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9)
제 22화
9화. 마음의 눈이 대체 뭔데?(3)
시에라 카마로는 에딩턴보다 1분 정도를 더 버텼으나, 진에게 별다른 피해를 입히진 못했다.
뒤이어 나온 데이비드 맥치와의 대련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졌다. 그는 시에라보다 조금 더 끈질기게 싸운 대가로 갈빗대가 하나 나갔지만 말이다.
골절 정도는 룬칸델의 의료진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심각한 장기 손상이나, 절단상 등의 치명상이 아니면 순식간에 완치가 가능했다.
“크흑, 한 수 배웠습니다, 도련님. 감사합니다! 커억!”
쓰러진 채 씨익 웃으며 엄지를 척 치켜드는 데이비드를 본 진이 흠칫했다.
대체… 이 룬칸델엔.
이런 미친놈이 얼마나 많은 걸까? 아무리 상급자라지만, 방금 제 갈빗대를 부숴 버린 인간에게 웃으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다니.
심지어 억지로 꾸민 게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감사다. 진은 찜찜한 기분을 억누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나도 회귀 전에 스승 밑에서 마법을 배울 때 저런 모습 많이 보였지. 내가 데이비드를 신기해할 입장이 아니군.’
자신보다 두 살이나 어린 스승은 보통 살벌한 인간이 아니었다.
전격계 마법을 알려 준답시고 진을 몇 시간이나 번개로 지진 적도 있었고, 바람계 마법을 알려 준다며 하루 종일 그를 날려 버린 적도 있었다. 그것도 웃으면서.
그리고 그때마다 진은.
지금의 데이비드처럼 웃으며 감사와 존경을 표했었다. ‘강해지고 싶다’는 욕망은 때로 인간을 그렇게 만드는 법이다.
‘돌아보면 나도 제정신 아니었구나.’
휙, 휙. 진이 목검을 가볍게 돌리며 다음 상대를 맞이했다.
“메사 밀카노입니다, 도련님.”
“이름은 알고 있어. 네가 밀카노가의 차녀라는 것도.”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앞서 도련님께서 상대한 생도들만큼 쉽지 않을 겁니다. 오늘은 도련님을 반드시 꺾고 싶습니다.”
“기대하지.”
메사가 공격 자세를 취한 채 서서히 진의 근처를 맴돌기 시작했다. 가론의 훈련반 최상위권답게 침착하고 빈틈없는 움직임이었다.
벨롭을 상대할 땐 야수처럼 몰아붙이기만 한 그녀지만.
그건 그녀가 벨롭을 저평가했기 때문이다. 진을 상대하는 그녀는 벨롭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메사 밀카노. 전생에서 이 친구는 생도 과정을 모두 통과하고, 곧장 본가 수호기사로 배치된 걸로 기억하는데. 접점이 별로 없던 친구라 상세한 건 가물가물하지만, 그건 확실해.’
철저히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인물.
비록 아직 벨롭의 진면모를 파악하진 못했으나 메사 또한 엄청난 재능의 소유자였다.
메사와는 지금까지 도합 일곱 번의 대련을 했다. 처음 두 번은 진이 졌고, 이후 다섯 번은 모두 이겼다. 그리고 그때마다 격차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진은 메사 같은 인물을 통해, ‘날붙이의 미망’에 갇혀 있던 자신의 재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절감하고 있었다.
‘메사를 꺾고도 여섯 명을 더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체력 안배를 따져가며 메사를 상대하는 건 오히려 손해야. 정면 승부로 메사를 밀어내야, 후에 도전할 녀석들이 잔머리를 굴린다.’
에딩턴, 시에라, 데이비드와의 대련은 맛보기다.
메사부터가 진짜 초급반의 포식자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녀석들을 모두 ‘정면 승부’로 밀어내는 건 이제 열넷에 불과한 진에겐 버거운 일이었다.
따라서 진은.
메사를 본보기로 만들어 이후 상대들에게 ‘착각’을 심어 줄 생각이었다. 자신에게 맞설 때, 정면 승부를 추구해서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착각을 말이다.
‘정면 승부와, 여유로운 듯 보이는 연출. 이 두 가지가 이번 대련의 핵심이다.’
이번엔 진이 먼저 공격을 시작했다.
그 어떤 변칙도 가하지 않은, 정직한 찌르기와 베기. 메사는 공격을 무난하게 받아 냈으나, 공방이 이어질수록 마음이 복잡해지고 있었다.
‘왜 도련님께서 이런 기초적인 공격만 하는 거지?’
물론, 정형화된 공격이라 할지라도 하나하나가 매섭고 묵직하다. 목검을 쥔 손아귀가 저릿저릿한 것이다.
그러나 메사의 머릿속이 어지러워지는 건, 이 위력 때문이 아니다.
‘변칙은 언제 시작되는 거지?’
‘방금 궤도를 꺾어 칠 기회가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어.’
‘일부러 이러시는 게 분명한데. 의도가 대체…….’
그런 식으로 메사의 속이 타들어 가는 동안, 진은 담담한 얼굴로 목검을 휘둘렀다. 메사가 공격을 일부러 꼬아 받아 내도, 진은 계속 기본기만을 고수했다.
‘혹시, 나를 무시하시는 건가?’
으득!
메사가 이를 악물며 단단하게 지면을 밟았다.
“좋습니다, 해보죠. 도련님!”
검을 고쳐 쥔 메사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그녀 또한 진처럼 정통적인 검술을 구사하며 맞서기 시작한 것이다.
화려한 기술과 복잡한 몸놀림.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의 대련에서 그런 것들이 사라졌다. 공격과 방어를 한 번씩 번갈아 주고받는, 단순한 싸움이 된 것이다.
다소 원시적인 힘과 힘의 대결.
메사는 완력에 크나큰 자신감을 지닌 인물이었다. 룬칸델에 오기 전 밀카노의 성에서 기초적인 오러 운용을 익힌 만큼, 당연한 일이다.
투콱, 콱! 크직!
두 사람의 목검이 부딪치며 일으킨 묵직한 파열음이 훈련장을 가득 채웠다. 벌써 5분이 넘도록 이어지는 터프한 싸움을, 생도들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뿐이었다.
허억, 헉.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거친 숨소리. 메사의 것이다.
‘내가… 체력에서 밀린다고?’
그녀도 자신이 진을 이길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신체 능력은 대등하거나, 어쩌면 우위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건만. 어째서 자신보다 어린 진에게 그마저도 밀리는지,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룬칸델의 축복받은 육체라는 게 무엇인지, 메사는 아직 잘 알지 못했다.
“아압!”
돌연 메사가 기합을 내지르며 목검을 휘둘렀다. 스스로 마음을 다잡으려는 시도였으나, 그건 결국 결정적인 패인이 되었다.
온힘을 다해 휘두른 그 일격을 진이 피하지 않고 받아 버린 것이다.
메사는 당연히 진이 뒤로 물러날 줄 알았고, 기습적으로 몸을 날려 그를 넘어뜨릴 생각이었다.
설령, 지금처럼 공격을 그대로 받았다 할지라도. 목검을 자연스레 던지고 그의 다리 사이로 어깨를 밀어 넣어 목을 조를 계획도 있었다.
말하자면 메사로서는 최후의 승부수를 띄운 셈. 대련을 지켜보던 가론 또한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할 만큼 괜찮은 수였다.
그러나 상황은 메사가 전혀 상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투각!
“어……!”
힘껏 내리친 메사의 목검이, 진의 올려치기에 부딪쳐 깔끔하게 부러져 버린 것이다.
‘왜지? 진 도련님이 오러를 사용한 것도 아닌…….’
무의식적으로 그런 의문이 스쳐 간 사이, 진의 목검 끝이 메사의 목덜미에 닿았다. 후우, 한 차례 길게 숨을 고르는 진.
“……졌습니다, 도련님.”
“좋은 승부였다, 메사 밀카노.”
평온하게 말했으나, 진의 머리칼도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메사가 부러진 자신의 목검으로 시선을 옮겼다. 속임수가 있던 것도 아니고, 오러를 사용한 것도 아닌데. 왜 자신의 것만 부러졌는지 판단하기 위해서였다.
‘젠장!’
그리고 메사는 머잖아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진이 이마를 훔치며 훈련장 한쪽에 놓인 새 목검을 챙기는 모습을 본 것이다.
“이건 더 못쓰겠군.”
방금까지 내내 이어진 두 사람의 대련은 훈련반 모두가 단순하고, 원시적이며, 터프하다고 생각했으나.
그 속에 숨겨진 한 가지 사실은 이것이다.
진은 정직한 공방을 주고받는 동안 줄곧 메사의 목검 중앙만을 타격했다.
반면 메사의 공격은 진의 목검 전 부위를 골고루 때렸다.
검을 부수겠다는 목적이 명확했던 진과, 정면 승부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의 메사. 메사의 검이 먼저 부러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메사는 지금껏 ‘힘과 힘의 대결’을 했다고 생각했으나, 그들의 대련은 ‘정확도와 정확도의 대결’에 더욱 가까웠던 것이다.
완력과 체력에선 압도적인 차이까진 없었다. 다만, 타격점을 놓치지 않는 정밀함과 집요함이 달랐을 뿐.
‘그런 게 가능하단 말이야?’
메사가 아랫입술을 깨물며 생각했다.
몇 초 후, 그녀는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상대보다 몇 수를 더 내다보고, 더 뛰어난 실력을 지녔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다.
단지, 아무리 룬칸델의 훈련반이라 할지라도. 이 정도 수준은 상상해 본 적이 없을 뿐.
‘과연 룬칸델의 막내다 이건가. 다시 정진해서, 다음엔 꼭……!’
메사가 자리로 돌아갔다.
패배란 예상했더라도 막상 겪으면 쓰라린 법이다. 메사의 마음속엔 패배의 아픔과 더불어, 진에게 귀한 선물을 받았다는 기분도 함께였다.
이후 이어진 여섯 번의 대련에서 진은 예상보다 쉬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메사처럼 화끈하게 덤비는 생도가 없었고, 모두 수 싸움에서 밀려 나가떨어진 것이다.
마지막 상대가 쓰러진 순간. 지켜보던 생도들이 꿀꺽 굵은 침을 삼켰다. 그들의 눈엔 진이 메사 이후의 상대들을 모두 손쉽게 꺾은 듯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생각보다 수월한 승리다.
뛰어난 생도 열 명을 연속으로 상대한 만큼, 대련을 끝낸 진의 호흡도 상당히 거칠었다.
‘다행이야, 아직 체력이 조금 남았어.’
진이 굳이 메사를 본보기로 삼으면서까지, 체력 안배를 계획한 것은 단지 열 명의 생도가 부담스럽기 때문이 아니다.
메사의 검을 부러뜨려 생도들에게 착각을 심지 않았어도, 끝내 모두 꺾을 수는 있었을 터.
“훌륭하십니다, 막내 도련님. 이로써 내년 초엔 중급반에서 진짜 룬칸델의 지도를 받으시겠군요. 미리 축하드리겠습니다.”
“후우, 후우… 그래, 가론. 그때까지 잘 부탁하지.”
“그럼 오늘 오전 훈련은 종료해도 괜찮겠습니까? 곧 식사 시간이군요.”
“식사까지 얼마나 남았지?”
“10분쯤 남았습니다만, 왜 그러십니까?”
“상대하고 싶은 녀석이 하나 더 있다.”
가론이 멈칫하며 진과 눈을 맞췄다.
“누굴 원하십니까?”
진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생도들을 바라보았다. 둥글게 모여 앉은 생도 무리 구석, 멍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고 있는 소년 하나.
“벨롭. 벨롭 슈미츠.”
모든 생도들의 시선이 한순간에 벨롭을 향했다.
그리고 가론은 그 이름을 듣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이렇게 생각했다.
‘……도련님께서 벨롭의 실력을 알아보셨단 말인가?’
정작 당사자인 벨롭은 어쩔 줄 모르는 얼굴이다. 생도들 또한 대체 진이 왜 벨롭을 골랐는지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나와라, 한판 붙게.”
진이 벨롭 쪽으로 목검 한 자루를 가볍게 던졌다.
“도, 도련님? 저는…… 어, 저를, 어.”
“벨롭 슈미츠!”
진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벨롭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이 룬칸델에선.”
“그런 식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나와, 시원하게 깨 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