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230)
제 222화
74화. 흑룡의 힘(4)
“비명…… 소리요?”
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미샤가 무라칸을 안아들었다.
“냥?”
[미야?]“그리고 절대 방으로 들어와서는 안 된다.”
대체 치료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기에…….
궁금증이 일었으나 묻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무라칸을 되돌릴 수 있는 건 세상에 그녀 하나뿐이니 걱정해봐야 의미가 없었다.
‘어떤 방식이든, 엄청나게 괴로운 치료라는 것은 확실하군. 힘내라, 무라칸.’
무라칸은 곧 자신에게 닥칠 고통을 꿈에도 모르는 채 얌전히 미샤의 품에 안겨 있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미샤 님.”
“이따가 보자.”
철컥-!
방문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무거웠다. 진과 슈리가 서로를 쳐다보며 눈동자를 끔뻑거렸다.
그리고 몇 초 지나지 않아, 곧장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캬하아아악-!
고양이 특유의 날카롭게 자지러지는 소리가 굳게 닫힌 방문을 삐져나오고 있었다. 캬학, 키아아악! 화들짝 놀란 슈리가 열어주라는 듯 문까지 긁어대자 소음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미야아……!]“어, 슈리. 그냥 미샤 님이 무라칸을 치료하는 거야. 걱정하지 마.”
“……시작하셨나보군.”
마침 복도를 지나던 퀴칸텔이 진의 옆에 서며 말했다.
슈리에겐 방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으나, 사실 진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었다.
때문에 퀴칸텔에게 괜찮겠죠? 라고 물어보려고 했다. 그녀는 밤새 미샤와 이야기를 나눴으니, 뭐라도 더 들은 것이 있을 테니까.
그런데 퀴칸텔의 낯빛이 어두웠다.
심지어 팔짱을 낀 채 손톱까지 물어뜯는 모양새가, 초조하다 못해 무슨 죄라도 저지른 사람처럼 보였다.
“퀴칸텔 님?”
“후, 놈이 잘 버텨줘야 할 텐데.”
“버티다니요?”
빠르게 번지는 불안감.
“아, 미샤 님이 이야기를 안 해주셨나?”
“무슨 이야기를.”
“이번 치료는, 단순히 무라칸을 본모습으로 되돌리는 것이 아니야. 그것뿐이었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지. 미샤 님은 무라칸의 옛 힘도 함께 복구시킬 계획이시더군.”
캬하악! 키아아악!
문 너머에서 계속 무라칸의 비명이 들려왔다. 무언가 톱니 같은 것이 돌아가는 소음도 있었는데, 미샤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고 있었다.
“잘 버텨줘야 한다는 게, 설마 복구시키다가 무언가 잘못되면 무라칸이 죽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까?”
“아아, 그건 아니야. 그랬다면 미샤 님이 너한테 말도 없이 치료를 진행하진 않으셨겠지.”
퀴칸텔이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요?”
“수술이 실패하면, 생명엔 지장이 없어도 남아 있던 힘을 모두 잃게 된다고 하셨다.”
진의 눈동자가 커졌다.
일순 미샤에게 분노가 치밀었다.
그만한 위험이 따르는 수술이라면, 미샤가 자신이나 길리와 한 번은 상의를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납득이 되기도 했다.
‘무라칸이라면 분명…… 그런 위험성이 있더라도 수술을 하겠다고 말했을 테지.’
무라칸 본인에게, 그리고 주변인들에게 들은 그의 옛 힘은 지금과는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테마르 룬칸델과 ‘승부’를 가르는 게 가능한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하늘에 존재하는 모든 용을 압도한다고도 했었으며, 얼마 전 율리안에게 화신한 페이텔을 상대할 때 직접 본 무위는 가히 공포였다. ‘위대한 흑룡’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부족하지 않을 만큼.
그랬던 무라칸이, 지금은 퀴칸텔은 물론이고 자신의 수호대상인 진보다도 강하다고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만약 둘이 함께 있을 때 절체절명의 상황과 마주한다면, 상대를 지켜주는 건 무라칸이 아닌 진일 것이다.
그러니 무라칸이 수술을 원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수호룡들이 계약자보다 강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게 수호룡들의 보편적인 마음가짐이었다.
진의 생각을 읽은 듯, 퀴칸텔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미샤 님이 무라칸을 싫어하는 듯 보이지만, 이번에도 무라칸이 잘못되자마자 당장 달려오셨잖아. 최선을 다하실 테니, 며칠 가만히 기다려보자.”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된다고 했습니까?”
“5할쯤 된다고 하시더군.”
“아주 낮지는 않군요.”
“세상에, 이게 무슨 소리에요? 고양이가 악을 쓰는 것 같은데, 설마 무라칸 님이……?”
이번엔 길리가 복도를 지나다 문 앞에 섰다.
퀴칸텔이 다시 한 번 설명해주자 순식간에 사색이 되는 길리. 진이 그녀의 떨리는 손을 붙잡아주었다.
그녀 역시 진과 똑같은 생각을 했다. 그런 거면 미리 말을 해줬어야 되지 않나, 싶다가도 무라칸 님이라면 분명 그랬겠다, 라는 결론을 내렸다.
셋 다 복도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자연스레 동료들이 하나씩 찾아왔고, 그때마다 복도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늘었다.
“아이고, 무라칸 님……! 듣는 제가 다 아픈 것 같습니다요. 나리, 얼마나 심려가 크십니까.”
“공자, 길리 님. 분명 잘 이겨내실 겁니다.”
“이거라도 하나씩 드시면서 기다리세요.”
점심쯤 모든 동료들이 복도 앞에 모였다.
비명은 밤까지 쉴 새 없이 계속되었다. 뭔가 부서지는 것 같은 둔탁한 소리와 파열음도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자정이 되기 직전, 동료들은 처음으로 사람의 것이 분명한 신음을 들었다.
으으, 으아악!
이제껏 찢어질 것 같은 고양이 울음소리와는 전혀 다른 소리였고, 그건 분명 무라칸의 목소리였다.
그 이후부터는 고양이 울음소리와 사람의 비명이 번갈아 들려왔다. 치료받는 도중 무라칸이 인간과 고양이의 모습을 오가고 있는 것이다.
동료들이 점점 심란해지는 와중.
비명이 일시에 잦아들며 문이 열렸다.
일행은 문이 열린 틈에 잠시 내부를 살펴볼 수 있었는데, 온통 핏자국이 가득한 데다 시커먼 영기 덩어리가 방 곳곳에 부유하고 있었다. 무라칸의 모습은 확인하지 못했다.
“후!”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복도로 나서는 미샤.
그녀는 앞에 모인 동료들을 보고 잠시 눈이 동그래졌다가 어깨를 으쓱였다.
“뭐 재밌는 구경이라고 여기 모여 있느냐? 보아하니 퀴칸텔이 알려준 모양이구나. 행여 내게 따질 생각이거든…….”
“그럴 생각 없습니다. 무라칸을 저희보다 잘 아시니 수술을 결정하셨겠죠. 녀석은 좀 괜찮습니까?”
“지금 당장은. 하지만 이 짓을 며칠 더 해야 한다. 아직 안심할 수는 없는 단계지.”
아까 보여준 사악한 미소는 온데간데없이 그녀는 무척 피로한 얼굴이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솔더렛의 계약자인 진은 그녀가 종일 얼마나 많은 영기를 사용했는지를 인지하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 느껴졌던 강대한 영기가 상당히 사그라져 있는 것이다. 그녀가 치료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피곤하군. 식사 좀 하고 쉬어야겠구나.”
“금방 준비하겠습니다, 미샤 님. 드시고 싶은 음식이 따로 있으신지요.”
길리의 물음에, 놀랍게도 미샤는 이런 대답을 했다.
“딸기파이. 그게 없다면 상큼한 과일로 만든 다른 파이.”
남매는 남매였다.
* * *
미샤는 매일 점심쯤 치료를 시작해 자정쯤 끝냈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다. 시간이 지날수록 방 안에서 고양이 울음소리보다 사람의 비명이 퍼지는 빈도가 늘어났다.
“오늘이 마지막 고비다. 덜떨어진 동생 놈 때문에 이게 무슨 고생인지 모르겠군.”
미샤가 퀭한 얼굴로 진과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그 고비를 넘기든, 넘기지 못하든 오늘부터 무라칸은 다시 용이 되어 동료들과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으아악!
치료가 시작되자, 그 어느 때보다도 격렬한 비명이 이어졌다.
그러나 고양이 울음소리는 아예 들리지 않았다. 인간과 고양이를 오가던 불안정한 변신 상태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밤까지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알 길이 없었다. 모두 불안한 마음을 간신히 억누르며 굳게 닫힌 문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라칸이 힘을 잃는다고 해서 동료들이 그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무라칸 본인이 과연 그 사실을 견딜 수 있을까? 바로 그런 의문 때문에 일행은 지금껏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이제 곧 자정입니다, 도련님. 제발…… 무사하시면 좋겠어요.”
안쪽에서 비명이 멎은 건 바로 그 순간이었다. 동시에 각종 치료 도구의 소음도 잦아들었다.
동료들은 숨을 죽인 채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철컥……!
방문이 열리자마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칠흑처럼 어두운 장발을 늘어뜨린 한 남자, 무라칸이었다.
그는 동료들을 보자마자 씨익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이로군, 다들.”
“무라칸!”
“무라칸 님!”
이전과 달리, 묘하게 위엄이 배어 있는 목소리.
진은 무라칸을 보자마자 폭풍성 지하실에서 처음 그를 만났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때, 어린 진이 느낀 것처럼 압도적인 기운이 그의 눈빛과 태도 속에 묻어나고 있었다.
수술은 성공했다.
동료들은 미샤가 결과를 알리기도 전에 그 사실을 직감했다.
“크하하하! 그래, 나는 무라칸이다!”
돌연 무라칸이 미친 듯 웃음을 터뜨렸다. 동료들은 움찔하며 뒷걸음질을 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속에 담긴 강대한 기운 때문이었다.
프극, 쩌어억……!
단지 웃음일 뿐이건만, 복도의 두꺼운 석재 벽에 균열이 일고 있었다. 약 40일 전의 무라칸에겐 결코 불가능했던 일.
“이거지, 이거다! 이게 바로 나다! 크흐, 크하하, 억!”
빠악!
무라칸의 목이 홱 꺾였다. 일반인이라면 분명히 사망할 만큼 강렬하게.
미샤가 문을 나서며 그의 뒤통수를 힘껏 후려쳤기 때문이었다.
“이게 돌았나, 야. 누가 시끄럽게 소리 지르래. 안 그래도 일주일이나 네놈 비명 소리에 고막이 떨어질 뻔했는데.”
무라칸은 홱 돌아서 미샤를 한 번 노려보더니, 다시 흐흐흐 웃음을 흘려댔다.
“어쨌거나 고맙다, 네 덕에 살았군. 고마우니 한 번 안아주마! 이리 가까이와.”
“꺼져.”
“그래, 그냥 해본 말이다. 나도 싫어. 자, 그럼 이제 네 집으로 돌아가. 난 친구들과 축하 파티를 좀 해야겠으니. 수고비는 나중에 보내도록 하마.”
“어, 더 지껄여봐. 힘 좀 돌아왔다고 아주 눈에 보이는 게 없는 모양인데. 정신 차려라, 좋게 말로 할 때.”
“아직도 안 가고 있었… 어억! 억!”
뻑, 뻑, 빠각!
미샤가 내지른 주먹에 무라칸의 몸이 복도 곳곳을 날았다. 얼핏 보기에도 그녀의 주먹질과 발길질은 최소 8성 이상의 위력이었다.
무라칸은 그걸 다 맞으면서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모습. 동료들은 미샤의 구타에 놀라야 할지, 무라칸의 내구력에 감탄해야 할지 감을 잡기 어려웠다.
“네 옛 힘은 4할 정도밖에 돌아오지 않았단다, 동생아. 까불면 뒤질 수도 있다는 소리지.”
스무 대쯤 두들겨 팬 후, 미샤가 무라칸을 대충 던져두며 말했다.
“이…… 너 일부러 4할밖에 안 돌려놓은 거지? 제대로 돌려놓으면 내가 너보다 강해지니까!”
“생각하는 수준하고는. 5초 준다. 당장 넙죽 엎드려서 감사 표시를 하지 않으면, 다시 고양이로 만들어주마.”
내가 왜!
무라칸이 그렇게 외치려는 순간, 진과 길리가 동시에 무라칸을 붙잡았다. 그러고는 강제로 엎드리게 만들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미샤 님.”
“너희도 기다리느라 고생 많았다. 그런데, 열 받긴 하지만 저놈 말대로 나는 이제 돌아가야겠군.”