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041)
제 1041화
249화. 명왕족의 첫 출격(8)
“예, 투신 형제.”
프즈즈즛-!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투왕들이 잔영을 남기며 사방으로 몸을 날렸다. 가장 먼저 명왕족을 발견한 교도들은 입고 있던 흰 사제복 한 조각조차 남기지 못하고 그대로 푸른 번개에 휩싸여 잿더미가 되었다.
명왕족이 차원문을 넘어 도착한 곳은 태양신교의 첫 번째 태양의 사원이 위치한 아공간.
즉, 태양신교의 본부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태양신교는 니르간드를 이용하기 위해 ‘조각’을 사용해야만 했고, 니르간드가 있는 흑해 5왕의 영역까지 조달하기 위해선 가장 큰 사원의 힘이 필수적이었다. 그리고 이 사원에서 태양신교가 니르간드를 최초로 만난 지점으로 열린 차원문은, 한 번도 닫히지 않았다.
명왕족이 한 번에 태양신교의 본부를 습격하게 된 이유였다.
“으아아아악!”
“컥……!”
투왕들에게선 방금까지 오즈도크와 바보 사형제라도 되는 듯 실없는 소리를 하며 웃어대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근처에 있던 교도들을 향한 그들의 공격엔 단 한 줌의 자비도 묻어나지 않았다. 이 사원 안에서 살아 숨 쉬는 모든 것을 죽이겠다는 맹렬한 살의만 가득했다.
태양신교 처단은 진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명왕족의 명예와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옛 투신, 루크가 투신한 집단이니 말이다.
바바와 발티록, 두 사람의 장검과 카이오의 대궁이 번뜩일 때마다 교도들의 신체 어딘가가 바닥을 굴렀다.
비명을 지르면 그곳으로 재차 벼락이 떨어졌고, 도망치는 발소리는 세 걸음을 넘길 수 없다.
핏물은 땅에 떨어지지도 못한 채 열기에 증발했고, 다급히 꺼낸 병장기와 아티팩트는 마른 나뭇가지처럼 바스러졌다.
교도 중엔 나름 무위를 갖췄다고 할 만한 망자도 꽤 되지만, 그들 모두 명왕족 앞에선 그저 한낱 개미나 다름이 없었다.
문자 그대로, 학살.
명왕족이 차원문을 통과한 후 십 초가 지나기 전에 백여 명에 달하는 교도가 목숨을 잃었다.
그건 제1사원에 있는 교도 중 3할에 달하는 숫자였다. 태양신교 내에서도 특히 믿음이 뛰어난 자들만이 올 수 있는 사원인 만큼, 애초에 기거하는 교도가 아주 많지는 않았다.
“한때나마 라프라로사를 지배했던 자가 만족하기엔 턱없이 초라한 사원이로구나, 루크. 심지어 더러운 쥐새끼들이 사는 굴처럼 아공간에 숨겨져 있다니…… 내가 부끄러울 지경이로군.”
쿵, 쿵……!
반이 걸음을 뗄 때마다 사원 바닥에 쩍쩍 금이 번지며 사원 전체에 진동이 퍼졌다.
그녀는 서두르지 않았다. 차원문을 통과한 바로 그 순간부터, 이 사원에 있는 병력이 전부 나서도 자신들을 막을 수는 없다는 걸 확신한 것이다.
어차피 아공간이었다. 도망치려면 또 차원문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 또한 불가능한 일이었다.
사원 전체가 반의 사거리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이미 사원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의 숫자와 그들의 호흡은 물론이고 태양기를 비롯한 각종 기운이 운용되는 흐름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따라서 차원문을 개방하려는 듯한 수상한 기운이 감지된다면, 그곳으로 천둥을 떨구면 그만이었다.
먼 비명이 들려왔다. 통로를 찾고 폐쇄하고자 흩어진 형제들의 손에 끝장나는 교도들의 비명이었다.
“켈릭! 자네는 티그론과 함께 서쪽 구역을 막게! 난 동문 쪽으로 가겠네……!”
“남부, 남부 지원이 필요하다!”
“대사제님은 아직이신가……!”
세 투왕은 각자의 구역으로 몰려드는 교도를 철저하게 짓밟는 중이었다.
때때로 특히 뛰어난 교도가 투왕들을 상대로 선방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다. 즉, 단칼에 죽지 않고 열댓 합 정도를 버텼다. 그만큼 견딘 이들은 모두 생전 인세 무인의 역사에 이름을 남긴 전설적인 인물들이었다.
반은 사원 중앙으로 들어서서 북쪽으로 쭉 뻗어있는 대로를 걷기 시작했다. 그 길은 교도들이 ‘성도’라 불렀고, 끝에는 태양신의 성상이 서 있었다.
“아아, 아, 안돼……. 성도가…… 태양신께 향하는 성스러운 길을 감히, 컥!”
그렇게 소리치던 교도는 반이 발산하는 뇌기에 질식당해 죽음을 맞이했다. 한낮의 일광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성도가 뇌기에 침식되고 있었다. 하찮은 돌덩이를 뭉친 것에 지나지 않는 듯 부서지고 있었다.
성스러운 길인 만큼, 반을 저지하기 위해 가장 많은 교도가 몰리고 있었다. 가장 신실하고 용맹한 교도들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투왕들을 막으러 간 교도들처럼, 함부로 무기를 뽑거나 소리를 지르지 못했다.
공포.
반을 본 교도들이 처음으로 느낀 감정은 단연 공포였다. 그녀를 마주한 절대다수의 적들이 늘 그래왔듯이.
공포가 지나간 후엔, 그녀를 숭배하고 싶다는 이상한 욕구가 치솟았다.
착각에 휩싸이기 때문이었다. 지금 성도를 무참히 짓밟고 있는 저 사람은, 혹시 태양신이 아닐까, 그분이 우리를 꾸짖으러 오신 건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힘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인가, 교도들은 일순 그런 착각에 빠지고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착각에서 깨어나기 전에 죽음을 맞이했다. 앞서 죽은 교도처럼 뇌기에 질식하거나, 불타거나.
사원 사방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제1사원이 이토록 허무하게 파괴될 수 있다는 사실은 태양신교의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방금까지 순백색으로 아름답게 빛나던 건물들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고, 재와 주검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하얗게 빛나는 성도도 이제 겨우 수십 걸음만 남았다. 더 이상 비명은 들려오지 않았다. 이제 사원에 살아 움직이는 교도는 다섯에 불과했다.
하나는 루크, 나머지 넷은 싸울 줄 모르는 사제였다. 루크는 성소의 닫힌 문 너머에서, 사제들은 문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키, 킨젤로께서 너를 처단하리라.”
“주께서 우, 우리를 지켜주시리라. 위대한 주께서 우리를…….”
반은 덜덜 떨면서 기도를 올리는 사제들의 목숨을 거두지 않았다. 그들에게선 캐내야 할 정보가 있었다. 사원은 이곳 하나가 아닐 테니까. 반은 가능하다면 오늘 내로 저들에게 정보를 캐내 태양신교의 모든 사원을 없애고, 멸망시킬 생각이었다.
“카이오 형제.”
어느새 곁으로 다가온 카이오가 반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들은 살려둔다. 곧 배신자 놈과 전투가 있을 터이니 데리고 물러나도록.”
“예.”
카이오가 사제들을 붙잡아 후방으로 빠졌다. 바바와 발티록도 자연스레 카이오를 뒤따랐다.
반은 루크를 처단할 때 형제들의 도움을 받을 생각이 없었다.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루크가 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하려는 뜻이었다.
아공간의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성소, 반이 그 굳게 닫힌 대문을 붙잡았다. 그리곤 수풀이라도 헤치듯 두 차례 가볍게 손을 휘젓자 거대한 철문이 양쪽으로 찢어져서 바닥으로 처박혔다.
쿵, 쿠웅-!
드넓은 성소 내부는, 유일하게 반과 투왕들의 뇌기에 침식되지 않은 영역이었다. 지금껏 루크의 기운이 몰려드는 모든 뇌기를 막아내고 있던 것이다.
반은 무릎 꿇고 기도하는 루크의 뒷모습과 그 앞에 놓인 거대한 성상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제2사원에 있는 성상과 달리 제1사원의 성상은 늙은 얼굴을 한 아기의 모습인데, 그 품에는 똑같이 태양신의 육신이 황금덩이처럼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루크, 네놈은 이미 사람이 살아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져보았다. 한때는 빛의 왕으로서 온 세상을 뜻대로 거닐었고, 만물은 네게 고개를 숙였지. 한데 무엇을 더 원해서 그 영광을 저버렸나?”
영생, 혹은 떠나간 누군가를 다시 만나는 것.
루크의 시대에 명왕족 투신이 이룰 수 없는 일은 그 두 가지 정도였다. 루크는, 반이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을 내놓았다.
“더 많은 힘.”
“……힘? 의외로군. 너의 시대에 너는 누구보다 강한 힘을 가진 절대자였다.”
“아무리 정복하고 정복해도 끝이 없는 땅, 밤낮없이 영원히 이어지는 싸움, 무한한 투쟁과 승리. 그것이야말로 명왕족이 마땅히 가져야 할 권리와 운명이다.”
루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돌아선 그는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건조한 눈동자 속에서 믿을 수 없이 거대한 광기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런 세계를 선택하고자 태양신을 섬기기로 하였다, 반. 같잖은 신들이나 특별한 필멸자에게 가로막힐 일이 없을, 그리고 영겁의 세월이 흘러도 한 치도 변하지 않을…… 진정한 명왕족이 존재하는 세계를 선택하기 위해.”
반은 잠시 말문이 막힌 채 루크를 빤히 쳐다보았다. 성상이 품은 육신의 빛이 루크에게 모여들고 있었다.
“말하자면, 오로지 명왕족만이 영원히 승리하고 빛나는 세계를 억지로 형성하고자 사이비에 빠졌다는 뜻……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나?”
그 말에 루크는 어깨를 으쓱였다.
“실망이군. 나보다 더 많은 형제와 땅을 거느리고, 그러다 투쟁에 잠식되어 신들에게까지 무모한 도전을 한 너라면. 나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줄 알았건만.”
“이쪽이야말로 실망이 크다, 루크. 이런 버러지를 투신으로 인정한 선조들이 대체 어떤 낯짝으로 살았었는지 궁금할 지경이야…….”
“나는 우리의 본질을 잊지 않았고 너는 잊었을 뿐이다, 반. 우린 본래 강해지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도록 태어난 존재들이다. 그 수많은 형제를 죽음에 빠뜨리고, 그토록 증오하던 신 중 하나의 도움을 받아 멸망을 면하고, 그 신의 노리개인 특별한 필멸자와 어울리니 명왕족의 피가 흐릿해질 수밖에.”
태양신의 육신이 루크에게 스며드는 속도가 빨라졌다.
니르간드와 달리 그 힘이 루크를 강화하는 건 아니었다. 루크는 단지 자신이 선택한 신을 짊어지고 싸우겠다는 각오를 다질 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반, 너는 투신이라 불릴 자격이 없다. 투신이란 단지 우리 중 가장 강한 자를 뜻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지. 그건 우리를 가장 우리답게 이끌 수 있는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다.”
한동안 정적이 흐른 후, 반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찍찍대는 소리를 너무 오래 들어주었군. 와라,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명왕족으로 네 이름이 기록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