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075)
제 1075화
253화. 또다시 라프라로사로 모여드는(6)
블리기에트는 연신 빨리 베라고 소리치며 벨티안 쪽으로 손가락질을 했다.
[흐윽, 흑!]갑자기 오열을 시작한 벨티안을 보니 진은 착잡한 기분마저 들었다.
‘겨우 이런 놈들이 세상을 파괴하네 마네 하고 있다니, 미치겠군.’
더 주저할 이유는 없었다.
지금 베어버린다고 하여 벨티안이 죽는 것은 아니다. 구속할 수만 있다면, 그를 투신전 본당의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건 어떤 식으로든 가능할 터.
시잇-!
광속 찌르기, 브라다만테로부터 뻗어진 검기가 벨티안의 가슴팍을 꿰뚫었다. 벨티안은 태양기로 보호막을 형성해서 막아내기는커녕, 아예 반응조차 못 하는 모습이었다.
[커헉!]비명이 끝나기도 전에 영원화로 물든 칼날이 재차 벨티안의 복부를 베었다. 벌써 타격이 상당한지, 벨티안은 뒷걸음질을 치며 진과 블리기에트를 노려보았다.
[블리기에트, 너 이 새끼……! 이러려고 내게 태초의 기억을 보여준 것이냐!] [아니야! 오해야, 난 그저 네게 우리가 온전했던 시절의 그 아름다운 감정을 일깨워주고 싶었을 뿐이다. 지금 널 공격하는 건, 이 사악한 필멸자가 막무가내로 벌이는 짓이다!] [그 말을 지금 나더러 믿으라, 컥!]벨티안은 황급히 정신을 다잡으며 반격을 준비했으나, 어느새 블리기에트는 다시 무지갯빛 태양기를 꺼내들고 있었다.
[믿어! 그리고 이걸 다시 봐. 우린, 외로웠다……! 이루 말할 수 없이 고독하였지.] [이 개…… 흐윽, 흑, 흑흑! 억!]브라다만테에 이리저리 인정사정없이 베이는 와중에도, 벨티안은 태초의 기억을 정면으로 바라볼 때마다 순식간에 슬픔에 취해 눈물을 쏟았다.
진은 차마 웃지 못할 이 광경을, 이 전투를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지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기억나? 벨티안, 이 부분은 처음으로 피조물들에게 빛을 보여준 순간이다…… 그때는 산과 들과 바다마저 없을 때였어.] [그만…… 그만, 으윽…… 흑.] [다시 이때로 돌아가는 거야, 그러니 얌전히 진의 칼을 받아.] [날 친 건 진 룬칸델이 멋대로 벌인 짓이라며!?] [아아, 그런 설정이었지. 착각했다, 다시 이거나 보라고…….] [으으윽!]이미 벨티안의 몸엔 셀 수 없이 많은 자상과 절상이 새겨져 있었다. 자꾸 방해하는 태초의 기억 때문에 반응이 늦어지니, 진을 상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본체가 타격을 받음에 따라 바깥으로 펼쳐진 태양기도 조금씩 위력이 약해지고 있었다. 자연스레 창성들과 함대가 받는 압박도 줄어드는 중이었다.
게다가 이제 단테와 베라딘의 활약으로 인해 벨티안에게 전달되는 아락시온의 기운도 희미해지고 있었다.
[블리기에트! 난 파멸 그 자체다. 네놈이 무슨 수작을 부려도, 결국 나는 오로지 이 세상을 파괴하고자 무슨 짓이든 할 것이다.] [그래, 그래. 네게 남은 수가 뻔하지, 자폭? 그거 못 하게 하려고 내가 이 소중한 기억을 네게 공유한 거야. 못 믿겠으면 한번 해봐, 되나.] [이 찢어죽일 놈이!]벨티안으로서는 욕을 내뱉는 게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왜 자폭이……!’
갑자기 자폭이 시도되지 않는 것이다. 마치 무언가 파멸로 향하는 그의 내면을 틀어막아둔 듯이.
감정이었다. 태초의 기억 때문에 떠오른 그 시절의 외로움이 그의 충동을 억제하고 있었다.
물론 블리기에트가 앞서 말했듯이 벨티안이 태초의 기억 앞에 약해지는 건 영원하지 않으나, 진이 그를 제압하기엔 충분했다.
‘태양기가 이제 확연히 약해졌다. 곧 함대를 접근시켜서 구속구를 사용할 준비를 해도 좋겠군.’
바깥쪽에선 진의 지휘 없이도 전부 적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형제가 안쪽 상황을 거의 정리한 모양이군. 난 만약에 대비해 포위망을 좁힐 테니, 너는 주위를 살펴라. 르엣이 찾은 것 외에 또 다른 가네스토가 있을지 모른다.”
[오냐, 알았다. 가네스토보다는 지플 놈들이 더 신경 쓰이는군. 여기 끼지 않을 놈들이 아닌데 말이지.]“그쪽은 도착하기 전에 아마 루나가 먼저 연락을 줄 테지. 집요한 아이니, 완전히 따돌리긴 어려울 것이다.”
무라칸이 주위를 비행하며 가장 먼저 식별한 건, 전부 다 깔끔하게 목이 날아간 채 무릎을 꿇고 있는 가네스토의 기수들이었다.
란, 뷔고, 뮤, 앤. 네 사람 모두 단테에게 응전다운 응전 한 번 해보지 못하고 패배한 모습이었다.
가네스토들이 사용하던 차원문 또한 완전히 파괴된 모습이었다. 베라딘은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마력을 가다듬었다.
[너흰 괜찮냐? 하긴 뭐 물어볼 필요도 없겠지.]“무라칸. 다른 놈들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적당히 상대했건만, 셋 다 너무 약했소.”
[강해지는 건 권능에만 의지하고, 죽으면 부활하면 그만이라 생각하는 놈들이니 강할 수가 없지. 이것들은 가네스토 내에서도 결국 소모품에 불과할 거다.]“맞소, 여기 조슈아가 오지 않은 것이 그 증거라 할 수 있을 것이오.”
“조슈아도 상당히 무능하지 않나? 왜 그놈만 아끼는지 모르겠군. 루시 경 설명에 의하면 나름 쓸 만해진 것 같다고는 하는데.”
“이제 우리도 다시 흩어져서 지플과 가네스토의 난입을 계속 경계하도록 하겠소, 무라칸.”
[오냐, 슬슬 벨티안의 구속이 시작될 테니 빈틈없이 가자고.]연합으로서는 지플과 가네스토가 또 난입하기 전에 구속만 끝내면 되는 문제였다.
이제 시간이 필요한 건 연합이 아니라 적들인 셈, 이대로라면 무난하게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
[룬칸델 제1함대, 태양신의 자아 구속을 준비하겠습니다. 기함 사라는 검 개방 후 돌진 준비, 이하 함대는 구속 장비 점검을 끝내도록 하세요.]“예, 집사장님!”
“블리기에트를 내려보내면서 아예 걱정이 없던 건 아닌데, 잘되었구나, 르엣.”
[예, 아메리스 님. 이제 소가주의 명령만 떨어지면 됩니다. 구속 완료까지 시간은…… 지금처럼 태양기가 이 추세로 계속 약해진다면, 십여 분 내외겠군요.]이제 전장에 퍼진 태양기는 파멸의 자아가 퍼뜨린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흐려진 상태였다. 베일이 전력으로 태양기를 발산해도 이보다는 더 강력할 것 같았다.
[끄으윽…… 이제…… 안 통한다…… 블리기에트, 태초의 기억이든 뭐든, 네놈 수작에 더는 놀아나지 않는다!] [그래, 고생했다, 또 다른 나, 내 벗이여. 이제 쉴 시간이야.]진은 이미 통신기를 들고 있었다. 태초의 기억에 면역이 생겼다고 한들, 때는 이미 늦었다.
“구속 시작, 전 함대 위치로.”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이미 검을 개방하고 있던 함선 사라가 벨티안의 눈동자로 쇄도했다.
푸욱……!
내내 태초의 기억과 진에게 시달리느라 권능이 약해진 탓에, 벨티안의 눈동자는 다시 하나가 남았을 뿐이었다.
우우우웅-! 기함 사라를 중심으로 황금함대가 진을 펼치고 있었다. 함선들은 이번 일을 위해 선두에 부착해둔 구속 장비를 일제히 가동시켰다.
반도 구름처럼 펼친 뇌기를 이끌고 구속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내 아메리스와 루시가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자 구속구와 뇌기, 함선 사라의 칼날이 공명하며 수백 갈래의 푸른 광선을 만들었다.
거대한 밧줄처럼 보이는 광선들이 벨티안의 눈동자와 육신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진이 움직임을 강제한 탓에 피할 수도 없었다.
[필멸자들과 살아보니 말이야, 그리 나쁘지만은 않더라고. 아니 나쁘긴 했어…… 이제 좋아질 예정이지. 너도 아마 그렇게 될 거다, 벨티안. 그러니 너무 억울해 마라. 우린, 창조자잖아.] [그으으윽……!]벨티안이 갑작스레 온몸이 속박되는 감각에 휘둘리기 시작한 그 순간.
‘역시, 왔군.’
별안간 구속구를 펼친 황금함대 근처로 지플의 함대가 나타나고 있었다.
차원문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지플의 함대는 말 그대로 갑자기 하늘에 ‘생성’된 것이다.
[소가주, 적 함대입니다. 현실 조작으로 생성한.]1차 이야기의 탑 총공세 때 셀 수 없이 겪은 병력 생성.
무라칸이 암흑도래와 숨결을 퍼뜨려 처음 형성된 지플의 함대 하나를 완전히 파괴하고 있었다.
다만 지플의 함대는 마치 미친 듯이 증식하는 바퀴벌레처럼 쉴 새 없이 새로 형성되는 모습이 이어졌다.
응전하느냐, 구속에 집중하느냐.
진은 고민할 것도 없이 후자를 골랐다. 심지어 그는 지플이 함대를 생성한 순간부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적 함대 처리는 무라칸과 나머지 함대가 전담하고, 우린 구속에만 집중한다. 이야기의 탑이 직접 나타나지 않고 병력만 생성하고 있다는 건, 놈들에게 그만큼 여유가 없다는 뜻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태양신의 자아가 걸려 있는 문제였다.
‘정보가 늦은 모양이군. 루나 누님의 추적을 피하느라. 그 와중에 민간인 학살도 계속 시도하려 했을 테니, 설마 우리가 이렇게까지 빠르게 벨티안을 끝장낼 거라는 생각은 못 한 것이다.’
지플과 가네스토, 그중 가네스토만 먼저 벨티안을 지원하는 걸 본 순간부터 어느 정도는 직감한 문제였다.
가네스토는 허겁지겁 벨티안을 살리고자 억지로 아락시온의 기운을 보내고 있었으니, 지플에게 정보를 빠르게 전달할 여력조차 없었을 수 있었다.
심지어 형성된 함대는 지난번 이야기의 탑 전투에서 겪은 것보다 훨씬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때처럼 함대와 연계된 업화나 명왕군림검이 없는데도 무라칸이 숨결을 토할 때마다 낙엽처럼 바스라지는 것이다.
[으으, 진. 저것들을 막으러 가지 않아도 되겠느냐? 불안하구나. 봉인이 끝나려면 얼마나 남았지? 이거 틀어지면 그때는 벨티안의 자폭을 막을 수 없어.]“이미 우리가 이겼으니 가만히 기다려라, 블리기에트. 설령 이야기의 탑이 직접 나타나도 막을 자신이 있는데, 겨우 이깟 현실 조작 따위는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어.”
[그래도 빨리하면 좋잖아…….]“알겠으니, 너는 이제 우리가 벨티안의 힘을 무난하게 활용할 방법을 생각하도록 해라.”
그 말에 블리기에트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진과 눈을 맞췄다.
[그건 걱정하지 마라, 진 룬칸델. 내가 말했잖느냐, 저놈은 파멸의 자아라고. 구속해두면 분노에 취해 끊임없이 태양기를 방출할 것이다. 그걸 치환하기만 하면, 흔히 필멸자들이 말하는 무한동력이 완성되는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