을 통해 생중계되었다.
오전에 임명 절차가 끝났고 오후에는 참모진들과 인사를 나누기 위해 상륙군 사령부를 방문했다.
“길드장님. 미리 말씀드리는 거지만, 국제 조약이 깨지고 헌터가 정규군에 편성된 걸 별로 안 좋아하는 군인들이 많습니다. 특히나 미약하다고는 하지만 그런 헌터의 지휘를 받는다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정철이 말했다. 성준은 발걸음을 잠시 멈췄다. 바로 앞에 상륙군 사령부 건물이 있었다. 여기서 대화를 끝내고 들어갈 필요가 있었다.
“그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어.”
“청와대에서 먼저 제안한 것이니…… 큰 반발은 없겠지만 길드장님께서 불쾌해하실 만한 일들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성준이 SSS급 헌터라고는 하지만 세상에는 무조건 고개를 숙이는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었다.
“내 성격 알지?”
“물론입니다. 제가 길드장님을 최측근에서 모셨는데, 그 정도도 모르겠습니까?”
정철은 대답과 함께 옅은 미소를 입가에 그렸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성준을 곁에서 보좌했으니, 그의 성격을 모를 리가 없었다.
“물론 적당히 기선을 제압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좋아, 가자.”
상륙군 사령부 건물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로드 길드의 강성준 헌터님, 그리고 박정철 헌터님 되십니까?”
정문에 다다르자 중위 계급의 장교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물었다. 정철이 성준을 대신하여 고개를 끄덕이자 중위는 관등성명을 말하는 것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참모부까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중위가 앞서나가자 성준과 정철이 뒤따랐다. 그들은 승강기를 타고 5층에서 내렸다. 중위가 발걸음을 멈추며 입을 열었다.
“이곳 5층은 참모부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쪽 복도 끝에 있는 상황실에서 참모 장교님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중위의 말대로 넓고 긴 복도 끝에 방이 하나 있었다. 성준은 정철과 함께 발걸음을 옮겼고 중위는 승강기를 타고 돌아갔다.
문 앞에 도달한 성준은 정철과 짧게 시선을 교환하고는 먼저 문을 열고 들어가며 내부를 살폈다.
넓은 상황실 안에 참모 장교들이 대열을 갖춘 채 서 있었다. 모두 30명 정도 되는 숫자였고 그들의 앞에 준장 1명과 대령 1명이 서 있었다.
“참모부 규모가 생각보다 큰 것 같은데……?”
“저도 자세한 건 모르지만…… 이계의 군대와 대적하는 경우가 처음이라…… 모든 변수에 대처하기 위해 규모를 늘렸다는 것 같습니다.”
성준과 정철이 작은 목소리로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가 끝나자 준장이 앞으로 한 걸음 걸어 나오며 경례했다. 그러자 다른 참모 장교들도 성준을 향해 경례를 했다.
그들의 입장에서 성준은 ‘상관’이기 때문에 먼저 거수경례를 해야만 했다.
‘환영을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이건 좀 심하네…….’
참모장과 장교들의 표정으로 속마음을 조금이나마 읽을 수 있었던 성준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생각보다 아니꼽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 보였다. 다들 표정 관리를 하고 있었지만, 성준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소수였지만 성준을 향해 반가운 감정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다는 것이었다.
“참모장 정석진 준장입니다.”
“작전 참모 이한규 대령입니다. 모시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참모 장교들의 대열 앞에 있던 두 사람이 먼저 다가와 관등성명을 말하는 것으로 간단한 소개를 했다.
성준은 눈동자를 빠르게 움직여 그들의 표정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참모장이라고 소개한 준장 계급의 정석진은 대놓고 불쾌하다는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래도 별을 달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어서 그런지 본인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솔직한 성격이 나쁜 건 아니지만 너무 노골적이다 보니 성준도 눈살을 찌푸리게 되었다.
그와는 반대로 스스로를 작전 참모라고 소개한 이한규 대령은 성준에게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사령관님께서는 지휘 교육을 받지 않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참모부에 모든 걸 맡겨 주신다면, 저희가 해결하겠습니다.”
얼핏 들으면 배려해주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차분하게 분석하면 성준은 전문 교육을 받지 않았으니, 가지고 있는 미약한 지휘권도 가능하면 행사하지 말아 달라는 기분 나쁜 뜻이 담겨 있었다.
“그러니까, 제 도움은 필요 없다는 말인가요?”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그렇습니다.”
성준의 물음에 석진이 대답했다. 군부를 대표해서 성준을 견제하라는 명령이라도 받은 것인지 지나치게 솔직한 모습을 보였다.
“이계의 군대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 않습니까? 그래도 이계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제 도움이 있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마음 같아서는 바로 송곳니를 드러내고 싶었지만 현 상황에서는 좋지 않은 영향만 줄 것 같았다.
그래서 성준은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힌 뒤, 참모장의 의견을 재확인하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모든 변수에 대응할 수 있도록, 편성된 참모부가 바로 저희입니다.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석진은 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자신감을 나타냈다. 한규는 그의 옆에서 성준의 눈치를 살피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정 준장님. 아무리 그래도…… 참모 장교들이 모두 보고 있는데, 사령관님한테 말이 조금…….”
“자네는 가만히 있게.”
석진의 계급이 더 높았기 때문에 한규는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성준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참모 장교들 앞에서 기선을 제압해 둘 생각인 것 같습니다.
리슈발트가 말했다. 성준은 고개를 끄덕이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그의 의견에 동조했다.
“이계의 군대에는 기사나 마법사와 같은 초인들이 많습니다. 상륙군이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국제 조약의 파기로 상륙군 또한 헌터 병력을 갖추었으니, 전략 전술적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목소리에서 자신감이 넘쳤다. 석진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기분 나쁜 미소였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성준은 어이가 없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적의를 표현할 줄은 몰랐다. 어쩌면 상륙군 사령관 직위를 받아들인 게 군부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석진도 더 높은 장군의 지시를 받고 행동 중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되었다.
“그렇군요. 참모장님의 의견은 잘 알겠습니다. 저도 쓸데없는 트러블이 생기는 건 원하지 않으니까, 상륙작전에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현명한 판단이십니다. 사령관님은 전투에나 집중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네요. 저는 방금 ‘관여’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성준이 미소를 머금은 채 말하자 석진의 포커페이스가 흔들렸다.
“무, 무슨……? 설마…….”
“맞습니다. 저는 물론이고 로드 길드의 어떤 무력 지원도 없을 겁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뭐가 말이 안 되는지 모르겠네요. 조금 전에 상륙군 사령부의 힘만으로 다 해결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정중한 요청’이 있기 전까지 저는 뒤에서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잘 해보라는 말입니다.”
석진의 표정이 썩어들어 갔다.
“그럼 저는 용무가 바빠서 가보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성준은 말을 마친 뒤, 정철과 함께 상황실을 나섰다. 한규는 석진의 눈치를 살피다 두 사람을 뒤따랐다.
“사령관님!”
“무슨 용무입니까?”
정철이 먼저 발걸음을 멈추고서 한규를 보며 물었다. 이윽고 성준도 한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정석진 준장님의 언행에 대해서는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는 고개를 숙였다.
“일단은 알겠습니다. 돌아가 보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한규는 다시 한번 경례를 올린 후, 물러났다. 성준은 정철과 함께 상륙군 사령부 건물에서 나와서 대기하고 있는 차량에 올라탔다. 운전석에는 한석이 앉아 있었다.
“정석진 참모장이 ‘정중한 요청’을 해올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정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성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장담하는데, 내가 없으면 상륙군은 제국의 영토에서 일주일도 못 버틸 거야.”
상륙군 사령부의 참모 장교들은 분명 뛰어난 엘리트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제국군의 전략 전술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그에 비해 최고 기사였던 로우켈의 전생을 기억하고 있는 성준은 그들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저택으로 돌아갑니까?”
“그래. 일단 돌아가자.”
한석의 물음에 성준이 대답했다. 기분 나쁜 일이 있었지만, 그는 지금 여유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