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061)
제 1061화
251화. 대적자들(11)
1804년 6월 10일, 루시가 연합에 합류하고 약 일주일이 흘렀다. 그녀는 처음 며칠 동안 새로운 관계에 버거워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르엣과 무라칸, 베일 같은 옛 동료들 덕에 이제는 연합에 잘 적응한 모습이었다.
“냬가 지굼 요길 차자온 건, 녀를 샤량햐기 때뮨이댜, 땰기퍄이.”
“크, 너무 멋있고!”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딸기파이!”
푸하하하하학!
가장 먼저 이상한 발음으로 읊조린 엘티엇을 필두로, 명왕족들은 무라칸을 놀리는 일에 한창이었다.
무라칸과 길리가 공식적으로 연인이 된 그날부터, 무라칸을 놀리는 건 엘티엇과 명왕족 최대의 즐거움이라 할 수 있었다.
정확히는 그들뿐만이 아니라 무라칸을 제외한 모두의 즐거움이었다. 다만 명왕족들처럼 무라칸 앞에서 겁 없이 웃을 수 있는 동료가 많지는 않았다.
“하, 이 새끼들이 또 이러네. 야, 야! 거기 안 서!? 뒈져 그냥, 이리 와! 반이 지켜주니까 아주 뵈는 게 없지? 안 멈춰!”
“캬캬캬캬캬!”
“크캬캬, 억!”
도망치던 투왕과 평전사들 몇 사람은 이내 무라칸에게 잡혀 턱이 돌아갔다. 그러나 명왕족들은 맞으면서도 무라칸을 놀리기 바쁠 뿐이었다.
“죽어, 그냥 아주 뒈져!”
“하지만 억 무라칸 친구가 큭 그렇게 고백한 건 윽 맞잖아!”
“진, 네 형제들이 진짜 전투종족은 전투종족이야, 무라칸 주먹을 저렇게 맞고도 몇 시간 지나면 멍이 다 빠지더라고.”
“신기하오. 나 또한 이제 꽤 단단한 육신을 가졌다고 자부하건만, 저렇게 맞으면 분명히 크게 상할 것이오.”
“그래도 무라칸이 가만 보면 그 뭐냐, 노인 공경은 할 줄 알아. 매번 엘티엇 님이 시작하는데 그 양반은 안 때리잖아.”
“그건 그렇소.”
그 모습을 지켜보던 베라딘과 단테였다. 진은 어깨를 으쓱였다.
“맞아. 무라칸이 은근히 위아래가 있는 편이지.”
“그나저나 진, 너는 길리랑 무라칸이랑 연인 된 거 진짜 괜찮냐?”
“괜찮고 말고가 어디 있냐, 베라딘. 기분이 좀 묘한 건 사실이지만, 당연히 이렇게 될 일이었지.”
진은 길리가 요즘처럼 자주 웃는 걸 본 적이 없었다. 무라칸도 자신을 놀리는 동료들을 매번 두들겨 팰 때를 제외하면, 항상 웃는 얼굴이었다.
“저 모습을 보니, 나도 연애라는 게 하고 싶어지네.”
베라딘의 말에, 진과 단테는 속으로 쓴웃음을 삼켰다.
그가 지금 우울감을 떨쳐내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베라딘은 구출된 이후 늘 쾌활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실은 하루도 빠짐없이 괴로워하고 있었다. 정신 조작의 여파로 자신이 저지른 끔찍한 일들을 떠올리며.
그런 그가 진심으로 연애 따위를 하고 싶을 리는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몸을 내던져 그 시절의 죄악을 조금이나마 만회하고 싶을 뿐.
“에잇, 나 같이 죄 많은 놈이 연애는 무슨 연애냐. 이 허한 마음과 슬픔…… 이제부터 지플을 때려잡는 분노로 전부 치환하리! 그런 의미에서, 황금함대에 내 자리도 있냐? 난 나쁜 놈이었으니까 함대장이나 함장 같은 거창한 자리 말고, 그냥 일반 승무원으로라도 편성해 주라.”
베라딘이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창밖엔 어젯밤 막 건조가 끝난 황금함들의 모습이 보였다. 현재 티칸궁 인근 영해에 떠 있는 황금함만 삼백 척이 넘는데, 그 모습은 마치 온 하늘에 금을 녹여 만든 구름이 흐르는 것 같았다. 티칸의 모든 백성이 밖으로 나와 그 장관을 구경하는 중이었다.
진은 품속에서 견장을 하나 꺼내 베라딘에게 내밀었다.
“바멀 연합 티칸국 제9 함대장 견장이다. 함대 이름은, 드락카.”
“……뭐? 드락카라고!?”
드락카.
몇 달 전 적명족에 의해 사라진, 루테로 마법 연방의 수도. 드락카는 이야기의 탑과 더불어 오랜 시간 지플을 상징하는 이름이었다.
“그딴 이름을 황금함대에 붙이면!”
“베라딘, 내가 기억하는 너는 지플에서 가장 정의로운 인물이었다. 그 사람 같지 않은 놈들 속에서 너는 사람 같았지.”
진이 회귀하기 전 베라딘은 세간에 정의롭고 강한 인물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그리고 회귀 후 진이 직접 겪은 베라딘도 그랬다. 정신 조작이 있기 전까지, 그는 분명 지플에서 가장 정의로운 인물이었다.
“성국 사건 때도 너는 가문이 성국의 신민들을 굶겨 죽이려는 걸 보고 분개했어. 지플이 협박조로 성국에 금괴를 넘긴 직후였다. 그래서 네가 직접 금괴에 불을 지르기도 했고. 그 사건 이후, 네가 네 별장에서 우리한테 했던 말 기억 하냐? 네가 지플을 되돌리겠다던.”
-어차피 룬칸델과 지플은 네가 아니어도 싸워.
-그건 그렇지만, 진. 난 나대로 책임감이 있다. 가문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면, 나라도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어? 내가 모든 걸 정상화시킬 거다. 지플을 내가 알고 있던 자랑스러운 가문으로 되돌릴 거라고.
한순간도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다. 정신 조작으로 괴물이 된 시기를 제외하면, 베라딘은 늘 그날의 기억을 가슴에 품었었다.
“내가 보기에 그 말은 아직 유효하다. 물론 이제부터 우리 연합은 지플을 말살시킬 예정이지만, 넌 예외지. 이 세상에 지플이라는 이름이 없어지면, 그때 네가 드락카를 재건해라. 지플에서 가장 정의로운 사람으로서. 그런 의미로 붙인 이름이다.”
베라딘은 꽤 오랜 시간 동안 진을 쳐다보다가 견장을 받았다.
“……하긴, 통치자들이 사실 세상에 다시 없을 개새끼들이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드락카는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였지. 그 안에 살던 평범한 사람들에겐 지금 집과 고향이 사라진 셈일 거다. 습, 그래 함장 한 번 하지 뭐. 총수께서 이렇게까지 부탁을 하시는데.”
“부탁이 아니고 명령인데.”
“거 친구끼리 되게 빡빡하게 구네. 좀 재수 없다, 안 그러냐? 단테.”
“내가 보기엔 아주 훈훈한 풍경이오.”
“아무튼, 분부대로 언젠가 드락카는 제가 재건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총수님. 그리고 나 말고 산드라 누님이랑 베티도 있거든? 개새끼 아닌 지플. 물론 둘 다 나처럼 죄가 없지는 않다만.”
“그 둘도 9함대에 소속시켜 놨어.”
“하여간 치밀해. 그러면 무불멸이는? 걔도 우리 함대 소속인가?”
“무불멸은 룬칸델 함대 소속이지. 그래도 십대기사인데, 당연한 거 아니냐.”
“하긴, 무불멸이 여기서나 바보 취급이지 검의 정원에선 살아 있는 신화나 다름없으니.”
세 사람이 실없이 키득거렸다. 저 앞쪽에선 여전히 무라칸이 놀림 받는 중이고, 루시는 그 모습을 보며 간신히 웃음을 참고 있었다.
“그나저나 진, 루시 저 양반도 참 대단하다. 저럴 거면 그냥 웃지. 들어보니 처지가 나랑 비슷한 부분이 있던데, 내가 조언 좀 해줘야 하나? 아니, 나는 어쨌거나 지플이라 좀 그런가? 에잇, 뭐 어때. 저게 나는 웃어선 안 될 나쁜 놈이라는 생각에 빠져 있어서 그런 거거든.”
베라딘은 진이 대답하기도 전에 루시에게 걸음을 옮겼다. 루시는 베라딘이 말을 걸자마자 반사적으로 주먹을 휘둘렀고, 베라딘은 그대로 5초쯤 뻗었다가 일어났다.
“미, 미안해요. 베라딘 경이 악하지 않다는 건 잘 아는데, 지플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저도 모르게 그만.”
“커허……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 루시 경. 좋아요. 지금처럼 웃기 어려울 땐 차라리 날 두들겨 패기라도 합시다. 죄책감에 짓눌려서 제대로 못 싸우느니 그게 낫지 않겠습니까? 아니지, 지플이면 일단 주먹부터 뻗는 걸 보니 제가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 같기도.”
루시는 대답을 하려다 하, 하, 하, 어색한 웃음을 내뱉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발전이었다.
진과 단테는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저 녀석 무리하지 않게 우리가 잘 잡아주자고. 싸움이 끝날 때까지 꼭 살아남아서 해야 할 일이 많은 놈이니까.”
“물론이오.”
진이 품에서 회중시계를 꺼냈다. 정오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곧 정오로군.”
이내 진이 일어서서 걸음을 옮기자, 근처에 있던 모든 동료가 하나둘씩 그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진이 향한 곳은 티칸궁의 공중정원.
그와 간부들이 공중정원으로 올라가는 사이 가까운 바다에 떠 있던 모든 황금함이 일제히 대열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진이 공중정원에 올랐을 때, 티칸의 전 함대는 진의 앞에 일렬로 정렬한 상태였다. 현재까지 생산 완료된 티칸의 황금함대 중, 이 자리에 없는 함대는 하나뿐이었다.
반이 함장을 맡은 투신함대.
그들은 지난 일주일 동안 발레리아와 함께 계속 이야기의 탑을 추적했고, 한 시간 전 처음으로 진에게 연락을 했다.
이야기의 탑, 지플의 현재 위치를 특정할 수 있을 것 같으니, 정오까지 현재 운용 가능한 황금함의 5할을 소집해서 지원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출격 준비는 이미 진작에 완료된 상태였다. 정오가 되기만을 기다렸을 뿐.
크드드득-!
하늘에 늘어선 황금함대 뒤편으로 거대한 강철 문이 열리고 있었다. 킨젤로의 기함 그르닐을 필두로 수백 척의 비행함이 그 강철 문을 빠져나오는 모습이 이어졌다. 마찬가지로 삼백에 달하는 킨젤로의 함선 중 절반은 일반 비행함이고, 절반은 심연군단의 검은 함대였다.
오르갈은 그르닐의 뱃머리 위에 선 채 부득부득 이를 갈고 있었다. 세계의 진실을 알게 된 후, 처음으로 지플을 치는 순간이었다.
“늦으면 버리고 갈 생각이었다, 오르갈.”
[마음에도 없는 소릴 하긴. 이제 너도 인정하고 있잖냐? 우리 킨젤로보다 네놈들에게 더 든든한 아군은 없다는 사실을. 그나저나 네 애인과 반이 대단하긴 해. 벌써 그놈들 꼬리를 잡을 줄이야. 통신 받고 깜짝 놀랐다고.]이를테면, 지플의 대적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셈이다.
이윽고 회중시계가 정확히 정오를 가리킨 찰나, 진의 소형 통신기가 진동을 일으켰다. 투신함대의 통신이었다.
{확실해, 진. 소타 사막 중심부 상공이야. 지금 바로 공간 도약으로 오면 돼.}
발레리아의 목소리를 들은 후, 진은 곧바로 함대 선두 정중앙에 있는 함선으로 올라탔다.
마치 한 자루 검처럼 날카롭게 뻗은 그 선체는, 이제껏 생산한 그 어떤 황금함보다 강대한 힘을 품고 있었다.
룬칸델 제1 기함, ‘사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