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8)
제 11화
9화. 마음의 눈이 대체 뭔데?(2)
마음의 눈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루나의 훈련을 끝내고 돌아오면, 어김없이 진의 머릿속은 그런 의문으로 가득 차게 된다.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를 오랫동안 고민하다 보면 머리도 아프고 가슴도 답답하기 마련.
고민은 다음 날까지 계속되었다.
루나의 훈련은, 분명 뭔가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 ‘천재 중의 천재’가 어설픈 수련을 시키는 건 아닐 테니까.
‘으, 마음의 눈이 뭔지 밤새 생각했더니 몸이 더 찌뿌둥한 느낌이야. 대련 때 땀이나 쫙 빼고 머리 좀 식혀야지.’
루나 누님은 열넷 때 자신과 똑같은 훈련을 했을까? 가론의 훈련장으로 가는 동안, 진은 첫째 누님의 과거에 대해 생각했다.
둘 사이엔 열아홉의 나이 차가 있으니 성장을 직접 지켜볼 수는 없었다. 다만 어마어마한 사춘기를 보냈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다.
‘뭐, 어쨌거나 첫째 누님은 내가 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 수련시키는 거겠지.’
오전 일곱 시.
훈련장으로 생도들이 하나씩 모이고 있다. 오늘은 ‘연습 대련’이 진행되는 만큼, 생도들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대련 성적은 수호기사 생도를 평가하는 여러 기준 중,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좋은 성적은 곧 높은 봉급과 특급 대우를 받는 수호기사로 향하는 지표. 생도들로서는 잔뜩 날을 세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치열한 분위기로군. 다들 상대가 누구든 반쯤 죽여 버리겠다는 눈빛이고. 그런데 벨롭은… 하.’
진이 구석에 쭈그려 앉아 있는 벨롭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아니나 다를까, 이 소심한 소년은 불안한 눈빛으로 쉴 새 없이 주위를 두리번대고 있었다. 꼭 맹수를 피해 숨을 곳을 찾는 초식 동물이라도 보는 기분이었다.
‘쟨 대체 뭐가 문제야? 아니, 저 성격으로 수호기사 생도 시험은 어떻게 합격한 거지?’
시험에 합격한 이상, 벨롭은 바깥에서 분명 ‘천재’ 소릴 들었을 텐데. 그런 녀석이 왜 이리도 소심한 건지 진으로선 이해하기 어려웠다.
‘뭐… 천재인 줄 알았다가 여길 와 보니, 자기보다 잘난 녀석이 수두룩해서 기가 죽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니, 애초에 성격이 저런 것 같…….’
거기까지 생각한 진이 고개를 휙휙 저었다.
‘루나 누님 하나로도 머리는 충분히 복잡해. 어차피 저 녀석 추방될 일 없도록 만들 거니까, 그만 신경 쓰자!’
훈련장에 가론이 도착하자 생도들이 순식간에 오와 열을 맞춰 섰다. 간단한 체력 운동과 몸 풀기가 이어진 후, 가론이 대련의 순서와 일정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오늘 대련은 각 3회! 짝을 바꿔 가며 실시하겠다. 그리고 승자 중 가장 뛰어난 열 명은, 한 사람씩 진 도련님을 상대할 것이다.”
“예, 교관님!”
현재 가론의 훈련반엔 진을 꺾을 생도가 없었다. 그래서 진은 대련이 있을 때마다 이런 식으로 여럿을 상대했다.
“가론. 나는 언제 중급 훈련반으로 올라가게 되지?”
중급 훈련반부터는 가론과 같은 초청 교관이 아니라 룬칸델의 원로가 직접 지도했다. 또한 대련을 할 때 진검과 오러를 사용하는 게 허가되는 것부터, 초급 훈련반과는 크나큰 격차가 있다.
슬슬 진은 중급으로 가고 싶었다.
“로사 부인께서 오늘 도련님이 10명을 상대해 모두 꺾는다면, 내년 초에 슬슬 올려 보내도 괜찮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으나, 룬칸델 수호기사 생도 열 명.
그것도 대련에서 승리한 상위 생도 열 명을 한꺼번에 상대하는 건, 진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여타 왕국의 검술 아카데미나 용병 훈련단의 생도들과는 차원이 다른 열 명인 것이다.
“에딩턴, 마크! 너희가 첫 번째다, 준비해라!”
눈빛에 투기가 가득한 소년 둘이 훈련장 한가운데 마주 보고 섰다. 가론의 지시에 따라 대련이 시작되자 진이 찬찬히 그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역시, 다들 괜찮게 하는군.’
움직임이 유연하면서도 힘이 있다. 긴장한 와중에도 침착하게 수를 계산하는 모습도 보였다. 과연 룬칸델의 생도 자격을 괜히 얻은 소년들이 아닌 것이다.
쉭, 쉬익!
비록 목검이지만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날카롭다. 날은 없어도 정타로 맞으면 단련되지 않은 인간은 단숨에 골통이 부서질 터.
“크억!”
에딩턴이라 불린 소년의 목검이 상대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퍼걱, 갈빗대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마크가 주저앉아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훈련장 한쪽에 대기하고 있던 룬칸델의 의료진이 마크를 들것에 실었다.
대련은 이런 식이다. 상대를 완벽하게 제압하거나, 전투 불능으로 만들어야 종료된다.
“승자, 에딩턴. 저쪽에서 휴식하며 대기하라. 다음은 필즈와 시에라…….”
그런 식으로 아홉 차례의 대련이 흘렀고, 열 번째는 벨롭과 메사 밀카노라는 한 소녀가 싸울 차례였다.
진은 당연히 벨롭의 대련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벨롭은 오늘도 방어에 급급한 모습이군.’
반면 메사는 미친 듯이 벨롭을 몰아붙이고 있다. 그녀는 훈련반에서 상위권을 달리는 인재인 만큼, 당연한 결과였다.
익숙한 풍경이기도 했다. 벨롭의 대련을 처음 보는 것은 아니니까.
“덤벼, 벨롭 슈미츠! 사내놈이 도망만 다닐 거냐?”
메사가 소리치며 목검을 휘두르는 사이 문득.
진은 벨롭의 움직임이 ‘생각보다 뛰어나다’는 걸 느꼈고… 그건 곧. 자신의 ‘보는 눈’이 성장한 결과라는 걸 인지했다.
‘벨롭, 이놈. 그냥 밀리는 게 아니라 봐주고 있는 거였잖아!?’
진이 저도 모르게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아슬아슬하게 겨우 공격을 막는 듯 보였으나, 벨롭의 움직임 사이엔 분명 약간의 여유가 묻어나고 있었다.
‘20합을 나누는 동안 벨롭이 반격할 수 있는 기회가 최소 3번은 있었어. 우연이 아니라, 벨롭이 자연스레 유도한 반격 기회가 분명해. 그런데 어째서?’
어째서 피하기만 하는 거지?
진이 고민하는 사이, 다른 생도들은 그저 메사가 언제 벨롭을 끝장내는지만 관심이 있는 눈치였다.
이렇게 일방적인 대련에선 배울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 벨롭이 펼치는 대련이라면 더더욱.
‘……설마 그건가?’
진이 다시 한번 집중해서 벨롭의 몸짓을 살폈다. 그가 공격을 피하고 막는 방식부터, 표정까지.
표정은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다. 두려움에 젖은 두 눈동자는 한없이 불안해 보였고, 꽉 다물어진 입은 그저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듯 보였다.
반면 움직임은 메사보다 뛰어났다. 언뜻 밀리는 것처럼 보여도 동작 사이사이 여유가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전세를 뒤집을 수 있다.
그럼에도 역공을 시작하지 않고 있으니, 진으로선 괴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진을 제외한 다른 생도들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 괴리감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진은 곧 답을 찾았다.
‘자신이 맞거나 질까봐 두려운 게 아니야.’
인간은 자신보다 명백하게 ‘약한’ 상대 앞에서 두려운 마음을 갖지 않기 마련이다. 그리고 진이 보기엔, 벨롭이 메사보다 강했다.
‘벨롭은 자신이 상대를 다치게 할까 봐 두려운 거다. 그래서 저렇게 소극적으로 싸우는 거고.’
그게 아니라면 이 기묘한 대련을 설명할 길이 없다.
‘저놈 성격상, 제 실력을 과신해 일부러 봐주는 건 아닐 거야. 그냥 어쩔 줄을 몰라 방어만 하다 보니, 자연스레 봐주는 모양새가 된 거로군.’
진이 결론을 내린 순간 벨롭의 목검이 땅에 처박혔다. 동시에 메사가 몸을 날려 무릎으로 그의 턱을 가격하자, 대련이 끝났다.
“종료. 승자, 메사. 저쪽에서 대기하도록.”
“예, 교관님.”
그렇게 두어 시간 동안 더 대련이 이어진 뒤, 마침내 진의 차례가 되었다. 24명의 승자 중, 가론이 가장 뛰어난 열 명을 고른 것이다.
“준비하시죠, 막내 도련님.”
“알겠다.”
진이 훈련장 가운데로 나서자 생도들의 눈빛에 힘이 들어갔다. 그들에게 진은 앞으로 자신들이 모셔야 할 룬칸델의 막내이자, 무시무시한 실력을 지닌 괴물이다.
대련이 있을 때마다 진의 실력을 엿보는 것이야말로, 생도들이 생각하는 훈련의 백미였다.
“에딩턴, 시에라, 데이비드, 메사…… 차례대로 진 도련님을 상대하도록.”
진이 목검을 그러쥐며 첫 번째 상대를 맞이했다.
‘흠, 열 명을 꺾어야 한단 말이지.’
지금까지의 최고 기록은 여덟 명.
오늘 그보다 두 명을 늘리면, 내년 초에 형제들이 있는 중급반으로 향할 수 있다.
물론, 대련이 아니라 실전이라면 열 명이 아니라 스무 명도 처리할 자신이 있지만… 대련 때는 영기와 마법을 사용할 수가 없다.
순수하게 검술로만 승부를 봐야 하는 것이다. 당연히 상대를 죽여서도 안 되고.
‘토나 머저리들도 벌써 1년 전에 중급반으로 갔지.’
물론 토나 형제가 진보다 빨리 중급반으로 간 건, 그보다 실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토나 형제는 초반에만 진을 압도했을 뿐. 1년이 지난 시점부터 진과 대련할 때마다 볼썽사납게 깨지기가 일쑤였는데, 다른 형제들과 ‘의뢰’를 나갔다가 공을 세워 진급한 것이다.
또한 진은 아직 초급반에서 익혀야 할 게 남아 있다고 판단해 왔다. 그리고 오늘, 벨롭의 움직임을 간파한 후 그 판단이 옳았다는 걸 톡톡히 느꼈다.
“가겠습니다, 진 도련님.”
“그래, 에딩턴. 부탁하지.”
휘익!
쏜살같이 달려든 에딩턴이 진에게 목검을 찔렀다. 기습적인 공격. 초장에 기세를 잡지 못하면 절대로 진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공격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악수다.
진은 제 가슴팍으로 들어오는 목검을 향해 오히려 몸을 들이밀었다. 동시에 몸을 옆으로 비틀며 에딩턴의 발을 밟은 후, 그의 목덜미로 목검을 올려쳤다.
그러나 에딩턴도 운이 좋아 룬칸델의 생도가 된 것이 아니다. 반사적으로 목을 꺾어 진의 공격을 피한 것이다.
“큿!”
하지만 완벽하게 피한 것은 아니었다. 진의 목검은 에딩턴의 목 대신 귀를 바짝 치고 지나갔다.
‘빗나갔지만, 나쁘지 않아.’
거리를 벌린 에딩턴이 다시 검을 그러쥐었다. 그러나 귀를 스친 공격 때문에 고막이 울렸고, 방향감각이 일시적으로 나빠진 상태였다.
한 명만 상대하는 대련이라면 몇 초라도 기다려 줬겠지만.
앞으로 아홉 명을 더 상대해야 한다. 진은 곧장 에딩턴을 몰아붙여 첫 번째 대련을 끝냈다. 이미 방향감각을 잃은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니, 굳이 뼈를 부수거나 큰 고통을 줄 필요는 없었다.
“……졌습니다, 막내 도련님.”
“고생했다, 에딩턴 웨즈. 의료진에게 가서 귀를 확인해라.”
“예, 알겠습니다.”
“다음, 시에라! 곧장 대련을 시작해라.”
가론이 소리치자, 두 번째 대련이 이어졌다.
“잘 부탁드립니다, 진 도련님.”
“나야말로, 시에라 카마로.”
두 번째 대련은 에딩턴만큼 빨리 끝나지 않았다. 가론이 정한 열 명은, 점점 더 강해지는 순서로 구성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