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071)
제 1071화
253화. 또다시 라프라로사로 모여드는(2)
“켈리악과 로키아가 만났다고?”
[그래, 그래! 게다가 놈들이 한 거래의 거의 모든 내용을 확보하기까지 했다. 이쯤이면 쌍수를 들고 날 반겼어야 하는 게 맞지 않냐?]진은 무미건조한 얼굴로 잠시 두 손을 들어 보였다. 오르갈은 그 정도면 흡족한 듯 신이 나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우선, 로키아에겐 마신석으로부터 말루기아를 분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헤일린 룬칸델이 가진 태양신, 아락시온의 힘을 통해서지. 그리고 로키아는 그걸 기반으로 켈리악을 협박했어.]“마신석을 파괴한다며 협박했겠군.”
[그렇지. 말루기아의 힘이 사라지면, 지금 마신석은 절반 수준으로 약해질 거다. 어쩌면 그보다도 후져질 수 있고. 켈리악 입장에선 받을 수밖에 없었지.]“로키아는 무엇을 요구했지?”
[널 견제하는 용도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기, 마신석으로 시론을 추적하기, 그리고 아이란 비먼트를 넘기기.]“첫 번째는 거래가 아니었어도 성립됐을 일이고, 두 번째는…… 솔더렛의 안배와 관련이 있을 거고. 아이란 비먼트는 블리기에트, 테마르의 왼팔 때문이겠군.”
당연히 루시는 블리기에트를 고문하면서 그에게 아이란의 제약, 즉 멜카족의 저주의 특징을 확인해두었다.
흑해의 아공간으로 들어서기 위해 온전한 테마르의 육신이 필요하다는 사실까진 알 수 없으나, 그게 아니어도 테마르의 왼팔은 여러 방면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맞아. 그런데 약간 애매하다는 말이지. 그 벌레가 블리기에트를 구하러 올 것 같지는 않은데, 아이란의 육신이 왜 필요할까 싶다고. 분명 무언가 이유가 있을 거다.]“그 부분은 조사해보도록 하지. 놈들이 아버지를 쉽게 추적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 그러나 내 생각보다 놈들의 추적이 빠르다면, 분명 아버지 쪽에서 먼저 연락을 주실 것이다. 얻은 정보는 그게 전부인가?”
[더 있어. 우선, 마신대의 입장에 관한 이야기다. 통합 지플의 수장은 다른 차원의 켈리악 지플이고, 놈들은 여차하면 이 세계를 멸망시킬 생각이더군. 엘로나가 잠깐 정신을 차렸을 때 말한 것처럼 말이야. 하긴, 내가 다른 차원에서 활동할 때도 비슷한 일들이 많았어.]오르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그는 금방 웃는 얼굴로 변해서는 휘휘 손을 저었다.
[여기선 우리가 그런 일을 만들지 않을 거니까 괜찮겠지만. 어쨌거나, 로키아는 켈리악에게 통합 지플에 한 가지 보고를 올리라는 요청을 하였다. 이 세계는 아직 태양신 부활이 가능하니, 멸망을 보류하라는 내용이지.]그 어떤 차원에서도 태양신은 한 번도 온전하게 부활한 적이 없다. 그 사실은 이미 오르갈이 처음 찾아온 날 이야기해주었다.
“마신대에게도 일종의 숙원인 모양이군, 태양신 부활은. 완성된 마신석이 있는데도 다른 무언가가 더 필요한 건가.”
[탐욕, 그리고 더 큰 탐욕. 그게 오늘날 지플이 전 차원을 아우르는 깡패가 된 이유다. 마신석은 본질적으로 태양신의 힘을 흉내 낸 물건이라 할 수 있으니, 그 원형은 더 대단하겠지. 갖고 싶어 미치겠을걸?]통합 지플은 각 차원에서 오르갈을 비롯한 영웅들을 상대하느라 수많은 세계를 멸망시켰다. 매번 승리할 수만은 없었으니 공멸을 택한 것이다. 그때마다 ‘온전한 태양신’이 부활할 가능성이 하나씩 닫힌 셈이었다.
“이해가 안 되는군. 이곳이 정말 마지막 차원이라면, 그리고 마신대에게 이 세계를 파괴할 힘이 있다면. 그들이 굳이 태양신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 그냥 멸망시키고 전 차원의 유일한 정복자가 되면 끝이지. 그러니까 단지 탐욕 때문은 아닐 거다.”
진은 내심 놀라고 있었다.
오르갈이 갑자기 이렇게 많은 정보를 물고 올 줄은 몰랐다. 이제는 그가 과거처럼 헛소리로 모략을 시도할 이유도 없으니, 그가 한 말은 전부 사실일 터였다.
“꿈 능력이 이 정도였다니 꽤 충격적이군, 오르갈.”
[아이나스의 잠재력이 워낙 대단한 까닭이지. 그마저도 기록 마법에 비하면 초라해지는 수준이고. 아, 참고로 이번 꿈 능력 사용의 대가로 피롭스는 능력을 거의 잃었다.]“뭐?”
[환마장이라 불릴 수 없게 되었다는 뜻이지. 그 정도 희생도 없이 이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리 없잖냐? 극의에 다다른 기록 마법도 아닌데. 그래도 아이나스가 대신 환마장 자리를 이어받았으니, 한두 번은 또 괜찮은 정보를 물 만한 기회가 있을 거다. 그때가 되면 아이나스도 그 능력을 잃겠지만.]“설마 내가 킨젤로의 마족들을 걱정하게 될 날이 올 줄은 몰랐군.”
[한두 번은 더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니까?]“그게 아니라, 피롭스나 아이나스에게 그 능력은 아주 소중한 것 아닌가?”
[소중하지. 그런 뜻이었다니 눈물이 다 나려고 하는군. 아이나스와 피롭스에게 잘 전해주마, 네가 걱정해주었다고. 너무 신경 쓰지 마라, 어차피 지플을 끝장낼 수만 있다면 이런 희생쯤은 아무것도 아니니까.]“……오르갈. 지플이 무너진 다음에, 너흰 뭘 할 생각이지?”
[갑자기?]“예전처럼 태양신을 부활시키겠다는 일념으로 우리랑 다시 대립을 할 건가?”
[글쎄, 그건 그때 가 봐야 알겠는데. 다만 이제는, 단원들하고 그냥 오손도손 적당히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 태양신 부활…… 뭐, 그건 여전히 매력적이긴 한데. 그것 때문에 우리가 통합 지플 쪽에 붙어먹을 일은 절대 없다.]“그걸 걱정해서 한 말은 아니다.”
[그러시겠지. 아무튼 정보 전달은 이쯤이면 끝났군. 하여간 이 세계의 켈리악 그 새낀 영 폐급이란 말이야. 로키아 따위에게 휘둘리기나 하고. 내가 기억하는 켈리악들은 훨씬 더 강했다. 특히 한 놈은…… 어마어마했지.]마신대의 수장, 33번 차원의 켈리악 지플.
오르갈은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아직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으나, 그가 통합 지플의 수장이리라 확신하고 있기도 했다.
[만약 마신대가 우리 세계를 직접 침공한다면, 분명 그 자식이 올 거다. 그때까지 잘 준비해보자고. 로키아가 켈리악을 만난 건, 차라리 여러모로 우리에게 이득이야. 꽤 많은 정보를 얻었으니까. 무엇보다 그 벌레는 폐급 켈리악이 실수해서 마신대가 이 세계를 섣불리 멸망시킬 일이 없도록 조치를 취한 거다.]“내 생각에, 로키아는 위기를 느꼈어. 그러니 무리하게 켈리악을 만났다가 킨젤로의 꿈 능력자들에게 감지된 것이지. 그걸 감수하더라도 시간이 필요했을 거다. 어차피 우리가 그들의 이번 거래에 대해 알게 되어도 바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을 테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만 않을 뿐 아예 없는 건 아니지.]“태양신의 자아들.”
[그래.]마신대에 의한 멸망 보류.
로키아의 말에 따르면, 그걸 위해서는 반드시 태양신의 자아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 바멀 연합은 최근에 알게 된 새로운 자아들, 넵돌과 벨티안을 추적하고 있었다.
“우린 벨티안 쪽에 더 인력을 투입하겠다. 너흰 넵돌 쪽을 더 살펴라.”
[그래야지. 진 룬칸델, 방금 네 말대로 로키아는 켈리악을 만나느라 무리하게 권능을 사용했다. 그러니까, 그 두 자아에 대한 문제는 속전속결, 빠르게 해결할수록 좋다. 로키아가 힘을 회복하고 재를 뿌리기 전에.]진으로서는 결단의 순간일 수밖에 없었다.
벨티안 수색을 위해 라프라로사로 인력을 더 투입하면, 그만큼 이야기의 탑을 견제할 인원은 줄어든다. 필연적으로 더 많은 민간인 학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였다.
괴로운 일이지만.
그래도 지금은 벨티안에 집중하는 선택을 골라야만 했다. 진이 민간인 학살에 끌려다니는 건 결국 적이 원하는 일이었다.
하루라도, 한시라도, 1초라도 더 빨리. 벨티안을 확보해야만 했다. 오히려 적들이 민간인 학살을 꿈꿀 수 없도록, 끌어들여야 하는 것이다.
벨티안이 있는 라프라로사로 말이다.
[지금은 로키아가 보낼 만한 병력이 조슈아 같은 폐급들밖에 없을 거다. 꼴에 가네스토의 힘을 받아서 각성했다고는 하지만, 걔들 수준은 네가 나보다 더 잘 알잖냐? 기껏해야 숨어 있다가 벨티안을 잡을 수 있을 때 몸을 던지는 수준이겠지.]“특별한 도구 같은 걸 사용할 수도 있으니 조심하긴 해야 한다.”
[당연한 말씀. 그럼 나는 이제 바로 넵돌을 추적하러 가겠다. 아, 그리고 걱정돼서 하는 말인데. 열 받는다고 블리기에트 죽이고 그러면 안 된다. 그놈 소멸하면 태양신 부활은 꽝이고, 마신대에게 이 차원은 더 가치가 없어져.]“유의하지.”
[물론 마신대랑 전면전을 해서 우리가 이길 수도 있기는 한데, 이왕이면 사용할 수 있는 패는 많을수록 좋으니까. 자 그럼 안녕……! 아, 잠깐. 진, 너 뭐 잊은 거 없냐?]“무슨 뜻이지?”
[나한테 고맙다고 한마디 해야지, 이 짜식아.]“그건 나중으로 미루지.”
진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강철 차원문 너머로 슬쩍 오르갈을 밀었다. 오르갈은 두 번쯤 강철문 바깥으로 다시 얼굴을 내밀었으나, 진은 두더지 잡기를 하듯 그를 욱여넣었다.
오르갈이 내뱉은 욕설이 잠시 메아리쳤고, 진은 즉시 동료들을 소집했다.
“라프라로사로 갈 겁니다. 넵돌 쪽은 전부 킨젤로에게 맡기겠습니다. 출격 병력은, 현재 이야기의 탑을 추적하는 함대와 민간 지원을 나간 이들, 그리고 최소한의 본토 방어 병력을 제외한 병력 전부.”
“공자, 지금 바로 준비하면 되겠습니까?”
“예,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황금함대의 기동성 덕분에 출격 인원은 순식간에 소집되었다.
진은 무라칸과 루시, 그리고 블리기에트와 함께 먼저 기함 사라를 타고 투신전으로 향했다. 굳이 블리기에트를 데려간 건 벨티안을 더 빨리 찾아내려는 의도였다.
“운이 좋네요, 블리기에트 님. 계획이 변경된 덕에 다시는 볼 수 없던 세상 바깥을 마주하게 되셨어요. 하지만 행여 허튼수작을 부리기라도 하면, 티칸궁 지하 감옥에서 저와 아주 긴 면담을 하게 될 겁니다.”
루시가 블리기에트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블리기에트로서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루시, 너 꽤 살벌해지긴 했구나. 옛말에 다구리엔 장사가 없다고 했어. 이 무라칸 님도 종종 체험한 격언이지. 벨티안인가 뭔가 하는 놈, 후딱 두들겨 잡고 잡놈들 엿 한번 제대로 먹여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