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117)
제 1117화
258화. 전 차원의 포식자(7)
즈아아악-!
말루기아를 덮친 켈리악의 마력이 반으로 갈라졌다. 그 사이로 창성들의 검기와 말루기아의 금빛 광선이 쏘아졌다.
전신이 휩쓸렸다. 켈리악은 이번에도 자신이 피격된 사실을 조작했으나, 방금까지와 달리 완벽하지 않았다.
검기와 태양기 대부분이 그의 몸에 닿자 사라졌지만 피가 튀었다. 조작에도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만 그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애초에 회복 중인 말루기아를 불러낼 때부터 이 정도는 예상한 바였다.
“이번에도 네 계획대로인가? 말루기아, 네가 나를 부른 것이야? 애석하게도 아닌 것 같군. 그날에 비하면 너무 약하지 않나.”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든 하여라, 종말 이후엔 그리할 수 없을 테니.]한 자루 금빛 창이 켈리악의 어깨에 꽂혔다. 추가 공격을 이어가려던 말루기아는, 순간적으로 움찔하며 켈리악의 뒤로 펼쳐진 하늘을 바라보았다.
짓이겨져 멸망한 윤회계와 자신이 숨어있던 그 근처의 영역들 사이사이로, 진이 남긴 재생의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광범위하고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어떤 면에서, 말루기아는 켈리악보다 그 빛이 더 성가시게 느껴졌다. 이 세상은 근본적으로 지워질 수 없다고 말하는 듯한 빛.
“어디에 정신을 파는 것이냐, 말루기아. 재생의 빛? 설마 이딴 게 신경 쓰이는 건가?”
[너도 이 힘을 탐하고 있다. 그 수많은 차원을 정복하면서도, 너는 이보다 뛰어난 것을 마주한 적이 없다.]“아아, 그렇다고 볼 수는 있지. 하지만 이 빛이 당장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싸움에 집중해라. 안 그러면 이렇게, 어딘가 찢길 테니.”
칼날처럼 날카롭게 형성된 암원계 마력이 말루기아의 허리를 베어냈다.
재생의 빛에 일순 집중을 잃은 탓에 대비를 못 했다. 베인 살과 끊어진 뼈를 곧바로 다시 채우더라도 태양기는 그만큼 소멸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말루기아가 초월적 존재인지라 단지 상처로 끝난 것이었다.
“파멸의 화신인 네가 인간들, 그것도 재생의 빛을 가진 자와 어울리는 건 이처럼 서글픈 일이다. 벌써 그리 다치기 시작해서, 나를 상대로 한 시간을 버틸 수나 있겠나?”
한 시간 뒤면 완성된 마신석이 전장에 도착한다. 그에 반해 연합에 필요한 시간은 그 열일곱 배, 게다가 그마저도 진이 안배 내에서 활동하는 건 계산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상황은 여전히 절망적이다.
그러나 말루기아는 미소를 지었다.
[켈리악. 진 룬칸델이 네게 하나 제대로 일침을 가했더군. 너는 수만 걸음 떨어진 미물의 움직임도 읽을 수 있으나, 미래는 결코 알 수 없다고.]켈리악의 미간이 좁혀졌다.
[하지만 나는 다르지… 온전치 않기에 침침해졌어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다. 네가 기다리는 물건은, 그 시간에 도착하지 않아.]말루기아의 말이 끝나자마자 켈리악의 뒤편으로 새로이 금빛 차원문이 형성되었다. 그 속에선 무인처럼 검을 쥔 불멸자가 나타나고 있었다.
“……크라고스?”
크라고스, 단테를 죽음 직전까지 몰아붙이고 제국을 멸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은 태양신의 자아.
그는 그날 전장에서 봉인되지도, 소멸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전투가 끝난 직후부터 말루기아의 명을 받아 차원의 통로로 들어섰었다. 바로 오늘 마신석이 제때 도착하는 걸 막기 위해서.
[네놈의 수족들은 꽤 거칠더군, 켈리악. 나 같은 존재를 상대하는 것에도 익숙하고… 하마터면 위험할 뻔하였다.]시잇-! 크라고스의 검이 켈리악의 어깨를 스쳤다.
그리고 켈리악은 이어지는 크라고스의 연격을 쳐내는 찰나에, 본래 그로부터는 느낄 수 없는 마력의 흔적을 알아보았다.
‘히스터의 마력, 기록 마법……!?’
크라고스의 몸에 히스터의 마력이 남아 있다.
그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반군 생존자, 발레리아 히스터가 크라고스를 도왔다는 것.
‘하지만 이상하군. 발레리아 히스터가 실린의 추적을 떨쳐내며 크라고스를 돕기까지 한 건가? 실린이 발레리아를 완전히 놓치지 않고서야.’
켈리악은 거기까지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대가를 치러야 할 자들은 눈앞에 있었다.
“크라고스, 무능한 네놈이 홀로 차원 통로를 돌 수는 없었을 테지. 필멸자들의 도움이 없으면 본능조차 실현할 수 없는 태양신의 자아들이라, 우습구나. 그렇기에 너희는 늘 내게 가로막힌 것이다.”
츠즈즈즛……! 켈리악의 마력이 하늘 사방에 열려있는 마신대의 차원문으로 연결되고 있었다.
확인하려는 것이다. 완성된 마신석을 옮겨야 할 길이 얼마나 훼손되었는지.
그 작업은 켈리악조차 괴로운 듯 부들부들 몸을 떨며 괴성을 질렀다. 명백히 무방비한 상태, 연합과 태양신의 자아들은 맹렬히 그를 치러 달려들었다.
하지만 마력과 차원문이 이어지며 발생한 충격파 때문에 접근이 쉽지 않았다. 5초, 먼저 충격을 뚫고 사정거리로 들어선 창성들이 검을 휘두르려는 찰나, 켈리악은 눈을 부릅뜨며 정신을 되찾았다.
“그래… 꽤 많이 늦췄군, 말루기아. 인정하지, 실로 오랜만에 머리가 뜨거워지고 있어. 분노, 잊고 있던 감정이다.”
켈리악의 눈동자에 살의가 깃들었다. 이제껏 무덤덤한 얼굴을 한 것과 달리, 그의 마력 또한 거칠고 사납게 몰아치고 있었다.
이내 켈리악은 거리를 벌리려던 크라고스의 검을 손으로 그러쥐었다. 칼날이 유리처럼 부서졌고, 크라고스는 켈리악의 얼굴로 주먹을 내질렀다.
[네놈!]그러나 주먹은 닿지 못하고 켈리악의 눈앞에서 절단되는 모습, 공간 폭발이었다. 극에 다다른 공간 폭발은 잠시 후 크라고스의 온몸을 수십 갈래로 베어냈다.
[크아아아……!]피와 살점처럼 태양기가 튀었다. 크라고스는 육신을 재생하려 했으나, 켈리악은 이미 두 손으로 크라고스의 핵이라 부를 만한 것을 쥐고 있었다.
“살아있는 인간의 심장처럼 팔딱팔딱 뛰는군. 태양신의 자아는 근본적으로 소멸하지 않는다고? 그딴 걸 믿고 이리도 멍청하게 내게 접근한 것이냐?”
프아아악-!
켈리악이 핵을 감아쥐자 질척하고 둔탁한 소리가 일었다. 반쯤 남은 머리에 달린 크라고스의 눈이 까뒤집어진 듯 하얗게 변했고, 흩어진 그의 살점들은 수복을 멈추며 허공에서 움찔거렸다.
“실패한 신의 부산물, 그중 특별하다고 할 수도 없는 네놈이 감히 내 몸에 손을 대다니. 불쾌하단 말이다, 아주.”
켈리악이 손에 남은 크라고스의 핵을 바닥으로 내던지며 말했다.
죽지는 않았다. 그러나 크라고스는 겨우 인간의 형태를 복구한 채 기함하고 있었다. 다음 순간 말루기아의 엄호가 없었다면, 그는 소멸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건 말루기아와 진 룬칸델 둘뿐이다. 나머진 모두 마신석이 오기 전에 죽게 될 것이다. 솔더렛의 유산? 진심으로 열일곱 시간을 버티고, 그걸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 테지?”
명원, 암원의 마력이 방사형으로 퍼지고 있었다. 창성들이라 할지라도 도저히 다 피할 수는 없이 드넓고 촘촘한 그물망이 펼쳐지자마자, 발레리아와 엔야의 입과 코에서 핏물이 터졌다.
“윽!”
두 사람이 감당하기엔 지나치게 많은 왜곡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러나 물러날 수가 없다. 마력을 피해 뒷걸음질을 치면, 그곳엔 간신히 사선을 헤매고 있는 아군들이 있었다.
“차마 저들을 방패로 쓸 수는 없겠나? 뭐, 결과적으로 나쁜 선택은 아니다. 어차피 그렇게 해도 의미는 없을 테니. 하지만 우습구나, 나조차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건만. 너흰 어찌 그리 안일한 것이지?”
그 말처럼, 켈리악은 욕망을 실현하고자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적을 죽이는 것도, 아군을 죽이는 것도.
지금도 드넓게 퍼진 그의 마력은 파도처럼 닿는 모든 것에 부딪히고 있었다. 어떻게든 라프라로사의 보호막으로 들어서려는 연합원들을 집어삼키는 건 물론이고, 그들을 공격하던 마신대의 창성과 신들마저도.
[닥쳐라, 네놈이 무엇을 안다고!]오르갈이었다.
그에게 켈리악은, 영원히 반복되는 악몽이었다. 한 번도 넘지 못한 절망의 벽이고, 끊임없이 덧나는 치명상이었다.
그에게 대적하다 모든 걸 잃었다. 셀 수 없이 많은 동료를 잃었고, 그들과 함께한 소중한 기억을 잃었고, 남은 것은 오로지 고통, 수백 개의 차원을 넘어서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고통뿐이었다.
[이 악귀 새끼, 네놈에겐 욕망밖에 없다. 소중한 것도 없고, 의미 있는 것도 없고, 지킬 것도 없어. 그런 네가 유일신이 되겠다고? 마지막 남은 이곳까지 멸망시키고? 우리가 쓰러지더라도, 우주가 너를 막을 것이다. 세상이 너를 그리 두지 않을 것이다!]오르갈은 야윈 팔로 검을 휘두르며 켈리악의 앞을 가로막았다.
수명을 되돌릴 수 있는 한계점은 이미 아까 지나갔다. 그는 단지, 죽더라도 기억을 가져가고 싶었다.
수백 개의 차원에서 지금 이곳 677차원에 이르기까지, 그 긴 투쟁과 저항에 무언가는 남은 것이 있다는 기억을.
단연코, 그건 사람들이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함께 싸우고 있는 사람들, 진실을 모르던 얼마 전까지는 서로에게 검을 겨눈 사람들, 그게 오르갈이 마지막으로 얻은 영광이었다.
“너는 그냥 죽이기엔 아쉽지. 그렇기에 일부러 수명을 조금 남겨둔 것이다, 오르갈.”
켈리악은 상대할 가치가 없다는 듯 풍압을 일으켜 그를 밀쳤다. 오르갈은 명원계 마력을 혼자 쳐내고자 온몸을 던졌으나, 늙어 죽지 않은 건 사실 켈리악이 조절한 까닭이었다.
[그래, 어느 정도는 예상했다. 나를 능멸하려고 명원의 힘을 더 쓰지 않았으리라고. 그래서, 쾌감이 느껴지나?]“그럴 리가.”
[그렇기에 너를 기다리는 건 공허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기쁘다, 켈리악 지플. 싸우다 쓰러지면 언제나처럼 심연의 병사가 될 거고, 사람들은 나를 기억할 테니 말이다. 내가 그들을 기억할 수는 없어도.]“오늘 이후 너를 기억하는 건 오직 나밖에 남지 않아.”
[몇 번이나 멍청한 소리를 하는 거냐… 네가 설정한 미래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오르갈은 그렇게 말하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때, 공중요새 라프라로사의 뒤로 한 금빛 차원문이 열리고 있었다. 그건 켈리악이 연 차원문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