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010)
제 1111화
246화. 미트라 대사막 쟁탈전(21)
* * *
“섬멸이 불가하므로 아예 추격하지 않았다, 이 말인가.”
“그렇다, 켈리악 지플. 무엇보다도, 차원문 너머에 예측할 수 없는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무리하게 바멀 연합을 추격하다가 갑자기 명왕족이 튀어나오면, 나를 제외한 모두가 전멸을 당할 수도 있어.”
이야기의 탑.
켈리악이 엘로나와 눈을 맞췄다.
이번 대사막 전투에서, 엘로나는 바멀 연합이 무사히 빠질 때까지 그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대신, 연합이 사라지자마자 적명족과 합류해서 차원의 균열 너머로 마력을 퍼부었다.
“그럴 테지. 합리적인 선택이로군.”
“이만 가봐도 되겠나?”
“그래.”
엘로나가 떠나자 켈리악은 어깨를 으쓱였다.
“확실하군. 성수관은 빠르게 통제력을 잃어가고 있다. 드락카를 잃은 것보다 이쪽이 더 뼈아프군.”
“헉, 그럼 어떻게 해? 켈리악 친구. 엘로나 친구가 제정신으로 돌아오면 우리부터 다 죽이려고 들지 않겠어?”
“완벽하게 통제되지 않는다 하여 완전한 자유 의지를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다. 엘로나 지플에겐 차라리 성수관에 귀속되는 게 훨씬 나을 것이야.”
“어떤 점에서?”
“타락한 자신을 마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또한 그녀가 잊고 있던 과거도…… 자네는, 독을 주입하는 일에만 계속 신경을 쓰게.”
“알았어, 켈리악 친구.”
* * *
라프라로사.
“후우…….”
반이 숨을 고르며 주위를 살폈다.
투신전 본당 곳곳이 무너져서 잔해로 뒤덮여 있었다. 죽은 형제들의 광심장을 걸어둔 도시는 쑥대밭이 되었고, 평전사들 대부분은 몸을 가누는 것조차 힘겨워하고 있었다.
이제 포격이 멈추고 10분이 흘렀다.
‘아마 30분 내로는 다시 공격이 시작될 테지.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으니…….’
대사막에 균열이 열리고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된 이래, 라프라로사는 하루 평균 17시간 이상 적명족의 포격을 견디고 있었다.
게다가 방금처럼 엘로나 지플의 마법이 몇 시간씩 추가되기도 하고, 공간 오류로 압력이 계속 높아지기도 하니, 모두 피폐해질 수밖에 없었다.
투왕이 넷이나 빠졌으니 더 그렇기도 했다.
“오늘 이후로는 균열이 열리더라도 투왕 형제들을 바깥으로 내보내지 않겠다.”
반의 말에 오투왕 보라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잘 생각했어, 투신 형제. 여기서 투왕 형제들이 더 빠지면, 답이 없어. 차원 너머 적들의 공세도 점점 강력하고 집요해지는 중이고.”
사실이었다.
명왕족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이런 악조건 속에서 계속 버틸 수는 없었다.
“하지만 바깥이 걱정되기는 해, 보라스 형제. 적들이 우릴 치는 걸 진 형제가 모를 리는 없는데, 멎을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난 그게 진 형제가 밀리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무언가 계획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어. 게다가 벨리즈, 린파, 가르문드, 테토 형제까지 더해졌으니, 그 계획이 무엇이든 진 형제는 보다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야.”
보라스가 품에서 보석주 한 병을 꺼내 반에게 내밀었다. 반이 술을 입에 가져다 대자, 어깨에 앉아 있던 링링이 냄새를 맡고는 홱 고개를 돌렸다.
[으, 이런 게 대체 뭐가 맛있다는 거야. 하여간 반이랑 명왕족들은 가끔 이해할 수 없어.]“광심장이 있어야 보석주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지.”
[난 설령 광심장이 생겨도 이런 건 안 먹을 거야.]“클클클, 링링, 광심장이 아니더라도 너 같은 꼬마들은 술을 먹으면 안 되는 거다. 그나저나, 진과 의식이 연결되려는 징후는 지금도 안 보이냐?”
보라스의 물음에 링링이 고개를 저었다.
[나도 그게 이상해. 다른 명왕족들이 인세로 나갈 수 있을 정도인데, 그 멍청이의 소리가 전혀 안 들려. 오히려 다른 무언가의 의지가 전해지는 느낌이야.]“다른 무언가의 의지?”
[응, 아주 어두운 의지라고 해야 할까, 표현이 어렵네.]“그건 아마 마녀의 의지일 것이다, 링링. 지금 라프라로사에 생긴 공간 오류가 그자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아. 그리고 넌 최초의 혼돈, 즉 마녀의 힘에서부터 태어난 존재라 할 수 있으니 그 영향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라스 대신 반이 답을 해주었다. 링링은 자신이 마녀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불쾌한 듯 코를 찡그렸다.
[흥, 내 집은 여기 라프라로사고, 내 가족들은 반이랑 명왕족들, 그리고 그 바보 놈이야. 뭐…… 마녀인지 뭔지 하는 그 짜증 나는 녀석이 내게 조금이라도 미안함을 느낀다면, 차원문을 그냥 확 열어주면 좋겠네.]“허허, 마녀가 링링 너한테 미안할 이유가 뭐가 있어?”
[보라스, 그자는 날 태어나게 했으니, 일종의 창조자라고 할 수는 있잖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지. 행여 그 마녀를 만나게 된다면 소원을 하나 들어 달라고 할 거야.]“호오, 소원까지?”
[그래! 반이 나 때문에 몸이 조금 더 안 좋아졌으니까, 그걸 해결해달라고 말할 거야. 마녀는 신들보다 강한 권능을 가지고 있다며.]반과 보라스는 잠시 링링이 헬루람에게 소원을 비는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링링. 마녀는 아마 네 소원을 들어줄 거다. 하지만 그 방식은 네가 기대한 게 아닐 것이다.”
“투신 형제 말이 맞아. 아마 그런 소원을 빌면…… 널 세상에서 지워 버릴걸? 그러면 반 형제가 너를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사용하는 힘을 비축할 수 있으니.”
[으엑, 뭐야 그게!]“하지만 네가 마녀에게 소원을 빌 일은 없으니 걱정 마라. 설령 그자가 언젠가 너를 해하려 한다면, 내가 막아줄 것이다.”
[히히, 정말? 반은 그럼 마녀보다 강한 거야?]“음…… 그건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로군.”
[왜?]“예를 들어 나더러 누군가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누구냐 묻는다면, 그건 분명 나라고 바로 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바다나 태양, 바람 같은 자연보다 강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대답하기 어려운 일이 되지. 그런 것이다.”
[아하…… 하지만 반이 누군가에게 지는 모습은 상상이 안 돼.]“크하하, 그건 우리도 다 상상을 못 해, 링링.”
“다만 한순간…….”
반이 무언가 떠오른 듯 다시 입을 열었다.
“만일 나와 마녀가 싸우게 된다면, 딱 한순간만큼은 내가 절대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 같구나. 그 순간에 내가 마녀를 벨 수 있다면 나의 승리이고, 베지 못한다면 패배일 것이다.”
[그 말은 곧, 반은 한순간에 한해서는 태양이나 바다보다도 강해질 수 있다는 뜻이네?]“그렇다. 그것들조차 일검에 베어버릴 수 있지.”
반은 농담으로 한 말이지만 링링과 보라스는 왠지 수긍이 가는 기분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음, 농땡이는 이만하면 다 피웠군. 딱 형제들 먹일 탕약을 조절할 시간이야.”
“고생해, 보라스 형제.”
보라스가 떠나려는 찰나, 별안간 저 멀리 탄텔이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투신 형제!”
“탄텔 형제? 무슨 일이지.”
탄텔은 평전사 중 그나마 타격을 덜 받은 상태였다. 그는 방금까지 무너진 도시의 집집 대문마다 걸어둔 죽은 형제들의 광심장을 회수하고 있었다.
그러다 무언가 이상한 파편을 발견해서 급히 반에게 보고하러 온 것이다.
“이걸 한번 보세요, 투신 형제. 마침 보라스 형제도 있었군요.”
“이건…….”
“만년철이잖아?”
고대 만년철.
그건 라프라로사도 꽤 보유한 광석이지만, 이런 형태는 없었다. 전부 다 무구로 제작되어 무기고에 보관 중인 것이다.
탄텔이 가져온 고대 만년철은 무언가에서 뜯겨 나와 찌그러진 돌멩이 같은 형태였다. 평소라면 빈 도시에서 발견될 수 없는 물건이 분명했다.
[어……! 반! 이 물건에서 아주 약하게 그 머저리의 기운이 느껴지는데?]링링은 해방 장치의 고대 만년철 보호 상자에 사용된 영기를 느끼고 있었다. 반조차 인지하지 못할 만큼 미약한 기운이었다. 링링은 진과 하나였던 시절이 있으니 인지할 수 있는 것이다.
명왕족들의 눈동자가 커졌다. 반조차 만면에 화색을 띠며 링링과 만년철 파편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진 형제가 우릴 위해 무언가 물건을 보내려 한 것이군……!”
“오오?”
“으음, 나쁘게 생각하면 찢어진 갑옷 조각일 수도 있기는 한데. 만년철의 순도를 보아하니 단순 충격 보호를 위한 상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긴 해, 투신 형제.”
“탄텔 형제, 지금 빠른 거동이 가능한 평전사 형제가 몇이나 있지?”
“일곱 정도 됩니다.”
“그럼 보라스 형제의 치료를 보조할 두 명만 남기고, 다시 나머지를 다 데려가서 조각이 발견된 곳 일대를 전부 수색해. 수색 도중 공격이 이어질 걸 대비해서 카이오 형제를 데려가되, 포격이 시작되면 잠시도 지체하지 말고 본당으로 돌아오도록.”
“예, 투신 형제!”
“투신 형제, 그럼 이 만년철은 내가 탕약 다 짓고 나서 자세히 분석하도록 할게. 내 추측이 맞다면, 중요한 건 이 만년철보다 그 안에 담겨 있었을 물건이긴 해. 차원 오류와 포격의 충격에 대비해서 일부러 만년철 상자를 이용한 것일 테지!”
탄텔과 보라스가 자리를 떠났다.
반은 우선 링링을 쓰다듬어주었다. 링링이 바로 영기를 알아보지 못했다면, 명왕족들은 만년철 파편이 진이 보낸 물건이라는 걸 전혀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헤헤, 나 잘했지, 반.]“아주 훌륭했어, 링링. 이제 나는 지난 포격을 복기해야 하니, 너도 가서 보라스 형제를 도와.”
[응!]이내 반은 정좌해서 조금 전까지 포격을 방어하던 순간을 되짚기 시작했다. 투신전 본당 전체에 펼친 보호막에, 고대 만년철 같은 사물이 걸린 적이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반은 머잖아 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 보호막에 고대 만년철이 걸린 적은 없다. 전부 아종들의 붉은 뇌기와 마력이었어. 그렇다면, 이 물건은 차원을 넘어오며 바로 라프라로사 안으로 소환된 것이군.’
그러나 매번 이렇게 라프라로사 내부에서 소환될 가능성은 낮았다. 적들의 공격도 대략적으로 나눠보면 1할 정도만이 보호막을 무시하고 내부를 바로 타격했으니 말이다.
‘붉은 뇌기와 마력이 발산하는 고열과 충격파는, 만년철로 감싼 물건도 충분히 파괴할 수 있다. 진 형제가 보낸 물건은 그것들과 함께 통과될 일이 많으니, 이제부터는 보호막을 더 정밀하게 제어해야겠군. 붉은 뇌기와 마력이 아닌 무언가가 감지되면 바로 조치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