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268
268
소드마스터 힐러님 268화
83장 이계 상륙작전(1)
B동의 서재 문을 열고 들어가자 책상 앞에 앉아서 컴퓨터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정철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반갑게 성준을 맞이했다. 두 사람은 짧게 안부를 주고 받은 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길드장님께서 이계를 방문해 계시는 동안 연합군 문제로 청와대, 그리고 백악관과 접촉했습니다.”
“반대 여론은 완전히 가라앉은 건가?”
“물론입니다. 청와대와 백악관에서는 이미 연합군에 참여할 부대를 편성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찬성한 문제이니…… 지금의 러시아는 당연히 따라올 수밖에 없고요.”
정철이 설명했다. 현재 러시아 대통령인 표트르가 미국의 사람일 뿐만 아니라, 성준이 러시아군의 절반을 통솔할 수 있는 권한까지 가지고 있으니, 반대할 여력이 없었다.
“빠르면 일주일 안에 연합군이 준비될 겁니다. 선봉은 한국군이 맡기로 했습니다. 연합군은 연합사령부의 지휘를 받게 됩니다. 선봉군은 상륙군 사령부의 지휘를 받게 됩니다. 한국군의 일부 병력이 재편성되었습니다. 편제는 여기 적혀 있습니다. 한 번 확인해 두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말을 마치며 보고서 1장을 꺼내 성준에게 건네는 정철이었다. 그것을 받아든 성준은 눈동자를 빠르게 움직여 훑었다.
[상륙군 사령부 편제]제1기갑여단.
제1항공여단.
제1공수특전여단.
제1이능특전여단.
제1기갑여단.
제1포병여단.
제1공병여단.
제1보병사단.
제2보병사단.
제3보병사단.
제1통신여단.
제1상륙지원여단.
선봉에 불과하지만 ‘상륙군’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대규모 병력 편성이었다. 처음 보는 ‘이능 특전여단’이라는 이름의 부대는 아마도 헌터들로 구성된 부대를 말하는 것 같았다.
“이 정도면 선봉으로는 충분해.”
“그리고 한 가지 더 보고드릴 내용이 있습니다.”
“말해.”
성준은 책상 위에 보고서를 다시 올려두며 말했다.
“북한에서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길드장님을 뵙고 싶다고 했는데, 자리에 계시지 않아서 일단 기다리라고 해두었습니다. 근처 호텔에서 지내고 있을 겁니다.”
“날 찾아올 사람은 없는 것 같은데…….”
북한에서의 일은 다 해결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성준은 그쪽에서 누군가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오늘 저녁에 찾아간다고 전해.”
“알겠습니다. 연락해 두겠습니다.”
성준의 말에 정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더 기다리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북한에서 무슨 용무로 찾아왔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건 그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한 약식 보고서입니다.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한 번쯤은 훑어보시는 게 좋습니다.”
정철은 말을 마치며, 약식 보고서를 건넸다. 성준은 그것을 받아들고는 본채에 있는 서재로 돌아갔다. 전화 통화를 하는 것으로 설아에게 무사 귀환을 알린 성준은 약식 보고서를 집어 들었다. 정철은 간단하게 훑어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양이 제법 많았다.
“이걸 언제 다 읽냐…….”
귀찮았지만 꼭 읽어야 했기 때문에 그는 짧은 한숨과 함께 약식 보고서를 들어 올렸다. 전부 읽고 시계를 확인했다. 어느새 오후 5시가 되어 있었다.
“길드장님. 이제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 잠깐만…….”
예상대로 정철이 찾아왔다. 성준은 옷을 갈아입은 뒤, 복도로 나왔다. 정철은 차분한 표정으로 성준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옆에는 한석도 있었다.
“호텔까지 모시겠습니다.”
성준은 정철, 그리고 한석과 함께 준비된 차를 타고 호텔로 이동했다.
“어디로 가면 돼?”
“제가 미리 연락을 해두었습니다. 호텔 라운지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합니다.”
성준의 물음에 정철이 대답했다. 공개된 장소에서 보자고 하는 걸 보니, 심각한 이야기가 오고 갈 것 같지는 않았다. 성준은 두 사람을 향해 시선을 옮기며 입을 열었다.
“근처에서 쉬고 있어.”
“제가 수행하겠습니다.”
한석이 지원해서 나섰다. 룬의 영향으로 인해 성준에 대한 충성심이 컸다.
“그래…… 한 명 정도는 있어도 되겠지.”
성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눈치 빠른 정철은 먼저 고개를 숙이며 물러났고 성준은 한석과 함께 호텔 라운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북한에서 왔다는 사람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라운지에 들어서기 무섭게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강성준 헌터님.”
리정수였다. 그는 성준이 북한에 있을 때 많은 도움을 줬었다.
“리정수 상좌……?”
성준은 기억 속에서 그의 이름을 떠올리고는 손을 내밀었다. 정수는 반가운 표정으로 성준이 내민 손을 잡고 악수했다.
“2계급 특진해서 지금은 소장입니다. 소속도 인민무력부에서 호위사령부로 옮겼고요.”
인민무력부장이었던 리해성이 위원장이 된 이후, 북한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아…… 그렇군요.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무슨 일로 오신 건가요?”
“실은, 남한에서 이계 상륙군 선봉을 맡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정수의 물음에 성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밀리에 진행되는 일은 아니었다.
조금만 이목을 집중하면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북한도 눈과 귀가 있으니, 모를 리가 없었다.
“그것 때문에 찾아오신 겁니까?”
성준이 날카롭게 물었다. 정수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
“들켰네요. 역시 강성준 헌터님께서는 예리하십니다.”
“자원이 목적입니까?”
직설적으로 물었다. 이계도 사람이 살아가는 땅이기 때문에 ‘자원’이라는 게 존재했다. 성준은 전문가가 아니라서 자세히는 몰랐지만, 지구보다 많은 자원이 잠들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가끔 들기도 할 정도였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북한이라면 충분히 욕심을 낼 법했다.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은 아니었지만 인제 와서 황급히 숟가락을 얹는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솔직히 북한군 전력이 선봉에 합류한다고 해서 큰 도움이 될 것 같지가 않다…….’
성준은 냉정하게 생각했다.
‘북한에서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그걸로 얽매일 수는 없어.’
그의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이제 남은 것은 뻔하기는 하지만 정수의 변명을 듣고서 미리 정해둔 대답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전혀 아닙니다. 저희는 오직 강성준 헌터님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습니다.”
일순간이지만 정수의 눈동자에서 탐욕의 빛이 번뜩이는 것을 성준은 놓치지 않았다.
-언제부터 북한이 주군께 충성을 다했습니까? 뚫린 입이라고 마구 뱉어내는군요.
리슈발트의 목소리에서 불쾌한 감정이 여과 없이 묻어 나왔다. 정수를 앞에 두고 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대답하지는 못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리슈발트에게 동조했다.
“정말 그렇습니까? 그러면 이계의 자원을 분배받을 생각이 없다는 말씀이시지요? 원하신다면 제가 그렇게 처리할 수도 있습니다.”
“아, 아니…… 그럴 수는…….”
정수가 당황하는 게 눈에 훤히 보였다. 성준은 입꼬리를 슬쩍 끌어 올렸다.
“대한민국과 미국, 그리고 러시아…… 이 3국이 국제 사회의 반대를 분쇄하면서 조약을 파기하고 연합군을 결성하는 동안 북한은 뭘 했습니까? 인제 와서 자원을 노리고 숟가락만 얹는 행동은 비양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묵직한 뼈가 있는 말에 정수는 쉽게 반박하지 못했다.
‘이, 이렇게 단호한 사람이었나……?’
정수는 마른침을 삼켰다. 예전에 북한에서 암살 시도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성준에게 알려준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와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아쉽게도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성준이 그를 좋게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결코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오직 정수와 북한 고위층의 행복 회로였던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와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연합군과 관련해서 가장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언컨대, 북한군이 연합군에 편성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강성준 헌터님.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더 이상 연합군에 참석하겠다는 억지를 부리지 않겠습니다. 부디, 너그럽게 용서해 주십시오!”
정수는 고개를 숙였다. 평소 막무가내의 모습을 보여주던 북한이 성준의 한마디에 억지 부리는 것을 그만두고 뜻을 접은 것이었다. 이 정도로 SSS급 헌터의 영향력은 굉장했다.
‘SSS급 헌터를 결코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현 북한의 수령으로 있는 리해성의 지시였다. 정수는 그것을 되새기며 더욱더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본 성준은 짧은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고개를 들어요. 그리고 북한으로 돌아가서 전하세요. 조용히, 지금처럼만 있으면 별일 없을 거라고.”
생각보다 정수가 저자세로 나온 탓에 화낼 이유가 사라졌다. 위협과 경고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되었다.
“가, 감사합니다! 상부에 확실하게 전달해 두겠습니다!”
정수가 떠났다. 성준은 한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정철이 불러와. 그리고 청와대랑 전화 연결해.”
“대통령과 바로 연결합니까?”
성준의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다는 것을 눈치챈 한석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성준은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전화를 언제라도 직통으로 연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
“응. 직통으로.”
“알겠습니다.”
호출을 받은 정철이 멀리서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고 한석은 스마트폰으로 청와대에 전화를 걸었다.
이윽고 정철이 도착할 때 즈음이 되자 한석도 대통령과의 연결된 스마트폰을 성준에게 건넸다.
“대통령님.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성준은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가볍게 안부를 물었다. 서론을 꺼내거나 안부를 묻는 것은 별로 좋아하는 대화 방식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상대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으니,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는 것이었다.
-네. 저는 별일 없었습니다. 강성준 씨는 평안하셨나요?
“별일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 거북한 일이 있긴 했네요. 청와대에서 저 몰래 북한이랑 이야기만 하지 않았다면 더 편안히 지낼 수 있었을 겁니다.”
대통령은 대답이 없었다. 대신 스마트폰 너머로 나지막하게 웅성거리는 소리가 조금 전해지는 듯했다. 갑작스러운 상황 발생으로 곁에 있는 보좌진들과 이 문제를 의논하는 것 같았다.
SSS급 헌터인 성준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조차 쉽게 대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저어, 강성준 씨……?
기다림은 길지 않았다. 3분 정도였다.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대통령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말씀하세요. 저는 듣고 있습니다.”
-이번 일은 청와대의 실수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을 겁니다. 제가 약속하겠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청와대 보좌진의 독단이었다면, 이번만큼은 넘어가겠습니다. 하지만 다음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통령은 이번 일은 청와대 탓으로 돌리고 체면도 차리면서 책임을 피할 생각인 것 같았다. 성준은 이번만큼은 그 장단에 맞춰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