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84)
제 111화
60화. 수혈, 형제(1)
파지직!
브라다만테에서 쏟아진 오러가 한 줄기 뇌전처럼 보였다. 진의 가슴팍에서 빛나는 삼각광이 거대 야수의 눈동자처럼 희번덕였고, 샤쿠는 초장부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설마 진이 명왕검을 사용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샤쿠는 당연히 영검, 혹은 평범한 검술로 대련이 시작될 줄 알았다.
‘대체 어떤 형제가 알려준 거지……!? 아니, 그전에. 가르쳐준다고 해서 곧바로 쓸 수 있는 무예가 아니건만!’
명왕검은 명왕족만의 고유한 힘, ‘광심장’을 기반으로 하는 무공을 총칭하는 말이다. 검술, 창술, 궁술, 권술 등 모든 무예가 포함된다.
즉, 광심장이 없다면 사용할 수 없는 무공이라는 의미.
반만년 전에도 수많은 인간과 수인들이 그 광심장을 따라 하기 위해 난리를 쳤었다. 그러나 모양새만 따라할 뿐, 명왕족 특유의 오러 운용을 재현한 인물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샤쿠의 정수리로 떨어지고 있는 명왕검 평식 ‘벼락’은 인간이 펼쳤을 뿐, 진짜 명왕검과 다르지 않았다.
프즈즛!
샤쿠의 검에서도 뇌전이 흘렀다. 진이 펼친 것과 똑같이 벼락으로 응수한 것이다. 뇌전이 맞부딪히며 새파란 불꽃이 튀었고, 구경꾼들 사이에선 탄식이 흘렀다.
“이놈!”
같은 기술로 응수한 것은 샤쿠의 입장에선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전승자라고는 하지만 진은 아직 ‘형제’로 인정받지 못한 인간 애송이. 그런 진이 명왕검을 사용한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누가 알려준 거야?”
“탄텔 형제인가?”
“기분이 묘하군. 인간이 명왕검을 쓰는 건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는데…….”
형제로 인정받은 테마르도 명왕검을 익히지 못했다. 그에게는 명왕족의 속성과 기억을 나눠준 이가 없기 때문이었다.
기억만 있어서는 펼칠 수 없다. 조금이라도 명왕족의 속성을 갖춰야 광심장을 발현시킬 수 있으며, 진에게는 보라스의 어금니가 그 역할을 해주었다.
‘나도 묘하군, 영검보다 오히려 명왕검이 조금 더 취향에 잘 맞는 것 같단 말이지.’
영검은 대체적으로 섬세하고, 조용한 기술로 이루어져 있다.
반면 명왕검은 하나같이 폭발적이고 파괴적이다. 그야말로 패자와 패도를 위해 고안된 그 검술은, 룬칸델을 닮아 있었다.
“오투왕 형제!”
한창 진과 벼락을 섞던 샤쿠가 돌연 진을 떼어내며 보라스를 찾았다.
“왜 그러나, 샤쿠 형제.”
뜨끔한 기색을 억누르는 보라스. 그는 다른 명왕족과 마찬가지로 ‘진이 대체 명왕검을 어떻게?’라는 표정을 꾸미고 있었다.
“오투왕 형제의 특수 접합술은 아직 여전할 테지!”
웅성웅성. ‘특수 접합술’이라는 말에 명왕족들이 술렁였다.
“그건…… 당연하지.”
“그렇다면 전승자의 사지를 몇 번이고 찢어도 딱히 문제될 것이 없겠군?”
보라스가 잠시 대답하지 못하자 일투왕 ‘발티록’이 그를 노려보았다.
“왜 대답하지 못하는 건가, 오투왕 형제? 설마, 전승자에게 명왕검을 전수한 것이 형제인가?”
“아니야!”
보라스가 대경실색하며 소리쳤다. ‘내가 아니라 내 어금니가 했어’라는 말을 감춘 채.
“그렇다면 샤쿠 형제에게 얼른 대답을 해주게. 부탁을 하고 있지 않나, 오투왕 형제에게 신세를 좀 지겠다고 말이야.”
보라스가 고민하는 사이, 진이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라고 하세요, 보라스. 내 사지가 잘리더라도, 특수 접합술인지 뭔지로 다시 붙여주면 그만 아닙니까? 이름을 보아하니 절단을 복구하는 치유술 같은데요.”
“하지만…… 특수 접합술이 만능은 아니야. 내가 조금만 실수해도 환부의 감각 일부가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고.”
“괜찮습니다. 어차피 진짜로 죽일 기세로 몰아붙여달라고 한 건 내 쪽이니, 감수하겠습니다.”
애초에 빈말로 뱉은 말이 아니었다.
진은 수련에 있어 언제나 목숨을 걸었다. 이곳, 잊힌 땅 라프라로사에서의 수련이라 할지라도 예외를 둘 생각 따윈 없었다.
‘나침반 탈취 작전 때, 킨젤로와 지플에 어떤 괴물들이 있을지 모른다. 라프라로사에서 최대한 많은 성취를 이뤄서 돌아가야 해. 몸을 아껴가며 수련할 때가 아니다.’
샤쿠가 씨익 웃으며 이를 드러냈다.
“그럼, 허락한 걸로 알지. 보라스 형제!”
언뜻 보면 결정의 주체가 샤쿠, 보라스, 발티록인 듯 보이지만.
사실 이들은 넌지시 투신 반의 허락을 받은 것이다. 대화가 이렇게 흘러가는데도 반이 제지하지 않았으니 샤쿠는 더 이상 거칠 것이 없었다.
가르문드와 린파, 보라스의 속이 타들어가는 와중, 투신 반은 묘한 눈빛으로 진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다시 시작하지, 전승자. 감히 명왕검을 함부로 사용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카아아아아!
돌연 샤쿠가 포효를 내질렀다.
단순 포효임에도 불구하고 귀가 찢어지고, 망치가 머리를 두들기는 듯했다. 오러로 몸을 보호하지 않았다면 뒤늦게 번진 충격파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백랑족의 포효는 그냥 울음소리였군. 용의 포효보다도 위압감이 짙잖아.’
이제부터는 대련이 아니라 싸움에 더 가까울 터. 마른 침이 목구멍을 가파르게 넘어갔다.
츠즈즈즉!
샤쿠의 온몸에 손바닥만 한 뇌전이 휘감겼다. 중력이 가속된 듯 공기가 무거워졌고, 진은 정신을 집중하며 마력을 일으켰다.
‘눈치 볼 일 없이, 모든 힘을 다 이용할 수 있다는 건 좋군.’
급격히 소진되고 있는 오러와 달리, 마력은 충만한 상태다. 테스를 소환해 함께 싸울 요량으로 화염계의 대문을 열어젖히려는 찰나.
‘푸른 불꽃이…… 안 번진다!’
진은 이곳이 바깥과 달리, 평범한 세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화염계의 불사조들은 라프라로사를 찾아올 수 없다. 라프라로사는 이미 ‘죽은 세계’이기 때문이다.
“뭘 하나? 전승자.”
직선으로 다섯 줄기의 벼락이 쏟아졌다. 룬칸델 제3결전기 유성우의 축소판 같은 모습, 명왕검의 ‘평식’은 단일 기술이라기보다는, 상태에 가깝다.
광심장의 오러를 머금은 검을 휘두를 때마다 벼락이 내리치는 것이다. 아직 진은 샤쿠처럼 많은 벼락을 펼칠 수 없으므로, 맞받아칠 수가 없었다.
콰과광!
이리저리 몸을 던져 피하며 새로운 마법을 준비했다.
‘영검 1식을 펼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테스를 소환할 수 없다면 정면승부로는 답이 없었다. 샤쿠는 속도, 완력, 체력, 모든 면에서 진보다 뛰어난 육체를 갖고 있었다.
진의 축복받은 육체는 아직 다 개화하지 않은 반면, 샤쿠는 일반 전사라 할지라도 성장을 끝낸 명왕족이니 당연한 차이.
‘멸망하기 전에는 이런 이들이 수만, 수십만이나 있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승부는 일격에 걸어야 했다. 약자가 강자를 상대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허를 찌르는 치명타뿐이다.
7성 오러로는 샤쿠의 몸을 휘감은 뇌전을 뚫을 수조차 없었다. 어쩌다 빈틈이 보여 브라다만테를 찔러도, 그곳은 빈틈이 아니었다.
뇌전의 불가사의한 척력에 칼날이 튕겨지는 것이다. 사밀에서 단테가 보였던 하이란의 비기, 제왕검 용검갑과 비슷한 형식.
용검갑처럼 자동 반격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나, 곧장 샤쿠의 검이 날아드니 크게 다르진 않았다.
벼락을 흩뿌리던 샤쿠의 칼날이 형태를 바꿨다. 진이 잘 피하니 더 효율적인 기술을 꺼내기로 한 것이다.
지이이잉-!
광심장에서 퍼진 오러가 샤쿠의 칼날 속으로 스몄다. 그렇게 스며든 오러는, 브라다만테와 부딪칠 때마다 진을 잡아당겨댔다.
보이지 않는 수십 개의 손아귀가 온몸을 붙잡는 것 같았다. 샤쿠의 칼날에서 벗어나려면 평소보다 세 배는 많은 힘을 쏟아야만 했다.
그건 곧 체력이 그만큼 빠르게 소진된다는 의미이며, 자연스러운 회피가 불가능해진다는 뜻이다.
‘평식 압제인가……!’
보라스의 어금니로 얻은 기억에 똑똑히 남아 있던 기술.
명왕검 평식 압제.
그것은 검에 인력을 부여하는 기술이었다. 명왕족의 오러 운용은 다른 종족과 완전히 궤를 달리했다.
반만년 전, 하루아침에 멸망했는데도 아직까지 그들의 무위가 전설처럼 전해지는 건 이유가 있는 것이다.
“잡았다!”
샤쿠가 진의 멱살을 붙잡았다. 두 자루의 검은 압제 때문에 자석처럼 붙어 있는 상태, 진이 왼쪽 주먹을 휘둘러 미친 듯이 샤쿠의 손등을 두들겼다.
빡! 뻑, 퍽! 둔탁한 소리가 이어지는데도 오히려 주먹이 깨질 것 같은 쪽은 진이었다. 한동안 장난을 받아주듯 주먹을 견디던 샤쿠가 흐흐, 웃음을 흘렸다.
“이제 내 차례인가?”
머리통보다도 큰 주먹이 진에게 날아들었다. 검은 털에 휩싸인 그 주먹에도 뇌전이 흘렀다.
콰앙-!
그 순간 뮬타의 룬을 발동시키지 않았다면 얼굴이 완벽하게 함몰됐을 것이다. 갑작스레 진의 얼굴을 보호한 검은 투구에 샤쿠가 눈썹을 씰룩였다.
“이건 또 뭐야?”
“뭐긴, 비밀 투구지.”
“그래, 맞다보면 좀 후회가 될 거다.”
샤쿠가 다음으로 노린 곳은 진의 흉부였다.
그리고 진은 팔로 가드를 형성하는 대신, 그가 주먹을 뻗은 틈을 타 눈을 노렸다. 샤쿠의 오른쪽 눈으로 쇄도하는 진의 검지에 시커먼 영기가 덧씌워져 있다.
‘됐다!’
눈알이 터져도 특수 접합술로 치유가 가능한지는 모르겠으나.
당장 찌르지 않으면 맞아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였다. 다행히 필사적으로 뻗은 검지가 샤쿠의 눈에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픽!
닿았다.
동시에, 샤쿠의 주먹도 진의 가슴팍을 두들겼다. 콰앙! 내장과 뼈가 다 으스러질 것 같은 고통이 몰려왔다.
흑왕갑을 벗고 있었다면 그대로 까무러쳤을 것이다. 가드를 올리지 않고 눈을 찌를 수 있던 건, 시론이 준 희대의 명갑 덕분이었다.
“커헉!”
흑왕갑이 충격을 전부 흡수해주는 것은 아니다.
또한 목을 꺾으며 핏덩이를 토한 진은, 샤쿠의 눈을 찌를 게 아니라 차라리 가드를 올렸어야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뭔 놈의 눈깔이…… 이렇게 단단하냐고? 사기 아니야?’
손가락이 부러졌다.
샤쿠의 몸을 휘감고 있는 뇌전에 가로막힌 것도 아니었다. 영기를 응축시킨 덕에 분명 검지는 뇌전을 뚫고, 샤쿠의 눈동자를 정확히 찔렀다.
그러나 샤쿠의 오른쪽 눈은 멀쩡했고, 진의 검지는 너덜너덜해졌다.
“아, 우린 눈도 심장처럼 단단하거든. 몰랐나보지? 괜히 최강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콰앙!
샤쿠가 다시 한 번 진의 가슴팍에 주먹을 내질렀다. 퍼걱, 흑왕갑 아래에서 흉골이 부서졌다.
의식이 빠르게 흐려졌다.
“약속대로 사지를 잘라주마. 다음 대련에선 겸손한 모습을 기대하도록 하지, 전승자!”
* * *
다시 눈을 떴을 땐 캄캄한 어둠속이었다.
‘평식 압제 때문에 영검을 펼칠 기회조차 못 잡았어. 일반 전사가 그 정도라니, 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종족이야?’
의식이 돌아오자마자 패인이 떠올랐다. 이길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진 않았으나, 더 많은 걸 시도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정말 괜찮을까?”
가까운 곳에서 보라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목소리가 나오질 않아 그를 부를 수가 없었다.
“그래, 오투왕 형제. 전승자를 회복시키면서, 내 피를 수혈하도록 해.”
그건 투신 반의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