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38
38
소드마스터 힐러님 038화
13장 레이드(1)
레이드.
지하에 생성되는 던전과 달리 지상에 차원 관문이 열리고 마물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을 뜻하는 단어다.
차원 관문과 가장 가까운 헌터들이 우선적으로 소집되고 이어서 등급에 맞는 헌터들이 투입된다.
레이드가 발생한 곳은 위험하기 때문에 택시를 이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성준은 현장까지 전력을 다해 뛰어갔다.
“신원 확인을 하겠습니다!”
비명이 들릴 정도로 가까워지자 현장을 통제하던 군인과 마주쳤다. 그는 성준의 앞을 막아서며 헌터 자격증을 보여줄 것을 요청했다.
“여기 있습니다.”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헌터 자격증을 확인한 군인이 옆으로 물러났다. 성준은 다시 달렸다.
쾅!
집결지에 도착하기 무섭게 폭음이 귀를 때렸다. 집결지와 가까운 곳에서 총성과 비명이 난무했다.
부사관 한 명이 달려와 상황을 전달했다.
“군대와 먼저 도착한 헌터님들이 웨이브를 방어하고 있습니다! 속히 격전지로 이동 바랍니다!”
던전의 등장 이후 도시에 다수의 군이 주둔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오늘처럼 레이드 상황이 발생할 때 가장 먼저 도착해서 마물들을 상대해 왔다.
총탄에 마력을 실을 수는 없고 헌터는 정규군에 소속될 수 없다는 국제 조약이 있는 탓에 군대가 할 수 있는 일은 마물들을 상대로 최대한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격전지는 이쪽입니다!”
부사관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격전지에는 20명 정도 되는 헌터가 트롤로 구성된 마물 군대와 치열한 전투를 이어가고 있었다.
마물들의 시체는 계속해서 소멸하고 있었지만 쓰러져 죽은 헌터들은 싸늘하게 식어갈 뿐이었다.
“B급 레이드 상황인데 합류한 B급 헌터가 3명밖에 없습니다! 지금 바로 참전하셔야 합니다!”
부사관의 재촉에 성준은 대답 대신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에 난입했다.
“지, 지원이다!”
“키에에에엑?”
성준을 발견한 보조계 헌터의 표정이 밝아졌다. 잔상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거리를 좁힌 것을 보면 최소 B급 헌터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성준의 등장에 뾰족한 창을 휘두르던 트롤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지, 지금 버프를!”
“필요 없어.”
성준은 보조계 헌터의 대답도 듣지 않고서 검을 휘둘렀다. 칼날에 반사된 태양이 섬광처럼 반짝일 때마다 머리가 사라진 트롤의 몸뚱이가 힘없이 쓰러졌다.
보조계 헌터가 캐스팅을 시작하기도 전, 그들을 포위하고 있던 트롤 열다섯 마리가 머리가 없는 시체가 되어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마력을 아껴. 레이드는 장기전이야.”
성준은 보조계 헌터에게 조언한 뒤 손을 들어 올렸다.
“흡수.”
마력을 흡수하자 마물들의 시체가 소멸했다.
-동조율은 오르지 않았습니다.
리슈발트가 보고했다. 동조율이 10%를 넘게 되자 C급 마물에 불과한 트롤 열다섯 마리로는 조금도 오르지 않았다
“많이 잡아야겠네.”
성준은 검을 고쳐 쥐며 대학살을 예고했다. 그는 4차선 도로 곳곳을 누비며 불리한 상황에 놓인 헌터들을 도왔다.
트롤은 C급 헌터들이 상대하기 까다로운 마물이었지만 성준에겐 아니었다. 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마물들이 힘없이 쓰러졌다.
“괴, 굉장해!”
“A급 헌터야?”
여유가 생기자 헌터들은 주변을 살필 수 있었다. 그들은 곧 활약하는 성준을 볼 수 있었고 그의 뛰어난 전투 능력에 감탄했다.
몇 명은 성준이 A급 헌터라고 생각하고 힘을 얻었다.
“회복계 헌터 없습니까!”
누군가 힐러를 찾았다. 성준은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창을 든 남자가 피투성이가 된 여자를 끌어안은 채 주변 헌터들의 도움을 받아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소집된 헌터 중에서 다른 회복계 헌터는 없는지 아무도 그의 외침에 응답하지 않았다.
“갑니다!”
성준이 대답했다. 그는 ‘힐’의 유효 범위까지 접근한 뒤 쓰러진 헌터가 있는 곳을 향해 왼손을 들어 올렸다.
“힐!”
“윽…….”
새하얀 빛무리가 깃들자 쓰러져 있던 헌터가 의식을 되찾았다. 그녀를 안고 있던 헌터는 주변을 두리번거린 끝에 성준을 발견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성준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전투에 합류했다. 후방에서 버프를 걸어주고 있던 보조계 헌터 3명이 그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
“뭐야? 전투계가 아니었어?”
“힐량이 엄청나요. 진짜 A급 아니에요?”
“S급일지도 모릅니다. 잘하면 공략팀이 오기 전에 레이드 보스를 정리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성준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파도처럼 밀려오는 마물 군대의 물결에 헌터들이 하나둘씩 힘없이 쓰러졌다.
성준이 검을 휘두르면서 ‘힐’을 시전하기도 했지만 혼자서 20명이 넘는 헌터를 감당하는 것은 무리였다.
“1차 웨이브가 끝난 것 같습니다!”
웨이브 보스인 트롤 광전사가 쓰러지는 것으로 1차 웨이브가 끝을 맺었다. 헌터 10명이 쓰러졌고 5명이 충원되었다.
쓰러진 10명 중에는 B급 헌터도 한 명 섞여 있었지만 충원된 헌터 중에는 B급 이상이 없었다.
다음 웨이브가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헌터들은 짧은 휴식을 취했다.
“공략팀은 언제 오는 거야?”
헌터 한 명이 군인을 붙잡고 물었다.
“이, 이번에 이 지역을 맡은 하운드 길드에서 레이드 대응 공략팀을 준비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레이드 상황이 발생하면 1차적으로 근처의 헌터들이 소집되고 2차로 관리국에서 등급에 맞는 공략팀을 소집해서 보내지만 때로는 가까운 길드에서 정규 공략팀을 파견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길드에 권력이 집중되는 이유 중에는 그들이 레이드 상황을 수습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있었다.
“2차 웨이브 포착! 10분 안에 조우할 것으로 보입니다!”
“공략팀은 언제 오냐고!”
“언제까지 버텨야 합니까!”
레이더를 보고 있던 군인이 2차 웨이브의 접근을 보고하자 소집된 헌터들의 불만이 높아졌다. 레이드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많은 마물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목숨을 잃을 확률이 높았다.
“공략팀이 출발했다는 연락입니다! 30분 안에 도착합니다!”
“도대체 어디서 출발하길래 30분이야!”
“10분 후면 2차 웨이브 오는데 우리 다 죽습니다!”
무전기를 붙잡고 있던 군인이 공략팀의 출발 사실을 전달했다. 하지만 성난 헌터들을 진정시키지는 못했다.
2차 웨이브는 1차 웨이브보다 수도 많고 강한 마물들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다들 지금 모인 헌터들로는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웨이브를 막기는 힘들 것 같은데…….’
성준도 다른 헌터들과 같은 생각이었다. 홀로 살아남은 자신은 있었지만 모든 마물을 완벽하게 차단할 자신은 없었다.
그의 몸은 하나였고 웨이브를 이루는 마물들의 수는 많았다.
군부대가 함께하고 있지만 그들로도 역부족이었다. 마물들이 제한하고 있는 지역 밖으로 나가면 민간인들의 피해가 확산된다.
“2차 웨이브의 규모를 보고 와. 가능하면 차원 관문의 위치도.”
성준은 리슈발트에게 지시를 내렸다.
리슈발트는 대답 대신 즉시 행동했다. 잠시 후, 정찰을 끝낸 리슈발트가 귀환했다.
-2차 웨이브의 규모는 1차의 2배 정도입니다. 차원 관문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지키는 마물의 수는?”
-수는 적지만 정예입니다. 리빙 아머 20기가 지키고 있습니다. 1기는 지휘관급으로 보였습니다.
“B급 마물 20기 정도면 10분 만에 전멸시킬 수 있어.”
은신 아이템의 힘을 빌렸다고는 하지만 대악마 길드 집행부와 A급 헌터들을 상대하면서 성준은 자신감을 얻었다.
성준은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관리국 직원을 호출했다.
“무슨 일이시죠?”
“2차 웨이브, 감당 못 한다는 거 아시죠?”
직원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보며 성준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제가 차원 관문을 요격하겠습니다.”
레이드 보스를 쓰러뜨리고 차원 관문을 파괴하면 살아 있는 마물들도 기존의 차원으로 역소환된다.
웨이브를 막는 사이에 별동대가 우회하여 차원 관문을 요격하는 전략은 레이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자주 쓰이는 전력이었지만 단신으로 움직이는 경우는 없었다.
“가능하겠습니까?”
“문제없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이 위험한 계획에 대해 관리국에서는 어떤…….”
“책임도 없다고요? 나도 알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성준은 시간을 확인했다. 2차 웨이브 도달까지 5분밖에 남지 않았다.
“차원 관문 부수고 오면 이 레이드 MVP는 제가 가져가는 거죠?”
MVP가 되면 해당 레이드에서 30% 추가 정산을 받을 수 있다.
“물론입니다. 누구도 MVP 선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겁니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네요. 바로 갑니다.”
성준은 직원이 대답하기도 전에 움직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2차 웨이브를 이룬 마물들과 조우했다.
-우회할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리슈발트는 정찰하면서 미리 봐둔 길로 성준을 안내했다. 덕분에 그는 마물들과 싸우지 않고 차원 관문에 도착할 수 있었다.
20기의 리빙 아머가 조각상처럼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1기는 갑옷에 장식이 많았다. 지휘관급 리빙 아머인 것 같았다.
-무질서한 것 같지만 진형을 갖췄습니다.
“그런 것 같네.”
성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그는 검을 들어 올리며 가장 가까운 리빙 아머와 거리를 가늠했다.
그리고 한 번의 도약으로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너무나 빠른 속도였다. 리빙 아머들은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철그럭!
오러가 깃든 검에 둘이 쓰러지자 뒤늦게 다른 리빙 아머들이 무기를 들어 올렸다. 검과 창, 그리고 철퇴가 성준을 노렸다.
하지만 성준은 이미 사각지대로 이동한 뒤였다. 그가 휘두른 검에 리빙 아머 몇 기가 다시 쓰러졌다.
쿵!
-실전검에 더 익숙해지셨군요! 굉장합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리슈발트가 감탄했다. 동조율이 올라가면서 실전검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깊어졌다.
성준은 리빙 아머들을 상대하며 지휘관급을 향해 슬쩍 시선을 보냈다. 그는 부하들이 쓰러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조각상처럼 자리를 지켰다.
‘내 검술을 파악하려는 건가?’
성준의 움직임을 뒤쫓는 것인지 고개를 조금씩 움직이고는 있었다.
“흡수!”
마침내 19기의 리빙 아머가 전멸했다. 성준은 손을 들어 올려 마력을 흡수했다.
조금 전에 1차 웨이브에서 다수의 마물을 상대했고, B급 중에서도 준정예로 분류되는 리빙 아머를 19기나 정리하고 마력을 흡수해서 그런지 잃어버렸던 기억이 일부 깨어나는 게 느껴졌다.
“이제 움직이나?”
부하들이 전멸하자 지휘관급 리빙 아머도 무거운 몸을 움직였다. 그 모습을 보며 한 차례 성준은 웃은 뒤 리슈발트를 보며 입을 열었다.
“동조율 얼마야?”
-14%입니다.
“많이 올랐네? 새로운 능력은?”
-이제 이계어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쓸모없는 능력이네.”
성준은 고개를 저으며 전방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지휘관급 리빙 아머는 천천히 투구를 벗었다. 그러자 공허해야 할 공간에 잘생긴 남자의 얼굴이 나타났다.
“사람……?”
리빙 아머가 아니었다.
“그 검술을 누구한테 배웠지?”
그는 유창한 이계어로 질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