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219)
제 222화
72화. 들려온 소식, 찾아야 할 소식(1)
“하, 아무래도 그 녀석을 좀 만나봐야겠다.”
“그 녀석?”
“내 누이.”
“아아, 그 미샤라는 흑룡?”
진이 묻자 무라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이를 ‘그 녀석’이라 표현한 무라칸은, 떠올리는 것조차 싫은 듯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퀴칸텔이 고개를 저었다.
“네놈도 수호룡으로서 실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나보군. 하긴, 영검 특수식이 아니었다면 진은 죽은 목숨이었을 테니. 정신을 좀 차릴 필요가 있지. 저번에 내가 찾아가보라고 했을 땐 만나기 싫다며 오기를 부리더니.”
무라칸이 미샤를 만나려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옛 힘을 조금이라도 되찾고 싶은데, 미샤라면 뭔가 방법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이었다.
“야, 퀴칸텔. 너 전부터 날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냐?”
“천 년 전 네놈이 대단했던 건 인정해. 대단한 정도가 아니라 용족 최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 그런데 지금은 솔직히 그냥 환자잖아. 네놈 소싯적은 지나가버렸다고. 제발, 현실을 직시해라.”
“지금도 옛 힘의 절반 정도는 낼 수 있거든? 이번에 꼬마가 직접 봤어.”
“그러셔? 싸우는 도중 최소 10분은 진의 영기를 빨아먹어야하는 그 방법 말이지? 게다가 진한테 영기 받아서 싸운 다음엔 며칠 동안 기절까지 했잖아, 너. 난 네놈이 무리했다가 죽은 줄 알았어.”
“넌 엔야한테 10분 힘 받아서 신의 화신을 강제로 해제시킬 수나 있냐!?”
“난 그 10분이 지나기 전에 다 때려죽일 자신 있는데.”
“헹! 그때 무인도에서 마신석에 겁먹던 네 모습이 아직도 선명…….”
“어, 더 지껄여봐. 머리통을 그냥.”
퀴칸텔이 칼눈을 떴다.
“고정하세요, 퀴칸텔 님.”
“네 수호룡 말이야, 진짜 정신 차려야 해. 저렇게 옛날만 기억하다가 훅 간다니까,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으려고 이러는지.”
퀴칸텔은 진심으로 무라칸을 걱정하고 있었다.
비먼트에서 처음 재회한 이후, 무라칸은 늘 그녀에게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약해진 모습으로만 보인 것이다.
무라칸도 그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다. 다만 그녀에게 ‘지켜줘야 하는 존재’로 인식되는 자신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을 뿐이었다.
또한 퀴칸텔의 말처럼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도 했다.
점점 더 강한 적들이 진을 위협하고 있는데,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번에 진이 조슈아와 싸우는 동안 계속 기절해 있었다는 사실은 특히 충격적이었다. 진의 영기를 받아 잠시나마 옛 힘을 되찾은 직후였으니 더욱 그랬다.
“……그래서, 미샤를 찾으러 간다고 말했잖아. 괜히 시비야. 후, 걱정되긴 하는군. 기껏 만났더니 녀석도 내 심장을 고칠 방법을 모른다고 하면 답이 없는데.”
무라칸으로선 미샤를 만나는 행위 자체가 자존심을 꺾는 일이었다.
악몽 같은 일이기도 했다. 그가 어린 용이었던 시절, 미샤는 지옥의 대악마나 마신쯤 되는 존재였다.
무라칸이 태어나 두려워한 단 한 사람은 바로 자신의 누이다.
전성기에 접어든 이후로는 미샤의 눈치를 본 적이 없긴 하지만, 그들이 진과 루나처럼 바람직한 관계였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네 누이라는 분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 있어?”
“아니, 몰라.”
“그럼 어떻게 만나겠다는 거야?”
“짐작 가는 곳은 많아. 너무 많아서 문제지. 크라시 산맥이나 북대륙 쪽 밀림, 아니면 옛 신전들이나 수인들의 땅, 각종 습하고 어두운 곳, 300년 이상 숙성된 밀라 산 포도주를 취급하는 최고급 주점들…….”
“뭐야, 그냥 세상 어디든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로 들리는데.”
그러자 퀴칸텔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 말이 맞지, 미샤는 옛날부터 늘 그랬어. 언제나 정체를 감춘 채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지내다가 뜬금없이 나타나곤 했지. 그래도 저놈은 신기하게 필요할 때면 잘 찾아내더라고. 남매는 남매인가.”
“꼬마.”
“어.”
“대충 한 달만 자리 좀 비운다.”
“왜 나랑 같이 안 가고?”
“넌 해야 할 일이 많잖아. 율리안이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는 거고.”
티칸으로 복귀한 이후 일주일이 더 흘렀지만, 율리안은 아직 깨어나지 않고 있었다. 화신이 강제로 해제된 충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아직 조슈아 측은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시론의 엄명 때문인지 티칸으로 누군가 찾아오는 일도 없었고, 율리안과 쿠잔, 베리스에 대한 수배령을 내리지도 않고 있었다.
“그렇기는 한데.”
“무엇보다, 널 데려가면 미샤가 절대 날 만나주지 않을 거다. 천년의 계약자를 빌미로 뭘 얻어 보려는 속셈이냐며 난리를 칠 걸.”
퀴칸텔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야. 또 저 녀석은 성장을 끝낸 후, 가장 먼저 한 게 제 누이한테 이런저런 복수를 시행한 거거든.”
“그러면 혼자 가는 게 더 위험한 것 아닌가? 네 누이가 널 공격할 때, 말려줄 사람이 없잖아.”
“그런 건 걱정 말고. 아마 두 달쯤 자리를 비울 거야. 만약 12월이 지나기 전에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그땐 날 찾아. 내가 미샤한테 당하거나 잡혔다는 뜻이니까. 오늘 길을 짜고 표식을 남길 곳들을 적어주마.”
무슨 그런 무책임한 이야기가 다 있어?
그렇게 따지고 싶었으나, 과장을 조금 보태서 진은 무라칸이 그토록 진중한 눈빛을 한 걸 처음 보았다.
게다가 슬쩍 살펴보니 퀴칸텔은 매우 흡족해하는 눈치였다. 그녀는 전부터 무라칸이 미샤를 찾아가길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미샤를 만나 옛 힘을 되찾기만 한다면 엄청난 전력이 되긴 할 텐데, 어째 혼자 보내는 게 영 불안하긴 하네.’
그날 밤, 무라칸은 홀연히 티칸을 떠났다. 진 몰래 길리에게 종이까지 한 장 남긴 채였다.
(친애하는 딸기파이여.
나는 잠시 멀고 험한 길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대와 상의하고 싶었으나, 이건 나 자신이 온전히 감내해야하는 선택…….
내가 만약 미샤에게 살해당한다면 꼬마에게 꼭 복수를 부탁한다고 전해주거라. 그리고 내 방 침대 아래쪽 비밀 서랍장에 쌓여 있는 내 아이들은 불에 태워서 강에 뿌려주고.
내가 없는 동안 그대가 너무 많이 괴로워하지 않으면 좋겠구나.
지루한 잠에서 깨어나, 그대와 꼬마를 만난 일이 새삼 기적처럼 느껴지는군. 돌아오면, 그때 약속했듯 꼭 단둘이 여행을 가자고…….)
길리는 그 비장한 글씨들을 진에게 보여주며 호호 웃었다.
“도련님, 무라칸 님이 어딜 가신 건가요? 거의 사춘기 감수성이네요.”
“누이를 만나러 간다고 하긴 했는데, 밤에 말도 없이 갈 줄은 몰랐군. 방에 없어?”
“네, 좀 전에 날아가는 걸 유리아가 봤다고 하더군요.”
“음, 그나저나 둘이 여행가기로 했었어? 그런 내용도 적혀 있네.”
왜인지 진은 그 질문을 하며 기분이 이상해지는 걸 경험해야 했다.
길리는 풉, 푸흡 웃음을 참지 못하고 몇 번이나 그 대목을 다시 읽어보고 있었다.
“아뇨! 저도 한참 생각했다니까요? 제가 무라칸 님하고 그런 약속을 했었나, 헷갈릴 지경이더라고요.”
길리는 무라칸과 그런 약속을 한 사실이 없었다. 말하자면 무라칸이 마음대로 지어낸 말이라는 것이다.
“아, 웃겨 죽겠…… 죄송합니다, 도련님. 도련님은 심란할지도 모르는데 제가 너무 크게 웃어버렸네요.”
“아, 아냐, 괜찮아.”
진이 어색하게 미소를 짓자 길리는 그야말로 한참 박장대소를 했다.
반면 퀴칸텔은 막상 무라칸이 걱정되는 듯, 꽤나 심란한 얼굴로 술을 찾고 있었다.
* * *
저택 지하 감옥에 가둬놓은 율리안이 깨어나는 것보다, 쿠잔과 베리스의 소식이 먼저 들려왔다.
“이번에도 공자의 말이 맞았습니다. 델키 왕국에 쿠잔 마리우스로 추정되는 자가 나타났습니다.”
“자세히 이야기해주십시오.”
진이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슈체론의 서임식이 끝난 직후부터, 델키 왕국 용병들 사이에서 갑자기 헐값에 극독이 유통되고 있다더군요. 소식지에 자그마한 기사가 난 걸 확인하고 급히 대원들을 파견해 알아보니, 학계에 등록되지 않은 맹독이라고 합니다.”
카시미르는 그게 쿠잔이 진에게 보내는 신호라고 판단했다.
“물론 쿠잔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독술사가 평범하게 장사를 하는 것일 수도 있죠. 하지만, 하필이면 델키 왕국입니다. 달의 희생의 생존자들, 마리우스들의 고향. 공자가 그들을 처음 만난 곳입니다.”
청새 군도 이후, 동료들은 여전히 조슈아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복제였다는 가설에 힘을 싣고 있기는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묘한 불안감이 씻기질 않는 상황.
그런 와중, 쿠잔과 베리스에게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동료들에게 그야말로 단비나 다름이 없었다.
“당장 가봐야겠습니다. 이동 관문을 준비해주십시오.”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만약 다른 독술사로 확인되면 그냥 돌아오면 될 일.
그러나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했다.
“무조건 조슈아보다 먼저 그들의 신변을 확보해야 합니다!”
진에게 쿠잔과 베리스가 반드시 살려서 정보를 알아봐야 할 대상이라면, 조슈아에겐 정반대였다.
쿠잔과 베리스가 청새 군도에서 진과 마주친 사실을, 그래서 자신의 거짓말이 들통 난 사실을 모를 리 없는 것이다.
‘조슈아, 그놈도 분명 이 정보를 물었을 것이다. 그리고 놈은 돌아오지 않은 사냥개를 치우려고 하겠지.’
진과 카시미르, 알리사, 그리고 퀴칸텔.
네 사람이 모두 델키로 가기로 했다. 행여 조슈아의 세력과 충돌할 것을 염두에 둔 파티였다.
다행히 날씨는 이동 관문을 사용하기에 무리가 없을 만큼 쾌청했고, 일행은 채 한 시간이 지나기 전에 델키 수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대원들을 뿌려놓긴 했습니다만, 독 판매자를 찾기까지 적어도 몇 시간은 필요할 겁니다. 우리도 같이 발로 뛰어야 해요.”
카시미르가 지도를 펼치며 말했다. 칠색조 대원들이 각 용병단의 위치와 중심인물들을 표시해둔 지도였다.
칠색조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할지라도 당장 거리의 정보들을 수집하는 건 한계가 있었다. 하루, 아무리 짧게 잡아도 몇 시간은 필요한 것이다.
잠시 고민하던 진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늦습니다, 조슈아는 이미 움직이고 있을 겁니다. 델키는 사실상 룬칸델의 땅이니…….”
잠시 고민하던 진이 무언가 떠오른 듯, 뒷말을 이었다.
“라이카 왕자, 그를 만나러 가야겠습니다.”
델키의 3왕자 라이카.
그는 진이 처음 쿠잔과 싸운 당시에도 여러모로 눈치가 있어, 진에게 차후 델키 금광의 모든 지분을 돌려받기로 약속을 받은 인물이었다.
진은 그를 찾아가 즉시 독 판매자를 찾아볼 요량이었다. 어느 용병단이든, 결국 왕국의 허가증이 없으면 영업을 할 수 없으니 그의 지원을 받는 게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이었다.
‘조슈아가 라이카 왕자나 델키 국왕을 이미 만나지만 않았다면, 우리가 먼저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