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15)
제 111화
36화. 각자의 지원군들(6)
탈라리스가 그런 시리스와 진을 바라보며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내 허락도 없이 모트를 데려가겠다고? 하여간 좋을 때다, 우리 딸.’
하지만 적어도, 언제까지 돌아오겠다는 약속 정도는 받는 게 어머니로서의 권리 아니겠는가.
상공에 지플의 결전 병기, ‘코젝’이 떠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단 한 번 도약한 탈라리스가 진과 시리스 앞에 섰다.
“이 급박한 상황에서도 로맨스를 잃지 않는 건 좋은데, 딸아. 될 수 있다면 빨리 돌아와야 한다? 이 어미도 저걸 상대론 오래 못 버텨. 지금처럼 누군가를 지키면서는 특히 버겁지.”
“티칸으로 가서 라오사라는 저들의 신녀만 데려오면 된대요.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흐응, 우리 딸.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건 염두에도 두지 않나 보네?”
시리스가 코웃음을 쳤다.
“지플이 이 정도로 어머니를 어쩔 수 있었다면, 이미 비궁은 이 세상에 남아 있지 않겠지요.”
시리스 역시 백야와 코젝의 위력이라면 익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생각하기에, 만빙을 소환한 어머니는 가히 무적이었다.
반신, 시론 룬칸델조차 만빙을 쥔 어머니를 꺾는 건 극히 어렵다고 말한 적이 있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어머니라 할지라도. 백야를 상대로 다수의 인간을 보호해야 하는 상황은 좀 버거우실 거야. 게다가 백야의 마법사들을 살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까지 붙을 테니.’
진도 시리스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탈라리스 님은 백야를 죽일 수 없다. 7마탑 마법사 몇 명 죽인 것쯤이야, 지플 측에서도 비궁의 힘이 부담스러우니 조용히 묻을 수 있지만. 백야의 마법사들을 끝장내는 건 이야기가 달라. 즉시 지플과 비궁은 전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어.’
탈라리스는 분명 카시미르의 ‘의뢰’를 받고 콜론을 찾아온 것이지만.
분명 이번 일은 지플과 전면전을 각오하면서까지, 반드시 완수해야 할 의뢰는 아니었다. 사실 여기까지 상황을 끌고 온 것도 탈라리스의 입장에선 대단한 손해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해의 패자, 탈라리스가 ‘조금 무리’하면서까지 진을 돕기로 결정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눈빛이 마음에 들어. 룬칸델 연회에 다녀온 후, 딸아이가 종종 멍하게 있던 이유가 있었군. 이 녀석이 가주가 될 가능성은 낮지만. 혹시라도 룬칸델의 가주가 되기 전에, 확 시리스와 혼인시켜 비궁의 일원으로 만들어 버려?’
탈라리스가 모트의 커다란 뺨을 쓰다듬었다.
“자, 얼른 다녀와. 한 시간 줄게. 그때까진 의뢰 대상 전원, 한 사람도 빠짐없이 살려 놓고 있을 테니. 물론, 잘생긴 오빠가 본모습으로 변신할 일도 없게 만들어 주마.”
보오옹!
모트가 주둥이를 내밀어 한 차례 울부짖자, 다시 백색의 차원문이 형성되었다.
“꽉 잡아, 이계설원에서 떨어지면 영영 이 세상으론 돌아올 수 없으니까.”
쏘옥!
그 거대한 몸집이 한순간에 작은 차원문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펼쳐진 풍경은, 끝도 없이 펼쳐진 광활한 눈밭. 모트는 벌써 그 위를 질주하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바람과 추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화염계처럼 이세계인가 보군… 이 공간을 이용해 순간 이동을 하는 건가?’
신기한 환수였다. 전생에서도 들어 본 적이 없어, 진은 사실 비궁이 지원을 온다면 이동 관문을 이용하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모트가 네게서 그리운 냄새가 난다고 하는군.”
시리스가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예?”
“……모트, 테스라고? 너, 설마 불사조 테스의 소환자가 된 거냐?”
난데없이 훅 들어온 질문이지만, 진은 이제 그다지 당혹스럽지도 않았다.
‘내가 마검사라는 사실이 온 동네방네 소문나는 것도 한순간이겠군. 이제는 처음 만난 환수까지 내 마법 능력을 알아보네.’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마미트에서 처음 만났을 때도,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찾아와 준 지금도. 시리스는 적보다는 은인에 가깝다는 마음이었다.
비록 작년 룬칸델 연회 때는 결투해서 박살을 내버렸지만 말이다.
“맞습니다. 신기하군요, 테스와 모트가 서로를 알고 있습니까?”
“오랜 친구였다는군. 룬칸델과 불사조라. 뭐, 자세한 건 묻지 않도록 하지. 그보다, 더 꽉 잡아. 이제 곧 티칸에 도착하는데, 차원문이 새로 열릴 땐 꽤나 충격이 있거든.”
어색한 마음이 일었지만, 진은 군말 없이 시리스에게 더 몸을 밀착시켰다.
“그래서 보통 외부인을 태울 땐, 모트가 입으로 삼켜서 이동해. 네 부하인 카시미르도 그랬지. 모트의 입속에선 아무리 흔들려도 이계설원에 빠질 일이 없잖아.”
“그럼 저는 왜?”
“그래도 룬칸델의 막내 공자인데, 이 정도 대우는 해 줘야겠지. 이번 일에 대해선 추가금도 두둑하게 받아야 하고 말이야. 까딱하면 비궁과 지플이 완전히 적대 관계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니까.”
보옹!
건너편 저 멀리, 또 다른 차원문이 열렸다.
그곳에 보이는 건 티칸 자유 도시 제1항구의 풍경. 모트가 힘껏 도약해 차원문을 파고들자.
팟!
도착이었다. 시리스는 지상에 내려서자마자 누가 볼 새라 모트의 소환을 해제했다.
“이제 어디로 가면 되지?”
“마침 라오사 신녀의 집이 근처입니다. 어떻게 딱 가까운 곳으로 왔군요.”
두 사람이 새벽녘의 골목을 몇 개 돌아, 자그마한 나무문 앞에 서는 건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쾅쾅!
“라오사 님! 판!”
“아이, 이 시간에 어떤 미. 어, 진 공자임까? 진 공자! 콜론은 어떻게 되고 있슴까!?”
시간이 시간이건만 판은 술에 취해 있지도, 자고 있지도 않았다.
대신 자그마한 단칸방에 온통 촛불을 켜 놓은 채, 방금까지 기도를 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라오사가 정좌한 채 눈을 감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진 공자. 눈의 아이와 함께 오셨군요.”
그 한마디에, 진은 라오사가 어느 정도 운명을 읽고 있었다고 직감했다.
“라오사 신녀. 설마 이렇게 될 줄 알고 계셨던 건.”
그러자 라오사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랬다면 나의 동족들이 그토록 많이 죽을 필요는 없었을 테지요. 나는 이 자리에 앉아, 그저 나의 신을 찾고 있었습니다.”
엄청난 아우라에 저도 모르게 ‘당신은 신입니까?’라고 물어본 게 불과 며칠 전이건만.
한눈에 보기에도 라오사는 진을 처음 만났을 때보다 신성한 기운이 많이 줄어들어 있었다. 그럼에도 일반인과는 어딘가 다른 분위기가 흘렀으나, 그만큼 위태로워 보이기도 했다.
“지플의 마법사들이 또 한 번 콜론의 땅을 유린하고 있나 보군요. 제 얼마 남지 않은 신력이 빠르게 꺼져 가고 있는 걸 보면 말이에요.”
“저와 동료들이 뮤론을 죽인 후, 지플의 마법사들이 콜론에 지원을 왔습니다. 그리고 방금 막 놈들의 최정예 병력인 백야가 함선 코젝을 타고 도착한 상태고요.”
라오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야기해 주지 않으셔도 알 것 같습니다. 의식을 앞당기기 위해 내 신력이 필요한 상황이죠?”
“그렇소, 라오사 신녀. 그리고 콜론은 지금 초가 지날 때마다 파괴되고 있을 것이오. 빨리 가는 게 좋겠군.”
“알겠습니다, 눈의 아이여. 그렇다면 잠시만, 하고 있던 기도를 끝마쳐도 될까요?”
진은 당연히 시리스가 거절하리라 예상했지만, 의외로 허락하는 모습이었다.
“중요한 기도임이 분명할 테지, 좋소. 나는 진과 밖에 있을 테니 끝나면 나오시길.”
바깥으로 나선 시리스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라오사 신녀라고 했나. 강자가 아닌 사람에게 감탄을 느낀 건 정말 오랜만이야. 저게 얼마 남지 않은 신력이라고……?”
“시리스 님도 라오사 님의 아우라를 느낀 모양이로군요. 처음 만났을 땐 지금보다도 그 아우라가 몇 배는 되었습니다.”
“저 여자를 직접 보니 이제는 나도 궁금해질 지경이군. 대체 그들이 지키는 신물이라는 게 무엇인지 말이야.”
이내 기도를 끝낸 라오사가 문밖으로 나오자 시리스가 다시 모트를 소환해 차원문을 열었다.
* * *
콜론의 하늘을 가득 뒤덮은 것 같은 코젝의 거대한 선체 바로 아래.
탈라리스와 마법사들이 대치하고 있었다.
그녀와 백야의 싸움이 시작된 후 30분이 흘렀으나, 아직 사망자는 한 사람도 나오지 않았다.
탈라리스가 무위를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후, 한 시간까진 무조건 지키겠다고 약속은 했지만. 이것 참… 피곤하긴 하군.’
처음 탈라리스를 저지하러 온 7마탑의 마법사들은 대부분 함선으로 들어가 치료를 받았고, 미도르는 부탑주로서 백야의 마법사들과 함께 진을 펼쳤다.
그러나 진이 보자마자 ‘강한 마법사’라 평가한 미도르 엘너는. 백야 사이에 섞여 있으니 그저 평범한 인물로 보일 지경이었다.
8성 마법사가 오십, 그리고 9성 마법사가 둘.
그게 현재 콜론에 지원을 온 백야의 전력이었다. 백야 전체 전력의 약 5할, 지플이 최근 순혈 지플과 관련된 일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보여 주는 대목.
“그만 물러나 주시오, 비궁주! 우리도 역시 그대를 다치게 하고 싶지는 않소. 뮤론 지플을 살해한 자와 원주민들을 넘긴다면, 조용히 떠나겠소.”
이미 탈라리스와 백야 사이엔 온전한 대지가 단 한 발자국도 남아 있지 않았다.
모두 거대 짐승이 떼로 할퀴고 지나간 듯 뒤집어진 데다, 건물은 모두 얼어붙은 채 산산조각이 나서 사방에 흩뿌려진 모습.
그들은 원거리에서 서로를 위협하고만 있던 것이다. 탈라리스는 주로 날아드는 마법을 쳐 내기만 했는데, 오히려 지쳐 보이는 쪽은 백야였다.
“나와 협상을 하고 싶다면 켈리악을 직접 데려와.”
“비궁주! 지플과 비궁이 이렇게까지 반목해야 할 필요는 없지 않소? 그대에겐 의뢰일 뿐이나, 우린 순혈 지플이자 탑주를 하나 잃었단 말이오.”
“말귀를 못 알아듣네, 정말. 나도 너희 다 죽이고 싶은 거 간신히 참고 있단다.”
예정된 한 시간이 끝나 가고 있었다.
‘얘들은 아직 데이트하고 있나? 지금까진 백야 놈들이 함부로 덤비지 않아 수월하게 막았지만…….’
탈라리스가 은근히 하늘 위로 시선을 올렸다.
코젝.
백야가 그 함선을 이용해 본격적으로 공격을 퍼붓기 시작하면, 그녀로서도 결코 가볍게 상대할 수는 없었다.
‘설마 저걸 함부로 사용하진 않겠지. 지플도 이곳에 수백 년이나 매달린 물건이 있다고 했으니.’
코젝의 ‘함포’가 쏟아지면 콜론 일대가 초토화되는 건 말 그대로 순식간이었다.
탈라리스가 생각하기에, 지플이 설마 수백 년이나 찾은 물건을 포기하면서까지 그렇게 하진 않을 것 같았다.
돌연 백야의 마법사들이 코젝의 함포를 가동하기 위한 룬 문자를 발현시키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건 그대가 먼저 자초한 일이오, 방금 본가로부터 가주의 허락이 떨어졌소이다.”
코젝의 선두가 반으로 갈라지며 거대한 함포가 튀어나오고, 미리 내부에 응축되어 있던 거대한 마력 덩어리가 지상을 강타하려는 순간.
“어? 잠깐.”
막 콜론으로 다시 도착한 진과 시리스, 라오사가 모트 위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피해!”
탈라리스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