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215)
제 222화
70화. 악연(2)
조슈아도 당황스러운 듯 보였다. 진을 보는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잠시 그랬을 뿐, 이내 조슈아의 입가에 비열한 미소가 떠올랐다.
“나야말로 묻고 싶구나, 막내야. 예비 기수인 네가 대체 무슨 일로 이 섬을 찾아왔는지…… 선뜻 이해가 가질 않는군.”
조슈아가 말하는 동안, 진은 그를 살펴보며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대체 조슈아가 갑자기 이 섬을 찾은 이유가 무엇인지, 함께 온 인물은 없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등.
떠오르는 의문이 한둘이 아니지만 빠르게 정리해야 했다.
‘함정을 파놓고 날 유인한 것은 아니다. 함정이었다면 쿠잔, 베리스와 내가 마주칠 일은 없도록 만들었을 테니.’
놈은 모종의 이유로 부하들을 이 섬으로 보냈고, 근처에 있었다. 그리고 섬을 뒤덮은 뇌전이나 영기를 보고 찾아왔다가 자신을 마주쳤다…….
그렇게 판단을 내린 진이 자연스레 주위를 살폈다.
동행은 없는 것 같았다. 조슈아의 너머로 보이는 바다에도 배라곤 작은 나룻배 한 척뿐이었다.
“어쨌거나 반갑구나. 너와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주 많았다.”
피식.
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우리가 서로 반가워하며 이야기를 할 만한 사이는 아니지 않습니까?”
“뭐?”
“볼 장 다 본 사이에, 내숭 떨지 말자는 겁니다. 형님이 내 비밀을 알고 있듯, 나도 네놈이 내게 저지른 그 개 같은 짓거리를 다 알고 있거든…….”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진과 조슈아는 눈을 맞춘 채 미동이 없었고, 피식. 이번엔 조슈아가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꽤나 악에 받쳐있구나.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만, 적절한 태도라고는 볼 수 없겠어. 이러면 이 형님이 널 벌해야 하지 않겠느냐?”
“키다드 홀의 연구실에 남겨놓은 메시지는 잘 받았나?”
너는 이처럼 편히 죽을 수 없을 것이다 – 진 그레이.
키다드 홀을 죽인 후, 그의 연구실 벽에 검으로 새겨놓은 그 메시지. 진이 그 이야기를 꺼내자 조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인상적인 메시지였지. 온갖 소식지가 그 사건을 다뤘는데, 진 그레이가 너라는 걸 알아낸 세력은 아무도 없더군.”
“네놈은 그때 날 죽였어야 했다. 내가 폭풍성의 요람에 있을 때, 네놈이 내게 저주를 걸었던 바로 그때 날 죽였다면.”
스릉……!
진이 천천히 브라다만테를 뽑았다.
“오늘 내게 당할 일은 없었을 거다.”
진은 조슈아를 죽이기로 결정했다.
부하는 물론이고, 목격자조차 없다. 그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이, 상황을 잴 필요도 없이. 놈을 죽이고도 무탈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정면승부는 답이 없겠지만, 다행히 충분한 영기가 남아있다.’
청새 군도의 이 황량한 섬은, 오늘 조슈아의 무덤이 될 것이다.
“후후…… 황당한 이야기를 하는구나. 그래, 막내 너는 늘 그랬지. 검의 정원에 도착하자마자, 온 형제들을 도발하던 네 치기 어린 모습이 떠오르는군.”
“기사들이라도 좀 데려오지 그랬나? 루나 누님을 맞이할 때 그랬던 것처럼. 혼자 다니는 건 네놈 스타일이 아니지 않나. 언제나 널 지켜줄 기사들, 원로들이 있어야 안심하는 부류로 알고 있는데 말이지.”
조슈아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지워졌다.
반면, 진은 미소를 지으며 칼날에 영기를 덮었다.
“이 힘. 네놈은 그간 이게 탐나서 날 죽이지 않고 있는 것이라는 착각 속에 빠져 살았겠지. 그게 아니라면, 저주가 실패했을 때 날 살려둘 이유가 없었을 테니까. 내 말이 틀렸나?”
브라다만테의 검은 칼날에 조슈아의 시선이 고정되었다. 그 검은빛에 홀린 듯, 조슈아의 눈동자 속에 어두운 열망이 한가득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건 본래 나의 힘이어야 했다.”
조슈아가 씁쓸한 듯 고개를 저었다.
“망상이 지나치군. 원한다면 빼앗아봐라. 아직까지 검을 뽑지 않고 있는데, 설마 나와 싸우는 게 두려운 것이냐? 무기를 들어라, 조슈아 룬칸델. 결착을 짓자고.”
후우…….
한숨을 내쉬는 조슈아의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비록 그가 지금껏 진에게 비열한 모습만 보여줬다고 하나, 그는 룬칸델의 장남이자 2기수이며, 9성에 오른 기사였다.
막내 예비 기수에게 무시당하는 건 사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뜻.
“착각하고 있구나, 막내야. 솔더렛의 권능이라, 실로 탐나는 힘이지. 그러나 정말로 벌써 나를 상대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냐? 메리조차 이토록 오만하지는 않건만.”
스릉, 조슈아가 검을 뽑았다. 은은한 오러에 휩싸인 은빛 칼날이 브라다만테의 검신과 대비되고 있었다.
‘은검 스란. 어머니에게 하사받은 그 검은 아니로군.’
조슈아의 애검은 ‘흑검 카이너’였다. 바리사다에 이어 룬칸델에서 두 번째로 뛰어나다 알려진 그 검은, 어두운 칼날에서 알 수 있듯이 룬칸델을 상징하는 검 중 하나였다.
조슈아가 대외적으로 차기 가주라 알려진 이유는, 흑검 카이너의 영향도 적지 않았다. 카이너는 흔히 가주가 되어 바리사다를 얻기 전에 사용한다는 세간의 인식이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카이너를 사용하건, 스란을 사용하건. 조슈아의 무위가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니면, 무언가 믿고 있는 수라도 있는 것인가? 뭐, 어찌 됐든 상관없다. 교훈을 주마, 오늘 이후 너는 두 번 다시 검을 쥘 수 없게 될 것이다.”
말이 끝나고, 눈을 한 차례 깜빡인 순간.
진이 마주한 것은 코앞까지 다가온 조슈아의 칼날이었다. 열 걸음에 가깝던 두 사람의 거리가 그사이에 좁혀진 것이다.
‘내 전생까지 알고 지껄인 도발은 아닐 테지만, 흥분할 뻔했군.’
전생에선 현실이었던 도발이다.
조슈아의 마지막 말에 조금이라도 흥분했다면, 반응이 늦을 뻔했다. 다행히 진은 싸움이 시작되기 직전에 평정심을 되찾았고, 덕분에 조슈아의 찌르기를 무리 없이 피할 수 있었다.
피한 것뿐만이 아니었다.
핏!
은검 스란의 칼날이 진의 뺨을 스쳤다.
회피에 그치지 않고, 진이 조슈아의 품으로 몸을 밀어 넣은 결과였다. 그건 조슈아가 예상하지 못한 대응이었다. 그는 당연히 진이 회피한 후, 우선 거리를 벌리리라 판단했었다.
자신과 막내의 성취가 적어도 그 정도는 되리라 여겼던 것이다.
영검 1식, 영혼 베기.
품을 파고드는 것에 성공하자마자 영검을 펼쳤다.
‘어차피 놈은 내 힘을 모두 알고 있으니 숨겨봤자 변수가 될 수 없다.’
섬광포도, 테스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변수가 될 만한 무기는 시그문드지만, 아까 율리안과의 결전 때문에 광심장에 뇌기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스거억-!
올려쳐진 브라다만테가 허공에 날카롭고 검은 궤적을 그렸다.
그리고 조슈아는, 놀랍게도 가로로 받아쳐 영혼 베기를 비틀어버렸다. 그것도 찌르기를 끝낸 검을 회수하는 동작 사이에, 새로운 동작을 넣어서 말이다.
조슈아의 검이 횡으로 움직인 것은 고작 손가락 두 마디 정도였다.
쩌엉!
칼날이 두 마디 움직여서 일어났다곤 믿을 수 없는 파열음이 일었다.
진이 이를 악물며 자세를 다잡았다.
룬칸델의 9성이란, 다른 무가의 9성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경지였다. 진이 룬칸델의 축복받은 육체를 지녔듯 조슈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게 그 영검인가, 나쁘지 않군.”
대답할 새가 없었다.
‘기수는 기수라는 건가.’
율리안과의 전투로 지친 걸 감안하더라도, 진은 단 일합에 느낄 수 있었다. 조슈아와 자신이 닿은 경지의 차이를.
루나 룬칸델이라는 괴물에 가려졌으나 조슈아 역시 기수 중 수위를 다투는 무인이었다.
“내가 성취가 낮아 매번 술수를 부리고, 사람을 곁에 두는 것이라 생각했느냐? 나는 네 큰누이처럼 절대적인 무인이 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챙! 쩌엉! 크그그극-!
두 사람의 검이 맞부딪힐 때마다 빛과 어둠이 뒤섞였다.
“천만에! 원한다면 네 큰누이도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막내야, 알고 있느냐? 네가 겪지 못한 세계, 저 위에 어떤 것들이 도사리고 있는지.”
돌연 조슈아가 진을 떨쳐내며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아버지가 계시는데도, 룬칸델이 왜 지플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 같더냐? 왜, 아버지는 내게 실망하고도 나를 쳐내지 않는 것 같더냐? 당신께 흡족하지 않더라도, 검의 정원에서 그 누구보다 적들을 경계하고 있는 게 바로 나라는 걸 아시기 때문이란 말이다.”
진은 대답하지 않고 호흡을 골랐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몸이 따라주질 않는군…….’
조슈아는 본래도 진에게 버거운 상대였다.
하물며 밤새 이어진 전투로 인해 체력까지 바닥난 상태로는, 애초에 싸움이 성립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일이었다.
[카하악!]슈리가 포효를 내지르며 진의 옆에 섰다. 제 주인이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러자 조슈아의 시선이 쓰러진 무라칸에게로 향했다.
“괜찮아, 슈리. 무라칸을 지켜.”
진이 슈리를 부드럽게 밀어냈다.
“눈물 나는 장면이로군. 설마 내가 널 상대하며, 저 무방비 상태의 흑룡을 인질로 잡기까지 하겠느냐?”
“네놈이 지금껏 보여준 모습으로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 같군.”
“안심해라. 싸움이 끝나기 전엔 저 흑룡의 목숨을 거두지 않겠다. 네 짐승의 목숨 또한.”
“어울리지 않는 여유를 부리는군. 내 앞에서 여유를 부린 놈들은, 대부분 비참한 결과를 맞이했다. 참고하는 게 좋겠어, 조슈아.”
“아하, 이제 알겠어. 막내, 너는 내가 너를 죽이지 못한다고 확신하고 있구나…… 죽이면, 네 계약을 내가 빼앗을 수 없을 테니까. 그래서 이토록 불손한 태도를 보이는 것일 테지.”
조슈아의 입에서 ‘계약을 빼앗겠다’는 말을 직접 들었다.
‘역시…… 놈은 계약을 옮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플과 킨젤로가 그랬던 것처럼.’
그러나 지플이나 킨젤로처럼, ‘확실한 수단’까지 확보하고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그랬다면 진즉 자신을 추적해 어떻게든 계약을 탈취했을 것이다.
“거기까지 유추했다는 사실은 칭찬해주마. 그러나 달라지는 것은 없다. 넌 오늘 다시는 검을 잡을 수 없는 몸이 될 거고, 그건 룬칸델로서는 죽음보다 더한 형벌이다.”
불구로 만들어 감금시킨 후, 솔더렛의 계약을 확보할 수 있을 때 죽이겠다는 뜻.
까드득……!
진이 이를 악물었다.
“이제 네가 처한 상황을 알겠느냐. 지금이라도 빈다면, 너무 고통스럽지는 않게 처리해주마. 아니면, 도망이라도 쳐보아라. 그게 가장 가능성이 높을 것 같군.”
“……불손한 태도라. 맞다, 조슈아 룬칸델. 나는 네놈이 날 죽일 수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진이 다시 영기를 모으며 말했다.
천천히, 진이 허공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런데 그건, 네놈이 계약 때문에 날 살릴 수밖에 없다는 의미는 아니었거든. 아군이 올 예정이라서 말이야.”
“하하, 군도 인근 해역에 모두 통제령을 내렸다. 설령 그 아군이 용이라 할지라도 지금은 청새 군도로 들어올 수 없다는 뜻이지. 안타깝게 됐구나.”
씨익.
진이 미소를 지었다.
“어쩌지? 용이 아닌데.”
영검 특수식.
검은빛 부르기.
진이 허공에 브라다만테를 휘두른 건, 바로 그것을 펼치기 위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